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희와 임구택은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서로에 대해 전혀 애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저녁이 되면 소희는 총재의 부인으로써 임구택의 별장에 있는 그가 직접 디자인한 소파에 누워 임구택의 애완견과 시간을 보냈다. 낮이 되면 그녀는 그가 고용한 가정교사가 되었고, 그에게 월급을 받으며 그의 눈치를 보며 일을 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에게 눈치를 주는 게 가능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불가능했다. 누군가가 그녀를 모욕하면 그는 그녀를 위해 지지해 주고, 누군가가 그녀를 괴롭히면 직접 찾아가 제대로 복수를 해주었다. 점점 모든 사람들이 임구택이 소희를 다르게 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마치 어른이 후배를 사랑스럽게 대하는 것 같으면서도 약간 다른 느낌이다. 스윗하면서도 매우 아끼는 느낌이다. 그는 원래부터 악질이지만 그녀를 위해 다시 한번 단호하게 결단하고 용맹하게 행동했다. 누군가는 소희 또한 보통 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평범한 집안의 그녀가 수십억 원 상당의 사치스러운 보석을 착용하고 있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 “그녀의 스폰서는 정말 돈이 많나 봐!” 소희는 하찮다는 듯이 뒤돌아보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건 할머니가 직접 만드신 브랜드에요!”
View More컵 안에는 짙은 갈색의 한약이 담겨 있었고, 향이 진하게 퍼졌다.연하는 소파 위에서 다리를 접고 앉아, 약을 작은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진구는 옆에서 얇은 담요를 가져와 연하의 다리 위에 덮어주며 말했다.“아까 약 달이는 동안 검색해 봤는데, 여자들은 생리 중에 몸이 차가워지면 안 되고, 술 마시는 건 더더욱 안 된대. 너, 진짜 목숨 걸었구나?”연하는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약을 마신 덕분인지 한결 나아졌고, 정신도 조금 돌아온 연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선배, 의외로 따뜻한 남자였네요? 사실 유진이가 선배랑 사귀었어도 꽤 행복했을 것 같아.”진구는 코웃음을 쳤다.“이제야 알아봤어? 지금이라도 후회돼서 도와주고 싶은 거 아냐?”연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가 유진이랑 아무리 친해도 대신 선택해 줄 순 없어요.”“알아.”진구는 소파에 앉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나 이번에 유진이한테 고백할 생각이야.”그 말에 연하는 조금 놀랐다.“결심했어?”사실 진구는 그동안 줄곧 망설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진이가 서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입도 못 뗐고, 나중에 서인을 잊은 후에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유진이가 자신을 다시 좋아해 주길 바랐다.요즘 유진이와 구은정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는 다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연하는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약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물었다.“결과는 생각해 봤어요?”진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가 받아준다면야 좋겠지만, 거절당한다면 아마 친구 사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특히나 유진이가 지금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부담스러워서 사표라도 내는 건 아닐지. 이
진구는 고개를 돌려 방연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어머니가 나더러 너 데리러 오라고 하셨어.”연하는 바로 상황을 이해하고 투덜거렸다.“엄마한테 곧 간다고 말했는데, 왜 또 오빠까지 부른 거야?”“너 데리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지.”진구의 말투는 점점 더 다정해졌고, 하현욱은 재빨리 말했다.“연하 씨, 남자친구가 왔으니 얼른 들어가요!”연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구석한에게 말했다.“다음에 꼭 사장님 노래 들을게요. 전 먼저 갈게요.”구석한도 더는 말할 수 없어, 체면상 걱정스러운 말만 건넸다.“조심히 들어가요.”연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진구를 바라봤다.“가자, 집에 가자.”진구는 연하를 데리고 차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연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시트에 몸을 기대듯 기대고는 완전히 맥이 풀린 듯한 모습으로 물었다.“근데 선배 어떻게 거기 있었어요?”진구는 말했다.“지나가다가 우연히 봤어. 몇 명이랑 실랑이 중인 거 같아서 혹시 곤란한 일 생긴 건가 싶더라고.”연하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안 그랬으면 오늘은 진짜 피 토했을지도 몰라요.”진구는 그제야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무슨 일 있어?”