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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송성연이 만점을 받다니

안금여는 무진의 대답을 듣는 순간, 온몸에 희열을 느끼며 조금 전까지 했던 근심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다.

“난 바로 가서 준비해야겠다. 이 아가씨를 아주 예쁘게 단장해서 네 앞에 데려와야지.”

그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흔들며 방을 나갔다. 마치 무진이 딴소리라도 할까 봐 겁이라도 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비서 손건호는 자기 보스가 이런 결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까닭에 깜짝 놀랐다.

‘정말, 보스가 결혼한다고? 그것도 사진 속의 여자아이와?”

‘어려 보이지만, 그간의 행적으로 봐서 보통이 아닌 게 분명해.’

……

안금여는 애당초 두 가지 상황을 예상하고 준비했다. 손자 무진이 결혼을 받아들이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상상하며 그에 맞는 대처법을 생각했으나, 결혼하겠다고 하니 송종철에게 연락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강씨 집안은 성연을 마음에 들어 하며 만족스럽게 생각했다.

안금여의 연락을 받은 송종철은 너무 기뻐 소리를 지를 뻔했다. 송성연이 집에 온 이후로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 번에 날아가 버리는 것 같았다.

드디어 송성연을 시집보낼 수 있게 됐다!

이제 남은 일은, 성연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속여서 강씨 집안에 보내 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다음날, 성연은 학교에 가서 모의고사 시험을 봤다.

송종철은 전에 없이 다정하게 힘내라는 응원의 말까지 했다. 정작 얼굴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성연은 그를 흘깃 한 번 쳐다본 후, 그대로 지나쳐 차에 올랐다.

그 모습을 본 송종철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하지만, 그녀가 곧 이 집에서 사라질 거라는 생각에 애써 화를 눌러 참았다.

얼마 후, 검은 벤츠가 속도를 서서히 줄이며 멈추어 섰다.

입구에 ‘북성남고’라고 쓰인 글자가 보였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금빛 간판은 위풍당당한 모습이었다.

북성남고는 북성에서 이름난 명문 학교로, 재벌 자제들이 다니는 최고의 귀족학교였다.

어떻게 해서라도 상류사회에 속하고 싶은 중산층 사람들은 무리해서라도 자기 자식을 이 곳에 보내려고 했다.

따라서 매년 지원자가 입학 정원보다 3배 이상은 많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모의고사 제도를 만들어 일정 점수 이상이 되어야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주었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이 학교에 다니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송아연 역시 이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여기가 시험 보는 장소야. 언니, 혹시라도 시험을 잘 못 봐도 울지는 마.”

송아연은 성연에게 시험장소를 알려주며 은근히 그녀를 무시했다.

송종철과 임수정은 성연이 혹시라도 0점을 받을까 봐 무섭다며 따라오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성연은 덤덤한 표정으로 필기구를 챙겨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송아연은 성적을 확인한 그녀가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몹시 궁금했다.

그녀는 재미난 구경을 위해 입구에 서서 한참이나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시험이 시작된 지 한 시간 반 정도 지났을까. 송성연이 시험장에서 나왔다.

송아연은 그녀를 보며 씨익 웃었다. 시험은 세 과목이었고 과목마다 주어지는 시간은 90분씩이었다. 그런데 고작 90분 만에 시험장을 나왔다는 건 한가지 이유밖에 없었다. 바로 시험을 포기한 것!

송아연은 얼른 선생님 앞으로 걸어가 고개를 쳐들며 물었다.

“선생님, 송성연이 몇 점이나 받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녀는 슬쩍 성연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송성연 학생 말이지? 만점이군.”

선생님은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성연을 보며 손을 내밀었다.

“송성연 학생, 우리 북성남고에 온 것을 환영한다.”

성연도 손을 내밀어 가볍게 악수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무, 무슨…….”

송아연은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송성연! 너 부정행위 저지른 거야?”

그 말을 들은 선생님이 눈살을 찌푸렸다.

“난 시험 시간 내내 교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감독했어. 자네 혹시 우리 학교의 공정성을 의심하는 건가?”

선생님 앞에서 혼자 치르는 시험인데 어떻게 부정행위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의 말은 분명 선생님에게는 모욕적이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었어요. 단지, 너무 놀라서 그런 거예요.”

선생님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본 송아연은 혹시라도 자기에 대한 인상이 나빠질까 봐 얼른 허리를 굽히며 사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속으로는 의심이 가득했다.

‘송성연이 만점을 받아?’

‘그게 어떻게 가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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