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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0화 우리는 부부예요 

이장의 말을 들은 다솜은 용기를 내어 권하윤의 손을 잡아당기더니 허리를 숙이라는 시늉을 했다.

두 사람이 무슨 귓속말을 주고받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인지라 하윤은 할 수 없이 허리를 숙였다.

“왜 그래?”

그때 다솜이 포동포동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하윤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언니, 만약 언니도 납치당한 거라면 눈 깜빡여 봐요. 우리가 도와 줄게요.”

다솜이 말을 전하는 사이, 이장도 눈을 둥그렇게 뜨고 마치 용기를 북돋아 줄 것처럼 하윤을 바라봤다.

‘이 분위기는 뭐지? 이거 대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하윤은 속으로 중얼거리고는 얼른 설명했다.

“저 납치당한 게 아니에요. 우리는…….”

하윤은 귀찮은 듯 옆에 서 있는 도준을 힐끗 보더니 눈을 내리 깔며 말을 이었다.

“우리는 부부예요. 저 사람 제 남편입니다.”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담배를 물고 있던 도준은 똑똑히 들어 버렸다.

이윽고 도준은 희뿌연 연기를 내뱉으며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하, 그래도 내가 남현이라는 건 인정하네. 많이 발전했네.’

상황 설명을 마친 하윤은 반신반의한 이장을 집으로 돌려보내고는 몸을 돌렸다. 그랬더니 도준의 발 밑에는 그새 담배 꽁초가 몇 개 더 생겨났다.

하윤이 돌아오자 도준은 눈빛으로 자기 앞을 가리켰다.

“이리 와.”

문 앞에서 2초간 머뭇거린 하윤은 천천히 도준에게 다가가 한참을 고민하는가 싶더니 도준의 무릎 위에 앉아 버렸다.

도준의 의외라는 듯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불어볼 거 없어?”

이에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하윤은 끝내 용기를 내어 도준을 바라봤다.

“도준 씨는 주림 선배 해치지 않아요.”

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물어보는 거야? 서술하는 거야?”

“서술이요.”

하윤은 천천히 도준의 목을 끌어안으며 그의 어깨에 머리를 댔다.

“저 도준 씨 믿어요. 어떠한 상황에서든 저를 해칠 리 없으니까.”

“…….”

고요한 산 속에서 아무런 대화도 오가지 않자 주위의 모든 게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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