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을 듣자 하니, 그 유명한 강씨 집안 후계자가 시골 촌뜨기를 아내로 맞았다던데? 수많은 명문가의 아가씨들이 송성연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남장을 한 그녀가 아가씨들의 혼을 죄다 빼놓을 줄! 비서:“보스, 마님께서 또 천억을 벌어들이셨습니다. 오늘 저녁 아가씨들과 클럽에서 축하파티를 하기로 해 집에 못 오신답니다.” 강무진:“…….” 운전기사:“사장님, 사모님께서 아가씨들과 스파에 가신답니다. 온천욕을 하신다고…….” 강무진:“…….” 집사:“도련님, 아씨께서 세계를 구하러 중동으로 가신답니다. 아침에 이미 짐을 꾸려 떠나셨습니다.” 마침내, 폭발한 강무진은 송성연을 붙잡아왔다. “세계를 구하기 전에 강씨 가문부터 구하는 게 어때? 우리 강씨 가문의 대가 끊기게 생겼단 말이야!”
View MoreWS그룹 회장실.손건호가 제출한 보고서의 수치를 보다가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소태경이 2주 동안 재무 보고를 하지 않았는데, 너도 알아차리지 못한 거야?”손건호는 부끄러워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죄송합니다, 보스. 제가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지금 바로 보고하도록 재촉하겠습니다.”이전에 하던 대로라면 각 지역의 책임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재무 상태와 실적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다. 유럽 지역의 책임자인 소태경이 이미 2주 연속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이 역시 손건호는 알아차리지 못했다.손건호는 당연히 자신의 잘못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책임을 미루지 않고 바로 소태경에게 재촉하려고 했다.그런데 뜻밖에도 무진의 안색이 누그러지면서 손사래를 쳤다.“됐어! 소태경이 왜 보고서를 내지 않았는지 알고 있으니까, 이번 일은 없던 일로 간주해. 소태경이 곧 다시 보고하면 그때 자세히 대조하면 돼!”손건호는 갑자기 어리둥절해졌다. ‘보스가 갑자기 내 업무에서 표본검사를 하더니, 왜 잘못을 발견하고도 시정하지 못하게 하는 거지?’손건호의 표정을 본 무진이 결국 그 이유를 직접 얘기했다.“소태경이 고의로 그런 거니까 책임이 너한테 있는 게 아니야! 됐어, 내가 말한 대로 해. 그리고 적호의 종적은 지금까지 찾지 못했어?”“알아냈습니다. 유럽에서 경찰에 잡혔다고 합니다. 더 이상 적호의 위협은 없을 겁니다!”손건호는 조심스럽게 대답하면서,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왜 소태경이 규정을 어겼는지 생각하고 있었다.사실 소태경이 규정을 어기고 자금을 유용했다는 사실은 진상철이 무진에게 알려준 것이다.‘이렇게 노골적으로 그룹의 자금을 유용하다니! 유럽지역 본부장 자리에 앉은 지 얼마나 됐다고!’지난번에 연계진이 여러 곳을 끌어들였을 때 소태경도 관계가 있었지만, 나중에 자신이 직접 해명했기에 무진도 그 말을 믿었다.‘내가 또 사람을 잘못 본 모양이야!” 무진은 속으로 탄식했다.그러나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소태경이 조용히
이씨 가문의 저택. 화가 난 이상효가 찻잔을 집어 던져서 박살이 나게 만들었다.티테이블 위에는 파산한 연운그룹의 회계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이 티테이블과 연운그룹 빌딩의 임대 보증금을 제외하면, 연운그룹에는 사실상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남은 자산은 은행의 대출금을 갚기도 부족했다. 이것들은 이상효가 필사적으로 확보한 것이다.‘그래도 수억 원 밖에 안 돼.’‘지금 연계진은 체포되어 정식으로 조사를 받고 있으니, 경제적 갈등 외에 형사 책임도 지게 되겠지. 적어도 징역 15년 이상의 판결을 받게 될 거야.’‘유럽으로 보낸 화물들은 모두 물거품이 된 거나 마찬가지야.’‘화물의 원가만 해도 60억 원이 넘는데, 결국 이 수억 원만 돌려받을 수 있었어!’