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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편히 가다 

투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차는 주림이 있는 마을로 향했다.

두 사람은 또 부근에서 민박집 하나를 구했지만 이번에 구한 민박집은 어제의 집보다는 환경이 현저히 나빴다. 심지어 문도 발로 걷어 차야 닫히는 정도였으니.

사실 전에 주림의 외할아버지가 사는 곳이 외진 곳에 있다고 김종서가 말해준 적이 있다.

운전을 하다가 오토바이로 갈아타고 한참 뒤 다시 차로 갈아타면서 하윤은 김종서의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체험했다.

오토바이에서 내리자 날은 어느새 어두워졌다.

순간 소녀가 산속에 팔려 갔다는 뉴스가 머릿속을 스쳐 지났다.

그도 그럴 게, 너무 외지고 고요한 곳이라 법률도 닿지 않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곳은 대체로 무릉도원일 수도, 꽉 막힌 지옥일 수도 있다.

하윤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옆에서 불이 반짝거리더니 남자의 입가에서 희뿌연 연기가 흘러나왔다.

이윽고 도준이 하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왜? 나한테 업혀서 갈래? 아니면 혼자 걸을래?”

“업어 줘요.”

하윤은 익숙한 듯 도준의 등에 폴짝 뛰어올랐다.

도준은 불을 붙인 담배를 입에 문 채 하윤을 업고 산길을 따라 올라갔다.

이곳은 자동차 경적도 들리지 않고 네온 불빛도 없었다. 오직 밝은 달빛만 메마른 땅을 비추고 있었다.

하윤은 축 늘어진 채 도준의 어깨에 얼굴을 대고 두 발을 동동 구르며 불만을 토로했다.

“왜 아직도 도착하지 못했어요? 아까 볼 때 이렇게 멀지 않은 것 같았는데.”

도준은 게으름 피우는 하윤의 모습에 그녀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편히 가면서 말이 많아.”

하윤은 코방귀를 뀌며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약 20분쯤 더 걸었을까? 도준의 목을 감고 있던 손이 스르르 풀렸고 하윤의 머리가 맥없이 도준의 어깨에 떨어졌다.

‘이젠 아예 잠들어?’

도준은 하윤이 떨어지기라도 할까 봐 한 번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 동작에 뒤에서 곧바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달빛이 부드러워질 때쯤 주림이 살고 있는 태강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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