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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금추
여인이 달려들며 손에 들고 있던 꽃들은 소희의 몸에 던져졌다. 힘껏 소희를 뒤로 밀치고는 소연을 품에 끌어안았다.

진원은 긴장한 채 소연의 몸을 살펴보며 물었다.

“다친 거야? 혹시 피났어? 어디 아프니?”

이슬을 머금은 꽃잎이 온 바닥에 흩어지고 꽃의 가시가 소희의 목덜미를 찔러 따끔거렸다. 그녀는 여인의 긴장된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소정인은 이내 다가와 소희에게 물었다.

“안 다쳤니?”

진원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무서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거야, 소연이를 죽이려는 거니?”

소희는 여인의 눈에 비친 혐오와 원한을 보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

소연은 소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급히 진원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엄마, 오해예요. 제가 언니한테 머리 좀 잘라달라고 했어요. 언니는 절 다치게 하지 않았어요.”

“그렇구나!”소정인은 ‘하하’하고 웃으며 진원을 원망했다.

“당신은 항상 너무 급해서 문제야. 무슨 일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화부터 낸단 말이야. 당신 때문에 소희 옷이 다 더러워졌잖아.”

진원은 자신이 소희를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무안해하며 변명했다.

“들어오자마자 소희가 가위를 소연이의 목에 대고 있길래... 머리를 자르는 건줄도 모르고...”

“그만 해!”소정인은 진원에게 눈짓을 하고는 소연에게 말했다.

“언니 데려고 가서 옷 좀 갈아입혀. 옷이 다 더러워졌네.”

“언니, 이리 와!”

소연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희는 어깨의 꽃잎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2층 침실로 들어가자 소연이 사과했다.

“언니, 정말 미안해, 엄마가 이 시간에 돌아올 줄 몰랐어. 나 때문에 언니가 다쳤네.”

“너 때문이 아니야!”

소희의 순수한 얼굴에는 한 줄기 미소를 띠고 있었다.

소연은 옷방에 가서 흰색 티셔츠를 가져와 소파에 놓았다. “언니, 이건 새거야, 한 번도 안 입었어. 옷 갈아입어, 난 내려가서 기다릴게.”

“응.”

소연이 문을 닫자 소희는 소파 위의 옷을 보며 안색이 흐려졌다. 한쪽에서는 머리를 잘라달라 하고 한쪽에서는 마침 돌아왔다. 어떻게 이런 우연이 다 있을까.

옷을 갈아입고 나온 소희는 복도를 따라 밖으로 걸러가는 중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은 방으로부터 소정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꽃으로 소희를 때릴 수 있어,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소희는 걸음을 늦추었다.

진원은 여전히 목소리를 높였다.

“머리 자르려는 건줄 난들 알았겠어? 걔가 가위 들고 소연이 목에 댔을 때 난 정말 놀랐다고!”

소정인은 한숨을 쉬었다.

“당신이 소희를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어? 잊지 마, 소희야말로 우리의 친딸이라는 것을!”

진원은 변명했다.

“나도 알아, 3년 전에 걔가 집에 왔을 때 나도 잘해보려 했어. 걔가 기어코 나가 살겠다는 걸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

“걔가 이사 가려 할 때 가지 말라고 만류라도 했어?”

소정인은 계속해서 말했다.

“나도 당신이 소연이를 아끼는 건 아는데 소희는 태어나자마자 신분이 바뀌어 밖에서 온갖 고생을 했는데, 좀 잘해줄 수 없어?”

진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소희에게 잘해주고 싶어. 그런데 난 20년 동안 소연이를 친딸로 아꼈는데 갑자기 어떻게 바뀌겠어? 게다가 소연이는 피아노, 그림, 바이올린 못하는 게 없고 싹싹하고 똑똑한데 소희는, 잘난 게 아무것도 없어, 예뻐하려고 해도 그렇게 안돼.”

“당신 어떻게 우리 딸을 그렇게 말할 수 있어?”

“걔 없는 곳에서 말하는 거잖아.”

진원은 그를 원망했다.

“당신도 그래, 왜 오라고 한거야? 생일날에 오히려 분위기만 흐렸잖아!”

