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을 듣자 하니, 그 유명한 강씨 집안 후계자가 시골 촌뜨기를 아내로 맞았다던데? 수많은 명문가의 아가씨들이 송성연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하지만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남장을 한 그녀가 아가씨들의 혼을 죄다 빼놓을 줄! 비서:“보스, 마님께서 또 천억을 벌어들이셨습니다. 오늘 저녁 아가씨들과 클럽에서 축하파티를 하기로 해 집에 못 오신답니다.” 강무진:“…….” 운전기사:“사장님, 사모님께서 아가씨들과 스파에 가신답니다. 온천욕을 하신다고…….” 강무진:“…….” 집사:“도련님, 아씨께서 세계를 구하러 중동으로 가신답니다. 아침에 이미 짐을 꾸려 떠나셨습니다.” 마침내, 폭발한 강무진은 송성연을 붙잡아왔다. “세계를 구하기 전에 강씨 가문부터 구하는 게 어때? 우리 강씨 가문의 대가 끊기게 생겼단 말이야!”
View More두 아이가 지금 자신의 옆에서 즐겁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안금여의 그윽한 두 눈에 서글픔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결국 안금여는 감정은 잠시 가슴속에 담아두기로 결정했다.잠시 후, 안금여는 다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얘들아, 증조할머니하고 함께 노는 건 어때?”“좋아, 좋아요, 증조할머니 너무 예뻐요. 사진이는 예쁜 증조할머니와 같이 노는 게 좋아요!”사진은 아주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눈빛에는 흥분이 가득했고, 안금여에 대해서 조금도 경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진이 방금 전 안금여를 보자마자 알 수 없는 친근감을 느꼈기 때문이다.자신에 대한 아이의 이런 열정을 알게 되자, 안금여의 마음도 당연히 즐거웠다. 눈가의 미소도 끊임없이 이어졌다.옆에서 줄곧 말수가 적은 사무도 비록 말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성실하게 안금여의 옆에 있으려고 했다. 안금여가 자신을 계속 안고 있어도 전혀 거절하지 않았다.“증조할머니. 이게 무슨 모양인지 보실래요?”“이거? 이런 추상적인 도안은 정말 증조할머니한테는 어려운 걸. 증조할머니가 한번 생각해 볼게.”안금여는 일부러 생각하는 척하면서 장난감을 쥐고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게 되자, 안금여의 마음도 한결 밝아졌다.그렇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마음속에 궁금하던 걸 물어보았다.“우리 귀염둥이들, 너희들은 요 몇 년 동안 외국에서 잘 지냈니?”사진은 아래턱을 약간 치켜세우면서 엉뚱한 대답을 했다.“아니요, A국에 있을 때는 이렇게 재미있는 장난감도 맛있는 것도 없었어요. 모두 단 음식만 있었어요.”어린 사진은 작은 소리로 항의하듯이 말했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로 항의했지만, 점점 흥분하면서 점차 소리도 커졌다.작은 입으로 계속 재잘거리면서 사진의 눈꼬리는 목소리에 따라 움직였다. 눈살을 찌푸렸다가 웃으면서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증조할머니, 운성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아요!”사진은 잔뜩 뾰로통한 모습으
‘전혀 감정이 없다면, 아이의 이름도 그렇게 짓지 않았겠지.’이렇게 생각하자, 안금여는 셩연의 눈을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안금여의 품에 안긴 사진은 아주 여유 있는 자세였다. 한쪽 손은 허리춤에 걸치고 한쪽 손으로 즐겁게 간식을 먹으면서도 아주 유유자적한 모습이었다.갑자기 고개를 든 사진이 뭔가 탐구하려는 욕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안금여를 바라보았다.“증조할머니, 우리 아빠 할머니가 맞아요?”눈에 한껏 미소를 짓고 있던 안금여는 사진의 이 말을 듣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갑자기 멍한 눈빛으로 변하면서, 입은 천근만근인 것처럼 전혀 입을 뗄 수가 없었다.입술을 벌린 채 안금여의 눈길은 맞은편의 성연에게 향했다.성연도 아이가 지금 이런 말을 물을 줄은 몰랐던 것 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잠시 생각을 멈추고 한순간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우리 귀염둥이, 엄마하고 오빠, 이렇게 셋이서 약속했잖아? 잊어버린 거 아니야?”성연의 눈길에는 온정이 어려 있었다. 조금도 당황한 기색이 없이, 태연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갖추고 있었다.‘마치... 마치 이미 어떤 약속이 있었던 것 같아.’과연 성연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안금여의 품에 안겨 있던 사진의 얼굴에서는 이미 조금 전의 궁금하던 기색이 없어졌다. 눈동자를 살짝 굴리는 영리하고 귀여운 사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웠다.“아, 내가 잊었다. 엄마하고 우리 사이의 약속인데, 사진이가 반드시 지켜야 해!”‘마치 선서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한 아이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탄복할 수밖에 없어.’‘이렇게 어린 아이인데 정말 훌륭하게 교육을 받았어.’“성연아, 요 몇 년 동안 너 혼자 이 두 아이를 돌보느라 정말 고생했어.”성연이 아이에게 말을 걸 때의 그 기세와 아이의 반응을 보자, 안금여의 눈에서는 복잡한 감정들이 반짝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안금여의 말을 듣자, 테이블 위에 놓인 성연의 손가락이 살짝 멈칫했다. 마치 명치 부분을 은은하게 건드린 듯한 느낌이었다.5년 동안 자신이 아이를
