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이 달려들며 손에 들고 있던 꽃들은 소희의 몸에 던져졌다. 힘껏 소희를 뒤로 밀치고는 소연을 품에 끌어안았다.진원은 긴장한 채 소연의 몸을 살펴보며 물었다. “다친 거야? 혹시 피났어? 어디 아프니?”이슬을 머금은 꽃잎이 온 바닥에 흩어지고 꽃의 가시가 소희의 목덜미를 찔러 따끔거렸다. 그녀는 여인의 긴장된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소정인은 이내 다가와 소희에게 물었다.“안 다쳤니?”진원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무서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거야, 소연이를 죽이려는 거니?”소희는 여인의 눈에 비친 혐오와 원한을 보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소연은 소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급히 진원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엄마, 오해예요. 제가 언니한테 머리 좀 잘라달라고 했어요. 언니는 절 다치게 하지 않았어요.”“그렇구나!”소정인은 ‘하하’하고 웃으며 진원을 원망했다. “당신은 항상 너무 급해서 문제야. 무슨 일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화부터 낸단 말이야. 당신 때문에 소희 옷이 다 더러워졌잖아.”진원은 자신이 소희를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무안해하며 변명했다. “들어오자마자 소희가 가위를 소연이의 목에 대고 있길래... 머리를 자르는 건줄도 모르고...”“그만 해!”소정인은 진원에게 눈짓을 하고는 소연에게 말했다. “언니 데려고 가서 옷 좀 갈아입혀. 옷이 다 더러워졌네.”“언니, 이리 와!”소연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희는 어깨의 꽃잎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2층 침실로 들어가자 소연이 사과했다. “언니, 정말 미안해, 엄마가 이 시간에 돌아올 줄 몰랐어. 나 때문에 언니가 다쳤네.”“너 때문이 아니야!”소희의 순수한 얼굴에는 한 줄기 미소를 띠고 있었다.소연은 옷방에 가서 흰색 티셔츠를 가져와 소파에 놓았다. “언니, 이건 새거야, 한 번도 안 입었어. 옷 갈아입어, 난 내려가서 기다릴게.”“응.”소연이 문을 닫자 소희는 소파 위의 옷을 보며 안색이 흐려졌다. 한쪽에서는 머리를 잘라달라
임구택은 고개도 들지 않고 손에든 서류를 보고 있었다.임유림은 고개를 돌려 웃으며 물었다. “소희야, 과외하러 온 거야?”그녀는 소희의 집안 형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곳이 부자동네여서 당연히 과외 하려 온 줄 알았다.소희는 웃어 보였다. “널 만나서 정말 다행이야.”그녀는 임유림이 임구택 형의 딸, 즉 그의 조카라는 걸 어떻게 잊었단 말인가?거의 3년 동안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데 최근에만 일주일에 3번을 만났다. 그들을 주선해 준 중매쟁이가 드디어 깨어난 건가요?임유림은 돌아보며 소희에게 소개해 주었다. “이분은 내 둘째 삼촌이야!”소희는 모른 척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임구택은 목소리가 익숙한 것 같아 고개를 들어보니 그녀가 또 있어 눈을 가늘게 떴다.소희는 손에 들고 있는 우산 손잡이를 꽉 쥔 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임유림은 열정적으로 소희와 대화를 나눴다. “주경이가 고석 좋아하는 거 아니야?”소희는 어제의 일을 떠올리며 답하였다. “그런 것 같아!”소희는 무의식적으로 임구택을 바라보며 미소를 띠며 답했다. “나와 고석은 그냥 친구야, 그가 누구와 함께 있는 나랑 상관없어.임유림이 계속해서 그녀에게 눈치를 보내니 소희의 마음속이 불안해졌다. 그녀가 결혼을 합의 때문에 하긴 했지만 어쨌든 지금 그녀는 결혼한 신분이다.시내로 들어서자 앞쪽에 사고가 나 차가 막혔다. 임유림은 고픈 배를 움켜쥐며 말했다. “길 언제 뚫리지, 배고픈데 먼저 밥 먹으러 갈까?”소희는 답혔다. “나 여기서 내릴게 나 학교 가야 해.”“학교는 무슨, 점심인데 같이 밥 먹으러 가자.” 임유림은 이미 스스로 결정을 내린 듯했다.아무 말도 하지 않던 임구택은 시계를 보고 명우에게 차를 세우라고 지시했다.세 사람은 프렌치 레스토랑에 들어가 앉았다. 임유림은 소희가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와본 적이 없을까 봐 소희에게 물어본 뒤 대신 주문해 주었다.임유림이 음식을 주문하고 화장실에 가자 자리에는 임구택과 소희 둘만 남았다.소