소희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졌다. 그녀는 더 이상 듣지 않고 자신의 가방을 열어 옅은 회색 장신구 상자를 문밖의 화분대에 놓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에서 소연은 랙돌 고양이를 안고 있다가 소희가 내려오자 웃으며 물었다.

“언니 옷 몸에 맞아?”

“딱 맞아, 고마워!”

“우린 자매잖아. 왜 그렇게 예의를 갖춰?”

소연은 얼굴에 순진한 미소를 띠었다.

소희는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전화받았는데 학교에 일이 생겨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 아빠한테 대신 말해줘.”

“이렇게 급하게? 아직 케이크도 안 먹었는데!”

소연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한테는 생일에 폐를 끼쳐서 죄송하다고 전해줘.”

소희는 한마디 하고는 문으로 걸어 나갔다.

어느새 밖에는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렸고 바닥은 흠뻑 젖어 있었다.

소연은 고개를 돌려 외쳤다.

“장 씨 아주머니 진 씨 삼촌은요? 진 씨 삼촌에게 차로 언니 데려다주라고 말 좀 해주세요.”

장 씨 아주머니는 달려와 바깥의 비를 보고는 탄식했다.

“아이고, 공교롭게도 아저씨가 사모님 케이크 가지러 갔는데 아직 안 오셨네요.”

“제가 알아서 갈게요. 아주머니 우산 하나만 부탁해요.”

“아, 네!”

장 씨 아주머니는 돌아서서 들어가더니 다시 우산을 들고 나와서 소희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 우산도 몇십만 원 짜리니까 조심해서 쓰셔야 할 거예요.”

소희의 눈에는 경멸이 흘렀고 얼굴에는 아무런 기색도 없이 우산을 펴고 가랑비 속으로 걸어갔다.

소희가 대문을 나서자마자 소연은 마당에서 진 씨 아저씨가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장 씨 아주머니는 멋쩍은 듯 말했다.

“내 정신 좀 봐, 아저씨가 30분 전에 돌아왔는데 깜빡했네요, 이 날씨에 아가씨를 걸어가게 하다니...”

소연은 고양이를 끌어안고 다정하게 웃으며 말했다.

“장 씨 아주머니가 요즘 너무 고생이 많네요. 시간 나면 엄마한테 월급 올려드리라 말씀 드릴게요.”

장 씨 아주머니는 대뜸 얼굴이 활짝 피었다.

“고마워요 아가씨, 앞으로 아가씨 시키는대로 할게요.”

소연은 위층으로 올라가 화분대에 있는 장신구 상자를 들었다. 막 열려는데 소정인과 진원이 방에서 나왔다.

소희가 간 것을 알고 진원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정인은 진원의 생일날까지 싸우기는 싫어서 화제를 돌렸다. 소연이 들고 있는 함을 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엄마 선물이야?”

진원은 웃으며 받아서 열어보더니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거 GK가 갓 출시한 신상이잖아? 디자인 별로 한 세트뿐이라 쉽게 구할 수 없는 건데. 소연이가 엄마 생일에 선물하려고 준비한 거야?”

소연의 눈에 놀란 기색이 스쳐지났다. 그녀는 웃기만 할뿐 부정하지 않았다.

“엄마가 마음에 들어하니 다행이에요!”

“우리 소연이 사랑해!” 진원은 감동하며 소연을 끌어안았다. 앞서 소희를 때린 것에 대한 미안함도 한순간에 사라졌다.

소희는 집을 나와 길을 걸었다. 이쪽은 별장 구역이라 버스가 다니지 않았고 택시도 거의 없었다.

비가 우산을 때리는 소리가 귀로 들어와 마음을 어지럽혔다.

소희는 빗물을 밟으며 유유히 걸었다. 봄비 내리는 싸늘한 기온은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거리에는 자가용차들이 쌩쌩 지나다니고 있었다. 그중 한 벤틀리의 조수석에 앉은 소녀가 갑자기 차창밖을 내다보더니 뒷좌석의 남자를 보며 말했다.

“삼촌, 제가 학교 친구를 봤어요. 여긴 버스가 없는데 좀 태워도 되죠?”

임구택은 손에 든 서류를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임유림은 기사에게 후진하라고 한 뒤 창문을 내려 소희를 향해 소리쳤다.

“소희야, 타!”

