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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사람을 괴롭히는 도준 

민도준은 가만 있지 못하는 하윤의 손을 꽉 잡았다.

“이리 와. 그렇게 대놓고 가는 건 나 왔소 하고 알리는 거랑 뭐가 달라?”

잔뜩 흥분해 있던 권하윤은 그제야 냉정을 되찾고 도둑질하는 사람처럼 목솔리를 한껏 낮추고 속삭였다.

“그럼 어떡해요?”

도준은 하윤이 귀여운 듯 잡아 끌어 품에 안더니 머리를 쓰다듬었다.

“숨을 곳 찾아서 기다려야지. 점심 때 그 할아버지가 어디로 가는지.”

하윤은 도준의 가슴에 고개를 기대며 문질렀다.

“그런데 저 졸린데 어떡해요?”

“하루 종일 졸렸다 배고팠다 가지가지 하네.”

그 말에 하윤은 불만 섞인 말투로 투덜거렸다.

“그게 어떻게 제 탓이에요?”

며칠 동안 길을 떠나느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졸린 건데, 매일 밤 사람을 괴롭히던 당사자가 오히려 미안한 기색도 없자 하윤은 바로 불만을 내비쳤다.

하지만 도준은 오히려 하윤의 코를 잡아당기며 이유를 댔다.

“전에 빚진 거 갚아야 할 거 아니야?”

“대체 얼마나 더 갚아야 하는데요! 게다가 제가 해원에 온 게 고작 며칠인데, 이렇게 갚다가는 제가 죽을까 봐 겁나요.”

잔뜩 화가 난 듯한 하윤의 모습에 도준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래, 졸린다며? 잠깐 빈 곳에서 눈 붙여.”

도준이 말한 곳은 다름 아닌 주민수네 집 뒤에 있는 밭이었다.

가을이라 밭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게다가 마침 해가 가장 뜨거울 무렵이라 도준은 그늘진 곳을 찾아 자기 다리를 툭툭 두드렸다.

“자, 여기 누워 눈 좀 붙여.”

하윤은 싫은 티를 팍팍 내며 바닥을 둘러봤다.

“여기 누우면 제 옷 더러워져요.”

그 말에 도준은 피식 웃으며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자기 외투를 바닥에 깔았다.

“이렇게 하면 됐지?”

그제야 하윤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는 듯이 도준의 다리에 누웠다. 하윤이 눕자 도준의 손이 하윤의 허리를 둘렀고 따뜻한 햇살이 하윤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바람은 흙내음도 풀냄새를 싣고 살살 불어왔다. 물론 좋은 냄새는 아니었지만 싱그럽고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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