운성 전체에서 중간 정도에 불과한 이씨 가문이 이런 큰 손실을 보게 되자, 이상효는 그야말로 살을 베는 듯이 고통스러웠다.요 며칠 가문에서는 자신을 향해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기에, 이상효도 이 화물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안 되겠어. 유럽에 가서 그 진교철을 찾아야겠어! 그놈이 감히 내 물건을 꿀꺽하게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어!”분노가 좀 진정이 되자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소지연은 바닥이 엉망진창인 걸 봤지만, 끽소리도 하지 못한 채 묵묵히 청소만 계속했다.“당신이 그래도 예전에는 WS그룹 유럽 지역의 책임자였는데, 왜 이번에는 전혀 효과가 없었던 거야?”소지연의 배가 이미 불룩해졌지만, 이상효는 여전히 이상한 표정을 하고서 조롱했다.며칠 전만 해도 진교철과의 협력이 잘 되게 하라고 소지연에게 지시했던 사실을 완전히 잊어버린 듯했다.이상효를 바라보는 소지연의 눈빛에는 절망감이 가득했다. 만약 뱃속의 아이만 아니라면, 투신이라도 해서 삶을 마감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왜? 내가 한마디 했다고 이런 반응을 보여? 우리 가문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너도 편하게 지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 그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전혀 인정하지 않은 채, 이상효는 코웃음을
“할머니, 거의 석 달이에요!”성연이 사실대로 대답하자 할머니는 마치 몇 살이나 젊어진 것처럼 활짝 웃었다.“얼른, 얼른 똑바로 앉아야지! 어쩐지 차를 마실 수 없다더니. 그건 당연해. 확실히 차에는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어서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니까 말이야.”말이 끝나자 무진을 힐끗 쳐다본 할머니는, 성연의 손을 잡고서 얼른 성연이가 앉게 일어나라고 무진에게 손짓했다.무진은 즐거운 표정으로 얌전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마침 내가 오늘 아침에 닭 한 마리를 샀어. 원래 할머니 드시게 하려고 샀는데, 정말 잘 됐구나. 내가 바로 성연이가 먹기에 적합하게 만들어 줄게.”강운경의 반응도 빨랐다. 차도 타지 않고서 곧바로 주방으로 달려갔다.“고모, 괜찮아요. 할머니가 드시면 돼요! 음식으로 몸을 보양하는 건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성연이 소리쳤다.그러나 할머니가 바로 반박했다.“내가 뭐가 중요해! 네가 몸을 보양하는 게 중요한 거지. 내 이 보배 증손주들이 바로 영양이 필요할 때야!”할머니는 기뻐서 온몸에 힘이 나는 것처럼 다시 말했다.“성연아, 네가 의술을 안다는 것도 알지만, 이 태아를 돌보는 경험이 나보다 많지는 않잖아. 예전에 내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돌봤는데.” “무진이도 내가 이렇게 돌봤어. 태어났을 때는 거의 4kg이나 나갔어. 얼마나 건강하고 활발한지 건물이 다 울릴 정도로 울었단다!”“그래요? 무진 씨가 그렇게 잘 울었어요?” 성연은 눈썹을 치켜 뜨면서 무진을 보았다.할머니가 또 회상하기 시작하자 무진은 좀 난처했다. 회상할 때마다 매번 자신의 어린 시절 우울했던 일들을 꺼내기 때문이다.“애기니까 당연히 힘있게 우는 거지 뭐. 뭐 아무것도 아니야! 왜 날 그렇게 보는데?” 무진이 입을 삐죽거리며 성연에게 대답했다.“울 수 있지! 그리고 하루에 몇 끼나 먹고 게다가 바지에 자주 오줌을 싸서 정말 걱정이 됐어!”“할머니, 차를 좀 드시면서 목을 축이세요. 제 얘기 말고 증손자 얘기를 하셔야죠!”무진이 얼른 할머니
