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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작가: 금추
그의 손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

일을 마친 후 돈을 지불하다니. 그녀는 그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걸까?

남자가 냉담한 얼굴을 하고 발코니로 성큼성큼 걸어가니 과연 창문이 열려 있었다.

여기는 층고가 높아서 3층이 4층 높이일 텐데 그녀는 어떻게 뛰어내렸을까?

그가 그렇게 무서웠나?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칠 만큼?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물을 끼얹은 듯 청량한 바람이지만 남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식히지 못하였다. 이 여인은 만 원으로 그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난 후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쳤다... 잡히기만 해봐!

......

택시에 앉은 소희가 재채기를 하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

“아가씨, 괜찮아요?”

이렇게 예쁘게 생겨서 홀딱 젖어있다니,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

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학생이죠? 밖에 혼자 다닐 때 각별히 조심해야 되요.”

“네, 감사합니다. 기사님.”

소희는 대답하고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천위 호텔의 7시와 9시경에 내가 찍힌 CCTV 기록은 모두 없애!”

“ok!”

상대방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시에 따랐다.

남자의 귀에 거슬리는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려 퍼졌다. 소희는 오늘 임구택과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따위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만 임구택이 그녀가 왔었다는 사실을 모르게만 하고 싶었다.

운해로에서 내리면서 소희는 뒷좌석을 적신 대가로 택시비를 두 배로 지불했다.

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소희의 젖은 옷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작은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

“일이 좀 있었어요, 일단 올라가서 샤워부터 할게요.”

소희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목욕물 준비해 드릴게요.”

하녀는 더 묻지 못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 준비했다.

몇 분 후 소희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긴장했던 몸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서 머리까지 물속에 파묻고 오늘 밤에 있었던 일을 잊으려 했다.

목욕을 마치고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하녀가 머리를 말려주고 있을 때 소정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희는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하녀를 내보내고 베란다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연결되자 소정인이 다급하게 물었다.

“소희야, 어디야? 임 대표님 만났어?”

소희의 말투에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아버지, 제가 임 대표와 어색할까 봐 흥을 약을 타신 거예요?”

소정인은 어리둥절하였다.

“무슨 말이야, 약을? 내가 누구한테 약을 줘? 나 아니야!”

“아니라고요?”

소희는 계속해서 말하였다.

“그럼 왜 아버지는 분명 임구택의 비서와 아홉 시에 약속을 잡아놓고 저한테는 일곱 시라고 하셨어요?”

전화기에선 침묵이 흘렀다. 소희는 고개를 떨구고 전화를 끊으려고 하였다.

“소희야!”

전화기에서 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소정인은 미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일은 내가 잘못했다. 나는 네가 임 대표를 일찍 만나서 단둘이 얘기를 나누다보면 결혼에 대해 생각이 달라질 거 같아서 그랬다.”

그러고는 대뜸 물었다.

“무슨 일 있었니? 왜 그래?”

소희는 소정인의 말투에서 진심으로 자신을 관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아버지가 아니에요?”

소정인은 즉시 대답했다.

“당연히 아니지, 내가 아무리 어려워도 이런 상스러운 수단으로 내 딸을 이용하지는 않아!”

소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정인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희야, 괜찮지?”

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저 임구택을 못 만났어요.”

소정인도 자초지종에 대해 더 이상 묻지 않고 가볍게 탄식하듯 소희에게 사과했다.

“어쨌 됐든 이번 일은 아빠가 미안해, 다시는 그사람 만나라고 하지 않을게. 산속 별장에 있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아빠가 데리러 갈게.”

소희는 목소리가 한결 온화해졌다.

“이미 2년 넘게 살았어요. 몇 달 더 지내도 상관없어요. 아버지, 걱정하지 않으셔도돼요, 저 여기 꽤 마음에 들어요.”

이 별장은 임구택의 개인 재산이다, 결혼하자마자 이사 와서 거의 3년 동안 살고 있다.

소정인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그럼 몇 달만 더 참아. 3년이 되자마자 내가 직접 우리 딸 데리러 갈게. 아 참...”

그는 잠간 멈추더니 다시 말했다.

“이번 주 토요일 네 엄마 생일이니 집으로 와. 지난번에 네가 왔을 때 한 말은 진심이 아니야, 너도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엄마도 많이 후회하고 있다. 다만 자존심 때문에 사과하지 않는 것뿐이야.”