임구택은 의아한 듯 그녀를 한 번 더 보았다.때마침 임유림이 돌아오자 그녀는 소희 옆에 앉아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고등학교 동창 만나서 잠시 얘기하다 왔어.”웨이터가 음식을 가져오고 나서 세 사람은 밥을 먹기 시작했다. 임유림은 소희와 함께 학교 이야기를 몇 마디 나누었다.식사를 마치고 세 사람이 출발할 때 성연희 일행을 만났다. 성연희도 손님에게 식사를 대접하고 나오다가 문 앞에서 마주쳤지만 두 사람은 모르는 척하며 스쳐 지나갔다.두 명의 사장님은 임구택을 알아보고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밖은 이미 비가 그치고 길도 뚫린 상태였다. 명우가 차를 몰고 세 사람을 태웠다.“소희야, 어디로 가?” 조수석에 앉아 있던 임유림이 물었다.“가는 길이면 강성대 앞에 세워주면 돼.”“가는 길이라 문제없을 거예요.” “우리 삼촌은 말도 참 예쁘게 하네.” 임유림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소희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가 전에 했던 독설을 듣지 않았다면 아마 단순하게 믿었을 것이다.학교에서 잠시 떨어진 곳에서 임유림과 소희는 잡담을 나누고 임구택은 옆에 앉아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오늘 두 명의 부부는 같은 차에 동승했고 소희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차는 학교 입구 앞에서 멈추었고 소희는 차에서 내리기 전에 유림에게 인사를 건넸다. “고마워, 유림아.”“뭘, 다음에 밀크티 한잔 사줘.” 임유림은 눈매가 날렵하면서 귀여웠다.소희는 웃으며 동의했고 자신의 우산과 가방을 들고 내렸다. “감사합니다, 임 선생님.”임구택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네.”소희는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들며 임유림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소희는 버스정류장으로 가 버스를 기다렸다.차에서 유림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돌아서며 임구택에게 말했다. “삼촌, 저 소희에게 유민이의 가정교사를 맡기고 싶어요.”그녀의 부모님은 자주 집을 비우셨다. 며칠 전에는 런던 경제 세미나에 참석하러 갔고, 이번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모시고 가셨다. 유민이의 가정교사는 핑계를 대고
임구택은 그녀의 얼굴을 힐끗 보았다. 희고 부드러우며, 붉은빛이 돌았다. 마치 구름이 노을빛을 머금은 것 같았고 붉은빛은 그녀를 더욱 앳되게 보이게 해 대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처럼 보였다.그는 데이비드를 물러나게 한 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이제 떨어져도 좋아요.”소희는 일단 한 번 돌아보고 나서야 그에게서 떨어졌고 바로 남자 뒤에 숨어서 강아지에 눈을 떼지 못했다.남자는 가볍게 웃은 뒤 데이비드에게 걸어갔다.그녀는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다. 남자의 몸에서 은은한 향기가 나는 게 마치 봄에 내리는 가랑비의 냄새 같았다.남자는 데이비드에게 다가가 목을 쓰다듬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데이비드는 보통 사람을 공격하지 않습니다.”소희는 남자의 말에 속뜻을 헤아렸다. 무슨 뜻이야? 내가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그녀는 그 개를 보고나니 그제야 셰퍼드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통 셰퍼드보다 더 커서 사람을 놀래키기엔 충분해 보였다.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그의 담담한 태도를 흉내 내며 말했다. “익숙한 말이네요, 애꿎은 행인이 개한테 물렸다는 소식은 뉴스에서 많이 접했어요.”임구택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나이가 어릴 땐 이가 아주 날카롭죠!”소희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임유림이 웃음을 띠며 내려왔다. “소희야 너 왔구나!”그녀는 연한 화장을 한 채 내려와 소희에게 인사를 건넸다. “부모님은 안 계시고 평소엔 집에 거의 사람이 없어. 여긴 우리 삼촌 어제 봤지?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소희는 임구택을 바라보며 파리를 먹은 듯한 표정으로 입을 오므렸다.임구택은 아까의 일을 복수하듯 담담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어른을 만났는데 인사도 안하나요? 인사예의도 모르면서 가정교사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군요.”임유림은 임구택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른 채 임구택에게 눈치를 줬고 임구택은 못 본 척했다.소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이빨 사이로 두 글자를 짜내는 듯했다. “삼...촌!”임구택은 폼을 잡으며 데이비드를 데리고 소파에 앉았
