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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1화 그녀에게 만족하다 

던은 화를 내는 대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재빨리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뒤 안쪽을 향해 다정하게 손을 흔들었다.

“좋은 시간 보내요.”

“…….”

이윽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어깨를 으쓱거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구애기에 있는 수컷은 참 무섭네.’

신중을 기하기 위해 던은 다른 쪽 엘리베이터로 걸어갔다.

그러다가 호텔을 나가기 전 문자 한 통을 받게 되었다.

[던 씨, 아까는 죄송했어요. 혹시 공태준이 위험한지 알아봐 줄 수 있어요? 정말 고마워요.]

문자를 보낸 뒤 화장실에 숨어 있던 권하윤은 민도준이 보기라도 할까 봐 얼른 기록을 지워버렸다.

공씨 저택에서 공미란을 본 하윤은 공씨 저택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알고 있다.

더욱이 공태준이 어떤 상황에 직면할 것이며 오늘 일로 잔인한 일을 당하지 않을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도준에게 말하는 대신 던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

새벽, 공씨 저택.

질질 끌리는 듯한 발소리가 적막한 사당에서 메아리치고, 신발 밑창이 무거운 쇠사슬처럼 바닥을 스치며 복도를 지나 사당 문 앞에 멈췄다.

높이가 십여 미터나 되는 사당 안에는 위패가 가득 놓여 있었고 한 층 한 층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어두워지다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차갑고도 검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앉아 있던 여인은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에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언제나 신사 같던 남자는 이 시각 이마에 식은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으며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땀방울이 더해지더니 바닥에 무릎을 꿇는 동시에 어두운 바닥으로 떨어져 사라졌다.

고은지는 남자를 힐끗 보고는 다시 위패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요?”

태준은 목구멍에서 올라오는 피비린내를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태준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 있으면서도 무릎을 꿇고 있는 자세는 여전히 흐트러짐이 없었다.

사당에서는 휴식할 수 없다. 흐트러진 자세를 보이면 망자에 대한 불경으로 보일 테니까. 그때 흰 알약 두 개가 태준 앞에 쑥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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