소희는 깜짝 놀랐다. “임유림?”

둘은 같은 과지만 친하지는 않았다.

임유림이 웃으며 말했다.

“빨리 타, 타고 나서 얘기해.”

“고마워!”

소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차 문을 열어 우산을 접고 앉았다. 소희는 곁눈질로 뒷자석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려보고는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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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정이는 아래에서 계속 소희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달려와서 물었다. “어떻게 됐어? 조교쌤이 어떤 처벌을 내린다고 말했어?”소희는 백팩을 메고 두 손은 가방끈을 잡고 태연하게 말했다.“무슨 근거로 날 벌주냐, 나는 정당방위인데!”소정이가 믿기지 않는 얼굴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주경이의 다리가 골절돼서 걔네 아빠가 화를 잔뜩 품고 왔는데 널 가만히 뒀어?”소희는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이미 해결됐어!”소정이는 비록 의문이 들었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소희와 함께 학교를 나서며 중얼거렸다. “다 나 때문이야. 내가 이상형한테 치근덕 거리지 않고 일찍 나갔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소희가 개의치 않는 어조로 말했다.“주경이는 목적을 가지고 왔기에 어쩌면 그곳에서 나를 기다렸을지도 몰라. 늦게 가나 일찍 가나 다를 거 없어!”“다리가 골절됐어도 싸!” 소정이가 분해서 씩씩거리더니 갑자기 안색이 바뀌고 두 눈을 번쩍이며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야, 너 무술 배운 적 있어? 어떻게 주경이를 단번에 쓰러뜨린 건지 알려줘!”소희가 입술을 여미고 얼버무렸다. “아마도 내가 마침 가장 약한 곳을 차서 그런가 보지!”소정이는 눈을 희번떡 거리며 말했다.“괜히 들떴어. 난 또 네가 무슨 신비로운 무술 가문의 배경이 있는 줄 알았어!”소희가 풉 하고 웃었다.“소설 그만 봐. 뇌 발달에 해로워 질라!”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며 느긋하게 걸어갔다. 학교 대문을 나서자 소정이가 소희의 팔을 당기며 왼쪽으로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저기 봐, 소 퀸카야!”소희가 고개를 돌리고 보니 길 옆에 벤쯔 한 대가 세워져 있고 운전기사가 내려 소연이가 차에 오르게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주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여학생들은 부러워하고 남자들은 연모하고, 심지어 누군가 '여신님' 하고 소리쳤다.소정이가 쉬쉬하며 말했다. “소연이는 어쩜 팔자가 이렇게 좋을까. 공부 잘해, 예쁘게 생겨, 심지어 부잣집에 태어났어. 내가 그중 하나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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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희는 드디어 왜 임유민의 가정교사들이 사직을 한 건지 알 것 같았다, 재벌 집의 아이는 욕을 할 수도 때릴 수도 없는데다 설교를 하면 시끄럽다 하고 좋은 말로 달래주면 유치하다고 하기에 그런 무력감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동적으로 포기하게 만들었을 것이다소희가 몸을 일으키고 상 위에 다트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과녁을 한 번 겨누고 손을 들어 다트를 던지니 과녁의 한가운데 정확히 명중했다.그녀가 세 번째 다트를 던질 때 임유민이 고개를 들고 놀라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희가 양손에 동시에 다트를 들고 보지도 않고 던졌다, 두 다트는 같은 속도로 전에 명중한 다트를 맞추고 동시에 과녁에 명중했다.임유민이 몸을 일으키고 소희의 곁으로 와서 고개를 들고 그녀를 보며, “다트 배운 적 있어요?”하고 물었다.소희가 눈썹을 치켜들고 부인하지 않았다.임유민은 흥취가 올라와, “그럼 알려주세요.”라고 했다.소희가 팔짱을 끼고 책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의 수업을 완벽하게 하면 알려줄게!”임유민이 코웃음을 치며, “다른 수법으로 바꿀 수 없어요?”하고 물었다.소희가 어깨를 들썩이며, “어쩔수 없어, 내가 널 가르치러 온 이튿날에 무능하다는 이유로 쫓겨날 수는 없잖아, 나도 체면이 있는데.”라고 했다.임유민은 거만하게, “저 둘째 삼촌한테 알려달라고 할 수도 있어요, 선생님보다 한수 위거든요!”라고 했다.“그럼 지금 너의 둘째 삼촌을 불러다 널 가르쳐 주는지 확인해 볼까?” 소희는 겁이 나지 않는다, 알려줄거였으면 진작에 알려주었겠지.임유민의 얼굴에 바로 난감한 기색이 스쳤다, 가늠을 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알겠어요, 선생님 말 들을 테니까 공부하고 나면 활 쏘는 법 가르쳐 줘야 해요, 활도 잘쏘세요?”“활?” 소희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임유민은 약간 득의한 기색을 보이며, “안 되죠? 저희 둘째 삼촌은 백발백중이거든요!”라고 했다.“누가 못한데, 먼저 공부나 하고 말해!” 소희가 책상 앞으로 갔다.“저 속이면 어떻게 해요? 다트 놀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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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30화

