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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9화 아내를 데리고 도망치다

“응.”

짤막한 콧소리에 권하윤의 마음에는 큰 파도가 일었다.

이윽고 하윤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한테 말 안하는 건 제가 알면 위험할까 봐 그러는 거예요? 아니면 제가 무슨 반응을 할까 봐 그러는 거예요?”

민도준의 눈 밑에 순간 그늘이 졌다. 하지만 하윤이 그 원인을 읽어내려고 하려던 그때, 도준이 하윤의 머리를 꾹 눌렀다.

“쓸데없는 생각 그만 하고 내 말만 들어.”

하윤의 마음은 순간 커다란 돌덩이가 가라앉은 것처럼 무거웠다. 하지만 애써 미소를 유지해야 했다.

“제가 도준 씨한테 짐이 될까 봐 그러죠.”

도준은 피식 웃으며 소가락으로 하윤의 이마를 쿡쿡 찔렀다.

“짐이 아니라 쇠덩이라도 아령처럼 양쪽 손에 들고 있을 거야.”

하윤은 도준의 말에 피식 웃더니 마치 화가 난 것처럼 콧방귀를 뀌었다.

“뭐예요? 저 하나로는 모자라다는 거예요? 뭐가 두 개씩이나 필요해요?”

그 말에 도준은 하윤의 목덜미 아래로 손을 점점 내리며 주물러 댔다.

“여기 있잖아. 뭐 하러 찾아.”

“지,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입 다물어요!”

떠들썩한 소리는 방금의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주어 부슬부슬 내리는 가을비에 환희를 더해주었다.

하윤은 도준의 말에 담긴 의미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너무 힘들고 피곤해 모른 척했다.

게다가 더 이상 추측하고 싶지 않았다. 예전의 일들을 짚어보면 매번 답을 찾으려고 노력할 때마다 하윤의 일부분이 망가져 버렸으니 말이다.

도준이 이미 도피처를 만들어 줬다면 그 안에 숨어 있다가 사고가 발생할 그 날을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운전석에 앉은 도준을 보자 하윤은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시큰거렸다.

‘이제는 정말 도준 씨가 없으면 안 되겠네.’

……

강원은 두 사람이 묵었던 마을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지난 번에 묵었던 별장에 묵게 되었지만 이번에는 두 사람이 더 추가되었다.

그 중 한 명은 예전에 만난 적 있던 장욱이었고 다른 산 사람은 정장 차림에 반질반질 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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