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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3화 지겨워 죽겠어

문이 닫혔다.

고개를 돌려 텅 빈 별장을 보자 권하윤의 마음도 덩달아 허전했다.

결국 혼자서 꾸물거리며 어수선한 부엌을 정리하며 방금 전의 흔적을 지워야만 했다.

냉동실에 보관되어 있는 만두를 보자 하윤의 마음은 더 다운되었다.

하지만 민도준이 이렇게 갑자기 떠난 것도 이유가 있을 거다. 그 이유는 아마 하윤이 벌인 일과 관련이 있을 거고.

때문에 도준을 탓할 수 없었다.

쓸쓸히 계단을 올라 방 침대에 누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전화벨이 울렸다.

‘응?’

소리를 따라 확인해 보니 유선전화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하윤은 번호를 슬쩍 확인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하윤은 손가락으로 전화선을 칭칭 감았다.

“제가 도준 씨를 위해 힘들게 만두 빚었는데 먹지도 않고 가버렸잖아요.”

“주식을 먹었으니 반찬은 안 먹어도 괜찮아.”

“…….”

주식이라 불린 하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하지만 뭐라 반박하기도 전에 전화 건너편에서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떠나는 거예요?”

“응. 내가 떠나 있는 동안 되도록이면 밖에 나가지 마. 어디 갈 거면 장욱한테 같이 가달라고 하고. 말 잘 들어, 걱정하게 하지 말고, 알았지?”

도준의 당부에 하윤의 마음 한 켠은 달콤해졌다. 하지만 결국은 ‘알았어요’라는 한 마디로 목까지 차 올랐던 수많은 말을 대신했다.

“참, 주림 선배와 주민수 할아버지도 강원에 있어요? 걱정이 돼서 보고 싶어요.”

“지금 안전한데 굳이 가보겠다면 안전은 장담 못해.”

“네.”

기어들어간 목소리만 들어도 하윤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어둠 속, 도준은 전용기 옆에 서 있는 우원준을 향해 고개를 까딱거리며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됐어. 기운 차려. 못 보게 하는 것도 아니잖아. 내가 돌아가면 같이 보러 가자.”

“정말요? 역시 도준 씨밖에 없어요.”

전화 건너편에서 들리는 쪽 하는 소리에 도준은 또 몇 마디 농담을 더했다. 그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원준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헤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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