    서선영은 유혹적인 눈빛으로 남자를 바라보며, 거절하려는 듯하면서도 몸은 피하지 않았다.“안 돼. 나, 한 시간밖에 못 나와 있어.”“당신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최이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서선영의 치마 지퍼를 내렸다.“밖에 사람 세워놨어. 아무도 안 들어와.”...오전, 임유진은 구씨그룹과의 계약을 마무리했다. 오후에는 회사 고위층 회의에 참석했고, 회의가 끝나고 마케팅부로 돌아왔을 때쯤, 팀 동료들의 시선이 평소와 달랐다.유진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모두는 급히 예의를 갖춘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유진은 손에 든 자료를 들고 여진구를 찾아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진구는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고, 유진이 들어오자, 그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무슨 일 있었어요?”유진이 맑은 목소리로 묻자, 진구는 곧바로 말을 돌렸다.“아니야. 너 손에 든 거, 청원안 자료야? 나 좀 볼게.”하지만 유진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휴대폰, 보여줘요.”진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휴대폰 화면을 다시 켰다. 방금 보고 있던 건, 유진과 은정이 함께 있는 사진들이었다.둘이 식당에서 식사하는 모습, 그리고 둘이 함께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는 장면. 얼마 전 중식당에서 있었던 그날이었다.진구는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누군가 이 사진들을 너희 팀 메일에 전체 전송했어. 내용은, 네가 구씨 프로젝트를 따낸 게 구은정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어서라고.”유진은 이미 그 메일을 확인했었다. 메일에는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구씨 그룹 사장을 유혹했다는 식의 악의적이고 천박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업계 풍기를 망친다는 말까지, 표현이 거칠고 추했다. 유진은 이를 꽉 물었지만, 곧 침착하게 물었다.“발신 IP 추적할 수 있어요?”진구가 답했다.“지금 IT팀에서 추적 중이야. 내부 직원일 수도 있고, 유지그룹 쪽의 보복일 가능성도 있어. 하지만 반드시 밝혀낼 거야.”“일단 외부로 확산은 안 됐고, 회사 내부 루머 수준이야. 이미 전체 공지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29화

    유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내가 간호까지 해줬어요. 감사 인사는 필요 없고요.”구은정은 잠시 말이 막혔다. 그러다가 그는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은정의 큰 키와 묵직한 분위기만으로도 압도적인 기운이 느껴졌다.이에 유진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씩 물러섰다.“유진아, 대체 언제까지 나 피할 거야?”은정이 묻자, 유진은 당황해서 반문했다.“내가 뭘요?”“너 어젯밤 내가 아픈 틈을 타서, 키스도 하고, 만지기도 하고, 맘껏 했잖아. 다 잊은 거야?”유진은 말문이 막혔다. 은정은 다시 한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날 좋아하면서 왜 인정 안 해?”유진은 등을 문에 기대고 은정을 올려다보았고, 눈빛에는 불쾌한 기색이 스며 있었다.“그렇게 나오실 줄 알았으면, 어젯밤 동정 따윈 하지 말 걸 그랬네요.”“동정?”은정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럼 뭐겠어요, 삼촌?”유진은 코웃음을 치며 은정의 가슴을 밀치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걸어 나갔다. 복도에는 유진의 비아냥 섞인 목소리만 가볍게 울렸다.“아플 땐 약 꼭 챙겨 드세요. 헛소리는 고열 때문일 수도 있으니까요.”엘리베이터에 탄 유진은 곧장 떠났고, 은정은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이마를 찌푸리며, 눈매는 점점 더 어두워졌다.오전 10시.강성의 어느 프라이빗 클럽.서선영은 넓은 챙이 달린 프렌치 스타일 모자를 쓰고, 스카프로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조용히 안으로 들어섰다.서선영은 한 룸의 문을 열고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을 확인하자, 모자를 벗으며 차가운 표정을 드러냈다.“요즘 회사 안에 당신을 지켜보는 눈 많아. 그런데 이 타이밍에 날 만나면 어쩌자는 거지?”최이석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며칠간 이어진 불안과 압박 속에서 예전의 자신감은 사라졌고, 초췌한 인상만 남아 있었다.“내 문제 어떻게 해결할 건데?”서선영은 침착하게 말했다.“변호사 제일 좋은 사람으로 붙여줬잖아.”최이석은 비웃었다.“증거가 빼박인데? 최선이란 게 결국 내가 돈 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28화