소희는 손을 뒤로 숨기고 싶었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아 그러지 못했다.게임에서는 그녀가 유민을 쏴 죽이고 그녀도 다른 사람 총에 맞아 죽었다.소희를 발로 차고 싶은 충동을 참은 유민은 그녀를 옹호하였다. “둘째 삼촌, 숙제 다 했어요!”임구택은 의외라는 듯 소희의 얼굴을 힐끔거리며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보자.”유민은 숙제를 꺼내서 임구택에게 보여주었다. 과연 다했을 뿐만 아니라 채점도 다하고 틀린 문제도 고쳤다. 심지어 어떤 문제는 오답노트까지 써놓았다.임구택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려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는 태연하게 그를 마주 보며 말했다. “유민이가 숙제 다 하면 게임 같이 해주겠다고 약속했어요.”임구택은 입가에 웃음을 띤 채 숙제를 내려놓고 유민에게 말했다. “숙제 잘했네, 계속 게임해!”임구택은 말을 마친 뒤 걸음을 옮겨 방을 나갔다.소희는 그제야 숨을 내쉬었고 유민과 눈을 마주쳤다.유민이 비웃었다. “삼촌이 그렇게 무서워?”소희는 입을 열었다. “설마 넌 안 무서워?”유민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삼촌이 화나면 날 때릴 때도 있지만 그래도 너는 때리지도 못할텐데 넌 뭐가 무서워?”소희는 목이 메었다. “누... 누가 무섭대?”유민은 야유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소희는 짜증이 나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삼촌 얘기하지 말고 게임이나 하자.”유림은 다시 태블릿을 집어 들고 위협했다. “또 나 쏘면 내가 너 먼저 죽인다!”소희는 미소를 지었다. “안 그럴게!”......소희가 집에 갈 땐 임구택을 마주치지 않았고 별장을 떠난 후 그제야 그녀는 마음이 탁 트였다.어떤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게 한다.임구택은 오전 내내 외출하지 않았고, 점심에는 유민과 단둘이 10개의 반찬과 국을 곁들여 밥을 먹었다.임구택은 먼저 국물을 몇 모금 마시고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새로운 선생님 어때?”“좋아요!”유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임구택은 가볍게 비꼬았다. “너랑 게임 같이 해줘서?”유민은 대수
밤 10시가 넘은 시각 임유림은 그제야 집에 돌아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임구택을 힐끗 보고 무슨 말을 하려는 하인에게 눈치를 준 뒤 살금살금 위층으로 살금살금 올라가려 하였다.“이리 와!” 남자는 소파에 기대어 책을 손에 든 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임유림은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예 태연한 척 그에게 갔다. “삼촌, 아직 안 주무셨어요?”임구택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어쩐지 가정교사를 급하게 찾더라니 데이트하려고 그런 거였구나, 남자친구 있니?”“없어요!” 임유림은 고개를 즉각 고개를 저었다. “그냥 학교 친구랑 쇼핑하다 온 거예요!”“남자친구야 아니면 친구야?” 임구택은 취조하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임유림은 삼촌이 여우라는 것을 깨닫고 맞은편에 앉아 솔직하게 말했다. “저 남자친구 생겼어요. 우리 집이 특별한 집안이라고 해도 전 그냥 평범한 연애가 하고 싶어요. 그의 뒷조사와 우릴 감시하지 않았으면 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아주 좋은 사람이고 저도 저희 집안 얘기를 한 적 없어요.”임구택은 책을 내려놓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림아, 연애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야, 뒷조사 안 할 테니까 네가 좀 더 조심했으면 좋겠어. 부모님이 집에 없을 땐 내가 널 책임져야 해.”임유림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삼촌, 둘째 삼촌이 최고예요!”“애교 부리지 말고 올라가 자.”임구택은 가볍게 웃으며 덧붙였다. “참, 유민이가 네 친구 괜찮다고 했으니까 다음 주부터 계속 나오라 그래.”정말요.” 유림이의 미소가 더 환해졌다. 유림은 휴대폰을 꺼내며 위로 올라갔다. “지금 말해줘야겠다!”임구택은 유림이 계단에 있는 것을 보고 한마디 외쳤다. “소희야, 자니?”전화 너머로 상대방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자 유림은 웃으며 답했다. “우리 삼촌이 너 잘 가르친다고 하시더라. 네가 유민이 가정교사하는 걸로 하기로 했어.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에 수업하는 거 어때?”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