“이번 주 토요일 오전에 수업이 있으니 수업을 마치고 제가 알아서 갈게요.”

“그래, 무슨 일 있으면 아빠한테 전화하렴.”

전화를 끊고 소희는 잠시 생각한 뒤 다시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봄 시즌에 나온 최신상 목걸이와 귀걸이 세트로 준비해 주세요, 이틀 뒤에 찾으러 갈게요.”

상대 편의 대답을 듣고 소희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오늘 일을 생각하니 어둠 속의 장면이 저절로 머릿속에 떠올랐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바로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그녀는 머리를 두 팔 사이로 파묻고 마음속엔 화난 건지 미워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듯한 감정이 피어났다.

밤 11시에 임구택이 천위 호텔을 떠날 때 비서가 그의 뒤를 따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찾았습니다. 천거의 부사장 이해창입니다. 원래 오늘 자신이 데리고 온 여자 파트너에게 약을 먹이려고 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술잔이 대표님께 전달되었답니다. 이해창이 기겁을 하고 야반도주해서 해성으로 갔답니다.”

임구택의 새까만 눈동자가 매섭게 빛났다.

“이미 도망쳤으면 영원히 돌아오지 못하게 해!”

비서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임씨 가문 고택에 돌아온 지금은 이미 새벽이었다. 임씨 가문 첫째네 부부는 딸과 아들만 남겨둔 채 부모님과 함께 런던 경제 세미나에 참석하러 갔다. 아이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

임구택은 곧바로 3층으로 올라가 샤워를 한 뒤 가운을 두른 채 베란다의 등나무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탁자 위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혔다.

담뱃불이 달밤의 베란다에서 깜박거렸다. 임구택의 젖은 머리카락이 이마에 드리워졌다. 희미한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유난히 윤곽이 두드러지고 준수해 보였다.

저도 모르게 또 오늘 밤 그 여자가 생각났다. 그는 그녀의 불안을 눈치채고 너무 성급했다가 그녀가 다치기라도 할까 봐 길게 키스했다.

그녀가 응낙한 후에야 그는 그 다음 동작을 이어갔다. 그녀는 그의 팔을 잡고 불안에 떨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당시 그는 정신이 혼미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불렀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임구택은 그 만 원짜리 지폐를 꺼내 들었다. 이미 물에 젖어 있었다.

요즘은 거의 휴대폰 결제가 상용화되어있는데 누가 현금을 들고 다닐까?

그녀는 왜 그의 방에 나타난 거지?

그녀는 도대체 누구일까?

임구택은 갑자기 궁금해졌다.

임구택은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오늘 밤 3층에서 뛰어내린 여자를 찾아봐!”

“네!”

비서 명우는 명령만 받을 뿐 종래로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다음날 오전 수업을 마친 소희는 장학금 신청 서류를 정리해서 사무실로 보내라는 조교의 전화를 받았다.

소희가 정리를 마치고 출발하기도 전에 다시 조교의 메시지를 받았다.

[소희야, 나 급한 일이 있어서 9층 회의실에 가야 해, 여기로 가져와.]

소희는 답장한 뒤 사무동으로 향했다.

사무동 밖 도로에 검은색 벤틀리가 세워져 있었다. 소희가 막 지나가려는 찰나 키가 크고 반듯한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

소희는 남자의 옆모습을 보고 가슴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렸다.

어젯밤에 불을 켜고 있지 않아서 임구택이 그녀를 모를 수도 있지만 그녀는 그를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차가 떠나고 남자도 방향을 틀어 사무실 건물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소희는 다시 길을 걸었다.

그런데 모퉁이를 돌아서자 남자가 멈춰서서 통화하고 있는 것이었다. 소희도 멈춰 서서 고개를 숙이고 핸드폰을 보는 척했다.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임구택은 이미 멀어졌다. 소희는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면서 임구택이 어떻게 여기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사무동 건물에 들어서자 남자는 엘리베이터로 들어가고 있었고 소희는 걸음을 늦추며 엘리베이터가 닫히기를 기다렸다.

그녀의 손이 엘리베이터 버튼에 닿자 이미 닫혔던 엘리베이터가 다시 열렸다.

