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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도준의 빚 

민도준의 말은 공태준의 퇴로를 막았을 뿐만 아니라 태준이 자기와 다르다는 것을 집어냈다.

도준이 하윤을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태준이 하윤을 돕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 꿍꿍이가 있다는 것처럼 말이다.

도준의 몇 마디 말로 태준이 하윤을 위해 한 모든 일이 아무 의미도 없어졌다. 이건 태준에게 너무 잔인했다.

잔인하다 못해 다시 입을 열었을 때 태준은 싸늘한 목소리조차 감추지 못했다.

“저도 윤이 씨와 오래 알고 지낸 사이라서 도와준 것이니 민 사장님도 너무 신경 쓸 거 없어요.”

도준은 손으로 하윤의 긴 머리카락을 만지막거리며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뭐가 됐든 우리 집사람이 하도 잘 속아넘어가서요. 제가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으면 누군가 우리 집사람 쉽게 보고 보답하라는 빌미로 접근해서 유괴라도 할까 봐 그럽니다. 그러면 안 되잖아요.”

“…….”

쉽게 속아넘어가는 당사자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이렇게까지 말했다는 것은 모두 까놓고 말하자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태준은 화를 내지는 않았어도 더 이상 평온함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뜻은 감사하지만 따로 도움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요?”

도준은 느긋하네 하윤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어댔다. 이윽고 하윤이 긴장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그녀의 목덜미를 눌러 얼굴을 마주했다.

하윤은 자기를 꿰뚫어볼 듯한 도준의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비위를 맞추려는 듯 도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푸딩처럼 말캉한 입술은 도준의 턱선을 따라 아래로 내려왔다.

그제야 도준은 하윤에게 화를 내지 않고 의미심장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공 가주님이 착한 일 하겠다니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후회한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약속은 유효하니까. 공적인 일로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계속 접근하는 게 얼마나 추한지 공 가주님도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

전화를 끊자마자 도준은 옆에서 멍 때리고 있는 하윤을 바라봤다.

“왜? 마음 아파?”

하윤은 그 말에 얼른 고개를 저으며 아부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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