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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7화 질투할까 봐 그러죠 

권하윤은 손에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민도준의 머리를 닦아주었다. 부드럽지 않던 수건은 물기를 머금고 점점 부드러워졌고 남자의 머리가락을 스치며 점점 젖어 들었다.

하지만 치명적인 상처를 낼 수 있는 머리가 다른 사람의 손에 닿은 탓인지 도준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특히 도준의 머리를 닦아주려고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하윤 때문에 도준은 불쾌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래도 하윤의 손이 두피를 스칠 때의 촉감이 너무 부드러워 위협감이 아닌 야릇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게 다행스러웠다.

하지만 주림의 일을 생각하느라 하윤은 분위기가 이상하게 변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하윤이 눈치챘을 때 손은 이미 꿈쩍도 할 수 붙잡혀 중심을 잃은 하윤이 도준의 등에 넘어졌다.

“뭐 하는 거예요? 지금 머리 닦아주고 있잖아요.”

“다른 곳도 닦아주면 좋겠는데.”

도준의 말에 하윤은 귀밑까지 달아올랐다.

“저리 비켜요.”

하윤은 화를 내며 도준을 밀어버리려고 했지만 너른 등 위에 엎드려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아 쉽사리 말어내지 못했다.

쩍 벌러진 어깨에서부터 허리까지 이어진 라인은 움직이지 않아도 힘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윤은 두 팔을 도준의 목을 꼭 감았다. 심장이 쿵쾅댈 때마다 심장을 감싼 살갗이 따라 오르내렸고 마치 갈비뼈를 뚫고 나올 것처럼 남자의 등에 붙었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심장 박동 소리에 하윤은 점점 긴장이 풀어졌다.

‘도준 씨도 너무 무서운 건 아닌데.’

주림이 도준을 알지 못하지만 하윤은 도준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주림에게 도준이 어떤 사람인지 잘 설명해줄 수 있었다.

더욱이 이미 관계를 확인한 지금, 하윤은 도준이 자기를 해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결론을 짓자 마음속에 짊어지고 있던 무거운 짐이 덜어진 듯 한결 편해졌다. 이에 하윤은 도준의 등에 더 바싹 몸을 붙인 채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던 그때,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주림은 어떻게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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