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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7화 지난 일은 퉁 쳐

저녁 식사 시간이 되자 누군가 음식을 배달해 왔다.

하지만 음식에 문제가 있는지 확인도 안 된 데다 입맛도 없는 터라 하윤은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그저 의기수침해서 정원에 앉아 있었다.

‘이대로 도준 씨가 와서 구해 주길 기다려야 하나?’

해가 지자 낮에는 울긋불긋, 푸릇푸릇하던 꽃과 나무는 그저 칙칙하게 그림자를 바닥에 드리울 뿐이었다.

‘이렇게 큰 정원에 왜 가로등도 없어?’

으스스한 밤바람이 불자 나뭇가지들이 흔들거렸다.

하윤은 발에 난 닭살을 비비며 고개를 돌려 2층짜리 집을 바라봤다가 주위를 둘러봤다.

‘이 집은 참 아무리 봐도 너무 무서워.’

그러던 그때, 어둠 속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오더니 다음 순간 정원 문 앞에 그림자 하나가 움직였다.

하윤은 머리가 곤두섰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설, 설마 귀신?’

그림자의 끝에 흰 원피스를 입은 채 흔들림 없는 눈으로 하윤을 바라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저 사람은…….’

“고은지 씨?”

오랜만에 보는 낯익은 얼굴에 하윤은 말 못할 감정이 밀려왔다.

“은지 씨가 어떻게 여기 있어요?”

“공태준 씨 덕분이죠.”

고은지의 대답은 군더더기 없이 간단했다.

하윤은 그제야 태준이 전에 고은지더러 공은채를 대체하여 공씨 집안 둘째 아가씨가 되게 하겠다던 말이 생각났다.

그때 태준은 그렇게 되면 누구도 하윤네 가족이 공은채를 해친 걸 탓하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

하지만 그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조금 이상했다.

‘그 누가 대체 누구지?’

‘고은지 씨가 지금 여기 나타난 건 무엇 때문이고?’

하윤은 고은지를 바라보며 의아한 듯 물었다.

“저는 왜 찾아왔어요?”

고은지는 안을 가리키며 안에 들어가 말하자는 듯한 암시를 했다.

이 건물은 밖에서 보면 귀신의 집처럼 보이는데 안에 들어오니 그런 느낌이 더 심해졌다.

건물 안 곳곳에 고택의 모습이 보였고 특히 붉은 벽은 마치 아래로 흐르는 피 같았다.

이에 하윤은 매우 밝은 곳을 찾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거예요?”

고은지는 하윤을 빤히 바라봤다.

“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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