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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겨우 헛방에서 지내라고

Author: 노끼
성연은 트렁크를 들고 송아연의 뒤를 따라 올라갔다.

아름답게 차려 입은 송아연은 걷는 것도 작은 보폭의 잰 걸음이었다. 낡은 교복의 성연은 한가하기 짝이 없는 자태로 마치 구경 온 듯 조금도 궁색해 보이지 않았다.

이런 성연의 모습을 힐끗 곁눈질하던 송아연은 속으로 비웃었다.

‘예쁘면 뭐해? 품격이라는 건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쓰레기는 쓰레기인 채 진흙탕에 있어야지. 이런 대도시는 그녀가 올 곳이 아니지.’

가슴을 꼿꼿이 세운 송아연은 좀 더 반듯한 자세로 걸으며 성연에게 보여줄 참이었다. 스스로 창피하게 여겨 더 이상 여기 있을 낯이 없게 말이다.

하나하나 모두 화려하게 장식된 방들을 지나 마침내 송아연은 성연을 데리고 복도 끝에 가서 멈추었다.

송아연은 위에서 아래로 성연을 훑어본 뒤, 손을 뻗어 문을 힘껏 열었다.

헛방 안의 잡동사니들은 미처 정리할 시간이 없어 방 한쪽에 쌓여 있었고, 다른 한쪽 구석에 작은 침대 하나가 간신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사방이 밝은 편이라 공기 중에 부유하는 먼지들이 부옇게 보였다.

바닥에 세워 놓은 트렁크 옆에 반쯤 기댄 성연은 헛방의 환경을 보고도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았다. 팔짱을 낀 느긋한 자세로 송아연을 쳐다보았다.

가진 수를 다 꺼내 보이는, 이런 어린애 장난하는 듯한 얕은 생각은 그녀의 눈에 볼품없었다.

방안으로 머리를 내밀고 한 번 둘러본 송아연은 다시 성연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어째 그녀가 기대했던 효과에 미치지 못한 것 같았다.

‘송성연은 왜 저리 잘난 척을 하는 거야? 일부러 신경 안 쓰는 척하는 걸까?’

아무것도 개의치 않는 듯한 성연의 태도에 송아연은 화가 나 가슴이 답답해졌다.

“언니, 집이 꽉 차서 지낼 곳이 없네요. 섭섭하겠지만 아쉬운 대로 여기에서 지내는 수밖에 없겠어요.”

“집에 객실도 있지 않아?”

나른한 음성으로 묻는 성연은 송아연의 몸을 한 바퀴 휘돌던 시선을 아무런 기색 없이 다시 거두어들였다.

뒷짐을 진 송아연이 미간에 여자들 특유의 애교스러운 표정을 띄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썩 듣기 좋지 않았다.

“객실은 귀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곳이라, 아무나 사용할 수 없어요. 게다가 시골에서 온 언니에게 무슨 나쁜 생활 습관이라도 있어서 다른 사람이 보게 되면 아버지 체면이 깎일 거라고요.”

그녀는 이제 막 도시로 돌아온 성연이 송씨 저택 말고는 갈 곳이 없다고 단정했다.

그래서 헛방을 내준다 해도 성연이 꼬리를 흔들며 감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꼿꼿한 성질만 지녔을 뿐, 이렇게 넓은 북성에서 돈도 힘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 주제에 말이야.’

‘게다가 쓰레기는 쓰레기 더미에 있어야지, 그런데 객실에 묵고 싶어?’

송성연도 자신이 어떤 물건인지 볼 생각도 안하고 말이야. 제가 어울리기는 해?

송아연은 턱을 치켜세우고 성연이 짐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렸다.

“어…….”

음절을 길게 끌며 크게 고개를 끄덕인 성연이 예상밖으로 트렁크를 끌고 아래로 내려갔다.

아래층, 송종철과 임수정 앞에 테이블에는 과일이 놓여 있었다. 하나같이 알이 굵은 앵두는 매우 비싸 보였다.

슬쩍 눈으로 한 번 훑은 성연은 바로 시선을 거두며 송종철에게 직설적으로 말했다.

“아연이 말이, 집에 내가 지낼 곳이 없어 헛방뿐이라고 하네요. 우리 엄마는 내가 도시에서 아빠랑 잘 지낼 거라고 했는데, 이게 소위 잘 지내는 거라고요? 그렇다면 저는 여기에서 지낼 수가 없겠네요.”