    “안 가요, 이불 가지러 가는 거예요.”유진은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달래듯 한 말투였다. 그제야 은정은 그녀를 놓아주었다.유진은 방 안에 있던 에어컨을 끄고, 은정의 침실로 향해 이불을 가지러 갔다. 유진은 처음으로 은정의 침실에 들어섰다.외부와 같은 인테리어 분위기, 차분하고 단정하지만 지나치게 냉정한 느낌이었다. 그 방처럼, 그 역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따뜻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유진은 이불을 안고 잠시 방 안을 둘러본 뒤 거실로 돌아왔다. 그녀는 이불을 은정에게 덮어주고, 소파 앞에 쭈그려 앉아 한참을 바라보다가, 스탠드 조명을 끄고 조용히 돌아서려 했다.그 순간, 은정의 낮고 흐릿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울렸다.“유진아, 안 간다고 했잖아.”유진은 뒤돌아봤다. 어두운 거실 속에서 은정의 눈빛은 보이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녀를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그 눈빛엔 서운함과 외로움이 함께 담겨 있는 듯했다. 몇 초간 정적이 흐른 뒤, 유진은 조용히 돌아와 은정에게 말했다.“조금만 안쪽으로 가요.”은정은 곧바로 소파 안쪽으로 몸을 옮겼다. 유진이 옆에 눕자마자, 은정은 유진을 품에 끌어안았고, 이내 그의 뜨거운 입맞춤이 쏟아지는 듯했다.유진은 눈을 감고, 몇 초 뒤엔 어색하지만 조심스레 반응을 보였다. 그 작은 반응 하나에도 은정은 순간 멈칫했다가, 곧 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더 뜨겁고 격렬하게 키스했다. 제어 불가능한 감정이 담긴 입맞춤이었다.유진은 마치 물속에 잠긴 듯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피하려 하자, 은정의 손이 유진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안았다.어둠 속, 낮고 거칠게 갈라진 은정의 목소리가 귀에 와닿았다.“우리 침실로 갈까?”유진은 얼굴이 새빨개져 그의 품에 파묻혔다.“적당히 해요.”은정은 알았다. 지금 조금만 더 약하게 굴면, 유진은 진짜 넘어올 수도 있다는걸. 하지만 동시에 은정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침대까지 가면, 진짜 더는 참지 못할 거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27화

