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61화 다시 시작하다

권하윤은 민도준의 말이 믿기지 않아 순간 얼떨떨했다.

하윤이 전에 했던 일이라면…….

도준을 배신하고, 도준에게 독을 타고, 또 심한 말로 도준을 상처 준 것까지…….

스스로 돌이켜 봐도 용서받지 못할 일투성이다.

상대가 도준이 아니라 평범한 남자라도 이런 일을 한 사람은 절대 용서하지 못했을 텐데.

생각할수록 하윤은 눈시울이 시큰거려 저절로 고개를 떨군 채 중얼거렸다.

“그런데 전에 제가…….”

“착하지,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해.”

“…….”

짤막한 몇 글자로 하윤은 순간 엉엉 울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물론 도준이 지금껏 하윤의 말을 들어주고 하윤이 하자는 대로 했지만 그간 하윤이 했던 거짓말들은 항상 그림자처럼 곁을 따라다녔다.

그런 느낌은 마치 실수로 상대에게 칼자국을 남겨 상대가 용서해줬지만 남아 있는 흉터가 계속 잘못을 깨우쳐 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오래된 흉터와 치유되지 않은 상처는 이 순간 새살이 돋아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건 용서를 받았기에 느낄 수 있는 홀가분한 마음이고 두 사람의 새출발을 의미하기도 한다.

애써 참고 있던 눈물이 끝내 뚝뚝 떨어져 도준의 손에서 흩어졌다.

“그런데 그러면 도준 씨가 너무 억울하잖아요.”

흐느끼며 내뱉은 하윤의 말에 도준은 피식 웃으며 하윤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남자인 내가 어린 여자한테 그깟 일로 시비라도 걸까 봐 그래?”

이 시각 하윤은 도준의 농담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손을 뻗어 도준을 끌어안을 뿐.

“역시 도준 씨밖에 없어요.”

도준은 미세하게 떨리는 하윤의 등을 쓸어주며 위로했다.

아직도 한창 울어야 할 줄 알았더니, 하윤은 몇 분도 안 되어 바로 고개를 쳐들며 물기 머금은 눈동자로 도준을 바라봤다.

“저 샤워하고 싶어요.”

“샤워하는 것도 나한테 보고해?”

도준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이에 하윤이 아랫입술을 깨물며 야릇한 눈빛을 보냈다.

“도준 씨랑 같이 씻고 싶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도준은 혀를 입안에서 굴리며 하윤의 등을 누르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정말이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