외국어 선생님은 영국 분이시다, 용모가 점잖게 잘생겨 소정이가 외국어 선생님이 자신에게는 가장 완벽한 이상형이라고 노래를 불러댄다.두 사람은 교실로 들어가 수업을 들으러왔다, 적지 않은 이들이 소희에게 시선을 보내왔다, 아마도 방금 전에 밖에서의 일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한 모양이다, 소희를 바라보는 시선중에 좋게 보는 시선도 있고 그녀가 고상한 척 주제를 모른다고 경멸하는 시선도 있다.소희는 태연하게 소정이와 자리를 찾아 펜과 노트북을 꺼내 수업 들을 준비를 했다.......수업이 끝나고, 소정이가 문제 묻는다는 핑계로 그녀의 “이상형”에게 찾아갔고 소희는 자리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10분이 지나도 소정이가 그만 물을 낌새를 보이지 않자 소희가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주경이 서늘하게 소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그녀가 가까이 오자 길을 막고 명령하는 식의 어조로, “앞으로 고석이한테서 멀리 떨어지세요!”라고 했다.소희가 덤덤하게, “고석한테 가서 말해,”라고 했다.주경의 안색이 순간 바뀌면서, “뻔뻔한 거 봐?”라고 했다.그녀는 방자하게 구는 게 익숙한 사람이기도 하고 며칠 전의 한도 풀 겸 손을 들고 소희의 얼굴을 향했다, 일부러 사람들의 앞에서 소희에게 응징을 주어 고석의 체면을 세워주기라도 하듯이 말이다.소희는 그녀의 손이 자신에게 닿기 전에 주경의 왼쪽 다리를 찼다.주경의 다리가 그 자리에서 골절되었다!소희의 청순하고 정교한 이목구비가 사람들의 눈에는 만만해 보이고 착해 보이지만 그녀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많은 말이 필요없이 깔끔하고 부드럽게 흘러간다........한 시간 후, 소희가 학교 교장 선생님의 사무실 앞에 왔다, 주경은 이미 병원으로 실려가고 지금 교장과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사람은 주경의 아버지인 주철근이다.과 선생님이 소희를 감싸며 주철근과 의논했다, 분명 주경이 먼저 손을 들었으니 소희는 정당방위다.주철근은 화가 나서 과 선생님을 가리키며, “왜 이렇게 비천한 것을 감싸고도는 건가요? 이 애가 주경이의
소정이는 아래에서 계속 소희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달려와서 물었다. “어떻게 됐어? 조교쌤이 어떤 처벌을 내린다고 말했어?”소희는 백팩을 메고 두 손은 가방끈을 잡고 태연하게 말했다.“무슨 근거로 날 벌주냐, 나는 정당방위인데!”소정이가 믿기지 않는 얼굴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주경이의 다리가 골절돼서 걔네 아빠가 화를 잔뜩 품고 왔는데 널 가만히 뒀어?”소희는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이미 해결됐어!”소정이는 비록 의문이 들었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소희와 함께 학교를 나서며 중얼거렸다. “다 나 때문이야. 내가 이상형한테 치근덕 거리지 않고 일찍 나갔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소희가 개의치 않는 어조로 말했다.“주경이는 목적을 가지고 왔기에 어쩌면 그곳에서 나를 기다렸을지도 몰라. 늦게 가나 일찍 가나 다를 거 없어!”“다리가 골절됐어도 싸!” 소정이가 분해서 씩씩거리더니 갑자기 안색이 바뀌고 두 눈을 번쩍이며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야, 너 무술 배운 적 있어? 어떻게 주경이를 단번에 쓰러뜨린 건지 알려줘!”소희가 입술을 여미고 얼버무렸다. “아마도 내가 마침 가장 약한 곳을 차서 그런가 보지!”소정이는 눈을 희번떡 거리며 말했다.“괜히 들떴어. 난 또 네가 무슨 신비로운 무술 가문의 배경이 있는 줄 알았어!”소희가 풉 하고 웃었다.“소설 그만 봐. 뇌 발달에 해로워 질라!”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며 느긋하게 걸어갔다. 학교 대문을 나서자 소정이가 소희의 팔을 당기며 왼쪽으로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저기 봐, 소 퀸카야!”소희가 고개를 돌리고 보니 길 옆에 벤쯔 한 대가 세워져 있고 운전기사가 내려 소연이가 차에 오르게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주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여학생들은 부러워하고 남자들은 연모하고, 심지어 누군가 '여신님' 하고 소리쳤다.소정이가 쉬쉬하며 말했다. “소연이는 어쩜 팔자가 이렇게 좋을까. 공부 잘해, 예쁘게 생겨, 심지어 부잣집에 태어났어. 내가 그중 하나라도
우청아가 떠난 후, 디자인 부서의 직원들은 점점 송미현에게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미현이 내리는 업무 지시에도 반감을 드러내며, 점차 반항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미현은 팀 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입장이 되어, 제대로 일을 추진할 수 없었다. 매일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쏟아졌고, 이에 점점 지쳐갔다....수요일 오후, 배강은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우민율의 전화를 받았다.[장시원 사장님을 찾는데, 왜 제 전화를 안 받는 거죠?]