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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냥 대충 이거나 먹어

이 가족의 비열한 속내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성연이었다.

방에 들어온 그녀는 문을 잠갔다.

트렁크를 열고 미니 핀홀 카메라와 소형 녹음펜을 꺼냈다.

한쪽 구석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미니 웹캠을 설치하고, 또 다른 쪽 구석에 녹음펜을 두었다.

아직 이 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다, 문밖에는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두 사람이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

지금은 송씨 가족도 그녀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

성연이 장비들을 다 설치하고 손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리고 트렁크 안의 잡다한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건들을 모두 정리한 후에 보니, 자신의 향낭이 보이지 않았다.

전신을 더듬어 보고 가방도 다시 한 번 검사해 보았지만, 향낭을 찾을 수 없었다.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외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직접 만들어 주신 향낭이었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사랑해 준 분이신 외할머니는, 그녀 마음에 단 하나 남은 순수였다.

외할머니와 관련된 물건이니, 절대 버렸을 리가 없었다.

‘몸에 차고 다니면서 지금까지 잘 가지고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 잃어버린 거지?’

성연은 턱을 괴고 침대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며, 머릿속의 기억들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 밤 마을에서 한 남자를 치료해 주었던 상황을 차례로 떠올려 보았다.

‘분명 거기서 떨어트렸을 거야.’

성연이 한숨을 내뱉고는 고운 눈썹을 오므렸다.

‘어쩌다 떨어졌지?’

향낭은 외할머니가 남겨준 유일한 증표 같은 것이라, 그녀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든 찾아야 해.’

성연이 휴대전화를 꺼내 서한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뭇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어투였다.

“물건을 잃어버렸어. 애들을 보내 마을의 폐창고를 뒤져봐. 찾거든 연락해.”

“보스, 뭔 데 그렇게 급해요?”

성연의 말투에서 조급한 기색을 읽은 서한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말이 많다?”

성연이 무표정하게 말했다.

그 즉시 등골이 서늘해진 서한기는 자신의 뺨을 크게 한 대 치고 싶었다.

‘왜 쓸데없는 말을 해서는, 왜…….’

서한기가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다.

“보스, 뭔 지 알아야 찾기 쉽지 않겠습니까?”

“향낭.”

짧게 대답한 성연이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침대 위에 떨어트렸다.

수화기 저편의 서한기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듯이 벽에 기대어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다행히 보스가 그냥 넘어갔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가죽이 벗겨졌을 것이다.

……

방 안에서 한참을 물건 정리하며 바쁘게 움직였더니 바로 점심시간이 되었다.

푹 꺼진 배를 만져보던 성연은 세수를 한 후에 느긋하게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 들어서자, 맛있는 냄새가 주방에서부터 풍겨 나왔다. 주방 쪽을 보니, 송씨 일가족 세 사람은 이미 식탁에 둘러 앉아 있었다.

탁자 위에는 순 먹다 남은 음식들인 것을 보니, 저들은 벌써 거진 식사를 마친 것 같았다.

배불리 먹고 마신 후 의자에 기대어 있던 송종철이 곁눈으로 성연을 힐끗 보고는 헛기침을 했다.

“성연이 밥 먹으라고 왜 아무도 안 불렀어?”

성연이 때문에 잔뜩 열 받은 임수정이 성연이를 제대로 대접할 리가.

‘쟤를 잘 먹이는 건 너무 손해 아니야?’

그래서 일부러 점심식사에 성연을 부르지 못하게 했다.

임수정이 냉랭하게 코웃음을 쳤다.

“손 있고 발 있는데 시간 되면 알아서 내려와야지? 밥 먹으라고 사람까지 보내야 돼? 진짜 지가 무슨 아씨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

화를 낼 기회만 엿보고 있던 송아연이 일부러 남은 음식들을 성연이 앞으로 밀었다.

“우린 거의 다 먹었어. 다시 음식하기도 그러니, 그냥 대충 이거나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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