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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정말 제대로 즐기는구나

잠시 후, 마침내 강무진이 입을 열었다.

“이 여자아이의 뭐가 특이하다는 거지?”

손건호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아…… 구체적으로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만, 이웃의 말에 따르면, 평소 잔병을 앓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여자아이가 준 약을 먹고 아주 좋아졌다고 합니다. 이웃들 모두 그 여자아이가 평범하지 않다고 입을 모아 칭찬하더군요…… 다만 보스를 치료한 그 약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자료를 한쪽에 내려놓은 강무진이 쫙 펼친 손바닥을 다리를 덮은 담요 위에 올려놓았다.

“기회가 되면 그녀를 데려올 수 있겠지.”

손건호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보스가 여자아이에게…… 아, 아니, 여성 생물에게 저리 관심 가지는 건 처음 보았다.

……

성연은 이튿날 정오까지 내리 잠을 잤다.

깨고 싶지 않았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귓가에서 끊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귀를 찢는 듯한 ‘쿵쿵쿵’ 소리가 잠을 깨웠다.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여는 성연의 아름다운 얼굴이 짜증을 참지 못해 온통 찌푸려졌다.

송종철과 임수정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송종철은 하룻밤 꼬박 성연을 찾아다니다 겨우 여기에서 찾아낸 것이다.

어느 육교 밑에서나 찾을 줄 알았었다.

그런데 5성급 호텔에 와서 로열 스위트룸에 묵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곳은 하룻밤 숙박료만 수백만 원이다. 평소 접대할 일이 없으면, 그 역시 이리 사치스러운 스위트룸에 묵은 적이 없었다.

성연에 대한 미운 감정이 다시 한 단계 상승했다.

‘진짜 분수를 모르는 천방지축이구나!’

두 사람을 본 성연이 우아한 동작으로 하품을 했다. 아직 잠이 덜 깬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른한 모습으로 문틀에 기대었다.

밤새도록 자고 일어났는데도 성연의 머리카락은 가지런한 모양으로 등뒤에 얌전히 내려와 있었고, 하얀 피부는 모공 한 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끈했다.

임수정의 눈이 질투의 빛으로 가득 찼다.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송성연의 이 얼굴이 엄청난 밑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많은 것들을 생각하지 않았지만, 송종철의 눈에 비친 성연의 모습은 천박하기 그지없었다.

밤새도록 발산하지 못했던 분노는 건들거리는 모습의 성연을 다시 보는 순간,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았다.

송종철이 소리를 높여 호통을 쳤다.

“송성연, 성질을 부리고 싶어도 적당히 해야지. 이건 도가 너무 지나치 잖아!”

임수정 역시 밤새 따라다니며 새벽 찬바람을 맞았다. 그런데 누가 생각이나 했겠나? 송성연, 쟤가 5성급 호텔에 편안히 누워 자고 있을 거라고.

임수정은 송성연이 눈에 거슬렸다. 또 진미선 그 여자의 딸이 잘 지내는 것도 보기 싫었다. 그러면서 화가 치밀어 올라 입에서 비꼬는 말들이 쏟아졌다.

“송성연, 너 정말 제대로 즐기는구나! 보잘것없는 우리 집은 네 이 대단하신 몸을 누일 수 없다는 거지? 그래서 여기로 달려온 거야?”

분노에 찬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성연은 두 손으로 귀를 막고서 듣지도 않았다. 또 송종철과 임수정 앞에서 여유 가득한 모습으로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송아연은 오지 않았어요? 나에게 정중히 초대할 것이 아니면 가세요.”

성연이 손을 뻗어 문을 닫으려고 했다.

송종철은 조급 해졌다. 아버지가 되어 직접 찾아왔는데도 성연은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았다.

송성연은 송씨 집안에 아직 쓸모가 있었다. 그녀를 통제할 방법이 전혀 없으니 달랠 수밖에.

“네가 집안에서 원하는 방은 모두 비워줄 테니, 얼른 나와 함께 집에 돌아가자.”

자존심이 센 송아연이 속으로 자신이 그녀의 신발을 드는 것조차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텐데, 과연 자신을 초대하려 하겠는가?

이 가족의 본성을 밑바닥까지 들여다본 성연이 느릿하게 말했다.

“안 돌아가요. 갈 때 방값 내주고 가세요.”

‘쾅’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송종철과 임수정 앞에서 닫혔다.

화가 난 송종철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으며 입술까지 같이 따라 떨렸다.

“진짜, 진짜 분수도 모르고!”

바닥에 퉤 하고 침을 뱉은 임수정은 이를 갈며 비난했다.

“역시 시골 촌뜨기라 교양이 없네, 없어.”

어쨌든 송성연은 송씨 집안에 이용 가치가 높았다. 송종철과 임수정은 집에 가서 송아연을 설득시킬 수밖에 없었다.

“아연아, 딱 두 마디면 돼. 지금 우리는 송성연에게 의지해야 해. 나중에 강씨 집안으로 가고 나면 비참한 모습들 볼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거야. 우리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네 자신을 한 번만 낮춰주면 안 될까?”

송아연의 마음은 천 백 번도 더 싫었다. 하지만 그녀도 집안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정말 부득이한 일이 아니었다면 아빠 송종철은 송성연을 데려오지 않았을 것이다.

집안을 위해서, 또 앞으로 의식주 걱정 없이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치맛자락을 움켜쥔 송아연은 한참이 지나서야 결심을 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제가 그녀를 데리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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