말을 하며 트렁크를 들고 현관 쪽으로 향하는 모양새가 전혀 농담 같지 않았다.

송종철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이 계집애가 자신에게 쓸모가 있지 않았다면, 이 집 어디에 저를 묵게 하겠는가?’

‘아직은 얼굴을 바꿀 때가 아니야. 성연이 강씨 집안에 시집가면…….’

“성연아, 아연이가 철이 없었구나. 네가 언니이니까 아연이랑 다투지 말거라. 아빠가 다시 방을 준비해 주도록 하마.”

송종철이 얼른 성연 앞을 막아섰다.

임수정도 옆에서 가면을 쓴 채 중재에 나섰다.

“아연이가 어릴 때부터 너무 예쁨만 받아 좀 과하게 행동할 때가 있어. 모처럼 언니가 생기니 장난을 치고 싶었나 보다. 너무 마음에 두지 마렴.”

이 시골뜨기 계집애가 헛방을 비워낼 수 있다면 좋겠다. 돈 때문이 아니라면 일찌감치 쫓아냈을 임수정이었다.

두 사람의 능청스러운 태도를 보면서도 성연은 못 본 척했다.

“아연이 직접 와서 나를 부탁하지 않는 한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어요.”

말이 끝나자마자 성연은 트렁크를 끌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송씨 저택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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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73화 왜 아직 안 잤어?

    무진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어?”예민주는 아주 똑똑한 여자다. 무진의 표정을 주시하면서, 적당한 선에서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오빠가 나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럼 나는 샤워하러 갈게요.”말을 마치자 이미 조금 전의 느끼함은 사라졌고, 예민주는 곧바로 자기 방으로 갔다.무진을 등지는 순간, 생긋 웃던 미소는 이미 사라졌다. 입술을 꽉 다문 채, 예민주의 눈빛에는 교활한 기색이 번뜩였다.방에 온 예민주는 곧장 옷방의 가장 안쪽에서 옷 하나를 꺼냈다.이 옷은 자신이 일찌감치 준비해 둔 ‘비밀무기’다. 예민주는 빼어난 몸매를 자랑했다. 외국의 풍만한 글래머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해도, 바디 라인도 절대적으로 아름답다.무진이 5년 동안 줄곧 자신과 교재하면서 한 지붕 아래 살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선을 넘는 일은 아직까지 일어나지 않았다.‘그전까진 그렇다고 쳐. 틀림없이 무진 씨가 내게 최고를 주고 싶어한다고 생각했으니까.’‘그러나 오늘 연회장에서 송성연을 봤을 때, 무진 씨의 눈빛과 반응은 여전히 당황스러웠어.’‘아무래도 좀 더 일찍 행동해야 할 것 같아.’몇 분 뒤.예민주는 잠옷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아래층.“프로젝트 계획서는 바로 내 이메일로 보내고, 내일 아침 9시에 회의를 하기로 하지.”“오후에 처리하지 않은 서류도 함께 보내도록 해.”투명하고 거대한 통유리창을 통해서, 실내에서도 파도치는 바다의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지금 그 창가에는 무진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한 손으로 핸드폰을 잡고 통화하고 있지만, 무진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집에서 식사하던 중에 전화로 대표의 지시를 받게 되자, 상대방은 곧바로 수저를 내려놓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최근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는 세력이 WS그룹의 사업을 줄곧 비밀리에 차단해 왔지만, 누군지 파악하려고 해도 언제나 실패해서 기가 꺾일 수밖에 없었다.이런 의미 없는 일은 사람을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72화 나를 사랑해요?

