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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6화 인질

한민혁의 목소리는 약간 낮게 들렸다.

“하윤 씨, 기다리느라 힘들었죠? 제가 오늘 내로 모시고 여기서 나갈게요.”

“아니요, 급할 거 없어요!”

권하윤은 한민혁이 민도준을 대신해 불평등한 계약조건에 동의했을까 봐 다급히 막았다.

“저 지금 안전하니까 아직은 상의하지 말아요.”

“어…….”

한민혁은 공씨 가문 왕 사모님인 공미란을 힐끗 보더니 고개를 돌려 전화를 막고 낮게 소곤거렸다.

“그런데 저 이미 협상 끝났는데요.”

하윤은 이내 진정하고 입을 열었다.

“민혁 씨, 내 말 들어요. 도준 씨가 민혁 씨더러 저를 공씨 집안에서 구해내라고 말한 거 알아요. 그런데 하루만 기다려줄 수 있어요? 내일도 나가지 못하면 그때 다시 데리러 와요.”

“그건…….”

하윤은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

“민혁 씨도 도준 씨 생각해야 하잖아요. 만약 공씨 집안에서 받을 것만 홀랑 빼먹고 저 안 풀어주면 어떻게 할래요? 제가 직접 시도해 보는 게 좋아요.”

민혁은 눈앞에 앉아 있는 공미란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능청스럽게 연기했다.

“신호가 안 좋은데, 뭐라고 하셨나요?”

그러면서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여보세요? 저 나왔는데 들려요?”

“지금은요?”

“뭐라고요? 더 널찍한 곳으로 가달라고요?”

이윽고 방 안의 사람들은 민혁이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정원으로 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걸 멍하니 지켜봤다.

민혁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공미란 옆에 있던 하인들의 표정이 사색이 되어 고개를 숙이더니 상석에 앉아 있는 공미란에게 물었다.

“잡아올까요?”

전등을 싫어하고 너무 밝은 것도 싫어하는 공미란 때문에 촛불만 피운 방안 광선은 흐릿했다.

이에 어둠 아래, 공미란의 얼굴에 나 있는 주름이 그림자가 드리워 움푹 파인 골짜기처럼 느껴졌다.

“사람이 내 손에 있는 한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다.”

오늘은 더 이상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허리를 숙여 인사하더니 뿔뿔이 흩어졌다.

그때 생강차 한 잔이 공미란 손 옆에 놓여 졌고, 공미란은 한 모금 살짝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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