소희가 고개를 들자 미처 대비도 못한 채 남자의 냉담한 두눈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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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구택은 그녀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희고 부드러우며, 붉은빛이 돌았다. 마치 구름이 노을빛을 머금은 것 같았고 붉은빛은 그녀를 더욱 앳되게 보이게 해 대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처럼 보였다.그는 데이비드를 물러나게 한 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제 떨어져도 좋아요.”소희는 일단 한 번 돌아보고 나서야 그에게서 떨어졌고 바로 남자 뒤에 숨어서 강아지에 눈을 떼지 못했다.남자는 가볍게 웃은 뒤 데이비드에게 걸어갔다.그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남자의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나는 게 마치 봄에 내리는 가랑비의 냄새 같았다.남자는 데이비드에게 다가가 목을 쓰다듬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데이비드는 보통 사람을 공격하지 않습니다.”소희는 남자의 말에 속뜻을 헤아렸다. 무슨 뜻이야? 내가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그녀는 그 개를 보고나니 그제야 셰퍼드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셰퍼드보다 더 커서 사람을 놀래키기엔 충분해 보였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그의 담담한 태도를 흉내 내며 말했다. “익숙한 말이네요, 애꿎은 행인이 개한테 물렸다는 소식은 뉴스에서 많이 접했어요.”임구택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나이가 어릴 땐 이가 아주 날카롭죠!”소희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임유림이 웃음을 띠며 내려왔다. “소희야 너 왔구나!”그녀는 연한 화장을 한 채 내려와 소희에게 인사를 건넸다. “부모님은 안 계시고 평소엔 집에 거의 사람이 없어. 여긴 우리 삼촌 어제 봤지?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소희는 임구택을 바라보며 파리를 먹은 듯한 표정으로 입을 오므렸다.임구택은 아까의 일을 복수하듯 담담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어른을 만났는데 인사도 안하나요? 인사예의도 모르면서 가정교사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임유림은 임구택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른 채 임구택에게 눈치를 줬고 임구택은 못 본 척했다.소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이빨 사이로 두 글자를 짜내는 듯했다. “삼...촌!”임구택은 폼을 잡으며 데이비드를 데리고 소파에 앉았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 9 화

    소희는 손을 뒤로 숨기고 싶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그러지 못했다.게임에서는 그녀가 유민을 쏴 죽이고 그녀도 다른 사람 총에 맞아 죽었다.소희를 발로 차고 싶은 충동을 참은 유민은 그녀를 옹호하였다. “둘째 삼촌, 숙제 다 했어요!”임구택은 의외라는 듯 소희의 얼굴을 힐끔거리며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보자.”유민은 숙제를 꺼내서 임구택에게 보여주었다. 과연 다했을 뿐만 아니라 채점도 다하고 틀린 문제도 고쳤다. 심지어 어떤 문제는 오답노트까지 써놓았다.임구택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는 태연하게 그를 마주 보며 말했다. “유민이가 숙제 다 하면 게임 같이 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임구택은 입가에 웃음을 띤 채 숙제를 내려놓고 유민에게 말했다. “숙제 잘했네, 계속 게임해!”임구택은 말을 마친 뒤 걸음을 옮겨 방을 나갔다.소희는 그제야 숨을 내쉬었고 유민과 눈을 마주쳤다.유민이 비웃었다. “삼촌이 그렇게 무서워?”소희는 입을 열었다. “설마 넌 안 무서워?”유민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삼촌이 화나면 날 때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너는 때리지도 못할텐데 넌 뭐가 무서워?”소희는 목이 메었다. “누... 누가 무섭대?”유민은 야유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소희는 짜증이 나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삼촌 얘기하지 말고 게임이나 하자.”유림은 다시 태블릿을 집어 들고 위협했다. “또 나 쏘면 내가 너 먼저 죽인다!”소희는 미소를 지었다. “안 그럴게!”......소희가 집에 갈 땐 임구택을 마주치지 않았고 별장을 떠난 후 그제야 그녀는 마음이 탁 트였다.어떤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임구택은 오전 내내 외출하지 않았고, 점심에는 유민과 단둘이 10개의 반찬과 국을 곁들여 밥을 먹었다.임구택은 먼저 국물을 몇 모금 마시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새로운 선생님 어때?”“좋아요!”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임구택은 가볍게 비꼬았다. “너랑 게임 같이 해줘서?”유민은 대수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 10 화