연하는 그를 친구처럼 여겼기에 거리낌 없이 말했다.“생리 중인데, 배가 너무 아파서요.”진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병원 갈래?”“괜찮아요!”방연하는 씩 웃었다.“딱 봐도 여자친구 없어 보여요. 이거 매달 하는 되게 평범한 거예요.”“아...”진구는 더욱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그렇게 아픈데도 술 마시러 나갔어?”연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쩔 수 없잖아요.”“그러면 잠깐 눈 좀 붙여. 집까지 데려다줄게.”진구가 말에, 연하는 감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선배, 진짜 고마워요.”“고맙긴.”연하는 정말 배가 아파서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눈을 감았다.진구는 연하가 어깨를 감싸 쥐고 참고 있는 표정을 보며, 평소의 활달한 모습과
은정은 손에 들고 있던 요구르트를 내려놓았다.“이거 먼저 마셔. 곧 밥이 다 돼.”그 말을 남기고, 곧장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유진의 얼굴은 붉어졌다가 창백해지고, 이내 푸르스름해졌다.‘이게 어떻게 친구 사이야?’‘예전엔 왜 몰랐을까, 이 남자 이렇게 능숙하고, 설레게 하는 타입이었나? 하.’역시, 유진은 은정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적었다. 은정은 지난번 남겨 냉동해 두었던 생선을 꺼내 생선찜을 만들었다.맛은 나쁘지 않았고 달걀 몇 개를 볶고, 간단한 국도 하나 끓였다. 유진은 배가 고픈 건지, 아니면 이 익숙한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건지, 자리에 앉자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은정은 생선살을 발라 접시에 담아 그녀 앞으로 밀어주었고, 유진은 한 손으로는 자신이 먹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애옹이에게 먹이를 주었다.계란볶음은 아주 평범한 요리였지만, 유진은 파티장에서 먹던 최고급 참치초밥보다도 더 향긋하고 맛있게 느껴졌다.은정은 말없이 생선 살을 모두 유진의 앞 접시에 덜어주고, 조용히 유진이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끔 휴대폰을 확인하며 업무 관련 메시지 몇 개를 간단히 회신했다.유진이 물었다.“왜 안 먹어요?”이에 은정은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파티 가기 전에 먹었거든.”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은 야근해서, 진구와 함께 바로 파티장으로 갔었다. 원래는 파티가 끝나면 함께 야식을 먹기로 했었다. 유진은 이내 그 생각이 나 휴대폰을 꺼내 진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미안해요. 약속 못 지켜서요.]진구는 이미 파티장을 떠나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유진의 메시지를 받은 그는,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괜찮아.]폰을 내려놓은 진구는, 갑자기 집에 가고 싶지도 않고, 혼자 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 봐도 누구를 만나 수다를 떨 만한 사람도 딱히 없었다.대학 친구들은 다들 바쁘고, 모인 지도 오래됐다. 회사에서 자신이 있는 위치에선,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는 것도 어렵다.유진이 그나마
“그날 밤 이후로, 계속 잠을 못 잤어.”“나, 좀 수척해 보이지 않아?”유진이 잠깐 멈칫했다. ‘눈을 감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자신이 쳐다보고 있는 걸 아는 거지?’유진은 순간 당황스러웠고, 동시에 남자의 말이 괜히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은정은 반쯤 눈을 뜬 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은, 이제 좀 마음이 놓이네.”유진은 은정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을 지었다.“친구가 되니까 마음이 놓였다고요? 그럼 우린 원래 친구였잖아요. 왜 그렇게 돌아서 가려고 했는데요?”어두운 조명 아래, 은정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동자는 더욱 짙고 어두워져 먹물처럼 깊었고, 저음의 목소리는 자석처럼 끌리는 울림이 있었다.“왜 그런 것 같아?”유진은 은정의 눈 속에서 깊은 바다 같은 소용돌이를 느꼈다. 괜히 빠져들 것만 같아서, 아예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작게 투덜거렸다.“그럴 만하니까 그렇죠.”은정은 다시 눈을 감으며, 혼잣말처럼 낮게 말했다.“네 말이 맞아. 내가 그럴 만하지.”원래 하늘이 은정에게는 치트키를 줬다. 왕으로 곧장 올라설 수 있었던 삶을, 굳이 밑바닥 계급부터 정글에서 시작하겠다고 했던 그였다.27층으로 돌아왔을 때, 유진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이제는 좀 놔줘도 되지 않아요?”그러나 은정은 손을 놓지 않았다.“애옹이 보고 싶지 않아?”유진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녁 제대로 못 먹었잖아. 내가 야식 만들어줄게. 넌 애옹이랑 잠깐 놀고 있어.”은정은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레 제안했다. 그리고 유진이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자, 그는 그녀가 동의한 것으로 알고 그대로 유진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집 안으로 들어선 유진은 문득 말했다.“집에 가서 옷 갈아입어야 해요.”그 말에 그제야 구은정이 손을 놓았다.“얼른 다녀와.”“네.”유진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대답하고는 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은정은 문을 닫지도 않고 열어둔 채, 달려오는 애옹이를 받
