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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9화 슬픈 멜로디(98)

아까는 은지에게 핍박을 당해 자기도 모르게 질문이 나왔다.

두 사람은 마주 보며 차에 앉아 있었고 은지가 준호를 지그시 바라보자, 준호는 그 물음을 다시 물어볼 수 없었다.

그러나 준호가 물어보지 않았는데, 은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한 적 있어.”

아까까지 겨울의 추위에 덜덜 떨던 준호가 은지의 대답에 봄으로 끌려온 것 같았다.

준호는 자기가 잘못 들은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기분이 좋아 다시 물었다.

“뭐라고?”

은지는 담담하게 바로 대답했다.

“이 6개월 동안 너 생각한 적 있다고.”

이 6개월 동안 은지는 준호처럼 어린 사람, 준호처럼 무모한 사람, 은지를 마음에 들어한 사람,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 중에 준호처럼 진심으로, 물을 끼얹어도 꺼지지 않는 불씨와 같은 열정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은지는 30여 년간 계속 연기를 했었다. 이성희한테서 귀염을 받으려고, 고씨 집안의 사랑을 받으려고, 곽도원의 귀염을 받으려고 말이다.

은지가 수많은 자태를 뽐냈지만, 준호는 은지가 가장 악독하고 차가운 모습을 보고도 좋아한 사람이다. 그래서 준호를 떠올리고 싶지 않아도 생각났다.

“그럼, 앞으로 생각 안 할 거야.”

“너!”

준호가 다급히 말했다.

“왜? 아까는 내 생각 했다며?”

은지는 대답하지 않고 준호를 바라보았다. 은지는 준호의 화가 차츰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준호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나, 나도 네 생각 했어.”

이때 차의 라디오에서 로맨틱한 노래가 흘러나왔다. 준호는 평소에 이런 노래를 듣기 싫어했는데, 지금 들으니 아주 로맨틱했다.

준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은지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가게는 저기 있어.”

은지가 물어보지 않자, 준호도 은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나랑 가는 거야, 마는 거야?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볼 용기가 안 나!’

마을이 너무 작아 노래 한 곡이 채 끝나지 않았는데, 목적지에 도착했다.

은지가 차에서 내리자, 준호도 따라서 내렸고 은지가 계단으로 올라가자, 준호도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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