무진은 의심하는 마음을 숨긴 채 예민주의 방을 쳐다보았다. ‘아내가 마신 약이 도대체 뭔지 모르겠어.’하지만 아내의 상태에 부적당한 부분이 없어서 그나마 좀 안심이 되었다.“가요! 빨리 본가로 돌아가서, 할머니와 고모에게 좋은 소식을 전해야지요! 할머니가 얼마나 기뻐하실 지 모르겠어요!”성연은 앞서 할머니가 아이를 낳으라고 재촉하지 않았다는 걸 떠올렸다.‘지금 내가 정말 임신한 데다가 쌍둥이야. 할머니는 너무 기뻐서 그저 입만 벌리실지도 몰라.’“그래, 내가 운전할게.”대답하고 아래층으로 내려간 무진이 서한기의 곁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당부했다.“잘 들어. 반드시 전력을 다해서 예민주를 주시하고, 모든 행적을 기록해야 해!”서한기의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보스, 알겠습니다!”무진은 뒷좌석에 있는 아내가 편안하도록 벤틀리를 천천히 몰았다. 임신을 했기 때문에 큰 진동은 위험하기 때문이다.30분도 안 되어 벤틀리는 본가에 도착했다.건성으로 차에서 내린 성연이 쏜살같이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뛰지 마! 조심해야지!” 무진이 뒤에서 신신당부했다.저택 거실에서 강운경이 안금여에게 차를 우리고 있었다. 성연을 본 두 사람의 얼굴에는 활짝 미소가 피었다.“성연이가 왔구나! 어쩐지 아주 즐거워 보이는데? 무슨 기쁜 일이 있니?” 강운경이 물었다.할머니가 손짓해서 성연을 옆에 앉게 했다.“정말 잘 왔어. 올해 막 출시된 철관음인데, 가장 빨리 나오는 여름차이기도 해. 앉아서 차 맛을 감상하자꾸나!”성연이 생긋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할머니, 저 이제 차는 못 마셔요.”“못 마실 게 뭐 있어? 어디 아프니? 위장이 안 좋아?” 할머니는 진심이 담긴 관심을 보였다.이때 걸어 들어온 무진의 온몸에 즐거운 기운이 가득 배어 있었다.“귀염둥이 우리 손자도 왔구나. 와서 차를 마셔. 그 일곱 임원들의 일을 네가 해결한 덕분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틀림없이 또 끊임없이 걱정했을 거야!” 할머니가 중얼거렸다.무진이 바로 자
그래함과 유채연이 떠난 뒤 무진은 집으로 돌아왔다.마침 성연과 예민주도 함께 돌아왔다. 성연은 신이 난 모습으로 진료 결과를 무진에게 알려주었다.“의사가 아무 문제도 없다고 했어요. 전에 일이 너무 많아서 할머님과 고모님에게 말할 겨를도 없었어요. 그래서 오늘 밤, 본가로 돌아가서 말씀드려야겠어요!”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힐끗 예민주를 보았다.예민주는 눈치채지 못한 채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푸른 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싸늘한 기운이 번뜩였다.“사매, 저녁에 나하고 무진 씨가 본가에 가야 해서 저녁은 같이 못 먹겠어. 혼자 괜찮겠지?” 성연이 예민주를 바라보며 물었다.예민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마음을 숨겨야 했다.“괜찮아요. 언니, 무진 오빠,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저는 이제 익숙해졌어요. 게다가 빌라 사람들의 태도도 정말 좋아서 문제는 전혀 없어요!”말이 끝나자 예민주는 손목시계를 한번 보았다. 또 성연에게 약을 먹일 시간이 된 것이다.한 번만 더 약을 먹이면 프로방스 여행에 대한 성연의 이 기억은 완전히 굳어질 것이다. 거짓 기억을 영원히 갖게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약을 세 번 먹으면 한 번의 고정된 기억을 변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예민주의 기억 통제법이다.이런 방식으로 예민주는 심지어 자신을 받아줬던 아버지의 오랜 친구를 통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아버지의 친구는 예민주에 의해 기억이 수정되었다. 분명히 한 번 술에 취했을 뿐인데 예민주를 강X한 기억이 심어졌고, 아버지 친구는 결국 자살하고 말았다!이렇게 한 것은 전적으로 예민주가 자신의 과거의 모든 흔적을 지워야 했기 때문이다. 아버지 친구를 제거한 뒤, 예민주가 방대한 재산과 신비한 팀을 물려 받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알지 못했다.예민주는 마음이 좀 조급해졌다. ‘곧 송성연은 강무진과 함께 강씨 가문 본가로 가야 해. 제때에 약을 먹이지 않으면 기억이 느슨해지면서 진정한 기억과 거짓된 기억이 끊임없이 충돌하게 돼.’그