은정은 유진을 바라보다 담담히 말했다.“이제 좀 진지한 얘기를 하자.”“진지한 얘기?”유진은 아직도 어떻게 하면 구은정을 도와 서성을 견제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었기에, 그의 말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은정의 짙은 눈동자는 깊었다.“친구로 지낼 건지, 아니면 내가 널 계속 쫓아다닐 건지. 결정했어?”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화가 난 듯 말했다.“그게 지금 진지한 얘기예요?”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유진의 가슴 한쪽이 찌릿하며 저렸다. 분노도 사라지고,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잘 모르겠어요.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이미 고백도 받고, 키스도 했는데, 어떻게 친구로 돌아가라는 걸까?’“결정 못 했으면, 그럼 나는 계속 널 쫓아다닐게.”은정의 목소리는 장난기 섞인 당당함으로 가득 찼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소파 등받이에 손을 짚고, 유진의 입술을 향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그리고 유진은 순간 놀라 뒤로 물러났고, 등이 소파에 닿을 만큼 밀려나며 외쳤다.“친구 할게요!”은정의 얇은 입술은 유진의 입술 코앞에서 멈췄다. 단 몇 센티미터만 더 가면 닿을 거리였다.뜨거운 숨결이 유진의 얼굴에 닿자, 그녀는 숨을 참은 채 눈을 내리깔고 은정의 어깨를 밀었다.은정은 결국 몸을 물러섰다. 이 이상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걸 알기에, 오늘 이 정도면 충분했다.은정은 유진의 긴장한 얼굴을 보고는 가볍게 웃었다.“좋아. 친구 하자. 하지만 조건 있어. 예전처럼 나 피하지 않기!”유진은 속눈썹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고, 은정은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우리 이제 집에 가자.”유진은 급히 말했다.“아직 난 못 가요.”말이 끝나기도 전, 휴대폰이 울렸고, 화면에는 여진구의 이름이 떠 있었다. 이에 유진은 재빨리 통화를 받았다.“선배!”진구는 다급한 목소리였다.[유진아, 어디야? 파티장 안에 네가 안 보여서.]유진은 자기를 바라보는 은정의 눈빛이 너무나 뜨겁다는 걸 느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김서나는 얇은 이불로 몸을 급히 가리며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구은정 사장님? 어떻게 방 안에 있었던 거죠? 그 품에 있는 여자는 누구예요?”서성의 얼굴은 잿빛처럼 굳어 있었다.“못 봤어? 걔도 여자 즐기러 온 거야.”은정 품에 안긴 유진은 가운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기에, 겉으로는 전혀 알 수 없었다.하지만 그가 얼마나 오래 옷장 안에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봤을지 알 수 없기에, 서성은 점점 초조해졌다.서성은 다른 건 괜찮았다. 김서나라는 비밀 라인이야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은정이 이 일을 자기 아내에게라도 흘리면, 그땐 일이 커진다.신경이 뒤엉킨 서성은 서나를 향해 냉랭하게 내뱉었다.“옷 입고 꺼져.”“사장님!”서나는 다급히 붙잡으며 말했다.“우리 사이가 들켰는데, 구은정 사장님이 저를 가만둘까요?”서성은 턱살을 축 늘어뜨린 채 말없이 옷을 주워 입었고,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해성으로 보내줄게. 오늘 밤 바로 출발해.”서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면서도 눈빛에 계산이 스쳤다.‘내가 이 사람을 위해 뭐든 했는데, 직장도 잃고, 이 정도면 보상은 받아야지.’서나가 말끝을 길게 늘였다.“서성 사장님, 저 사장님을 위해서 다 버렸잖아요. 이젠 보상 좀 해줘야죠.”이에 서성은 비웃듯 여자를 쳐다보며 말했다.“해성에 있는 집 한 채 명의 넘겨줄 테니 만족해.”그제야 서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사장님.”한편, 은정은 다른 객실을 잡아 유진을 품에 안은 채 들어왔다. 소파에 그녀를 내려놓으려던 찰나, 유진이 은정의 셔츠를 꽉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그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깨에 닿은 물기, 그 젖은 감촉에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이 굳었다.“유진아!”유진을 조심스레 내려놓고 가운을 걷어보자, 금세 눈시울이 붉어진 은정의 얼굴이 보였다. 눈물까지 맺힌 그 모습을 본 순간, 은정의 가슴도 덜컥 내려앉았다.유진은 어릴 적부터 귀하게 자랐지만, 그렇다고 약한 아이는 아니었다. 그런 그녀가 이렇게
