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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바람을 피운 증거 

“띠띠!”

짤막한 경적 소리는 이내 권하윤의 주의를 끌었다.

평범한 검은색 폭스바겐이 엄석규 앞에 멈춰 서자 엄석규는 두말없이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그것만으로도 차 안의 사람과 엄석규가 아는 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윤은 먼저 자동차 번호판을 사진 찍은 뒤 차가 출발하자 이내 시동을 걸어 그 뒤를 따랐다.

물론 발각될까 봐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며칠 동안 실마리를 찾다가 이제야 뭔가 단서를 잡은 것 같다는 생각에 하윤은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이윽고 운전하는 틈에 손을 바지에 쓱 문질러 땀을 닦아냈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던은 머리가 쭈뼛 곤두서 아예 눈을 감아버렸다.

그렇게 바싹 뒤를 쫓던 하윤은 앞에서 가던 차가 웬 찻집에서 멈춰선 걸 발견했다.

엄석규가 차에서 내리자 그가 타고 있던 차는 홀연히 사라졌다.

엄석규가 찻집으로 들어가자 하윤은 그 뒤를 따라붙으려 했지만 한편으로는 발각될까 봐 조마조마했다.

이에 하윤은 고개를 돌려 던을 바라봤고 하윤과 거리를 유지하던 던이 얼른 입을 열었다.

“저 사람 나도 봤어요.”

‘하긴, 그렇다면 누굴 찾아야 하지?’

“아, 케빈은 어때요?”

‘케빈…….’

사실 한민혁 일행이 나타난 뒤로 하윤은 케빈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케빈이 여기까지 오려면 한참이 걸릴 거라고 생각하며 전화를 끊은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케빈은 하윤 앞에 나타났다.

“저희 흩어졌던 거 아니었어요?”

의아해하는 하윤을 보더니 케빈은 묵묵히 대답했다.

“저는 하윤 씨 안전을 지켜줘야 합니다.”

케빈이 계속 자기를 따라왔다는 생각에 하윤은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죄송해요. 아까는 정신이 없어서 케빈 씨를 태워야 한다는 걸 깜빡했어요.”

그 말에 케빈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솔직히 아무것도 없는 곳에 버려둔 뒤 자기 보다 늦게 돌아오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하던 민시영과 비교하면 하윤은 인자한 편에 속했다.

케빈이 찻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지켜본 하윤은 그 뒤로도 한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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