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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2화 공씨 저택에서 도망치다

권하윤에게 남은 고민의 시간은 많지 않았다.

이에 하윤은 이를 악물었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돌아갈 수는 없어. 왕복하면서 위험에 노출되는 것보다 한번 질러봐야겠어.’

결심이 선 하윤은 허리를 숙이고 어둠 속에 숨어 발소리를 죽인 채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랬더니 방금 봤던 인영도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인영이 사라지자 눈앞에 보일 때보다 더 두려웠다.

돌길 끝에는 아치형 문이 하나 있는데 그 곳이 바로 바람구멍이다.

그래서인지 그 곳에 가까워질수록 차가운 바람이 안으로 불어 들기 시작했다.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면서 또 한편으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했기에 하윤은 어느 때보다 더 긴장했다. 심지어 바람에 움직이는 나무 그림자를 보고도 흠칫 놀랐다.

뜨거운 땀방울이 차가운 밤 바람 때문에 식어버린 채 등에 들러붙자 하윤은 몸이 오싹해 나 시작했다.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은 크지 않은 방이었는데 고은지 말로는 이 방은 오랫동안 버려져 아무도 들어오지 않기에 잠시 숨어 있어도 된다고 했다.

하지만 하윤이 문 쪽으로 걸어 가자마자 돌길에 갑자기 인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윤은 얼른 문을 당겼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잠겨 있었으니까.

아까 흘렸던 땀이 겨우 반쯤 마를까 했는데 또다시 식은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런데 하윤이 곰곰이 생각하기도 전에 세 명의 하인이 이미 돌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세 사람이 조금만 앞으로 걸어와도 하윤을 발견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

하윤은 입술을 깨물며 진정하려고 애썼다.

그러면서 소리 없이 방 옆쪽으로 돌아 가 벽 뒤에 몸을 숨겼다.

하지만 이건 그저 잠시뿐인 안정이었다. 세 사람이 여기까지 걸어오면 발각되는 건 마찬가지였으니.

때문에 하윤은 세 사람을 빤히 쳐다보다가 그들이 자기 앞에 도착할 무렵 슬그머니 방문 뒤에 몸을 숨겨 세 사람의 시선을 피해 다른 쪽에 몸을 숨겼다.

세 사람이 가까이에 다가오자 하윤은 심지어 그들이 손에 들고 온 과일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조금씩 코를 자극하는 냄새에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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