    밤 10시가 넘은 시각 임유림은 그제야 집에 돌아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임구택을 힐끗 보고 무슨 말을 하려는 하인에게 눈치를 준 뒤 살금살금 위층으로 살금살금 올라가려 하였다.“이리 와!” 남자는 소파에 기대어 책을 손에 든 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임유림은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예 태연한 척 그에게 갔다. “삼촌, 아직 안 주무셨어요?”임구택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어쩐지 가정교사를 급하게 찾더라니 데이트하려고 그런 거였구나, 남자친구 있니?”“없어요!” 임유림은 고개를 즉각 고개를 저었다. “그냥 학교 친구랑 쇼핑하다 온 거예요!”“남자친구야 아니면 친구야?” 임구택은 취조하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임유림은 삼촌이 여우라는 것을 깨닫고 맞은편에 앉아 솔직하게 말했다. “저 남자친구 생겼어요. 우리 집이 특별한 집안이라고 해도 전 그냥 평범한 연애가 하고 싶어요. 그의 뒷조사와 우릴 감시하지 않았으면 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아주 좋은 사람이고 저도 저희 집안 얘기를 한 적 없어요.”임구택은 책을 내려놓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림아, 연애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야, 뒷조사 안 할 테니까 네가 좀 더 조심했으면 좋겠어. 부모님이 집에 없을 땐 내가 널 책임져야 해.”임유림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삼촌, 둘째 삼촌이 최고예요!”“애교 부리지 말고 올라가 자.”임구택은 가볍게 웃으며 덧붙였다. “참, 유민이가 네 친구 괜찮다고 했으니까 다음 주부터 계속 나오라 그래.”정말요.” 유림이의 미소가 더 환해졌다. 유림은 휴대폰을 꺼내며 위로 올라갔다. “지금 말해줘야겠다!”임구택은 유림이 계단에 있는 것을 보고 한마디 외쳤다. “소희야, 자니?”전화 너머로 상대방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자 유림은 웃으며 답했다. “우리 삼촌이 너 잘 가르친다고 하시더라. 네가 유민이 가정교사하는 걸로 하기로 했어.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에 수업하는 거 어때?”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

최신 챕터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10화

    정현준이 어색하게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소혜 씨는 원래 목표를 정하면 절대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그런 자세는 우리가 본받을 만하죠.”그는 임유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팀장님, 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팀장님도 부담스럽다면, 우리 영업팀 쪽이랑 다시 얘기해 볼까요? 그쪽도 이제 이 프로젝트 포기하고 싶어 할 수도 있으니까요.”유진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자료를 보고 있었다. 소혜의 도발 섞인 말투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고, 감정 기복 없이 차분했다. 속마음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오히려 상대가 당황할 정도였다.자료를 대략 훑고 나서야, 유진은 마음을 정리한 듯 고개를 들었다.“굳이 물어볼 필요 없어요. 소혜 씨의 기획서 봤는데 문제없더라고요. 이 프로젝트, 제가 직접 구씨그룹과 협의하죠.”소혜의 입가에 알 수 없는 웃음이 번졌다. 소혜는 구씨 그룹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부서와 이미 친분을 쌓아두었고, 사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내부적으로 다른 회사와 협력하기로 내정된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결코 우리 쪽으로 넘어올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유진이 이 프로젝트를 맡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그래야 결국 성과를 못 내고 망신을 당하게 되니까.계획이 잘 흘러가자, 소혜는 더욱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역시 팀장님답네요. 저도 열심히 도울게요. 이번 프로젝트 꼭 함께 성공시켜요.”유진은 차분히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래요, 잘 부탁해요.”이후 이틀 동안, 유진은 구씨그룹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전화를 수차례 걸었다. 하지만 매번 비서가 전화를 받았고, 바쁘다는 이유로 면담은 번번이 거절당했다.유진 측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자, 소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조만간 유진이 자진해서 포기할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되면 팀 내에서의 리더십도 자연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소혜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유진은 능력으로 올라온 게 아니라, 인맥으로 자리를 꿰찼다는 걸 모두에게 증명해 보이겠다는 것. 그리고 유진을 꼭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09화