    해변의 별장.‘모든 일에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법이야. 누구라도 다음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기 쉽지 않아.’오늘 성연을 보자, 순간 예민주의 마음은 흐트러졌다.‘송성연이 돌아온 목적이 뭘까? 나를 겨냥한 걸까?‘그 당시 송성연은 단지 조금밖에 몰랐잖아...’돌아온 후부터 예민주는 줄곧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자신의 기억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느라, 뒤에서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도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무진은 약간의 결벽증이 있다. 밖에서 집으로 돌아온 후 첫 번째 하는 일은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다.지금 옷을 갈아입고 나왔는데 소파 앞에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앉아 있는 예민주를 발견했다.“민주, 오늘 돌아온 뒤로 왜 좀 이상한 거야?”예민주의 소파 옆에 앉은 무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적절한 거리를 유지했다.성연을 겨냥할 방법을 찾던 에민주는 무진의 말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렸다.“와, 왔어요?”긴장한 탓에 살짝 떨리는 목소리.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돌아온 후에 줄곧 여기에 앉아 있었어.”예민주는 눈썹이 움츠러들면서 순간 당황했다. 마음속으로는 끊임없이 성연의 잘못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다.‘만약 송성연이 갑자기 돌아오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긴장했겠어?’‘외국에 잘 처박혀서 살다가, 왜 계속 외국에 있지 않고 꼭 돌아와서 내 행복한 생활을 방해하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한바탕 욕을 하자, 마음은 오히려 아까보다 많이 상쾌해졌다.약간 굳은 표정의 예민주가 서글픈 표정을 하고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탄했다.“무진 오빠, 단지 오늘 연회에서 감정이 좀 복받쳤을 뿐, 아무 일도 없어요.”보아하니 오늘 연회에서 무슨 일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떤 호기심 때문인지 지금 무진은 뜻밖에도 이에 대해서 흥미를 보였다.“무슨 감정이 복받치는 일이 있었는지 한번 말해 봐.”무진이 뜻밖에도 먼저 자신에게 고민을 말해보라고 하는 말을 듣자 예민주는 다소 의아했다.요 몇 년 동안 둘이 사이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71화 치유되기 어려웠다

    성연은 원래 안금여와 아이들에게 이 만남의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오늘은 아이들이 ‘아빠의 신분'을 묻지 않았지만, 앞으로 할머니와 자주 만난다면 오늘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을 거야.’하지만... 지금 성연은 약간 망설였다.헤어지기 아쉬워하는 세 사람의 모습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는 안금여의 눈가에는 눈물 자국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그리고 머리도 잘 보이지 않는 두 아이가 각각 할머니의 눈물을 닦아주는, 그 장면을 보고 있자니 정말 마음이 아팠다.“우리 손자놈이 귀신에 홀렸는지, 그런 황당한 행동을 해서 정말 네게 죄를 지었어!”안금여는 지금 이미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었다. 양심의 가책이 가득한 눈빛으로 성연을 바라보면서 작은 소리로 무진을 저주할 수밖에 없었다.성연이 급히 일어나 막으려 했지만, 결국 발걸음을 살짝 움직였다가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지금 성연의 과도한 반응은 단지 자신이 너무 절박하게 보일 뿐이다.한참 뒤.결국 모질게 마음을 먹지 못한 성연은, 안금여에게 두 아이를 자주 보러 와 달라고 부탁하며 타협해야 했다.산 중턱 별장 대문 쪽.성연은 양쪽에 두 아이를 데리고 문 앞에 서 있었다.“돌아가신 뒤에는 건강에 주의하시고 너무 과로하지 마세요.”성연은 노부인에 대해서 여전히 약간의 애틋함을 가지고 있었다.결국 자신이 강씨 가문에 들어온 순간부터 할머니는 성연을 정말 아꼈다. 비록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시절에 무진이 이혼을 결정했을 때도, 안금여는 여전히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서 말리려고 했다.비록...결국 효과는 없었지만.“엄마, 앞으로도 증조할머니를 자주 볼 수 있을까?”검은색 벤틀리가 점차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서 시선에서 멀어지자, 사진이 고개를 들어 성연을 바라보았다.“너는 증조할머니가 좋아?”딸아이의 이 말을 듣고도, 성연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고개를 까닥거리는 아이의 두 뺨이 반짝거려서 정말 손에 꼭 쥐고 싶었다.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복잡함에 입술을 살짝 오므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70화 이렇게 귀여운 너희들