“안녕하세요, 증조할머니, 저는 송사무입니다.”남자아이는 여전히 냉담한 표정이지만, 뜻밖에도 손을 뻗어서 자신의 태도를 나타냈다.바로 앞에 있는 증손자의 작은 손을 멍하니 보던 안금여는, 재빨리 손을 내밀어 답하면서 사무를 품에 안았다.“이름이 뭐라고?”주변에 어떤 시끄러운 소리도 없고 방해받지 않았는데도, 안금여는 결국 자신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만약 이전에 이런 상황이었다면 사무는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그러나 안금여가 말을 하자마자 사무는 어떤 감정도 없이 다시 대답했다.“송사무요.”“사무, 사무라! 그래, 아주 좋은 이름이구나!”안금여는 한없이 기쁜 표정으로 어린 증손자의 손을 끊임없이 어루만졌다. 심지어 꿰뚫어 보듯이 사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뜨거운 열정이 담겨 있었다.아까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지금 자신의 품 안에 아이를 안고 보니, 사무의 이목구비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이 모습은 완전히 무진이 축소판이잖아!’‘이 녀석은 완전히 자기 아버지하고 판박이야.’‘무진이 어릴 때 사진하고 지금 안고 있는 아이를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을 거야!’“그래, 이 아가는 이름이 뭐야?”사진이 맞은편에 할머니 품에 안겨 있는 오빠를 보자, 할머니와 증손자 두 사람의 모습은 아주 온화하고 따뜻해 보였다. 성연의 품속에 안겨 있던 사진의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성연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한이 가득한 성연의 눈은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사진이 츤데레한 말투로 퉁명스럽게 말했다.“흥, 할머니는 오빠만 좋아하고 나는 안아주지도 않으니까, 내 이름을 안 가르쳐 줄 거야!”성연은 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야말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딸을 안고 있던 손에 힘을 약간 주면서 ‘귀염둥이’를 가볍게 끌어당겼다.“흥!”“아이고, 우리 증손녀 아가야! 증조할머니가 잘못했어. 증조할머니 잘못이야! 같이 안아 줄게. 자, 할머니한테 이리 오렴!”말을 하면서 안금여는 온통 기대하는 표정으로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사무는 순간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낑낑거리면서 문을 열고 있는 여동생을 보면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사진이가 어디서 그런 인터넷 유행어를 배운 거야!’‘사진이 인터넷 사용 시간을 엄격하게 통제해야겠어!’찰칵! 문을 여는 순간, 엄마의 익숙한 냄새가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오빠가 자기하고 놀아주지 않는다고 식식거리던, 사진의 작은 얼굴에 순식간에 웃음이 가득했다.“엄마! 사진이는 엄마가 보고 싶었어!”팔을 벌리고 위로 치켜세우는 사진의 눈에는 순수한 사랑이 가득했다.‘이렇게 애교가 넘치는 아이를 누가 거부할 수 있겠어?’ 성연은 능숙한 동작으로 바닥에 있는 아이를 바로 품에 안았다. 얼굴을 맞댄 채 두 사람은 서로 뺨을 비볐다.“우리 사진이, 엄마도 보고 싶었어.”“엄마도 내가 보고 싶을 줄 알았어!”성연은 미소를 지으면서 검지로 아이의 코끝을 살짝 두드렸다.“요 장난꾸러기, 집에 있으면서 오빠 말을 잘 들었어?”가슴에 안고 있던 사진은 성연의 이 말에 살짝 찔리는 모습이었다. 눈동자에도 잠시 긴장한 기색이 스쳐갔지만, 곧바로 다시 변하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당연히 잘 들었지, 사진이는 말 잘 듣는 착한 아인걸!”눈썹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래?”사진은 오늘 엄마가 다시 되물을 줄은 몰랐다. 이렇게 엄마가 평소대로 행동하지 않자, 사진은 몸을 살짝 움츠렸다. 입을 살짝 삐죽거리면서 엄마의 눈빛을 슬그머니 피했다.“응, 응, 그랬어.”“호호호, 이 장난꾸러기 녀석. 자, 가서 얼른 오빠한테 오라고 해. 우리 같이 내려가서 만날 사람이 있어.”성연은 자연스럽게 딸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미소를 지었다.몇 분 후.한바탕 장난치는 소리와 함께 계단을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소파 쪽으로 다가왔다.줄곧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안금여는, 아이들이 계단 입구에 왔을 때 이미 놀라서 온몸이 굳어져 있었다.‘아이가 둘, 둘이야?’쌍둥이 남매인 두 아이는 멀리서 봐도 그 빼어난
