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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7화 말이 씨가 되다

권하윤의 눈시울은 이미 붉게 물들었다.

“뭐라고요?”

우원준은 장욱을 흘끔 보더니 주먹을 입가에 대고 헛기침을 하며 말을 꺼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도준이가 가기 전에 이런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걱정할 거 없다고 말했어요.”

알 듯 말 듯한 몇 마디로 하윤이 받은 충격이 가셔지는 건 불가능 했다. 오히려 기회를 잡은 하윤이 따져 물었다.

“언제 말했나요? 정확히 어떻게 마했죠? 위험한 상황이 있을 거라는 걸 말했다는 거예요? 아니면 행방불명이 될 수 있다는 걸 말했다는 거예요?”

잇따른 질문에 원준은 머리가 어지러워 바로 질문을 장욱에게 토스했다.

“물어 보잖아!”

뜬금없이 자기한테 던져진 질문에 놀란 장욱은 하마터면 옆에 있는 기둥을 씹어버릴 뻔했다.

하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말을 반복했다.

“아, 네 맞아요. 행방불명이 될 거라고 말했어요.”

말을 시작하니 그 다음은 쉬웠는지 술술 이어나갔다.

“민 사장님은 이 모든 걸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창백한 낯빛을 한 하윤은 무표정한 얼굴로 장욱을 바라봤다.

“거짓말. 진짜 그렇다면 일주일 뒤에 돌아올 거라고 저한테 약속하지 않았을 거예요. 상황이 다르게 흘러갔다고 해도 미리 언질이라도 줬을 거고. 이렇게 아무런 말도 없이 증발해 버린 건 갑자기 사고가 벌어졌다는 뜻이잖아요!”

하윤의 목소리는 점차 날카로워졌다.

장욱도 그런 기세에 눌렸는지 질문을 또 원준에게 넘겼다.

“보스, 물어보잖아요.”

대충 속이려던 작전이 먹히지 않자 원준도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대꾸했다.

“저한테 그렇게 물어보면 저는 누구한테 물어봅니까? 도준이 그 자식이 대체 뭐 하느라 자기 몸뚱어리마저 그렇게 폭파시켜 버렸는지 알게 뭐예요. X발, 배도 벌써 열 몇 척이나 빌려서 건져내고 있는데도 못 건져냈어요. 젠장.”

“…….”

욕지거리를 내뱉고 난 뒤, 원준은 방안의 온도가 순간 내려갔다는 걸 느꼈다.

뼈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침대를 후벼 파던 하윤의 눈은 점점 공허해졌고 심지어 눈물마저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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