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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4화 속임수

전화를 끊은 뒤 권하윤은 유선전화를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가 손바닥에 꼭 쥐고 있던 작은 천 조각을 보며 고뇌에 잠겼다.

민도준이 너무 급히 떠나는 바람에 하윤은 그에게 솔직히 고백할 타이밍도 놓치고 말았다.

솔직히 이 기회에 천 조각에 적힌 번호로 전화하고 싶었지만 이대로 전화한다면 또 도준을 속인 일이 하나 늘어나는 것이 된다.

‘그동안 도준 씨를 믿지 못해 다른 사람의 입에서 진실을 들으려고 한 건데.’

하윤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끝내 천 조각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아니야. 일주일 뒤면 도준 씨가 나랑 같이 주민수 할아버지 찾으러 간다고 했는데 이러면 안 돼.’

떳떳하게 진실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두고 뒤에서 도준 몰래 일을 꾸미고 싶지 않았다.

‘고작 일주일인데 그 정도 기다리는 건 아무 일도 아니야.’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하윤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그러다가 심심한 나머지 또 레시피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도준이 돌아오면 직접 요리를 해주고 싶어서였다.

도준이 좋아하는 음식 몇 가지를 떠올리며 내일 장 볼 채소를 정리한 뒤 하윤은 단잠을 청했다.

다음날.

씻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보니 소파에는 사람 한 명이 앉아 있었다.

“어…….”

하품하고 있던 장욱은 하윤을 보자 침을 꼴깍 삼켜 참고는 손가락 두개를 이마 앞으로 들어 올리며 멋쩍게 인사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그 모습을 보자 하윤은 순간 느끼한 음식을 먹은 것처럼 속이 불편했다.

“어, 여긴 어떻게?”

“저 오늘부터 하윤 씨의 경호원이자 보모이자 친구이니 하고 싶으면 말씀하세요.”

장욱은 윙크를 하며 대답했다.

그러더니 또 다시 윙크를 한번 날리더니 말을 보탰다.

“저는 하윤 씨 결정에 따를게요.”

그런 장욱을 보고 있자니 하윤은 왠지 모르게 한민혁이 보고싶어졌다.

하지만 하윤은 티를 내지 않고 장욱과 함께 슈퍼로 향했다.

물론 운전하는 동안에도 장욱의 입은 쉴 틈이 없었다. 하윤은 맨 처음 예의상 웃으며 대꾸하던 데로부터 어느새 미소가 점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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