“예민주라...”애써 기억을 더듬던 그래함은 결국 고개를 저었다.“그런 이름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왜 그래요?”“성연이가 이번에 나갔다가 돌아올 때, 자신의 사매라는 예민주를 데려왔어요. 그리고 7명의 임원들이 감쪽같이 실종됐던 일은 이 예민주와 관계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쩌면 예민주가, 그 7명의 임원들이 말하는 그 신비한 조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무진이 시원스럽게 설명했다. 처음에는 무진도 정 이사 등이 말한 것처럼 실혼전의 캐서린일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이리저리 생각해 봐도 캐서린에게는 그럴 동기가 없었다. ‘설사 진교철이라면, 만약 이런 기회가 있다면 7명의 임원들을 더더욱 국내로 돌아오지 못하게 했을 거야. 그들을 모두 가둬둬야 비로소 WS그룹에 진정한 피해를 줄 수 있으니까.’유채연은 여전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결국 최근에 발생했던 이런 일들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래함은 WS그룹의 그 어떤 움직임도 국제 뉴스에서 보도가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7명의 임원들이 무진에게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지금 예민주가 강 대표 집에 머무르고 있지요.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는 걸까요?” 그래함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아직 조사 중입니다. 그날 성연이가 전화를 하면서, 다른 일을 언급했는지 다시 한번 기억을 더듬어 보시겠습니까?”무진은 그래함이 정신을 집중해서 기억을 완전히 되살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래함의 눈빛에 집중했다.한참 뒤 그래함이 뭔가를 떠올렸다. “그때 어쩐지 성연이 심리 상태가 아주 당황스러웠고, 심지어 두려워한다는 느낌도 들었어요.”...무진의 마음은 더욱 어지러웠다.‘아내가 이번에 나가서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지? 그런데 무슨 중대한 사건을 겪고도 왜 돌아와서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걸까?’‘예민주가 아내를 대하는 눈빛은 늘 좀 어딘가 이상해. 그러나 아내는 예민주에 대해서 오히려 아주 사실적이야. 선배와 후배 사이
“태아의 상태는 아주 좋습니다. 책자에 적힌 대로 따라 하면 됩니다. 일상 생활에서 너무 조심하지만 말고 적당한 활동을 유지해야 합니다.” “자극적인 음료를 마시지 않는 걸 제외하면, 다른 건 주의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의사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당부하자, 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실제로 성연 자신도 의사지만, 처음 엄마가 되기에 자신도 모르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느낌으로 판단하지 말고 큰 병원에 가서 검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배를 어루만지며 행복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선 성연은, 아기의 심장 박동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언니, 검사는 다 했어요? 아무 문제없을 거예요!” 성연이 그렇게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자, 예민주의 마음은 정말 언짢았다.