    “아니에요, 그냥 오해일 수도 있어요.”유진이 말했다.“만약 방연하가 아직 나를 좋아한다면, 내가 다시 한번 만나서 말할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라고 직접 말할 거야.”구은정의 말에, 유진은 순간 멍해졌다. 눈가가 살짝 붉어졌고, 부드러운 얼굴은 더더욱 복숭앗빛으로 물들었다. 그러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누가 말하래요?”그날 서로 솔직하게 얘기한 이후, 며칠 동안 두 사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웠다.그런데 은정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니, 오히려 어떻게 받아쳐야 할지 몰랐다.은정은 말했다.“솔직히 말해도 안 되는 거야?”유진은 표정을 다잡고, 진지하게 말했다.“나랑은 상관없어요. 연하 안 좋아하면 분명하게 말해요. 괜히 질질 끌지 말고요.”은정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내가 그런 사람이야?”유진은 고개를 숙였다. 효성은 분명 오해하고 있었다. 이 일은 셋이 제대로 마주 앉아 솔직하게 풀어야 할 것 같았다.그때 은정은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집에도 안 들르고, 옷도 안 갈아입고 그냥 온 거야? 이거 물어보려고?”“그럼 뭐겠어요?”유진이 코웃음을 치자, 은정은 검은 눈동자를 고정시키며,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난 네가 날 보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유진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얼굴은 점점 붉어졌고, 마치 연하처럼 화난 척하며 외쳤다.“아니, 삼촌 진짜 안 끝낼 거예요? 계속 이러면, 나 진짜 다시는 안 올 거예요!”은정은 입가를 살짝 풀며, 한발 물러나는 어조로 말했다.“알겠어. 최대한 자제할게.”유진은 그의 웃음소리에 더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애옹이를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말했다.“나 갈래요!”“수업은 안 해?”은정이 묻자, 유진은 어딘가 토라진 말투로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갔다.“안 해요!”은정은 유진을 배웅하며 문 앞까지 나갔다. 하지만 유진은 등을 돌린 채 문을 닫아버렸고, 단 한 번도 고개를 돌려보지 않았다.은정은 무의식적으로 혀끝으로 어금니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08화

    연하는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유진아, 너랑 효성이랑 둘이 쇼핑하러 가. 난 회사에 잠깐 다녀와야 해.”유진은 당황한 듯 물었다.“무슨 일 있어?”“상사가 방금 전화해서 오라고 하셨어.”연하가 말하자, 임유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래, 그럼 얼른 다녀와.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우리한테 연락해.”연하는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고, 그때 갑자기 장효성이 말을 받았다.“정말 가식적이야. 입만 열면 거짓말이 술술 나오네! 유진아, 그렇게 마음 쓰지 마. 쟤는 애초에 네 도움 필요 없어. 괜히 네 손으로 호랑이 새끼 키우지 마.”연하는 끝까지 참다가, 결국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효성을 노려보았다.“장효성, 너 너무 지나친 거 아니야?”오히려 효성은 침착하게 받아쳤다. “내가 틀린 말 했어? 난 네가 전화 받는 소리 못 들었거든.”연하의 얼굴빛이 굳어졌다. 애초에 임유진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조용히 넘어가려 했는데, 효성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예의 하나 없이 공격해 온 것이다.유진은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조용히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둘 다 왜 이래?”그때 옆자리 손님들이 힐끔거리며 쳐다보는 것을 본 연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여기서 싸울 자리는 아니잖아. 나중에 어디 조용한 데서 얘기하자.”“난 딱히 할 말 없어. 그냥 갈래.”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었고 떠나기 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유진아, 남의 남자 훔치는 거에 익숙해진 사람은, 친구 남자친구도 똑같이 건드려. 너도 조심해.”그 말을 끝으로 효성은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유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고, 이내 연하를 바라보며 물었다.“효성이, 무슨 말이야?”유진은 효성이 말한 그 사람이 혹시 구은정을 말하는 게 아닐지 생각했다. 그러나 연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효성이가 괜히 오해한 거야. 난 네게 부끄러운 행동한 적 없어.유진아, 나 믿어?”유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히 믿지.”“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07화