    유진은 은정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데 놀라 잠시 멍해졌다. 그러고는 작게 중얼거리듯 말했다.“잘못한 거 알면 고치면 되죠. 전 일단, 예전 일은 용서할게요.”유진은 해열제를 찾아내고는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다행이다. 할머니가 미리 약들을 챙겨두셨거든요.”노정순이 각 약의 효능과 복용량을 따로 포스트잇에 적어 붙여놓았고, 유진은 방금 몇 번이고 확인했다. 이 정도면 문제없을 것이었다.유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가 따뜻한 물을 받아왔고, 해열제를 구은정에게 건네며 말했다.“아까 의사 선생님한테 전화했어요. 감기몸살일 가능성이 크대요. 우선 이거 먹어요. 열이 안 내리면 병원 갈 거예요.”은정은 눈앞에 놓인 약을 보며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체온 안 재봐도 돼?”“체온? 만져보면 알죠!”유진은 다시 은정의 이마를 만지고, 곧바로 자기 이마와 비교해 봤다, 그러고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안 재도 돼요. 확실히 열나요.”하지만 은정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약 안 먹어도 돼. 뜨거운 물 좀 마시면 곧 나을 거야.”“안 돼요. 꼭 먹어야 해요.”유진은 단호하게 약을 내밀었으나, 은정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유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혹시 약 먹는 거 무서워요?”은정은 유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약을 받아 입에 털어 넣더니, 물을 크게 한 모금 마시고 꿀꺽 삼켰다.그 급한 모습이 너무 긴장돼 보여서, 유진은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진짜 약 먹는 거 무서운 거였네.’아프기도 하니까, 그냥 웃지 않기로 했다.유진은 다시 몸을 돌려 거실 테이블 위의 약상자를 정리하려고 했다. 약을 넣으려다 상자 뒷면에 적힌 문구가 눈에 띄었다.유진은 고개를 돌려 물었다.“관장약? 관장이 무슨 뜻이에요?”은정은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하더니, 갑자기 얼굴이 확 굳어졌다. 그러고는 몸을 숙여 목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려 했다.유진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배를 쥐고 웃기 시작했다. 소파에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26화

    유진은 몇 걸음 더 다가가 남자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술 마신 거예요?”은정은 눈을 천천히 떴다. 목소리는 낮고 거칠게 갈라져 있었다.“유진아.”유진은 얼굴을 굳히며 반쯤 무릎을 꿇고 앉았다.“대체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셨어요?”은정의 짙고 어두운 눈동자가 곧장 유진을 바라보았고, 그 시선에 유진의 마음이 한없이 흔들렸다.유진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여전히 거칠고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너 볼 수 있다면, 죽어도 괜찮아.”그 말에 유진의 눈가에 눈물이 갑자기 맺혔으나, 눈이 붉게 물든 채로 말했다.“그럼 안심해요. 죽어도 나는 쳐다도 안 볼 거니까요.”그러고는 벌떡 일어나 돌아서려 했지만 유진의 손목이 갑자기 꽉 붙잡혔다. 힘이 세서 도무지 빠져나갈 수 없었다.유진은 차갑게 고개를 돌려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놓으세요.”그러자 은정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나 열 나는 거 같지 않아? 만져봐.”유진은 순간 당황했다. 은정은 머리를 쿠션에 기댄 채, 유진의 손을 잡아 자기 이마 위에 올렸다.뜨겁게 달아오른 열기에 유진의 얼굴빛이 달라졌다. 그녀는 손바닥 전체를 이마에 붙이며 다시 확인했다. 정말 점점 더 뜨거웠다.“아픈 거예요?”유진이 놀란 목소리로 묻자, 은정은 유진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그런 것 같아.”“어디가 더 아파요?”유진이 걱정스레 물었다.“머리가 아파. 그리고...”은정은 유진의 손을 내려 가슴팍 위에 얹었다.“여기도 많이 아파.”셔츠 너머로 느껴지는 단단한 근육과 거친 심장 박동. 쿵, 쿵, 쿵, 그 격한 두근거림이 고스란히 유진의 손바닥에 전해졌다.유진은 놀라 손을 황급히 빼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구은정.”은정은 깊게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이름 그렇게 불러주는 거, 제일 좋아.”속으로는 바랐다. 언젠가 유진이 다시 자신을 사장님이라 부르는 날이 오기를.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일어서서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문을 나섰다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25화

