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95화 짜증 내기도 귀찮아

“꿈 꾸는 거야?”

민도준의 코웃음 섞인 말투는 권하윤의 환상을 깨버렸다. 이에 하윤은 입을 삐죽거렸지만 그렇다고 도준에게 화를 낼 수 없어 울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럼 조금이라도 풀렸어요?”

“화가 풀렸냐고? 하윤 씨가 외국놈이랑 시시덕거리는 걸 보고 화를 풀까? 아니면 죽상이 된 꼴을 봐서 화를 풀까?”

하윤은 도준의 말에 잠시 어리둥절해졌다.

‘외국놈? 크흠…….’

“설마 던 씨 말하는 거예요? 그럴 리가요! 어찌나 깔끔 떠는지 손에서 땀이 나 바지에 닦았다고 소독해주고 불쾌함을 내비치는 인간이랑 제가 뭐가 있을 리가 있겠어요?”

도준은 하윤의 말에 비추어 잠깐 생각한 끝에 어찌된 영문인지 단번에 파악했다.

‘한민혁 이 등신 같은 게, 말을 전하려면 제대로 전했어야지.’

하윤의 말에 도준은 손에서 주물러 이미 납작해진 담배를 던져버리고는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음? 아쉬워하는 말투네. 뭐 던이 마음에 들어 하면 어떻게 해볼 생각이었나 봐?”

자기의 말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걸 알아차린 하윤은 이내 말투를 한껏 누그러트리고 충심을 표했다.

“그럴 리가요. 제 마음 속에는 도준 씨뿐이에요. 도준 씨가 매일 저 무시해서 속상한데 다른 생각할 겨를이 있겠어요? 매일 보내는 문자에 답도 하지 않고. 저 잊은 건 아니죠? 왜 계속 무시해요?”

“내 탓이다?”

도준이 콧방귀를 뀌자 하윤은 제 발 저려 얼른 대답했다.

“아니요. 제 탓이죠.”

이윽고 도준의 태도가 약간 느슨해진 걸 발견하고는 은근슬쩍 말했.

“도준 씨, 혹시 저 걱정돼서 전화했어요?”

하윤이 은근히 내비치는 즐거움을 도준이 모를 리는 없었다.

하윤이 제일 잘하는 게 은근히 기어오른다는 걸 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조금만 잘해주면 더한 것을 요구해 아주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타려 한다는 걸.

한편 대답을 듣지 못한 하윤은 또다시 풀이 죽었다.

“공씨 가문에서도 안 놔주고 도준 씨도 저 무시하는데 그냥 이대로 죽기를 기다리죠 뭐.”

도준은 하윤을 가볍게 무시하려고 했지만 하윤은 제멋에 연기하더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