“할머니.”살짝 눈을 내리깔면서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온 성연은, 얼른 소파 앞으로 가서 할머니를 마주보며 앉았다.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지만, 그 간격은 그들 두 사람만이 알고 있을 듯했다.안금여는 이전에 성연과 자기 손자가 찰싹 붙어 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매번 본가로 돌아올 때마다 다정하게 내 팔장을 끼면서 할머니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그렇게 공손한 모습이야.’ ‘비록 여전히 할머니라고 불렀지만, 정답던 사이는 많이 줄어들었어...’지금 이 순간, 그렇게 여러 해 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을 분명히 만났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은 안금여의 입안에서만 맴돌았고, 아무리 해도 입을 열 수가 없었다.‘이렇게 성연이를 보고 있으니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야. 하지만 좀 더 확고하고 성숙해진 모습이야.’‘그래,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 단란한 가정에서 편안하게 지내야 할 때 그런 일을 겪었어. 누구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야.’‘임신한 아내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아빠가 자신을 잊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이혼을 당할 처지가 되었지...’ ‘그 일로 성연이가 무너지지 않은 것만 해도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야.’‘그때의 일은, 정말 우리 강씨 가문은 성연이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어.’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를 쳐다보면서도 서로 말이 없었다.과거의 일에 대해서 성연은 다시 언급하려고 하지 않았다. 비록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자신의 마음속의 아픈 부분이다. 누가 다른 사람에게 계속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싶을까?몇 분 뒤.안금여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성연이 천천히 일어섰다.“할머니, 아직 아이들을 보지 못하셨지요. 제가 지금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보여 드릴게요.”말을 마친 성연은 벌써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하얀 부드러운 손으로 계단 손잡이를 잡고서 천천히 올라갔다. 가벼워 보이지만 성연의 발걸음은 다소 초조했다.‘아이들을 본다고?’‘아이가 여기 있다는 거야?’‘그래. 성연이가 비행기에서 내
일을 할 때는 서로 도왔고 생활에서도 그렇게 잘 맞았다.원래 그 동안은 아이를 가질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올 일은 아무 예고도 없이 오고, 때로는 미리 예측할 수도 없었다.성연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두 사람도 한순간 망설였다. 하지만 곧바로 새 생명을 맞이하는 기쁨에 완전히 빠져들게 되었다.‘그때 시절에는 그랬지...’갑자기 소리가 들려오면서, 조용한 차 안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다.“보스, 산기슭의 별장에 도착했습니다.”한 손을 미간을 댄 채 피곤해 보이는 모습의 성연을 백미러로 보면서, 서한기가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문득 귓가를 스치는 소리가 들려오자, 꿈속에 잠겨 있던 성연은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다.번쩍 눈을 뜨자, 성연의 눈빛에는 어리둥절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응? 뭐라고 했어?”운전석에 앉아 있던 서한기는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마음속으로는 성연이 왜 그런지 알고 싶었지만, 그래도 잠시 신중하게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산기슭의 별장에 도착했습니다.” 서한기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성연은 이미 어둠이 깔린 정원을 바라보았다. 흐릿한 불빛에 몽롱한 느낌이 더 많아졌다.‘방금 잠든 것 같은데 집에 도착했네...’“앞으로 며칠 동안은 상대적으로 좀 바빠질 거야.”성연은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종일 분주하게 뛰어다니느라 다소 피곤한 기색이었다.“오늘 밤은 별다른 일이 없으니까, 돌아가서 빨리 쉬도록 해.”차에서 내린 성연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 차 안을 바라보았다.서한기는 전혀 다른 생각 없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알겠습니다, 보스.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응.”성연은 짧게 대답했다.차에서 내리자, 마침 저녁 바람이 불어왔다. 아직 여름의 더운 열기를 담고 있었지만, 저녁 무렵에는 그래도 좀 더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찰칵’ 현관문이 열리고 성연이 안으로 들어서자, 온 방을 가득 채운 강렬한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과연 거실의 소파에 시선을 돌리자, 비로소 그 이유를 알