    연하가 짐작하듯 말했다.“진구 선배 때문인 것 같아. 어른들이 계속 너랑 여진구를 엮으려는 얘기 하더라. 너도 계속 그 사람이랑 같이 있었고. 그래서 그분이 질투한 거 아냐?”임유진은 걸음을 멈췄고, 그제야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랑 진구 선배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그런 관계 아니야.”이에 연하가 살짝 떠봤다.“그럼 넌 선배를 좋아해? 아니면 오늘 너한테 키스한 그 남자?”유진은 곧바로 대답했다.“선배 안 좋아해!”연하는 예상했다는 듯 조용히 여진구를 위해 묵념하며, 웃으며 말했다.“그러면 결국 구은정 씨 쪽이네?”유진의 눈빛에 복잡한 감정이 어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연하는 그 이상 깊게 묻지 않고, 분위기를 적당히 넘기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괜히 유진을 자극해 은정에게 곤란을 주는 건 피하고 싶었다.늦은 오후, 파티가 끝난 뒤 임씨 가족은 함께 자리를 떠났다. 집에 도착하자, 유진은 우정숙의 팔짱을 낀 채 2층으로 올라갔다.방 앞에 도착한 그녀는 팔짱을 풀며 말했다.“엄마, 나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유진아.”우정숙이 유진을 불러 세우며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오늘 여사님이 너 얘기를 특별히 하시더라. 뜻은 알겠는데, 넌 어떻게 생각해? 진구 마음에 들어?”유진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저랑 선배, 그냥 친구예요.”“근데 말이야, 너희 얘기하는 거 보면 꽤 잘 통하는 것 같던데?”유진은 피식 웃었다.“잘 통한다고 다 연애하라는 법은 없잖아요? 저 방연하나 장효성이랑도 잘 얘기해요.”우정숙도 웃음을 터뜨렸다.“그건 다르지. 그런 친구들이랑은 다르잖아.”“다를 거 하나도 없어요.”유진은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저 좀 피곤해서요.”우정숙은 그녀를 안쓰럽게 껴안아 주며 말했다.“그래, 그만하자. 가서 씻고 푹 쉬어.”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우정숙은 한참 그 자리에 서서 딸의 뒷모습을 바라봤는데, 거짓말을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24화

    방은 반쯤 열려 있는 구조였다. 바깥쪽 복도는 다른 휴게실들과도 이어져 있어 사람들이 계속 오가고 있었고, 누가 조금만 다가와도 두 사람을 바로 들킬 수 있는 상황이었다.오늘은 여진구네 집에서 초대한 손님들이 하나같이 재력과 지위를 갖춘 이들이었고, 대부분이 임유진과 구은정을 알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발각되기라도 하면 그 파장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발소리가 가까워지는 순간, 유진의 온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유진이 봤어?”진구의 목소리가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자, 연하가 곧바로 대답했다.“유진이 화장실 갔으니까 내가 찾을게요. 선배는 선배 볼일 봐요!”이에 진구가 말했다.“그래, 뭐 있으면 전화해!”유진은 긴 속눈썹을 살짝 떨며, 꼭 감고 있던 눈을 떴다. 그리고 바로 그 앞에 있던 은정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와 마주쳤다.그 순간, 마치 깊은 심연에 빠져드는 기분이었고, 빠져나오려 해도 이미 늦었다. 언제 누가 다가왔고, 언제 다시 자리를 떴는지도 유진은 전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숨이 가빠질 정도로 몰아쉬고 있던 그때, 은정은 유진의 입술에서 천천히 떨어지며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정말로, 나한테 아무 감정도 없어?”유진은 얼굴까지 붉게 달아올라, 눈에는 부끄러움과 분노가 뒤섞인 감정이 스쳤다. 순간적으로 은정을 밀쳐내고는 서랍장에서 훌쩍 뛰어내려 도망치듯 문 쪽으로 달려갔다.“구은정 씨, 다시는 당신 보고 싶지도 않아!”말은 강하게 했지만, 그 목소리는 오히려 부드럽고 달콤하게 들려, 마치 애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이에 은정은 입꼬리를 올리며 태연하게 말했다.“도망쳐봐야 어디로 가겠어?”은정이 그렇게 느긋하게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유진은 심장이 요동쳤고, 생각도 흐려졌다. 유진은 두 걸음 물러나더니 곧장 몸을 돌려 허겁지겁 달아났다.또 도망치자, 은정은 유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확신했다. 유진은 분명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아까 그 상황에서 그녀가 단 한마디만 외쳤더라면, 누군가는 달려왔을 것이었으나,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23화

