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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3화 따지러 오다

이건 권하윤이 처음으로 공씨 집안 왕 사모님을 만나는 순간이다.

예전에 하윤은 계략적인 민상철의 모습이 충분히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공씨 집안 왕 사모님을 뵙고 나니 지금껏 느껴본 것과 다른 공포감이 느껴졌다.

간단히 말해서 눈앞에 있는 사람보다 민상철은 적어도 자상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어찌 됐든 민상철은 가끔 인생 어르신다운 모습을 보여 줬으니까.

하지만 공미란은 마치 머리 위에 있는 희미한 불빛처럼 이제 더 밝은 불빛을 낼 수 없는 존재 같았다.

이미 고초를 겪어 더 이상 환한 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어두운 불빛이 방안 여기 저기 남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숨을 곳도 숨을 수도 없어 언제 떨어질 지 모르는 어둠 속에서 사라져갈 운명 같았다.

하윤의 조심스러운 동작과 달리 도준은 대충 의자 하나를 끌어 앉았다.

심지어 자리를 맨 끝자리에 준비해 뒀는데 의자를 끌고 중앙에 멈춰 서더니 아예 공미란을 마주보기까지 했다.

이윽고 도준은 방 안의 억눌린 분위기를 무시한 채 중앙에 떡 자리잡고 앉더니 다리를 꼰 채 턱을 들고 공미란을 바라봤다.

“해원에서 왕 사모님을 또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요즘 몸은 괜찮으십니까?”

그 말을 내뱉자 원래도 조용하던 홀 안은 바늘이 덜어져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조용해졌다.

‘또 뵙는다고? 몸이 괜찮다고?’

‘대체 무슨 말이지? 왜 아직도 살아 있냐는 뜻인가?’

하윤은 눈앞이 캄캄해져 고개를 숙인 채 표정을 숨겼다.

그런 질문 방식에 공미란도 적응하지 못했는지 안색이 어두워졌다.

어두운 불빛 아래 공미란 얼굴에 난 주름은 마치 검은 굴 같았다.

“민 사장, 여긴 공씨 저택이지 민씨 저택이 아니네.”

그 말인 즉 여기는 해원이니 그만 나대라는 뜻이었다.

도준은 재밌다는 듯 손을 의자 뒤에 올려 놓으며 입을 열었다.

“여기가 확실히 민씨 저택은 아니죠.”

공미란의 표정은 마치 하등한 인간을 보는 듯한 사람 같았다.

“그래서…….”

막 뭐라고 하려던 찰나, 도준이 악랄한 미소를 지은 채 끼어들었다.

“그런데 공씨 성이 싫증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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