    두 사람이 막 자리에 앉았을 무렵, 연하가 도착했다. 유진에게 전화를 걸어 말하길, 자신은 주차할 곳을 찾는 중이니 먼저 메뉴를 고르라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효성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연하까지 부른 거야? 미리 말 좀 해주지.”유진은 웃으며 말했다.“단톡방에 말했는데? 못 봤어?”사실 그날 일 이후, 효성은 연하를 다시는 안 보겠다고 마음먹었고, 셋이 있는 단체 채팅방 알림도 꺼둔 상태였다. 예전에 유진이 왜 채팅방에서 말을 안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그냥 일이 바쁘다고 둘러댔을 뿐이었다.이에 효성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못 봤네, 정신이 없어서.”곧 연하가 들어왔고,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유진아, 효성아!”효성은 메뉴판을 보는 척하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연하가 다가오는 순간, 옆자리에 자기 가방을 일부러 내려놓았다.연하는 그 행동을 눈치채고 잠시 마음이 무거워졌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유진의 옆자리에 앉았다.유진은 해맑게 웃으며 물었다.“길 막혔어?”“아니, 우리 대학 때 자주 가던 케이크 가게 들렀거든. 거기서 디저트 몇 개 샀어.”연하는 말하며 가방에서 디저트 상자를 꺼내 효성의 쪽으로 내밀었다.“효성이, 네가 제일 좋아하던 두리안 파이야.”연하의 화해 제스처는 분명했다. 하지만 효성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괜찮아. 요즘은 그런 냄새 나는 거 싫어해서.”연하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다. 그러나 유진은 아직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서 그저 웃으며 물었다.“예전엔 냄새나도 잘만 먹더니, 입맛 바뀐 거야?”효성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임유진을 보며 말했다.“그러게. 예전엔 냄새나는 것도 참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만 해도 역겨워.”탁. 연하는 파이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나 입을 열면서는 또다시 화를 억누르고 부드럽게 말했다.“예전에 좋아했다는 건, 그만큼 취향이 맞았다는 뜻이지. 왜 그렇게까지 싫은 티를 내?”효성의 얼굴이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06화

    컵 안에는 짙은 갈색의 한약이 담겨 있었고, 향이 진하게 퍼졌다.연하는 소파 위에서 다리를 접고 앉아, 약을 작은 모금씩 천천히 마셨다. 진구는 옆에서 얇은 담요를 가져와 연하의 다리 위에 덮어주며 말했다.“아까 약 달이는 동안 검색해 봤는데, 여자들은 생리 중에 몸이 차가워지면 안 되고, 술 마시는 건 더더욱 안 된대. 너, 진짜 목숨 걸었구나?”연하는 창백한 얼굴로 웃어 보였다.“다음부터는 조심할게요.”약을 마신 덕분인지 한결 나아졌고, 정신도 조금 돌아온 연하는 장난스럽게 말했다.“선배, 의외로 따뜻한 남자였네요? 사실 유진이가 선배랑 사귀었어도 꽤 행복했을 것 같아.”진구는 코웃음을 쳤다.“이제야 알아봤어? 지금이라도 후회돼서 도와주고 싶은 거 아냐?”연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내가 유진이랑 아무리 친해도 대신 선택해 줄 순 없어요.”“알아.”진구는 소파에 앉으며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서, 나 이번에 유진이한테 고백할 생각이야.”그 말에 연하는 조금 놀랐다.“결심했어?”사실 진구는 그동안 줄곧 망설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유진이가 서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입도 못 뗐고, 나중에 서인을 잊은 후에는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유진이가 자신을 다시 좋아해 주길 바랐다.요즘 유진이와 구은정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이는 다시 그 남자를 좋아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연하는 생각에 잠긴 듯, 조용히 약을 한 모금 더 마시고 물었다.“결과는 생각해 봤어요?”진구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대답하지 않았다. 유진이가 받아준다면야 좋겠지만, 거절당한다면 아마 친구 사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었다.특히나 유진이가 지금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으니,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면 부담스러워서 사표라도 내는 건 아닐지. 이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05화

