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가 넘은 시각 임유림은 그제야 집에 돌아왔다. 거실 소파에 앉아 있는 임구택을 힐끗 보고 무슨 말을 하려는 하인에게 눈치를 준 뒤 살금살금 위층으로 살금살금 올라가려 하였다.“이리 와!” 남자는 소파에 기대어 책을 손에 든 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임유림은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아예 태연한 척 그에게 갔다. “삼촌, 아직 안 주무셨어요?”임구택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어쩐지 가정교사를 급하게 찾더라니 데이트하려고 그런 거였구나, 남자친구 있니?”“없어요!” 임유림은 고개를 즉각 고개를 저었다. “그냥 학교 친구랑 쇼핑하다 온 거예요!”“남자친구야 아니면 친구야?” 임구택은 취조하는 듯한 어조로 물었다.임유림은 삼촌이 여우라는 것을 깨닫고 맞은편에 앉아 솔직하게 말했다. “저 남자친구 생겼어요. 우리 집이 특별한 집안이라고 해도 전 그냥 평범한 연애가 하고 싶어요. 그의 뒷조사와 우릴 감시하지 않았으면 해요.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아주 좋은 사람이고 저도 저희 집안 얘기를 한 적 없어요.”임구택은 책을 내려놓고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서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림아, 연애하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야, 뒷조사 안 할 테니까 네가 좀 더 조심했으면 좋겠어. 부모님이 집에 없을 땐 내가 널 책임져야 해.”임유림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요 삼촌, 둘째 삼촌이 최고예요!”“애교 부리지 말고 올라가 자.”임구택은 가볍게 웃으며 덧붙였다. “참, 유민이가 네 친구 괜찮다고 했으니까 다음 주부터 계속 나오라 그래.”정말요.” 유림이의 미소가 더 환해졌다. 유림은 휴대폰을 꺼내며 위로 올라갔다. “지금 말해줘야겠다!”임구택은 유림이 계단에 있는 것을 보고 한마디 외쳤다. “소희야, 자니?”전화 너머로 상대방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자 유림은 웃으며 답했다. “우리 삼촌이 너 잘 가르친다고 하시더라. 네가 유민이 가정교사하는 걸로 하기로 했어.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에 수업하는 거 어때?”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
외국어 선생님은 영국 분이시다, 용모가 점잖게 잘생겨 소정이가 외국어 선생님이 자신에게는 가장 완벽한 이상형이라고 노래를 불러댄다.두 사람은 교실로 들어가 수업을 들으러왔다, 적지 않은 이들이 소희에게 시선을 보내왔다, 아마도 방금 전에 밖에서의 일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한 모양이다, 소희를 바라보는 시선중에 좋게 보는 시선도 있고 그녀가 고상한 척 주제를 모른다고 경멸하는 시선도 있다.소희는 태연하게 소정이와 자리를 찾아 펜과 노트북을 꺼내 수업 들을 준비를 했다.......수업이 끝나고, 소정이가 문제 묻는다는 핑계로 그녀의 “이상형”에게 찾아갔고 소희는 자리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10분이 지나도 소정이가 그만 물을 낌새를 보이지 않자 소희가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주경이 서늘하게 소희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 그녀가 가까이 오자 길을 막고 명령하는 식의 어조로, “앞으로 고석이한테서 멀리 떨어지세요!”라고 했다.소희가 덤덤하게, “고석한테 가서 말해,”라고 했다.주경의 안색이 순간 바뀌면서, “뻔뻔한 거 봐?”라고 했다.그녀는 방자하게 구는 게 익숙한 사람이기도 하고 며칠 전의 한도 풀 겸 손을 들고 소희의 얼굴을 향했다, 일부러 사람들의 앞에서 소희에게 응징을 주어 고석의 체면을 세워주기라도 하듯이 말이다.소희는 그녀의 손이 자신에게 닿기 전에 주경의 왼쪽 다리를 찼다.주경의 다리가 그 자리에서 골절되었다!소희의 청순하고 정교한 이목구비가 사람들의 눈에는 만만해 보이고 착해 보이지만 그녀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많은 말이 필요없이 깔끔하고 부드럽게 흘러간다........한 시간 후, 소희가 학교 교장 선생님의 사무실 앞에 왔다, 주경은 이미 병원으로 실려가고 지금 교장과 소리를 지르고 있는 사람은 주경의 아버지인 주철근이다.과 선생님이 소희를 감싸며 주철근과 의논했다, 분명 주경이 먼저 손을 들었으니 소희는 정당방위다.주철근은 화가 나서 과 선생님을 가리키며, “왜 이렇게 비천한 것을 감싸고도는 건가요? 이 애가 주경이의
