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거실, 일렁거리는 캔들 불빛이 한데 뒤섞여 있는 남녀를 희미하게 비추고 캔들의 아로마 향과 남녀의 밤꽃 냄새가 한데 섞여 야릇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남자의 큰 덩치에 가려진 여자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드리웠고 남자가 몸을 파고들 때 잇새로 나지막한 신음이 흘러나왔다.그러던 그때, 남자는 순간 멈칫했다. “처음이야?”그리고 그 나지막한 한 마디는 권하윤을 아픔 속에서 끄집어냈다. 하지만 곧이어 무한한 두려움이 아픔을 대신했다. 익숙한 듯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를 끝없는 나락으로 끌어내렸다.자기를 범하고 있는 남자가 약혼한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의 형이었다. 사람들마다 기피하며 두려워하는 존재, 민도준.거대한 공포가 그녀를 순간 잠식했다. 몸이 굳어진 채 알코올에 마비된 머리로 이 일의 시작을 더듬어봤다.아침에 분명 민승현과 약혼식을 올리고 지금쯤 첫날밤을 맞이해야 했는데…….분위기를 잡고 있던 그때, 민승현이 사촌 여동생의 전화를 받고 나가버렸다.심지어 그를 붙잡으려는 그녀에게 그렇게 굶주렸냐며 모욕을 하고 말이다.혼자 남은 방에서 와인 한 병을 때려 마시고 정신이 혼미해질 즈음 민승현이 다시 돌아온 기억이 난다.하지만 나가기 전과는 달리 유독 끈질기고 집요했다. 바로 소파에서 그녀를 밀쳐 눕히더니 이 행위가 시작됐다.또렷한 기억이 권하윤의 뇌를 비집고 들어왔고 점차 돌아오는 이성에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당, 당신…….”여자를 두 팔로 가두고 있던 남자가 입꼬리를 씩 올렸다. 깊은 아이홀, 날카로운 눈매, 높은 코,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얇은 입술. 누가 봐도 신의 완벽한 작품이다. 하지만 입술이 살짝 열리더니 그 사이로 약간 장난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왜 그래? 예비 제수씨?”호칭을 듣는 순간 권하윤의 피가 거꾸로 솟았다. 있는 힘껏 남자를 밀치고 맨발로 침대에서 도망치더니 남자를 가리키며 입술을 떨었다.“당, 당신이 왜…….”민도준은 느긋하게 일어서더니 담배 하나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깊게 들이마셨다 내
최신 업데이트 : 2023-06-2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