    한 시간 후.성연이 서재로 걸어 나왔다. 계단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아래층에서 전해지는 즐거운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성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면서 깊고 맑은 눈동자는 아래층을 향했다. 세 사람의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모습을 보자, 마음속에 다소 복잡한 느낌이 들었다.“증조할머니, 빨리 보세요. 사진이가 만든 게 이게 뭔지 아세요?”“증조할머니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우리 귀여운 사진이가 작은 호랑이를 만들었을 걸.”아이들도 어른이 자신에게 맞춰서 노는 걸 좋아했다. 노는 이 시간이 두 아이에게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안금여가 그렇게 진지하게 대답하는 걸 듣자, 사진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작은 얼굴은 이미 안금여의 품에 거의 파묻힐 정도였다.“맞아요, 증조할머니는 너무 똑똑해요. 이거, 이거, 이거는 작은 호랑이고, 사진이는 몽둥이에요. 아주 비슷하게 만들었지요.”자상한 표정의 안금여는 한 손으로 사진의 이마 위 가느다란 머리카락을 세심하게 어루만졌다.“우리 귀염둥이 사진이가 하는 건 뭐든지 최고야. 증조할머니는 가장 맘에 들어.”이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든 사진은, 포도처럼 동그란 큰 눈을 반짝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히히히.”소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성연은 한참동안 있었다. 앞으로 나가고 싶어도, 세 사람이 그렇게 즐겁게 노는 모습을 어떻게 깨뜨려야 할지 몰랐기에.지금 이 조그만 녀석이 줄곧 강씨 가문의 할머니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보자, 정말 견딜 수 없게 될까 봐 두려웠다.“사진아. 계속 증조할머니한테 기대면 안 돼. 할머니가 힘드셔서 안 돼.”갑자기 엄하면서도 가볍고, 화를 내지 않으면서도 위엄이 있는 목소리가 뒤에서 흘러나왔다. 성연도 이미 소파 앞으로 다가왔다.“엄마!” 엄마를 본 사진이 달콤하게 소리쳤다.성연의 차분한 얼굴에는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약간 느슨해 보이는 입꼬리는 오히려 친근감을 주었다.그러나 성연은 맞은편을 바라보는 순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증조할머니는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69화 깊이 뿌리가 박힌 듯해

    두 아이가 지금 자신의 옆에서 즐겁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보면서, 안금여의 그윽한 두 눈에 서글픔이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결국 안금여는 감정은 잠시 가슴속에 담아두기로 결정했다.잠시 후, 안금여는 다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가득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얘들아, 증조할머니하고 함께 노는 건 어때?”“좋아, 좋아요, 증조할머니 너무 예뻐요. 사진이는 예쁜 증조할머니와 같이 노는 게 좋아요!”사진은 아주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눈빛에는 흥분이 가득했고, 안금여에 대해서 조금도 경계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진이 방금 전 안금여를 보자마자 알 수 없는 친근감을 느꼈기 때문이다.자신에 대한 아이의 이런 열정을 알게 되자, 안금여의 마음도 당연히 즐거웠다. 눈가의 미소도 끊임없이 이어졌다.옆에서 줄곧 말수가 적은 사무도 비록 말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성실하게 안금여의 옆에 있으려고 했다. 안금여가 자신을 계속 안고 있어도 전혀 거절하지 않았다.“증조할머니. 이게 무슨 모양인지 보실래요?”“이거? 이런 추상적인 도안은 정말 증조할머니한테는 어려운 걸. 증조할머니가 한번 생각해 볼게.”안금여는 일부러 생각하는 척하면서 장난감을 쥐고 손바닥으로 쓰다듬었다.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게 되자, 안금여의 마음도 한결 밝아졌다.그렇게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마음속에 궁금하던 걸 물어보았다.“우리 귀염둥이들, 너희들은 요 몇 년 동안 외국에서 잘 지냈니?”사진은 아래턱을 약간 치켜세우면서 엉뚱한 대답을 했다.“아니요, A국에 있을 때는 이렇게 재미있는 장난감도 맛있는 것도 없었어요. 모두 단 음식만 있었어요.”어린 사진은 작은 소리로 항의하듯이 말했다. 처음에는 작은 소리로 항의했지만, 점점 흥분하면서 점차 소리도 커졌다.작은 입으로 계속 재잘거리면서 사진의 눈꼬리는 목소리에 따라 움직였다. 눈살을 찌푸렸다가 웃으면서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증조할머니, 운성에는 맛있는 게 너무 많아요!”사진은 잔뜩 뾰로통한 모습으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68화 정말 고생했어

