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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8화 함정으로 유인하다

가벼운 마음의 민도준과 달리 권하윤은 걱정이 가득했다.

해원을 떠난 이후로 줄곧 알 수 없는 힘에 끌려 다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해서부터 오나영이라는 실마리로 엄석규의 범죄를 밝혀내고 또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한 뒤 살인 사건에 연루되기까지 마치 누군가 미끼로 자기를 유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함정에 빠지지 않는 이상 그런 계략을 세운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현실이 답답했다.

길게 뻗은 길의 끝자락과 이어진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는 걸 봐서는 당장 비가 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공기 속의 습한 열기가 가슴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호흡마저 가빠졌고 내뱉는 숨결마저 끈적끈적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윤은 심호흡을 몇 번 한 뒤에야 끝내 자기 목소리를 되찾았다.

“우리 지금 어디 가요?”

“지난 번에 강원에서 제대로 못 놀았잖아. 이번에 제대로 놀러 가는 게 어때?”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말하는 도준을 보자 하윤은 마음이 조급해 났다.

“제가 지금 놀러 갈 기분이겠어요? 차라리 저 내버려 두고 혼자 경성 돌아가요. 저는 해원으로 돌아갈 테니까. 사람은 제가 죽인 것도 아닌데 그 사람들이 저를 어떻게 하겠어요?”

“끼이익.”

갑자기 방향을 튼 차 때문에 하윤은 하마터면 차 밖으로 내동댕이 칠 뻔했다.

이윽고 차가 멈춰 서자 하윤은 도준의 짜증 가득한 눈과 마주했다.

“내가 너무 오냐오냐 해줘서 이제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거야? 돌아가자는 한 마디에 돌아갈 거면 요 며칠 동안 내가 왜 고생했겠어? 아예 여기서 죽는 게 해원으로 돌아가는 것보다는 덜 번거롭지 않겠어?”

하윤은 도준의 무서운 모습에 놀라 입을 뻐끔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하윤도 공아름이 떠나기 전의 눈빛 때문에 자극을 받았다.

공아름은 도준을 위해 모든 것을 내걸 수 있는데 자기는 그저 도준에게 짐만 되니까.

하윤은 도준이 자기 때문에 위험한 일에 휘말리는 게 누구보다 싫었다. 자기 때문에 도준이 다치는 것도 싫었다.

만약 하윤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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