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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3화 수수께끼 같은 여자

잇따른 계획은 순조로웠다. 고은지는 권하윤을 데리고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은 뒤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공은채 씨 생일이면 새명 12시부터 5시 사이 장의사를 불러 제사상을 준비하거든요. 이 사람들은 모두 제가 밖에서 모셔온 분들이니 이따가 이분들 나가실 때 같이 나가요.”

5시까지 20분도 채 남지 않은 시각.

하윤은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검은 옷차림의 일행을 바라보며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어쩐지 고은지가 걱정되었다.

“그런데 은지 씨가 저 풀어주면 벌받지 않나요?”

“아주 비참할 거예요.”

“!”

고은지는 벼락이라도 맞은 듯한 하윤의 표정을 보자 도준이 왜 하윤을 놀리기 좋아하는 지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확실히 재밌으니까.

하윤의 얼굴에 자괴감이 더해지자 고은지는 처음으로 긴 말을 늘어놓았다.

“마침 공태준 씨랑 함께 벌받을 수 있어서 괜찮아요. 공태준 씨가 하고 싶었던 일을 대신해줬으니 저한테 고마워할 테고. 제가 공태준 씨랑 결혼할 수 있을지는 윤이 씨가 도와줄 수 있지만 그 혼인 관계를 2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는 저한테 달렸잖아요.”

그 말을 들은 하윤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그래요, 그럼 조심해요.”

고은지가 떠나기 전 하윤은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끝내 물었다.

“공태준이 정말 벌을 받나요? 공씨 가문 가주잖아요.”

고은지는 고개를 들어 구름에 가려진 태양을 보며 조소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가주가 뭐라고. 공씨 가문이라는 새장 속에서 누구도 사람 답게 살 수 없어요.”

“…….”

고은지가 떠나는 걸 눈으로 배웅하던 하윤은 점점 어둠 속에 사라지는 고은지의 모습이 더움에 삼켜지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참 수수께끼 같은 여자야…….’

“이봐요, 저희 갈 시간이에요.”

정신을 차리자 리더로 보이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길에서 간단한 대화를 나눈 덕에 하윤은 리더를 다들 매화 언니라고 부른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제사에 신경을 쓰는 집안이라면 보통 제사 당일 혹은 정월 대보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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