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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호감이 가는 여자아이

성연과 송종철이 도착한 곳은 북성의 유명한 고급 빌리지였다.

이 빌리지는 값비싼 땅 위에 지은 곳으로, 직위가 높은 정치인이나 재벌 일가가 주로 살았으며, 일반인은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그런 곳이었다.

[엠파이어 하우스]

성연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입구의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어느 명필의 손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힘차고 기세가 웅장한 글씨체는 사람들을 압도할 만했다. 송종철도 뒤따라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는 듯, 차 문은 그대로 열어 둔 채였다.

그는 하나의 절차라도 되는 양 형식적으로 당부하는 말을 건넸다.

“성연아, 여기서 잘 지내고 있어. 이곳은 우리 집보다 백 배는 더 나은 곳이야. 네가 여기서 살 생각을 하니 나도 마음이 놓인다.”

그는 말을 마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성연의 마음이 어떤지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송종철이 이곳에 도착할 때부터 다시 떠날 때까지는 채 2분도 안 걸렸다. 마치, 귀찮은 일을 빨리 해치워 버리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

‘마음이 놓인다고?’

성연의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그가 마음이 놓이는 이유는 아마도 번거로운 일을 해결해 버린 데에서 느끼는 안도감일 것이었다.

엠파이어 하우스의 정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성연은 짐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잠시 자리에 서서 건물들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엠파이어 하우스는 매우 인상 깊은 곳이었다.

정교하게 지어진 건물마다 값나가는 침향나무로 만들어진 긴 회랑이 있었다. 그곳에 서니 은은한 나무 향이 났다.

긴 화랑의 한쪽 끝에는 정자가 있었다. 정자 아래에는 연꽃이 심겨 있었고, 비단잉어 홍백이 바닥이 보이는 맑은 연못에서 보일 듯 말듯 헤엄쳐 다녔다.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가득 찬 전형적인 정원식 건축물은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때, 검은 제복을 입은 집사가 그녀를 마중 나왔다.

거실에 들어서자 곳곳에 놓인 값진 골동품과 명화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웬만한 일에는 끄떡도 하지 않던 성연에게도 강씨 집안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화려한 장식들은 꽤 충격적이었다.

흰색의 리넨 원피스에 긴 머리를 포니테일 형태로 묶은 뒤 땋아 내린 성연은 평소보다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녀는 강씨 집안의 압도적인 분위기에도 안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눅 들지 않는 모습으로 주위를 쭉 둘러보며 집안을 관찰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누군가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는 못했다.

안금여는 오늘 특별히 붉은색 자수가 있는 한복을 차려 입었다.

붉은색이 상서로운 징조라고 믿는 그녀의 바람이 담긴 옷차림이었다.

그녀는 거실에 앉아 송성연을 지켜보았다.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여자아이는 시골에서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전체적으로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사랑스러운 모습에는 시골 아이들이 가질 법한 거친 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심플한 화이트 원피스 뒤에 감춰진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강씨 집안의 노마님인 안금여는 일찍이 남편을 잃었다. 하지만 강씨 집안의 사람들 모두 그녀를 깍듯이 대했는데, 이는 일반 사람은 절대 따라올 수 없는 그녀만의 방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녀는 살아오면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만났었다. 사람 보는 눈이 매서운 그녀는 송성연을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안금여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을 잡으며 반갑게 맞이했다.

“네가 성연이구나. 정말 예쁘네. 우리 집안에 시집오면 무진과 잘 지내도록 해. 그 녀석이 너를 괴롭히면 언제든지 할머니한테 말하고!”

성연은 한 번도 이런 환영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터라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잡힌 손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자상하고 선한 얼굴로 친절하게 대하는 그녀를 보며 마치 외할머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낯선 곳에서 접하게 된 친숙한 느낌은 성연에게 위로가 됐고, 그녀는 안금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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