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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용의자 

권하윤은 말하면서 창 밖을 내다봤다. 출근하려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이 언뜻언뜻 보였고 하이힐 소리와 전화 안내음이 이따금씩 들리면서 하윤이 지금 얼마나 황당한 일을 하고 있는지 일깨워 주는 듯했다.

하지만 민도준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한 손으로 하윤의 허리를 움켜쥐고 입꼬리를 씩 올렸다.

아무것도 안중에 없는 듯한 미소는 마치 그물처럼 하윤을 꿈쩍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남자의 손바닥은 부드러운 실크 원단을 스치며 자나 가는 자리마다 욕망의 흔적을 남겼다.

“되고 안 되고는 내가 판단해. 착하지. 소리 내지 않으면 신경 쓰는 사람 없을 거야.”

도준의 황당한 말에 하윤은 버럭 화를 냈다.

“그게…… 읍읍!”

하지만 도준은 하윤이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낼까 봐 도와주겠다는 이유로 하윤의 입을 막아버렸다.

이른 아침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차 안의 온도는 점점 올라갔다.

뜨거운 열기가 차창에 김이 서리는가 싶더니 힘없는 듯한 하윤의 작은 손에 의해 사라졌다.

차 경적 소리가 연달아 울리고 길가에는 차가 끊임없이 지나치다가 회사 사무실에 사람이 꽉 차서야 비로소 원래의 모습을 드러냈다.

차 안.

티슈가 박스 안에서 꺼내 지더니 한참 뒤 작은 손이 그것을 던져버렸다.

겨우 청소를 끝냈지만 더 이상 입을 수 없게 된 슬립 치마의 모습에 하윤은 도준을 째려봤다.

“이거 좀 봐요! 저 이런 꼴로 어떻게 나가요!”

도준은 하윤이 옆으로 던져버린 슬립 치마를 들어 슬쩍 냄새 맡아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음, 확실히 못 입겠네.”

너무 노골적인 행동에 따져 묻던 하윤은 순간 말문이 턱 막혔다.

이윽고 화가 난 듯 고개를 돌려 트렌치코드를 그대로 걸쳤다. 다행히 코트가 긴 덕에 무릎까지 덮을 수 있었다.

이대로 나가도 괜찮을지 하윤이 한참 동안 확인하던 그때, 차창 밖에서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흠칫 놀란 하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도준이 자기 외투로 하윤을 가렸다.

밖을 힐끗 본 하윤은 경찰 복을 입은 사람이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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