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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0화 지난 일은 없었던 일로 하다

‘주림 선배한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왜 상대가 계속 주림 선배를 괴롭히는 거지?’

아마 이 모든 건 그 전화를 해봐야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전화 번호의 존재를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권하윤은 고개를 숙이고 고분고분 대답했다.

“알았어요.”

그때 민도준이 하윤의 턱을 들어 올리며 손가락으로 하윤의 입술을 문질렀다.

“알면 됐어. 내일 내가 가면 여기 꼼짝 말고 있어. 어디 다른데로 새지 말고.”

“간다고요? 어디 가요?”

도준은 창백한 하윤의 입술이 빨갛게 변할 정도로 문지르고 나서야 만족한 듯 손을 뗐다.

“우리 겁쟁이가 저질러 놓은 일을 처리해야지.”

그제야 하윤은 도준이 말하는 게 해원 쪽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도준의 손을 덥석 잡았다.

“안 돼요. 공아름이 말했잖아요. 지금 도준 씨도 도주범이라고. 도준 씨가 돌아가면 위험해요!”

“위험하다고? 오히려 재밌네.”

도준은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그 곳은 해원이에요!”

아무리 강한 사람도 지방 조무래기를 당하지는 못하는데, 도준이 경성에서 얼마나 강할지 몰라도 해원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도준은 하윤이 자기를 걱정하는 모습이 꽤 마음에 들었는지 하윤을 끌어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

“됐어. 이렇게 쓸데없는 일 생각할 시간에 제대로 된 걸 생각하는 게 어때?”

도준은 저를 밀어내려고 애쓰는 하윤의 손가락을 입가에 대고 살짝 깨물더니 말을 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해원에 가 있는 며칠 동안 하고 싶으면 어떡할지라던가…….”

“좀 진지해져 봐요!”

하윤은 도준의 어깨를 꽉 잡아 도준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거리를 두고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도준은 그런 하윤이 마음대로 할 수 있게 고개를 소파에 기댄 채 날카로운 턱선과 볼록한 목젖을 훤히 드러냈다. 단단한 뼈가 살갗위로 뻗어 나올 것처럼 선명한 라인은 사람을 매료시켜 하윤은 저도 모르게 멍 때렸다.

“진지하라며? 왜 멍 때리고 있어?”

도준의 농담은 마치 하윤을 공제하는 듯했다. 하윤은 그런 도준의 말에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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