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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도준과 같은 곳을 바라보다 

경찰은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건 기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에 하윤은 이해한다는 듯 대답했지만 사건은 여전히 먹구름처럼 하윤의 머리 위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윤이 경찰서에서 나올 때 도준은 차에 기대 어디론가 전화하더니 하윤을 보자 고개를 까닥거렸다.

“그래요, 나중에 연락합시다.”

전화를 끊은 도준은 손을 들어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살인 용의자도 되어 되고 이제는 나랑 같은 곳을 바라볼 작정이야?”

경찰서에서 취조 당하다시피 조사를 마친 뒤라 잔뜩 그늘졌던 얼굴이 도준의 농담 같은 말 덕에 다시 환해졌다. 하지만 하윤은 침울한 마음을 감추지 않은 채 피식 웃다가 아내 다시 투덜거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제가 의심받고 있는데 농담이 나와요?”

도준은 하윤을 차 안으로 끌어 들이며 피식 웃었다.

“이제야 무서워?”

하윤은 입을 삐죽거리며 안전벨트를 잡아당겼다.

“제가 무서울 게 뭐 있어요? 살인한 것도 아닌데.”

하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불안했다.

경찰이 하윤을 제일 먼저 찾아왔다는 건 하윤의 용의점이 가장 크다는 거니까.

하윤의 아버지와 친구였던 엄석규는 하윤의 아버지를 배신한 것도 모자라 심지어 위증까지 만들어 궁지에 몰아넣었다. 게다가 얼마 전 하윤이 공공장소에서 엄석규의 모든 죄증을 까발린 것으로 충분히 살인 동기가 있다고 판단되었을 거다.

물론 사건 당시 현장에 없었다는 명백한 증거도 있지만 경찰이 깊이 파고 들면 도준과 하윤의 관계를 알아낼 거고 하윤이 엄석규를 죽이고 싶으면 직접 나서지 않고도 죽일 수 있다는 걸 알아낼 거다.

그 가능성을 생각하자 하윤은 얼른 도준을 바라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설마 도준 씨가 엄석규한테 손쓴 거 아니죠?”

“그게 무슨 말이야?”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되묻는 도준을 보자 하윤은 찔리는 듯 목소리를 낮췄다.

“그러니까 제가 불쌍해서 저 대신 복수해준 건 아닌가 그런 뜻이었어요. 다른 뜻은 없었어요.”

하윤의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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