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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양다리를 걸치다

잔득 찔린 듯한 권하윤의 표정에서 민도준은 이미 답을 알아차리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 조금도 발전이 없어.’

‘어떻게 이렇게 사람 마음을 홀리는 얼굴로 이토록 양심 없는 짓만 골라 하지?’

도준이 밀어내자 하윤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혔고 멍한 표정으로 도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바라봤다.

한참 차이 나는 키때문에 두 사람의 거리가 한층 더 멀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무형의 압박감이 하윤의 모든 행동을 제약했다.

“도준 씨…….”

“옷 갈아 입어.”

하윤은 생각하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갈아 입을 게요.”

그러다가 뒤늦게야 뭔가를 알아차린 듯 고개를 다시 들었다.

“우리 어디 나가요?”

도준은 하윤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베란다로 나가 담배를 피웠다.

그 사이 하윤은 옷을 갈아 입으며 문밖의 동태를 살피더니 최단 시간 내로 대충하고 밖에 나왔다. 그러고는 도준이 아직 가지 않은 걸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모기 목소리로 말했다.

“저 옷 다 갈아 입었어요.”

도준은 담배를 눌러 끄며 긴 다리로 성큼성큼 밖을 향해 걸어 나갔다.

하윤은 그런 그를 놓치기라도 할까 봐 거의 달리다시피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한민혁이 어느새 새로운 지프차를 밖에 준비해 두었다.

도준이 차 옆에 도착하자 하윤은 은근슬쩍 문을 열어 주었다.

“도준 씨, 머리 조심해요.”

도준이 와서 그런지 하윤은 여느 때보다 더 예쁘게 화장한 모양이다.

립스틱 색은 하윤의 새하얀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민트 색 치마는 하윤의 잘록한 허리를 더 가늘게 잡아 주었으며 급히 터널을 돈 차 때문에 치마가 옆으로 비뚤어지며 아름다운 라인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윤은 최선을 다 해 도준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도준이 운전석에 앉자마자 조수석에 올라탔다.

하지만 차에 올라타려고 하던 그때, 손목이 덥석 잡혔다.

“저는 그저 안전 벨트를 매주려고 한 것뿐이에요.”

팔목에서 느껴지는 힘에 팔이 으스러지는 건 아닌가 생각하던 그때,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윤은 어안이 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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