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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자기를 의심하다 

질문을 던진 권하윤도 조마조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분명 민도준을 곁에 오래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이라도 함께 하기를 바랐다.

그때 도준이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고 빙빙 돌리더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가는 게 싫어?”

하윤은 도준의 마음이 약해진 것으로 착각하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

하지만 돌아온 것은 조롱 섞인 웃음이었다.

하윤은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어 도준을 빤히 바라봤지만, 확인 사살 같은 조롱이 이어졌다.

“나랑 같이 가자고 할 때는 싫다고 하더니 하윤 씨를 도와 위험을 없애 주고 남으라고 한다고 남기까지 해야 해? 또 뭘 원하는데? 어디 한 번 다 말해 봐.”

순간 끼얹어진 찬물 같은 말이 하윤의 희망을 꺼버렸다.

구구절절 틀린 말 하나 없어 더더욱 하윤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하윤은 그간 간과했던 것을 다시 되돌아봤다. 도준이 지금껏 자기를 봐주고 있다는 것을.

경성에 머무르기 싫다고 해서 놓아줬는데 하윤은 도준이 자기를 무시한다며 졸라대고, 해원이 위험한 것을 알면서 도준과 함께 떠나려 하지 않았고.

따지고 보면 하윤은 자기가 위험에 처하면 도준이 모른 체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기가 어떤 선택을 하든 도준이라는 퇴로가 있었으니까.

때문에 겁도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했었다. 그때마다 한 번 또 한 번 도준의 심기를 건드렸으면서. 자기의 행복은 도준의 끝없는 양보 덕이라는 것을 완전히 잊은 채.

자기가 얼마나 이기적인 행동을 했었는지 깨달은 하윤은 순간 몸 둘 바를 몰랐다.

“아니에요. 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 도준 씨와 같이 있고 싶어서…….”

하윤이 또다시 변명을 사랑으로 포장하자 도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나랑 같이 있고 싶다면서 왜 기회를 줄 때마다 반대로 선택하지?”

성은우 때부터 지금까지 하윤은 단 한 번도 도준을 선택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에 대한 빚은 갚아야 한다는 걸 알고, 가족의 안위는 생각하면서 도준한테만 언제나 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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