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민율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따졌고, 배강은 담담하게 답했다.“사장님은 회의 중이세요. 무슨 일이 있으시다면 저에게 말씀하셔도 돼요.”민율은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내가 안성으로 발령 난 거, 장시원 사장님이 한 짓 맞죠?]배강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우민율 씨, 사장님께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고, 설명하지도 않을 거예요. 저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몇 마디 충고해 드리죠.”“사업을 키우고 싶다면 거기에 집중하세요.”“겉으로는 커리어 우먼인 척하면서 뒤에서는 남의 감정을 이간질하는 짓을 한다면, 시야가 너무 좁고 별로잖아요.”“사장님을 오랫동안 좋아하셨고, 그 사이 사장님의 권세를 여러 번 이용하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해 주었는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그런데도 우청아를 건드린 건 가장 어리석은 실수였어요.”“사장님께서 당신을 직접 대면할 필요조차 없어요. 단 한마디로 당신이 몇년간 쌓아온 커리어가 하루아침에 무너졌잖아요?”“결국,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양이 되었는데, 본인 생각에는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나요?”“이제 더 할 말은 없어요. 우민율 씨도 영리한 분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아시겠죠.”민율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마침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장시원 사장님이 앞으로도 계속 나를 건드릴까요?]배강은 차분하게 답했다.“방금 말씀드렸듯이, 모든 것은 우민율 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죠. 이미 안성으로 돌아가셨으니, 이제
송미현은 즉각 말했다.“제가 책임질게요!”그러나 성우준 사장은 단호히 대답했다.“송미현 팀장님께서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죠. 저희가 계약한 이유는 바로 우청아 디자이너 때문입니다. 그분이 없다면, 이 계약은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고요.”송미현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더욱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제가 약속드리죠. 성우준 사장님께 청아 씨보다 더 유명하고 더 실력 있는 고급 디자이너를 배정할게요. 그리고 협상된 수수료에서 5%를 더 낮출 수도 있고요.”그러나 성우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송미현 팀장님, 값싼 물건은 항상 이유가 있는 법이죠.”미현의 미소는 순간 굳었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성우준 사장님, 저희 회사의 디자이너들은 모두 훌륭한 작품들을 가지고 있어요.”“제가 이렇게까지 양보하는 건, 청아 씨가 갑작스럽게 퇴사하면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일 뿐이고요.”“그렇다고 실력이 부족한 디자이너를 데려오겠다는 뜻은 아니에요.”그러자 성우준은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생각하기엔, 한 직원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면 설계 도면을 제출한 당일 퇴사를 결정했겠습니까?”“그런데도 끝까지 도면을 완성했고요. 그게 제가 우청아 디자이너를 고집하는 이유예요.”미현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고, 그녀는 직설적으로 물었다.“성우준 사장님께서 청아 씨를 아시나요?”“모르죠.”“그런데 왜 꼭 청아 씨여야 하나요?”성우준은 담담히 말했다.“이 도면은 그분의 작품이기 때문이죠.”미현은 말문이 막혔고, 결국 심하 회사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돌아갔다.미현은 화가 치밀어 올라 설계 도면을 책상에 내던졌다. 그러나 이 한 건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다른 문제들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장추더힐 프로젝트가 갑작스럽게 앞당겨졌다. 동영배는 당황하며 비서를 불러 자료를 요청했고, 비서는 청아가 이전에 넘겨준 자료를 영배에게 전달했다.장추더힐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청아를 찾았지만, 영배가 대신 나섰다. 그러나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와 각종 승인