“왜 찾았겠어요? 나한테 도발하려고 찾은 거지요!”예민주는 정말 괴롭힘을 당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하소연했다.그러나 무진은 시종 납득이 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전혀 관계가 없는데, 송성연이 왜 민주를 괴롭히는 거지?’“서로 아는 사이야?”무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예민주를 통해 좀 더 정보를 알아내서, 그 여자에게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예민주는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아는 사이는 아니에요. 그 여자가 아마 질투하는 것 같아요. 어떤 여자들은 그래요.”무진이 원하는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더 이상 추궁하지는 않았다.이제 무진은 그 신비한 여자가 어쨌든 다시 나타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그날 저녁 파티가 끝나갈 때쯤 정신을 딴 데 파는 무진의 모습을 보자, 예민주는 속이 안 좋다고 거짓말을 하고 먼저 파티장을 나가려고 했다.또 다른 쪽. 성연은 이미 소리 없이 파티장을 떠났다.떠나기 전에 고개를 돌려 보다가, 무진이 예민주에게 얽매인 모습을 보게 되었다.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모르지만.무진의 차가운 표정을 통해서, 성연은 무진이 예민주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않으면서 단지 겉으로만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사람이 자신을 속일 수는 있지만, 잠재의식 속의 기억은 변하지 않는다.그래서 성연은 일단 서두르지 않았다. 예민주의 비열하고 추악한 가면을 조금씩 벗겨서, 위장한 모습을 숨길 수 없게 만들려는 것이다.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눈길을 돌린 성연은 평온한 모습으로 경매 파티장을 떠났다.입구에 나서니 바깥은 이미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다.잠시 조용히 서서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던 성연은, 자신의 차가 길가에 세워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성연이 나오는 걸 본 서한기가 곧바로 차에서 내려 차문을 열었다.돌아가는 길에 창밖의 야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던 성연은, 이따금씩 위장에서 이글거리는 느낌을 받았다.“휴...”독주와 해독제가 위에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
성연이 자신의 앞에서 해독하는 모습을 보게 되자, 예민주는 멍해졌다.자신이 온갖 계략을 다 세웠지만, 성연이 일찌감치 준비를 했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당신...”예민주는 뭔가 말을 하려고 입술을 움직였다가 곧 멈추었다.사실 예민주가 지금 말하든 말하지 않든 결과는 모두 같았다. 그저 굴욕을 자초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예민주가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본 성연은 싸늘하게 웃었다.“의외였던 모양이지? 너도 잘못 계산할 줄은 몰랐던 거야?”예민주는 눈빛을 반짝였지만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성연은 예민주의 반응에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이 기회를 통해서 자신이 할 말을 하고 싶을 뿐이다.“모든 건 끊임없이 변하는 법이야. 애초에 네가 나를 어떻게 함정에 빠뜨렸으니, 이제는 내가 더 심하게 네게 돌려줄 차례야.”또박또박 예민주에게 경고를 보낸 뒤 성연이 덧붙여 말했다. “그리고 네가 말끝마다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데, 너한테 충고하겠어.”“나쁜 짓을 많이 저지르면 반드시 스스로 무너지는 법이야. 네가 한 악행을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한다 해도, 하늘은 장님이 아니야. “네 스스로 알아서 잘 처신해!”할 말은 다 했기에, 성연은 더 이상 예민주와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떠나기 전에 예민주가 멍하니 서 있는 모습을 보자, 어깨를 토닥인 뒤 냉담하게 가버렸다.성연이 막 떠난 뒤, 무진이 황급히 예민주에게 다가왔다.그는 원래 예민주를 찾던 무진은, 성연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보고는 놀라서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순간 무진의 머릿속에 깨진 기억 조각들이 스쳐 지나갔다.“아가씨...”무진이 무의식적으로 불렀지만, 그 소리는 곧 시끄러운 소리 속에 잠겨버리고 말았다.성연은 전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걸음도 멈추지 않았다. 성연의 나풀거리는 모습은 점점 멀어지면서 곧 사람들 속으로 사라졌다.무진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선 채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마치 보이지 않는 바늘로 머릿속을 세게 찌르는 것처럼 머리가 은은하게