    진구는 고개를 돌려 방연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눈빛으로 말했다.“어머니가 나더러 너 데리러 오라고 하셨어.”연하는 바로 상황을 이해하고 투덜거렸다.“엄마한테 곧 간다고 말했는데, 왜 또 오빠까지 부른 거야?”“너 데리러 오는 건 당연한 일이지.”진구의 말투는 점점 더 다정해졌고, 하현욱은 재빨리 말했다.“연하 씨, 남자친구가 왔으니 얼른 들어가요!”연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구석한에게 말했다.“다음에 꼭 사장님 노래 들을게요. 전 먼저 갈게요.”구석한도 더는 말할 수 없어, 체면상 걱정스러운 말만 건넸다.“조심히 들어가요.”연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려 진구를 바라봤다.“가자, 집에 가자.”진구는 연하를 데리고 차로 향했다. 차에 올라탄 연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시트에 몸을 기대듯 기대고는 완전히 맥이 풀린 듯한 모습으로 물었다.“근데 선배 어떻게 거기 있었어요?”진구는 말했다.“지나가다가 우연히 봤어. 몇 명이랑 실랑이 중인 거 같아서 혹시 곤란한 일 생긴 건가 싶더라고.”연하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정말 고마워요. 안 그랬으면 오늘은 진짜 피 토했을지도 몰라요.”진구는 그제야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다는 걸 눈치챘다.“무슨 일 있어?”연하는 그를 친구처럼 여겼기에 거리낌 없이 말했다.“생리 중인데, 배가 너무 아파서요.”진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병원 갈래?”“괜찮아요!”방연하는 씩 웃었다.“딱 봐도 여자친구 없어 보여요. 이거 매달 하는 되게 평범한 거예요.”“아...”진구는 더욱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그렇게 아픈데도 술 마시러 나갔어?”연하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쩔 수 없잖아요.”“그러면 잠깐 눈 좀 붙여. 집까지 데려다줄게.”진구가 말에, 연하는 감사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선배, 진짜 고마워요.”“고맙긴.”연하는 정말 배가 아파서 더는 말을 잇지 못하고,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 눈을 감았다.진구는 연하가 어깨를 감싸 쥐고 참고 있는 표정을 보며, 평소의 활달한 모습과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04화

    은정은 손에 들고 있던 요구르트를 내려놓았다.“이거 먼저 마셔. 곧 밥이 다 돼.”그 말을 남기고, 곧장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유진의 얼굴은 붉어졌다가 창백해지고, 이내 푸르스름해졌다.‘이게 어떻게 친구 사이야?’‘예전엔 왜 몰랐을까, 이 남자 이렇게 능숙하고, 설레게 하는 타입이었나? 하.’역시, 유진은 은정에 대해 아는 게 너무 적었다. 은정은 지난번 남겨 냉동해 두었던 생선을 꺼내 생선찜을 만들었다.맛은 나쁘지 않았고 달걀 몇 개를 볶고, 간단한 국도 하나 끓였다. 유진은 배가 고픈 건지, 아니면 이 익숙한 냄새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 건지, 자리에 앉자마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은정은 생선살을 발라 접시에 담아 그녀 앞으로 밀어주었고, 유진은 한 손으로는 자신이 먹으면서, 다른 손으로는 애옹이에게 먹이를 주었다.계란볶음은 아주 평범한 요리였지만, 유진은 파티장에서 먹던 최고급 참치초밥보다도 더 향긋하고 맛있게 느껴졌다.은정은 말없이 생선 살을 모두 유진의 앞 접시에 덜어주고, 조용히 유진이 식사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끔 휴대폰을 확인하며 업무 관련 메시지 몇 개를 간단히 회신했다.유진이 물었다.“왜 안 먹어요?”이에 은정은 부드러운 어조로 대답했다.“파티 가기 전에 먹었거든.”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진은 야근해서, 진구와 함께 바로 파티장으로 갔었다. 원래는 파티가 끝나면 함께 야식을 먹기로 했었다. 유진은 이내 그 생각이 나 휴대폰을 꺼내 진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미안해요. 약속 못 지켜서요.]진구는 이미 파티장을 떠나 차 안에 앉아 있었다. 유진의 메시지를 받은 그는, 살짝 쓴웃음을 지으며 답장을 보냈다.[괜찮아.]폰을 내려놓은 진구는, 갑자기 집에 가고 싶지도 않고, 혼자 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 봐도 누구를 만나 수다를 떨 만한 사람도 딱히 없었다.대학 친구들은 다들 바쁘고, 모인 지도 오래됐다. 회사에서 자신이 있는 위치에선, 누군가와 진심을 나누는 것도 어렵다.유진이 그나마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03화