우민율은 등골이 서늘해지며, 입술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마침내 쉰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요.”“알면 됐어요.”김화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차는 마음을 맑게 하고 지혜를 밝히죠. 좋은 차를 주문해 놓았고, 이미 계산했으니 드셔보세요.”“강성의 차와 안성의 차가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아요.”“강성의 차 맛에 길들여지면, 안성으로 돌아가서 본토 차를 못 마실 테니까요.”민율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모님은 참 섬세한 분이시네요.”김화연은 우아한 미소를 띠고 천천히 걸어나갔지만 그녀의 말뜻은 명확했다. 여긴 강성이야, 안성이 아니라고. 시원의 가족을 건드린다면, 안성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는 뜻 말이다.민율은 자리에 앉은 채로 미소를 잃었다. 새로 한 네일이 고급스러운 도자기 찻잔을 스치자, 부드러운 소리가 아니라 귀에 거슬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그녀는 냉랭한 표정을 짓고 찻잔을 밀어냈다....청아의 작업실 준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시원이 청아를 위해 공간을 직접 마련해 주었는데, 그것은 장씨그룹 소유의 한 오피스 빌딩이었다. 무려 한 층 전체를 내준 것이다.청아가 작업실을 둘러보러 갔을 때, 이미 사무실의 모든 인테리어와 장비가 완벽히 준비되어 있었다.이에 시원은 청아가 거절할 것을 우려해 웃으며 말했다.“매달 남편한테 임대료만 내면 돼. 간단하지?”청아는 넓은 사무실을 둘러보며 감탄했다.“이 정도면 내가 얼마나 많은 실적을 내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까?”시원은 청아를 뒤에서 안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밤에 열심히 하면 되지.”그 말에 청아는 입술을 깨물고 돌아서며 그를 흘겨보았지만, 시원은 대담하게 그녀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청아야.”시원은 턱을 청아의 머리 위에 기대며 그녀를 부드럽게 안았다. 그는 거대한 통창 밖으로 보이는 번화한 도시 풍경을
요요는 작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기대에 찬 눈으로 우청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받아줄 거죠?”청아는 깊은 감정이 담긴 시선으로 장시원을 바라보며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받아야지. 정말 기꺼이!”시원의 짙은 눈동자는 점점 더 깊어졌고, 그의 시선에는 따뜻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는 느긋하고도 부드러운 태도로 청아를 바라보며 이마에 키스한 뒤, 요요와 케이크를 내려놓고 반지를 꺼내 들었다.시원은 반지를 청아의 왼손 약지에 천천히 끼웠다. 반지는 그녀의 가늘고 하얀 손가락에 완벽히 맞았고, 그 모습을 보며 장시원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고요히 가라앉았다.“청아야.” 시원은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앞으로 정말 긴 길을 함께 걸어갈 거야. 난 지금 더 확신이 들고, 그 길이 너무 기대돼.”청아는 손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기분은 마치 눈앞의 이 별장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꿈결 같았다. 청아는 따뜻하고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 장시원 사장님.”시원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나야말로 고마워, 우청아.”그는 다시 한번 청아의 뺨에 키스했다. 이때 요요는 케이크를 들고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물었다.“요요, 이제 케이크 먹어도 돼요?”청아는 케이크를 받아 들었고, 시원은 요요를 번쩍 들어 자기 어깨 위에 앉혔다.“그럼, 당연히 먹어야지.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 같이 먹자. 그리고 조금 있다가 요요를 위한 깜짝선물도 있으니까 기대해 봐!”“진짜요? 보고 싶어요!”요요는 어깨 위에서 더 높아진 시야에 환호하며 더 밝게 웃었다....그 시간, 우민율은 김화연에게 전화를 받고 있었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놀란 척하는 기색이 묻어났다.[어머, 사모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저도 요즘 찾아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김화연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그럼 오늘 어때요? 시간 괜찮으면 어디서 만나죠.”민율은 즉각 대답했다.[좋아요! 사모님께서 장소를 정해주세요.