친절하게 묻는 듯이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문제없어, 아기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사매, 비록 우리 모두 의술을 배웠기에 출산이라는 것도 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내가 임신을 해 보니 정말 기묘한 느낌이야!”성연은 손바닥으로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진심으로 말했다. ‘이 아이가 바로 나와 무진 씨의 아이야!’“그래요. 그런데 지금은 언니처럼 그렇게 깊은 느낌은 모르겠어요. 앞으로 저도 임신하면 아마 이해할 수 있겠지요.” 예민주는 좀 귀찮아서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그럼 계속 국내에 머무르면, 분명히 자신에게 맞는 짝도 찾을 수 있을 거야. 만약 안 된다면, 내가 사매에게 소개를 시켜줄 수도 있어!”“그래요? 언니가 누구를 소개해 줄 건데요?”성연은 정말로 이 문제를 깊이 생각했다. ‘사매 예민주의 배우자가 될 수 있는 우수한 남자도 없지는 않겠지.’‘예를 들어 바이올린의 대가인 루카는 우아하고 신사적이야.’‘또 심우재도 분명히 그렇게 대단한 남자인데도, 하루 종일 돈만 벌면서 일생의 큰일인 결혼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이 사람들을 생각하다가,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또 그래함과 유채연을
커피숍에서 나온 무진은 WS그룹 본사 건물로 돌아갔다.곧 손건호가 여러 서류들을 가지고 대표 집무실로 올라왔다.“보스, 이건 연운그룹이 쓰러진 후, 우리가 인수한 여러 회사들과 프로젝트입니다. 모두 보스의 확인과 서명이 필요합니다!”무진은 머릿속에서 아직도 진상철이 언급했던 일을 깊이 생각하면서, 손에 펜을 들고 서명하기 시작했다.“보스, 안 보셔도 됩니까? 이 프로젝트들은 모두 저가로 인수한 것이지만, 혹시 어떤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됩니다!”비록 자신이 하나씩 살펴봤지만, 손건호는 항상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좀 부족했다.“필요 없어, 잘못되면 네가 짊어져!” 무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서명했다. 서명하는 동작이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러워서, 마치 휴머노이드 로봇처럼 보일 정도였다.무진의 생각은 전적으로 유럽 업무에 쏠려 있었다.‘진상철은 유럽 지역 책임자인 소태경이 어디에서 저가로 화물을 인수했는지 모르지만, 최근 다소 비정상적으로 이윤이 갑자기 높아졌다고 언급했지.’‘돈을 버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야. 그러나 갑자기 많은 돈을 벌었다면 분명히 뭔가 문제가 있을 거야.’반드시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 무진은, 잠시 생각하다가 목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현수 씨, 당신 도움이 필요한 게 있는데요...”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자, 목현수도 거절하지 않았다.“그럼 고마워요! 만약 샤넬 씨가 외국에서 아이를 낳는 게 여전히 걱정된다면, 국내로 오세요. 우리 집 쪽에 고급 산후조리원이 있어요.”항상 목현수에게 도와달라는 말만 하는 게 좀 미안해서, 무진도 목현수에게 제의했다.[제가 고민을 좀 했는데... 무진 씨도 막내 사매에 관한 걸 눈치챘겠지요!]목현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가라앉았다.“눈치챘습니다!”무진도 즉각적으로 대답했다. 이렇게 대답하면 목현수도 알 수 있을 것이기에.전화를 끊은 후, 무진은 서둘러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여보, 사매하고 함께 검사 받으러 병원에 왔어요. 지금 병원인데, 무슨 일이 있어요?]