그윽한 푸른색 액체를 힐끗 쳐다보던 성연은 천천히 눈앞의 칵테일을 받았다.“당연히 거절하지 않지...”그리고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술잔을 들고 있는 성연을 보자, 예민주의 눈에는 음험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그러나 마치 성연과 다시 사이가 좋아진 것처럼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선배가 마음이 넓군요. 후배인 나는 정말 자괴감이 드네요.”예민주는 칭찬을 하면서 곧바로 재촉했다.“그럼 빨리 술을 마셔요. 앞으로 우리는 여전히 좋은 자매가 되는 거예요.”예민주의 시커먼 속내를 간파했지만 성연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대범한 모습으로 술잔을 들고 단숨에 마셨다.이어서 눈썹을 세운 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칭찬했다.“이 칵테일의 맛은 그래도 괜찮네. 순수한 향기 속에 상큼함이 배어 있어.”성연이 칵테일을 마시는 모습을 보자, 예민주는 마음속으로 환호하면서 득의양양한 심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방금 화장실에서 예민주는 독이 든 가루약 두 개를 배합해서 감쪽같이 칵테일에 첨가했다.‘이 독약은 사람을 죽게 하지는 않지만,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효과를 가지고 있어.’‘지금 송성연이 칵테일을 마셨으니, 기껏해야 반 시간 뒤에는 약효가 발휘되겠지.’‘그러면 송성연은 마치 수많은 개미들이 몸을 갉아먹는 것처럼 극한의 고통을 느낄 거야.’이렇게 생각한 예민주는 좋은 구경을 하려고 앉았다.그리고 일부러 친절하게 성연에게 술을 권했다.“술이 맘에 들면 더 마셔요.”“그래!”생각해 보지도 않고 대답한 성연은 다시 잇달아 세 모금을 마셨다.곧 술을 다 마시자, 예민주의 눈에서는 악독한 기색이 드러났다. 성연은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결정했다.팍!성연은 전혀 구속됨이 없이 자연스럽게 술잔을 바로 땅으로 던졌다.술잔이 바닥에 떨어져 부서지자 성연의 눈빛도 싸늘해졌다.“사매, 내가 술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셨으니 마음이 아주 기쁘겠지?”성연은 예민주의 진면목을 바로 폭로할 생각으로 또 다른 깊은 뜻을 품고 반
해가 기울어지며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고개를 숙인 황금 빛 논자락이 오랜 역사를 품은 이 시골 마을에 색채감을 더하고 있다.마침 하교 시간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길을 따라 늘어선 교복 차림의 아이들로 소란스러웠다.책가방을 손에 든 송성연이 아이들 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다소 나른한 듯한 표정에 몸을 더 작아 보이게 하는 헐거운 교복, 개성을 드러내는 길이가 다른 바지자락. 개구장이처럼 묶은 포니테일의 머리가 발걸음에 따라 흔들거리며,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얼굴이 더욱 시선을 끌게 한다.길가 느티나무 아래 앉아 더위를 식히던 할아버지가 성연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성연이 학교 다녀오는 거냐?”“네. 학교 다녀왔어요.”성연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주머니에서 초콜릿 한 알을 꺼내 건넸다.“새로 나온 맛이에요. 드셔 보세요. 무척 달아요.”“그래.”‘허허’웃으며 받은 할아버지는 잠시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참, 네 아버지가 또 왔었다. 너를 도시에서 지내게 하려고 데리러 온 걸게야.”그 말을 듣던 성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지며, 어두워진 눈동자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집 쪽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고급스러운 벤츠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하…… 그렇다면 좋겠네요!”성연의 입가에 한 줄기 조소가 걸렸다.성연의 부모는 어렸을 때 이미 이혼했다. 3개월도 안 되어 새가정을 꾸린 아버지는 그녀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도 데려왔다.계모는 그녀를 키울 수 없다며 집에서 쫓아냈다.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성연의 친엄마 역시 그녀를 키우려 하지 않았다.결국 성연을 불쌍하게 생각한 외할머니가 데려와 여태까지 키웠다.하지만 몇 달 전 외할머니가 돌아 가시자, 할 수 없이 엄마가 성연을 떠맡았다.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하려 안달이 난 엄마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녀를 아버지에게 버릴 생각인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아버지 역시 성연을 키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성연이 막 집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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