요요는 우청아의 목을 끌어안고 맑고 순수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맑은 종소리처럼 청아하고 사람의 마음을 밝게 했다....장시원이 차를 운전했고, 뒷좌석에서는 청아와 요요가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시원이 가끔 거울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농담을 건넸고, 요요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청아의 품에 안겨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차 안의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다.청아는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우리 소희 보러 가는 거예요?”그곳은 청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예전에 청아는 운해거리의 한 디저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자주 했었기에 그 길을 수도 없이 오갔던 터라 너무나 익숙했다.시원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청아는 그의 침묵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시원에게 말했다.“그럼 난 예전에 일했던 디저트 가게에 잠깐 들러서 소희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사 갈게.”얼마 지나지 않아 시원은 디저트 가게 앞에 차를 멈췄다. 그러나 청아를 내리지 못하게 하고, 자신이 직접 가게로 들어갔다. 잠시 후, 시원은 커다란 성 모양의 케이크를 들고 나왔다.“예쁘지?” 시원이 요요에게 묻자, 요요는 케이크 위에 반짝이는 장식들을 보고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너무 예뻐요! 요요 언제 먹을 수 있어요?”“곧 먹게 될 거야!” 시원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고, 청아는 황당한 듯 말했다.“우리 소희 보러 가는 거잖아. 그런데 왜 요요가 좋아하는 것만 샀어?”그 말에 시원은 장난스러운 미소로 대답했다.“너는 안 좋아해?”청아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나야, 좋아하지.”차는 계속해서 달렸고, 유명한 플라타너스 거리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가서 청원 맞은편의 한 고급스러운 별장 앞에 도착했다.별장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시원은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 정원에 차를 세웠다. 그는 거울을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다음 날, 장시원과 우청아는 먼저 본가로 향했다. 청아가 함께 온 것을 본 장모 김화연은 드디어 안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요요는 정원에서 놀고 있었고, 시원은 요요를 보러 정원으로 향했다. 청아는 거실에 남아 김화연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청아는 약간 미안한 듯 말했다.“요즘 너무 바빠서, 시원 오빠랑 함께 찾아오지도 못했어요.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해요.”그러자 김화연은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로 대답했다.“젊은 사람들이 바쁜 건 당연한 거지. 시원이가 그룹을 막 끌었을 때는 밤새 집에 못 들어오는 날도 많았어. 그런데 여자는 일한다고 미안해야 해?”김화연은 말을 마친 후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그때는 정말 바빠서 그런 거니까 괜히 오해하지 마.”김화연의 말에 청아는 마음이 따뜻해지며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제가 안아드려도 될까요?”김화연은 점점 더 부드러운 눈빛으로 청아를 바라보며 몸을 기울여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러고는 청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힘들 땐 언제든 돌아오렴. 여기도 네 집이야.”청아는 목이 메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해요!”...정원에서는 요요가 작은 삽을 들고 나무 밑에서 개미 굴을 열심히 파고 있었다. 그 옆에는 도우미 홍초연이 앉아 있었고, 그녀는 장미꽃 한 송이를 꺾어 지루한 듯 꽃잎을 뜯고 있었다.요요는 두 손가락으로 커다란 개미 한 마리를 잡아 초연에게 보여주며 귀엽게 말했다.“언니, 이거 진짜 큰 개미예요!”초연은 힐끗 개미를 보고는 대답했다.“이건 개미 엄마야.”“엄마?” 요요는 작은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나도 엄마 보고 싶어요.”그러고는 개미를 조심스럽게 개미 무리에 다시 내려놓았다. 초연은 요요 쪽으로 몸을 숙이며 속삭이듯 말했다.“근데 너 엄마가 널 버렸어.”그 말에 요요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려 초연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초연은 계속해서 그녀를 부추기듯 말했다.“네 엄마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네 아빠랑 어울릴 자격도 없어. 널 여기
장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고 있어.”청아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의 뜨거운 키스 때문인지, 그녀의 뽀얀 얼굴에는 연한 붉은빛이 감돌고 있었다. 이윽고, 청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리고 나, 작업실 열 거야.”시원은 청아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폈다. 청아는 미소를 머금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허성연 선배의 투자는 거절했고, 나 혼자 할 거야. 오빠가 내 뜻을 존중하고 내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작업실도 네 돈으로 열 거야.”“곧 카드에서 꽤 큰 금액이 빠져나갈 텐데, 그때 놀라지 말라고, 장시원 사장님.”시원의 눈에 은은한 빛이 떠올랐다. 그러고는 따뜻하고도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나 때문이야?”청아는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오빠는 뭐라고 생각하는데?”사랑에 빠지는 건 간단했다. 단 한 번의 눈빛, 미소, 그리고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사랑한 후의 삶은 간단하지 않았다.전혀 다른 환경과 생활을 살아온 두 사람이 함께하며, 서로의 고집과 다른 점을 부딪치고 맞춰가야 했다.시원은 과거 청아가 가장 경멸하던 유형의 사람이었고, 청아 또한 시원이 과거에 사귀었던 어떤 여자와도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시원은 청아를 사랑했기에 그녀를 존중했고, 청아는 그를 사랑했기에 조금씩 자신을 바꾸려 노력했다.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것은 곧 서로를 포용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사랑이 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청아가 시원에게 의지하지 않았는가? 그건 아니었다. 청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원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송미현이 그녀를 괴롭히고, 동료들이 청아를 헐뜯으며 불공정한 대우를 했을 때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더군다나 일을 수습하며 퇴사를 준비하고, 작업실 오픈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할 수 있었던 건 청아 뒤에 시원이 있었기 때문이다.청아가 어떤 일을 하든, 그녀를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시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녀는
