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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대어를 낚다 

권하윤은 던의 차에 오르자마자 이어폰을 귀에 꼈다.

그때 손깎지를 낀 채 무릎 위에 올려놓은 던이 의아한 듯 물었다.

“왜 앞에 차에 타지 않죠?”

“엄석규 사무실에 뒀던 도청기에 신호가 잡혀서 들어보려고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하는 하윤의 모습에 던은 피식 웃었다.

“재밌네요. 그러니까 지금 민 사장을 믿지 않는 거네요.”

그 말에 하윤은 일순 멈칫했다.

“뭐라고요?”

“설마 윤이 씨가 엄석규의 말을 도청하는 걸 민 사장이 아는 게 싫어서 제 차에 탄 거 아닌가요?”

던의 말에 하윤은 그제야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고, 방금 확실히 민혁이 자기 계획을 듣는 걸 무의식적으로 배척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설마 나 아직도 무의식적으로 도준 씨가 범인 중의 한 명이라고 생각하나?’

그런 생각이 들자 하윤은 순간 짜증이 치밀어 던을 돌아봤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사실을 말했을 분이에요.”

그 말에 하윤은 고개를 홱 돌려 더 이상 던과 얘기를 나누지 않고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엄석규는 누군가와 전화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는데 말투에는 조급함이 느껴졌다.

“그 계집애가 돌아온 걸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제가 볼 때 오래전부터 계획한 게 틀림없어요. 이제 어떡합니까!”

대화를 대충 들어도 그 계집이라는 사람이 바로 하윤 본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윤은 상대의 말을 놓치기라도 할까 봐 이어폰을 귀로 꾹 막았지만 건너편에서는 조급한 발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알았어요. 늘 보던 곳에서 만나죠.”

엄석규가 갑자기 전화를 끊자 하윤은 어안이 벙벙했다.

‘이게 끝이라고?’

그러다가 이어폰에서 문소리가 들리자 하윤은 얼른 고개를 돌려 던을 바라봤다. 반짝반짝 빛나는 두 눈은 ‘나 목적 있어요’ 라는 의도를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던 씨.”

던은 하윤의 반대 방향으로 몸을 슬쩍 움직였다.

“왜요?”

“저 차 좀 빌립시다.”

“그래서요?”

“좀 내려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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