소정이는 아래에서 계속 소희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달려와서 물었다. “어떻게 됐어? 조교쌤이 어떤 처벌을 내린다고 말했어?”소희는 백팩을 메고 두 손은 가방끈을 잡고 태연하게 말했다.“무슨 근거로 날 벌주냐, 나는 정당방위인데!”소정이가 믿기지 않는 얼굴로 그녀를 보며 물었다.“주경이의 다리가 골절돼서 걔네 아빠가 화를 잔뜩 품고 왔는데 널 가만히 뒀어?”소희는 웃으며 말했다.“어쨌든 이미 해결됐어!”소정이는 비록 의문이 들었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소희와 함께 학교를 나서며 중얼거렸다. “다 나 때문이야. 내가 이상형한테 치근덕 거리지 않고 일찍 나갔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소희가 개의치 않는 어조로 말했다.“주경이는 목적을 가지고 왔기에 어쩌면 그곳에서 나를 기다렸을지도 몰라. 늦게 가나 일찍 가나 다를 거 없어!”“다리가 골절됐어도 싸!” 소정이가 분해서 씩씩거리더니 갑자기 안색이 바뀌고 두 눈을 번쩍이며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야, 너 무술 배운 적 있어? 어떻게 주경이를 단번에 쓰러뜨린 건지 알려줘!”소희가 입술을 여미고 얼버무렸다. “아마도 내가 마침 가장 약한 곳을 차서 그런가 보지!”소정이는 눈을 희번떡 거리며 말했다.“괜히 들떴어. 난 또 네가 무슨 신비로운 무술 가문의 배경이 있는 줄 알았어!”소희가 풉 하고 웃었다.“소설 그만 봐. 뇌 발달에 해로워 질라!”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며 느긋하게 걸어갔다. 학교 대문을 나서자 소정이가 소희의 팔을 당기며 왼쪽으로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저기 봐, 소 퀸카야!”소희가 고개를 돌리고 보니 길 옆에 벤쯔 한 대가 세워져 있고 운전기사가 내려 소연이가 차에 오르게 문을 열어주고 있었다.주위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여학생들은 부러워하고 남자들은 연모하고, 심지어 누군가 '여신님' 하고 소리쳤다.소정이가 쉬쉬하며 말했다. “소연이는 어쩜 팔자가 이렇게 좋을까. 공부 잘해, 예쁘게 생겨, 심지어 부잣집에 태어났어. 내가 그중 하나라도
소희는 드디어 왜 임유민의 가정교사들이 사직을 한 건지 알 것 같았다, 재벌 집의 아이는 욕을 할 수도 때릴 수도 없는데다 설교를 하면 시끄럽다 하고 좋은 말로 달래주면 유치하다고 하기에 그런 무력감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동적으로 포기하게 만들었을 것이다소희가 몸을 일으키고 상 위에 다트가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과녁을 한 번 겨누고 손을 들어 다트를 던지니 과녁의 한가운데 정확히 명중했다.그녀가 세 번째 다트를 던질 때 임유민이 고개를 들고 놀라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소희가 양손에 동시에 다트를 들고 보지도 않고 던졌다, 두 다트는 같은 속도로 전에 명중한 다트를 맞추고 동시에 과녁에 명중했다.임유민이 몸을 일으키고 소희의 곁으로 와서 고개를 들고 그녀를 보며, “다트 배운 적 있어요?”하고 물었다.소희가 눈썹을 치켜들고 부인하지 않았다.임유민은 흥취가 올라와, “그럼 알려주세요.”라고 했다.소희가 팔짱을 끼고 책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의 수업을 완벽하게 하면 알려줄게!”임유민이 코웃음을 치며, “다른 수법으로 바꿀 수 없어요?”하고 물었다.소희가 어깨를 들썩이며, “어쩔수 없어, 내가 널 가르치러 온 이튿날에 무능하다는 이유로 쫓겨날 수는 없잖아, 나도 체면이 있는데.”라고 했다.임유민은 거만하게, “저 둘째 삼촌한테 알려달라고 할 수도 있어요, 선생님보다 한수 위거든요!”라고 했다.“그럼 지금 너의 둘째 삼촌을 불러다 널 가르쳐 주는지 확인해 볼까?” 소희는 겁이 나지 않는다, 알려줄거였으면 진작에 알려주었겠지.임유민의 얼굴에 바로 난감한 기색이 스쳤다, 가늠을 하듯 고개를 끄덕이고, “알겠어요, 선생님 말 들을 테니까 공부하고 나면 활 쏘는 법 가르쳐 줘야 해요, 활도 잘쏘세요?”“활?” 소희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임유민은 약간 득의한 기색을 보이며, “안 되죠? 저희 둘째 삼촌은 백발백중이거든요!”라고 했다.“누가 못한데, 먼저 공부나 하고 말해!” 소희가 책상 앞으로 갔다.“저 속이면 어떻게 해요? 다트 놀이와