유진의 눈동자가 살짝 커졌다.“그러니까, 이번에도 거절은 안 돼.”구은정은 그렇게 말했다.“뭐, 읍!”유진의 입술이 막히는 순간, 온몸이 반사적으로 굳어버렸다. 익숙한 은정의 향기가 그녀의 모든 감각을 단숨에 덮쳐버렸다.은정은 능숙하게 유진의 입술을 벌리며 키스를 이어갔다. 한 손은 옷장 문을 짚고, 다른 손은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안은 채, 뜨거운 입맞춤을 멈추지 않았다.달콤한 유진의 앞에서 그동안 억눌러온 자제력과 이성이 완전히 무너졌다. 유진은 그의 키스를 강제로 받아내며 두 손으로 은정의 어깨를 밀었다.처음엔 억지스러운 상황에 분노했지만, 머릿속에 가장 먼저 스친 생각은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키면 안 되었다. 그렇게 된다면 은정의 입장이 더 곤란해질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은정은 거칠면서도 따뜻했다. 그토록 진한 감정은, 저항하고 싶던 임유진의 마음까지도 서서히 녹여버렸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1분일까, 아니면 2분? 은정이 키스를 멈추고 그녀의 이마에 이마를 대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유진, 오늘 정말 예쁘다.”유진의 머릿속이 웅하는 소리와 함께 울렸고, 심장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터질 듯한 심장 소리에, 숨조차 쉬기 어려웠다.“진짜 예뻐.”은정의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져 있었지만, 그 말만큼은 또렷했다. 그는 유진이 파티장에 들어섰을 때부터 이미 그녀를 보고 있었다.예쁜 드레스를 입고 여진구 옆에 선 유진을 보는 순간, 질투에 이성을 놓칠 뻔했다. 그래서 바로 유진을 끌어당겨 옆에 두려 했던 것이다.유진은 화가 나고, 부끄럽고, 또 당황스러웠다. 좁은 공간, 존재감이 지나치게 강한 이 남자, 그리고 방 안에서 들려오는 다른 커플의 은밀한 소리까지. 유진의 머리는 순식간에 하얘졌다.은정은 유진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눌러 담은 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물었다.“임유진, 이제 기억났어?”은정은 유진이 예전에 자신에게 했던 모든 행동을 다시 한번 반복하고 싶었다. 그녀가 기
이곳은 호텔의 개인 휴게실로, 안쪽과 바깥쪽이 연결되어 있었고, 문도 없이 가운데에는 장식용으로 놓인 뚫린 책장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막 안으로 들어섰을 때,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서성 사장님!”한 여자가 서성에게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안기며, 남자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입을 맞추고 있었다.서성은 문을 닫으며, 여자를 끌고 안쪽으로 향했다. 불붙은 장작처럼 타오르는 모습이었다.유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바깥을 살폈지만,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고, 그의 품에 안겨 도취한 얼굴로 고개를 젖힌 여자만 보였다. 은정의 파트너였고, 은정은 그 여자를 비서라고 했었다. 유진은 깜짝 놀라 은정을 돌아봤다. 그에게 ‘당신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뺏긴 것 같다’고 말하려던 찰나, 은정의 눈빛은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자기야, 보고 싶었지?”서성의 목소리는 흐릿하게 취기가 섞여 있었고, 젊은 남자라고 보기엔 목소리가 걸걸했다.“안 돼요!”김서나는 몸을 비틀며 말렸다.“잠시 후에 구은정 사장님이 저를 찾으면 어떡해요?”“찾으면 어쩔 건데?”서성의 취한 목소리는 오만했고, 발음도 또렷하지 않았다.“지금 당장 그 자식이 내 눈앞에 나타나서 우리가 이러는 걸 본다 해도, 그놈은 찍소리도 못해! 나 없으면 구씨그룹은 당장 망하게 생겼다고!”그러자 서나는 아첨하듯 웃으며 말했다.“사장님이 회사에선 절대적인 분이신 건 맞죠. 하지만 사장님이 저보고 구은정 사장님 옆에서 계속 눈치 보라고 하셨잖아요?”“그런데 저희 사이 들키면, 저를 더 경계하게 될 거예요.”“걱정하지 마. 이곳은 절대 찾지 못해.”서성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고, 이 이상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다시 여자를 껴안고 입을 맞추며, 동시에 서나의 드레스를 벗기기 시작했고, 안쪽 방으로 끌고 들어갔다.유진은 뒷걸음질 치며 복잡한 눈빛으로 은정을 바라보았다.‘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그 비서는 서성이 은정의 옆에 붙여놓
이런 자리에서 유진은 은정과 말싸움을 하거나 몸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그랬기에 그저 얌전히 그의 손에 이끌려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은정은 유진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는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택했다. 계단은 넓었지만 유난히 조용했고, 뒤를 돌아보면 화려하게 빛나는 조명 아래, 파티장의 사람들과 완전히 분리된 공간처럼 느껴졌다.유진은 한 계단 아래에서 은정의 뒤를 따라가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당신 여자 파트너는요? 이렇게 두고 와도 돼요?”은정은 걸음을 멈추고 유진이 따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녀의 손목을 잡은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려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유진의 표정을 살폈다.