    ‘전혀 감정이 없다면, 아이의 이름도 그렇게 짓지 않았겠지.’이렇게 생각하자, 안금여는 셩연의 눈을 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안금여의 품에 안긴 사진은 아주 여유 있는 자세였다. 한쪽 손은 허리춤에 걸치고 한쪽 손으로 즐겁게 간식을 먹으면서도 아주 유유자적한 모습이었다.갑자기 고개를 든 사진이 뭔가 탐구하려는 욕망이 가득한 표정으로 안금여를 바라보았다.“증조할머니, 우리 아빠 할머니가 맞아요?”눈에 한껏 미소를 짓고 있던 안금여는 사진의 이 말을 듣자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 갑자기 멍한 눈빛으로 변하면서, 입은 천근만근인 것처럼 전혀 입을 뗄 수가 없었다.입술을 벌린 채 안금여의 눈길은 맞은편의 성연에게 향했다.성연도 아이가 지금 이런 말을 물을 줄은 몰랐던 것 같은 모습이었다.하지만 잠시 생각을 멈추고 한순간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우리 귀염둥이, 엄마하고 오빠, 이렇게 셋이서 약속했잖아? 잊어버린 거 아니야?”성연의 눈길에는 온정이 어려 있었다. 조금도 당황한 기색이 없이, 태연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갖추고 있었다.‘마치... 마치 이미 어떤 약속이 있었던 것 같아.’과연 성연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안금여의 품에 안겨 있던 사진의 얼굴에서는 이미 조금 전의 궁금하던 기색이 없어졌다. 눈동자를 살짝 굴리는 영리하고 귀여운 사진의 모습은 그야말로 사랑스러웠다.“아, 내가 잊었다. 엄마하고 우리 사이의 약속인데, 사진이가 반드시 지켜야 해!”‘마치 선서라도 하는 것처럼 진지한 아이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지만 탄복할 수밖에 없어.’‘이렇게 어린 아이인데 정말 훌륭하게 교육을 받았어.’“성연아, 요 몇 년 동안 너 혼자 이 두 아이를 돌보느라 정말 고생했어.”성연이 아이에게 말을 걸 때의 그 기세와 아이의 반응을 보자, 안금여의 눈에서는 복잡한 감정들이 반짝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안금여의 말을 듣자, 테이블 위에 놓인 성연의 손가락이 살짝 멈칫했다. 마치 명치 부분을 은은하게 건드린 듯한 느낌이었다.5년 동안 자신이 아이를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67화 아주 좋은 이름이구나

    “안녕하세요, 증조할머니, 저는 송사무입니다.”남자아이는 여전히 냉담한 표정이지만, 뜻밖에도 손을 뻗어서 자신의 태도를 나타냈다.바로 앞에 있는 증손자의 작은 손을 멍하니 보던 안금여는, 재빨리 손을 내밀어 답하면서 사무를 품에 안았다.“이름이 뭐라고?”주변에 어떤 시끄러운 소리도 없고 방해받지 않았는데도, 안금여는 결국 자신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만약 이전에 이런 상황이었다면 사무는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그러나 안금여가 말을 하자마자 사무는 어떤 감정도 없이 다시 대답했다.“송사무요.”“사무, 사무라! 그래, 아주 좋은 이름이구나!”안금여는 한없이 기쁜 표정으로 어린 증손자의 손을 끊임없이 어루만졌다. 심지어 꿰뚫어 보듯이 사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뜨거운 열정이 담겨 있었다.아까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지금 자신의 품 안에 아이를 안고 보니, 사무의 이목구비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이 모습은 완전히 무진이 축소판이잖아!’‘이 녀석은 완전히 자기 아버지하고 판박이야.’‘무진이 어릴 때 사진하고 지금 안고 있는 아이를 비교해도 전혀 차이가 없을 거야!’“그래, 이 아가는 이름이 뭐야?”사진이 맞은편에 할머니 품에 안겨 있는 오빠를 보자, 할머니와 증손자 두 사람의 모습은 아주 온화하고 따뜻해 보였다. 성연의 품속에 안겨 있던 사진의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성연의 옷자락을 꼭 쥐었다. 한이 가득한 성연의 눈은 다른 쪽을 보고 있었다.사진이 츤데레한 말투로 퉁명스럽게 말했다.“흥, 할머니는 오빠만 좋아하고 나는 안아주지도 않으니까, 내 이름을 안 가르쳐 줄 거야!”성연은 딸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그야말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 딸을 안고 있던 손에 힘을 약간 주면서 ‘귀염둥이’를 가볍게 끌어당겼다.“흥!”“아이고, 우리 증손녀 아가야! 증조할머니가 잘못했어. 증조할머니 잘못이야! 같이 안아 줄게. 자, 할머니한테 이리 오렴!”말을 하면서 안금여는 온통 기대하는 표정으로 두 팔을 활짝 벌렸다.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66화 증조할머니