    유진이 막 거절하려던 순간, 갑자기 손목이 누군가에게 붙잡혔다. 그 순간, 키가 크고 단단한 남자가 유진의 앞을 막아섰다. 그 남자의 기세는 날카롭고 냉철했으며, 차가운 눈매로 여진구를 바라보며 말했다.“얘한테서 떨어져. 아니면,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여인후는 놀란 눈으로 되물었다.“구은정 사장님?”아까 위층 거실에서 잠깐 마주쳤던 인물이었다. 은정은 그를 싸늘하게 한 번 흘겨보곤, 유진의 손을 이끌고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인후는 두 사람이 맞잡은 손을 바라보며 눈빛이 어두워졌다.유진은 은정의 뒤를 따라가며 걸었다. 바로 앞이 파티장이었기에 유진은 급히 손을 빼내려 했다.그 순간, 은정이 갑자기 뒤를 돌아봤다. 남자의 눈빛은 반항심 어린 깊은 어둠을 품고 있었고, 마치 말로는 담아낼 수 없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했다.유진은 그 시선을 받고 순간 얼어붙었고, 은정은 방향을 틀어 옆으로 그녀를 이끌었다.좁은 복도를 지나자 끝에 조용한 휴게실이 있었다. 방은 작았고, 다섯 칸짜리 서랍장 하나, 천장까지 닿는 장식용 책장, 그리고 소파 두 개가 놓여 있었다.은정은 방 안으로 들어선 뒤, 유진의 허리를 잡아 올려 그대로 서랍장 위에 앉혔다. 유진은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아직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은정의 뜨거운 입맞춤이 이어졌다.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젖혔지만, 뒤는 벽이라 더는 물러날 수 없었다. 유진은 두 손으로 은정의 어깨를 밀며 저항했지만, 유진의 힘은 그에게 아무런 저항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그 반작용으로 은정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으음!”입술과 혀가 거칠게 섞였다. 은정은 거의 이성을 잃은 듯한 키스로 그녀를 삼켰고, 마치 분출구를 찾은 감정처럼 거침없었다.은정은 유진이 허우적대는 손을 움켜쥐어 서랍장 위에 눌렀고, 온몸에서 분노로 가득 찬 야수 같은 기운이 흘러나왔다.유진의 심장은 북처럼 쿵쾅거렸고, 그의 뜨거운 체온과 억센 힘에 겁이 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삐친 감정에 지쳐, 끝내 눈을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322화

    우정숙은 조용히 진구 옆에서 유진을 챙기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진구 혼자서 여씨그룹을 끌어 나가는 거, 정말 대단해요. 다시 보게 되네요.”그러자 여사는 자랑스러우면서도 애틋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얘가 감당해야 하는 책임이 정말 커요. 근데 유진이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유진이가 없었으면 우리 진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상상도 하기 싫어요.”우정숙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리 유진이는 전엔 좀 아이 같았는데, 진구 옆에서 많이 성숙해졌어요. 둘이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아요.”“맞아요, 제가 하고 싶던 말이 그거예요!”그녀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그때 서선영이 말을 끼어들었고, 정숙에게 아부하듯 웃으며 말했다.“유진 씨는 진짜 공주님처럼 예쁘고 단정하네요. 여진구 사장이랑 함께 있으니까 꼭 천생연분 같아요!”서선영은 직감적으로, 유진과 은정 사이에 뭔가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오히려 유진이 여씨 집안에 시집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그 말은 여신학 회장 부인의 마음을 정통으로 건드렸다.“우리 진구는 유진이한테 비할 수가 없어요. 나한텐 유진이 같은 딸 하나만 있으면, 아들은 없어도 돼요!”서선영은 바로 웃으며 덧붙였다.“그럼 유진 씨를 진구 씨에게 시집보내세요. 그러면 따님도 생기고 아들도 그대로잖아요!”뒤쪽에 앉아 다른 사람들과 대화 중이던 은정은 수다를 흘끗 들으며 점점 표정을 굳혔다. 회장 부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그대로 꽂혔다.“그거 정말 좋죠!”회장 부인이 즐거워하며 말했다.“문제는 우정숙 여사님이 과연 유진이를 쉽게 내보내주시겠느냐는 거예요.”우정숙도 은정의 존재를 의식해서인지, 애써 웃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유진이가 좋다고 하면, 저희는 언제든 응원할 거예요.”“들었죠?”서선영이 바로 말했다.“이제 여사님께서 청혼하러 가셔야겠네요!”은정은 뒤에서 듣고 있다가, 유진과 진구가 웃으며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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