    “그날 밤 이후로, 계속 잠을 못 잤어.”“나, 좀 수척해 보이지 않아?”유진이 잠깐 멈칫했다. ‘눈을 감고 있었으면서 어떻게 자신이 쳐다보고 있는 걸 아는 거지?’유진은 순간 당황스러웠고, 동시에 남자의 말이 괜히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은정은 반쯤 눈을 뜬 채 유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은, 이제 좀 마음이 놓이네.”유진은 은정을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을 지었다.“친구가 되니까 마음이 놓였다고요? 그럼 우린 원래 친구였잖아요. 왜 그렇게 돌아서 가려고 했는데요?”어두운 조명 아래, 은정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동자는 더욱 짙고 어두워져 먹물처럼 깊었고, 저음의 목소리는 자석처럼 끌리는 울림이 있었다.“왜 그런 것 같아?”유진은 은정의 눈 속에서 깊은 바다 같은 소용돌이를 느꼈다. 괜히 빠져들 것만 같아서, 아예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며 작게 투덜거렸다.“그럴 만하니까 그렇죠.”은정은 다시 눈을 감으며, 혼잣말처럼 낮게 말했다.“네 말이 맞아. 내가 그럴 만하지.”원래 하늘이 은정에게는 치트키를 줬다. 왕으로 곧장 올라설 수 있었던 삶을, 굳이 밑바닥 계급부터 정글에서 시작하겠다고 했던 그였다.27층으로 돌아왔을 때, 유진이 걸음을 멈추고 말했다.“이제는 좀 놔줘도 되지 않아요?”그러나 은정은 손을 놓지 않았다.“애옹이 보고 싶지 않아?”유진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녁 제대로 못 먹었잖아. 내가 야식 만들어줄게. 넌 애옹이랑 잠깐 놀고 있어.”은정은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레 제안했다. 그리고 유진이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자, 그는 그녀가 동의한 것으로 알고 그대로 유진을 데리고 자기 집으로 들어갔다.집 안으로 들어선 유진은 문득 말했다.“집에 가서 옷 갈아입어야 해요.”그 말에 그제야 구은정이 손을 놓았다.“얼른 다녀와.”“네.”유진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대답하고는 급히 문을 열고 나갔다. 은정은 문을 닫지도 않고 열어둔 채, 달려오는 애옹이를 받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02화

    은정은 유진을 바라보다 담담히 말했다.“이제 좀 진지한 얘기를 하자.”“진지한 얘기?”유진은 아직도 어떻게 하면 구은정을 도와 서성을 견제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었기에, 그의 말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은정의 짙은 눈동자는 깊었다.“친구로 지낼 건지, 아니면 내가 널 계속 쫓아다닐 건지. 결정했어?”유진은 입술을 깨물며 화가 난 듯 말했다.“그게 지금 진지한 얘기예요?”은정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게는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유진의 가슴 한쪽이 찌릿하며 저렸다. 분노도 사라지고, 시선이 아래로 떨어졌다.“잘 모르겠어요. 아직 생각 안 해봤어요.”‘이미 고백도 받고, 키스도 했는데, 어떻게 친구로 돌아가라는 걸까?’“결정 못 했으면, 그럼 나는 계속 널 쫓아다닐게.”은정의 목소리는 장난기 섞인 당당함으로 가득 찼다.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소파 등받이에 손을 짚고, 유진의 입술을 향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그리고 유진은 순간 놀라 뒤로 물러났고, 등이 소파에 닿을 만큼 밀려나며 외쳤다.“친구 할게요!”은정의 얇은 입술은 유진의 입술 코앞에서 멈췄다. 단 몇 센티미터만 더 가면 닿을 거리였다.뜨거운 숨결이 유진의 얼굴에 닿자, 그녀는 숨을 참은 채 눈을 내리깔고 은정의 어깨를 밀었다.은정은 결국 몸을 물러섰다. 이 이상 밀어붙일 수는 없다는 걸 알기에, 오늘 이 정도면 충분했다.은정은 유진의 긴장한 얼굴을 보고는 가볍게 웃었다.“좋아. 친구 하자. 하지만 조건 있어. 예전처럼 나 피하지 않기!”유진은 속눈썹을 떨며 고개를 끄덕였고, 은정은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우리 이제 집에 가자.”유진은 급히 말했다.“아직 난 못 가요.”말이 끝나기도 전, 휴대폰이 울렸고, 화면에는 여진구의 이름이 떠 있었다. 이에 유진은 재빨리 통화를 받았다.“선배!”진구는 다급한 목소리였다.[유진아, 어디야? 파티장 안에 네가 안 보여서.]유진은 자기를 바라보는 은정의 눈빛이 너무나 뜨겁다는 걸 느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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