    사무는 순간 기가 막혀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낑낑거리면서 문을 열고 있는 여동생을 보면서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사진이가 어디서 그런 인터넷 유행어를 배운 거야!’‘사진이 인터넷 사용 시간을 엄격하게 통제해야겠어!’찰칵! 문을 여는 순간, 엄마의 익숙한 냄새가 느껴졌다. 조금 전까지 오빠가 자기하고 놀아주지 않는다고 식식거리던, 사진의 작은 얼굴에 순식간에 웃음이 가득했다.“엄마! 사진이는 엄마가 보고 싶었어!”팔을 벌리고 위로 치켜세우는 사진의 눈에는 순수한 사랑이 가득했다.‘이렇게 애교가 넘치는 아이를 누가 거부할 수 있겠어?’ 성연은 능숙한 동작으로 바닥에 있는 아이를 바로 품에 안았다. 얼굴을 맞댄 채 두 사람은 서로 뺨을 비볐다.“우리 사진이, 엄마도 보고 싶었어.”“엄마도 내가 보고 싶을 줄 알았어!”성연은 미소를 지으면서 검지로 아이의 코끝을 살짝 두드렸다.“요 장난꾸러기, 집에 있으면서 오빠 말을 잘 들었어?”가슴에 안고 있던 사진은 성연의 이 말에 살짝 찔리는 모습이었다. 눈동자에도 잠시 긴장한 기색이 스쳐갔지만, 곧바로 다시 변하면서 정상으로 돌아왔다.“당연히 잘 들었지, 사진이는 말 잘 듣는 착한 아인걸!”눈썹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래?”사진은 오늘 엄마가 다시 되물을 줄은 몰랐다. 이렇게 엄마가 평소대로 행동하지 않자, 사진은 몸을 살짝 움츠렸다. 입을 살짝 삐죽거리면서 엄마의 눈빛을 슬그머니 피했다.“응, 응, 그랬어.”“호호호, 이 장난꾸러기 녀석. 자, 가서 얼른 오빠한테 오라고 해. 우리 같이 내려가서 만날 사람이 있어.”성연은 자연스럽게 딸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미소를 지었다.몇 분 후.한바탕 장난치는 소리와 함께 계단을 내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소파 쪽으로 다가왔다.줄곧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안금여는, 아이들이 계단 입구에 왔을 때 이미 놀라서 온몸이 굳어져 있었다.‘아이가 둘, 둘이야?’쌍둥이 남매인 두 아이는 멀리서 봐도 그 빼어난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765화 결국 나를 사랑하지 않는 거야

    “할머니.”살짝 눈을 내리깔면서 빠르게 정상으로 돌아온 성연은, 얼른 소파 앞으로 가서 할머니를 마주보며 앉았다.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지만, 그 간격은 그들 두 사람만이 알고 있을 듯했다.안금여는 이전에 성연과 자기 손자가 찰싹 붙어 있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매번 본가로 돌아올 때마다 다정하게 내 팔장을 끼면서 할머니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그렇게 공손한 모습이야.’ ‘비록 여전히 할머니라고 불렀지만, 정답던 사이는 많이 줄어들었어...’지금 이 순간, 그렇게 여러 해 동안 보고 싶었던 사람을 분명히 만났다.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은 안금여의 입안에서만 맴돌았고, 아무리 해도 입을 열 수가 없었다.‘이렇게 성연이를 보고 있으니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야. 하지만 좀 더 확고하고 성숙해진 모습이야.’‘그래,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할 때, 단란한 가정에서 편안하게 지내야 할 때 그런 일을 겪었어. 누구라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야.’‘임신한 아내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아빠가 자신을 잊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이혼을 당할 처지가 되었지...’ ‘그 일로 성연이가 무너지지 않은 것만 해도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야.’‘그때의 일은, 정말 우리 강씨 가문은 성연이에게 얼굴을 들 수가 없어.’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를 쳐다보면서도 서로 말이 없었다.과거의 일에 대해서 성연은 다시 언급하려고 하지 않았다. 비록 이렇게 여러 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자신의 마음속의 아픈 부분이다. 누가 다른 사람에게 계속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고 싶을까?몇 분 뒤.안금여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성연이 천천히 일어섰다.“할머니, 아직 아이들을 보지 못하셨지요. 제가 지금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보여 드릴게요.”말을 마친 성연은 벌써 계단 쪽으로 걸어갔다. 하얀 부드러운 손으로 계단 손잡이를 잡고서 천천히 올라갔다. 가벼워 보이지만 성연의 발걸음은 다소 초조했다.‘아이들을 본다고?’‘아이가 여기 있다는 거야?’‘그래. 성연이가 비행기에서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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