질투라든가, 그런 감정을 찾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요 며칠간 두 사람 사이엔 계속 냉랭한 기류가 흘렀고, 유진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은정은 설명했다.“그 사람, 내 비서야.”유진은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처음엔 회사에서 임시로 준비한 파트너인 줄 알았는데, 비서라면 매일 함께 있는 사이라는 뜻이었다.“그게 뭐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유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의 무심하고 차가운 표정에, 은정은 가슴에 바늘이 찌르는 듯한 아픔을 느꼈지만,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위층은 휴게 공간과 탈의실로 구성돼 있었다. 두 사람은 조용한 방 하나를 골라 마주 앉았다.은정은 유진에게 차를 따라주며 물었다.“저녁은 먹었어?”“조금 전에 스시 먹었어요.” 유진이 대답했고, 은정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나중에 집에 가서 야식 만들어줄게.”“괜찮아요. 이미 배불러요.”유진은 정중하게 거절했다.“스시 먹고 배불러?”은정은 가볍게 웃었다.“평소엔 밥 한 공기 뚝딱 비우고도 애옹이 간식까지 같이 먹었잖아.”그의 말에 유진은 예전에 은정의 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애옹이를 데리고 장난치던 그 시절이 떠올랐다.그러자 가슴 한쪽이 시리게 허전해졌다. 은정은
수요일 저녁 7시 정각 소희는 전위 호텔 앞에 나타났다.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소희는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아빠 소정인이었다. [소희야, 아빠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차가 좀 막히네. 먼저 들어가있어.]소희는 발걸음을 늦추며 이따 임구택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할까 생각하고 있었다.결혼 3년 동안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임구택이 이 결혼을 동의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부한다는 것은 안 봐도 뻔했다.그렇다고 임구택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 과거 소씨 가문의 회사가 위기를 맞자 뻔뻔하게 임씨 가문을 찾아가 혼인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였고, 당시 임씨 가문의 장남은 이미 결혼을 한 터라 자연스레 그 약속은 차남 임구택이 이행하게 되었다. 그가 내키지 않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임씨 가문은 당연히 소씨 가문에 좌지우지 당하지만은 않았다. 예물로 50억 원을 건네어 소씨 가문이 난관을 이겨내게 도우면서도 조건을 제시했다. 3년 뒤에 이 혼사가 자동 해지되는 것으로.3년 전, 그녀는 아직 법정 결혼 연령이 되지 않아, 두 사람은 라스베가스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대리인이 가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결혼하자마자 임구택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결혼 해지를 석 달 앞두고 돌아왔다. 결혼을 거부한다는 태도가 너무나도 뚜렷했다.하필이면 오늘, 그녀의 아버지가 회사 때문에 그녀를 앞세워 다시 한번 그를 찾아가 부탁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소희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생각하였다.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 아내에요!”그가 그녀를 거들떠보기나 할까?듣건대 임구택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강성의 유명한 악질이었다고 한다. 강성의 흑과 백을 모두 통솔하며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매섭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지만 며칠 전 TV의 경제 채널에서 임구택을 본 적이 있는데 그녀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명품 양복을 입고, 거만하면서도 우아하고 듬직해 보였다.그녀는...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은 금추 작가가 창작한 로맨스 분야에 속한 소설입니다.
임구택은 소씨 가문의 신세를 갚기 위해 소희와 결혼했습니다. 그러나 조건은 3년이 지나면 둘이 이혼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소희가 우연히 임구택 조카의 과외 선생이 되어 임구택과 다시 인연을 맺었습니다. 둘이 함께 지내면서 서로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제1148화까지 업데이트했고 조회수가 229.7k에 달했으며 9점이라는 평점을 받았으니 우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롯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궁금하시면 굿노벨이라는 앱에서 한번 읽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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