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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8화 믿음과 사랑 

권하윤은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반짝이는 눈으로 민도준을 바라봤다.

마치 다이너마이트를 분해하는 것처럼 긴장되는 상황에 하윤은 심장이 쪼그라 들었다. 그도 그럴 게, 어느 선을 잘라야 살수 있는지 하윤에게는 아직 미지수였으니까.

솔직히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믿음도 따라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하윤은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도준을 사랑할수는 있어도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사랑은 그 사람의 현재와 과거를 모두 사랑하는 것이지만 믿음은 자기의 불확실한 미래까지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윤은 도박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일에 신중을 가하여 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진심을 내비치는 사람이다.

하윤은 자기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고 있지만 이 싸움에서 절대 지면 안 되는 게 하윤이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권하윤이라는 탈을 쓴 채 허송세월을 보내는 동안 하윤은 이미 용기를 잃었다.

게다가 지금은 자기뿐만 아니라 주림의 안전까지 내걸어야 하니 하윤에게는 어려운 선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오랜 고민 끝에 하윤은 끝내 자기 생각을 털어놓기로 결심했다.

“사실 주림 선배를 던 씨한테 맡기고 싶어요. 던 씨한테 부탁해서 주림 선배를 해외로 이송했으면 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기에는 다시 침묵이 흘렀다.

하윤은 도준의 표정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방이 어두운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볼 수 없어서 도준의 반응을 판단할 수조차 없었다.

하윤은 손을 더듬으며 도준의 팔을 잡았다.

“화났어요?”

“하.”

의미를 알 수 없는 짤막한 웃음이 터져 나오는 동시에 하윤은 도준의 팔을 놓치고 말았다.

“화나냐고? 내가 화 날 거 뭐 있어? 하윤 씨가 나보다 남을 더 믿는 것에 화를 낼까? 아니면 또 거짓말을 한 것에 화를 낼까?”

웃으며 반문하는 도준의 모습은 왠지 섬뜩하게 느껴졌다.

분명 화를 내지 않는다고는 했지만 하윤은 주위의 공기가 차가워졌다는 느낌이 들어 얼른 설명을 덧붙였다.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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