“혜선아 그럴 필요 없어!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진씨 가문이 돌아와서 WS그룹과 계속 협력할 수 있다면, 이제 다른 사람들도 안심할 수 있을 거야!”이전에 할머니와 고모 모두 무진에게 진씨 가문이 왜 WS그룹을 배신했는지에 대해 투덜거렸다. 그때 무진은 너무 많이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진씨 가문은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두 사람을 달래기만 했다.결국, 그렇게 오래 동맹을 맺었기에 역시 정이 든 것이다. 진양산은 평소에도 노부인과 자주 어울렸다.“대표님,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제 여동생이 직면한 상황을 아셔야 합니다. 진교철 그놈이 자금을 착복해서 많은 프로젝트는 이미 전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표님, 먼저 자금을 잠시 빌릴 수 있겠습니까?”돈을 빌리는 일에 대해서 진상철은 반드시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입을 연다는 것은, 미래에 실수가 생긴다면 자신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얼마를 원해?” 살짝 웃는 무진의 모습은 도대체 거절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언제든지 OK하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진혜선은 가슴이 철렁했다. 오빠를 바라보면서 오빠가 WS그룹에서 이미 이렇게 여러 해 동안 공헌했으니, 무진이 오빠의 체면을 세워줄 거라고 생각했다.“2천억 원입니다! 너무 많은가요?” 진상철은 조심스럽게 액수를 말했다.다음 순간, 무진이 시원하게 웃으면서 말했다.“2천억 원? 정말 충분하겠어? 아버님이 최소한의 액수를 말한 모양인데 그럴 필요 없어! 내 개인 명의로 진씨 가문에 4천억 원을 빌려줄게!”무진이 이렇게 호탕하게 승낙하자, 놀라서 서로 마주보던 진상철과 진혜선의 눈빛에서는 곧 기쁜 기색이 드러났다.“그럼 대표님, 정말 감사합니다!”“무진아, 정말 고마워. 이렇게 내가 받은 자금이 충분하니까, 더 확실하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겠어!”진상철은 정말 하루 만에 두 가지 큰일을 이렇게 쉽게 마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진혜선의 마음속은 오히려 다른
해가 기울어지며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고개를 숙인 황금 빛 논자락이 오랜 역사를 품은 이 시골 마을에 색채감을 더하고 있다.마침 하교 시간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길을 따라 늘어선 교복 차림의 아이들로 소란스러웠다.책가방을 손에 든 송성연이 아이들 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다소 나른한 듯한 표정에 몸을 더 작아 보이게 하는 헐거운 교복, 개성을 드러내는 길이가 다른 바지자락. 개구장이처럼 묶은 포니테일의 머리가 발걸음에 따라 흔들거리며,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얼굴이 더욱 시선을 끌게 한다.길가 느티나무 아래 앉아 더위를 식히던 할아버지가 성연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성연이 학교 다녀오는 거냐?”“네. 학교 다녀왔어요.”성연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주머니에서 초콜릿 한 알을 꺼내 건넸다.“새로 나온 맛이에요. 드셔 보세요. 무척 달아요.”“그래.”‘허허’웃으며 받은 할아버지는 잠시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참, 네 아버지가 또 왔었다. 너를 도시에서 지내게 하려고 데리러 온 걸게야.”그 말을 듣던 성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지며, 어두워진 눈동자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집 쪽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고급스러운 벤츠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하…… 그렇다면 좋겠네요!”성연의 입가에 한 줄기 조소가 걸렸다.성연의 부모는 어렸을 때 이미 이혼했다. 3개월도 안 되어 새가정을 꾸린 아버지는 그녀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도 데려왔다.계모는 그녀를 키울 수 없다며 집에서 쫓아냈다.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성연의 친엄마 역시 그녀를 키우려 하지 않았다.결국 성연을 불쌍하게 생각한 외할머니가 데려와 여태까지 키웠다.하지만 몇 달 전 외할머니가 돌아 가시자, 할 수 없이 엄마가 성연을 떠맡았다.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하려 안달이 난 엄마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녀를 아버지에게 버릴 생각인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아버지 역시 성연을 키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성연이 막 집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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