장시원은 말을 마치고 우청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깊고도 따뜻한 눈빛 속에는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청아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녀를 데리고 술집 밖으로 걸어 나갔다.두 사람의 시선은 오직 서로에게만 머물렀고, 시원은 끝내 명신유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신유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이 시끌벅적한 술집을 가로질러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에게 더는 기회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방금 전 시원이 청아를 바라보던 그 눈빛은 너무도 깊고 진지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다른 누군가가 들어설 틈이 없었다.시원 같은 남자가 이렇게 깊이 한 사람을 사랑할 거라고 믿기 어려웠다. 이 사실은 그녀에게 놀라움과 동시에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실망스러운 것은, 그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그러나 신유는 집착하지 않았다. 그녀는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자신의 화려한 세상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시원은 청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의 넓고 듬직한 어깨가 술집의 소란스러움과 소음을 완전히 차단해 주는 듯했다.청아는 손을 살짝 빼며 뒤를 돌아보았다.“소희랑 성연희는 아직 안 갔어.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네가 떠나면, 그녀들도 바로 누군가 데리러 올 거야. 이미 얘기해 뒀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시원은 뒤를 힐끔 돌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청아를 데리고 그대로 술집 밖으로 나왔다.차에 올라타고 나서도, 시원은 바로 시동을 걸지 않았다. 두 사람만 남아 고요해진 차 안은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원은 청아를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아까 내가 임구택이랑 노명성이랑 같이 앉아 있었어. 명신유를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어.”구택은 방금 막 귀국했고, 그의 일정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신유가 그의 동선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오늘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청아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정말 그렇게 우연일까?”시원은 순간
연애에서는 누구나 성장하기 마련이다. 장시원은 잔에 남은 술을 마시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청아 일, 두 사람한테 고마워. 청아는 술을 잘 못 마시니까 제가 먼저 데리고 가볼게. 다음에 내가 한턱낼게.”그렇게 말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청아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임구택은 노명성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거, 자기만 다리 건너고는 다리를 부수는 거 아니야?”명성은 얇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렇죠!”...시원이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봐 카운터로 향하려던 순간, 누군가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시원이 술집에 들어섰을 때부터, 명신유는 눈치채고 있었다. 술을 마신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취기가 감돌았고, 그 안에 슬픔이 섞여 있었다.“시원 오빠.” 신유가 조용히 말했다.“사실 외국에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오빠를 잊은 적이 없어요.”신유는 술기운에 목소리가 조금 더 부드러워지며 이어 말했다.“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 그땐 정말 행복했었어요. 그러니까 다시 한번 해보면 어때요?”“만약 오빠도 정말로 내가 지금 당신 여자친구만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땐 내가 바로 떠날게요. 다시는 오빠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신유의 눈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몸은 조금씩 휘청거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시원에게 기대어 쓰러질 것만 같았다....멀지 않은 곳에서 연희가 그 모습을 가장 먼저 알아챘다. 그녀의 눈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저 여자가 바로 최근에 돌아왔다는 명씨네 딸이야?”청아는 그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시원 오빠 왔나?’시원이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돌아왔다는 사실에 그녀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그의 옆에 신유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이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약속된 만남인지 알 수 없었다.소희 역시 그 장면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시원 오빠를 믿어?”청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지금 바로 가자.” 소희가 단호하게 말했고, 연희는 여유롭게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