“네?” 소희가 바로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저 웃지 않았습니다!”임구택이 눈썹을 치켜들고, “제가 무서워요? 소희 씨는 유림이의 친구고 유민이의 가정교사이니까 그들과 똑같이 나한테 둘째 삼촌이라고 불러도 돼요, 나는 후배한테 언제나 너그럽고 부드러운 사람이거든.”소희는 더욱 웃음이 났지만 태연한척했다.임구택의 눈빛이 그녀의 얼굴을 스치고 전방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중에 또 한소율과 마주치면 그냥 무시해요.”소희는 퍽 억울해하며, “한소율 씨가 제 앞길을 막았어요.”임구택이 말했다, “소희 씨 사람 찰 줄 알잖아요?”소희가 눈썹을 치켜들고, “한 아가씨를 차도 돼요?”라고 물었다.임구택은 감정을 알 수 없는 어조로 말했다, “물론이죠, 마음대로 차요, 내가 마무리할 테니까!”마무리?소희는 눈꼬리를 올렸다, 이 말은 그의 일 처리하는 스타일을 보여주었다!임구택은 그녀의 생각이 많아질까봐 한 마디 보충했다, “저 때문에 난감해진 거니까 내가 뒤처리 해준다고요.”소희는 남자의 날이 선 정교한 옆모습을 보았다, 이 말은 그녀더러 막나가도 된다는 말인가?차 안에 잠시 정적이 흐르다 임구택이 입을 열었다, “내가 얼마 주면 돼요?”소희가 멈칫하다 바로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녀가 한소율에게 임구택보다 많은 돈을 줄 수 있냐고 물었었다. 그녀는 아무런 내색도 없이 진진하게 대답했다, “유림이가 매 수업 당 20만 원이라고 했지만 임구택 씨께서 지불한다면 매달 160만 원 지불하시면 됩니다.”임구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20억을 부른 게 오히려 적었네요!”하긴 소희가 임유민을 대학 갈 때까지 가르친다 해도 20억은 벌지 못한다.소희가 실망스럽게 웃으며, “아쉽네요,”남자가, “뭐가 아쉬워요?”하고 물었다.“한 아가씨가 주기 아까워했잖아요.”임구택, “......”그는 소희가 자신이 20억의 가치를 하지 않는다고 비웃는 걸 알아들었다, 정말 뒤끝이 길고 말발이 센 여자아이다, 그녀는 야유할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는다.
그의 목소리는 가볍고 게으르지만 또 따뜻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봄날 오후의 햇살처럼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고 딱 알맞게 편안하다.소희는 고개를 돌리고 이해되지 않는 듯 이 낯선 남자를 보았다.남자는 앞으로 두 걸음 가서 눈을 드리웠고 소희를 보는 여우 같은 눈에는 빛이 반짝이는 듯 했다, “정혼하지 못한다 해도 밥을 사는건 최소한의 예의 아닌가요!”그는 말을 하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알고 지냅시다, 저는 심명이라고 합니다!”소희는 뼈마디가 선명한 큰 손을 보고 악수를 하지 않고 등을 돌리고 앞으로 걸어갔다.심명은 멈칫하다 바로 그녀를 따라갔다, “여보세요, 제 말을 알아듣지 못한 거예요?”소희는 멈춰 서서 덤덤하게 그를 바라보며, “알아들었어요, 그리고 제가 사준 밥이 아니더라도 굶지 않을 테고 방금 전의 일도 심명 씨가 나서지 않았어도 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길다가 만난 사아에 굳이 알고 지낼 필요도 없을 거 같고요, 이만하시죠, 저는 수업을 봐야 해서요!”말을 하고 소희는 뒤 한번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심명은 그곳에 서서 멀어져 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보며 한참 멍하니 서있었다.그가 작은 여자아이에게 까였다고?그가 심 가네 사람이라는 걸 모른다 해도 얼굴만으로 존재감이 상당한데 어디서 온 자신감이지, 그를 거절하다니!심명은 풉 하고 웃었다, 두고 보자!......이튿날 화요일, 소희는 오후 수업이 하나밖에 없다, 교문을 나설 때 많은 여학생들이 함께 모여 의논하는 모습을 보며 버스 정거장으로 가는데 옆에 있는 여학생이 격동적으로 소리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정말로 심명이라고?”“그렇다니까, 내가 심명을 내 남자친구의 사진에서 본적있다니까, 확실해.”소희는 무의적으로 사람들이 몰려든 곳을 한 눈 보고 발걸음이 멈칫했다.교문 앞에 지금 롤스 로이스 팬덤 오픈카가 세워져있고 차 뒷좌석에 빨간 장미꽃이 가득 놓여 있어 유독 사람의 시선을 끌었다, 더욱 사람의 시선을 끄는 건 차 안에 앉아 있는 남자다, 하얀 셔츠에 슬림한 베
소희가 스포츠카로 직진했지만 붉은 장미를 안지 않고 운전석의 문을 연 후 시동 버튼을 누르고 빠르게 핸들을 꺾으며 바로 도로로 올라가 질주를 했다.일련의 행동은 심명을 포함 한 모든 사람을 당황시켰다.심명의 여유가 넘치던 얼굴이 점점 굳었다, 그는 소희가 손을 들지 않고 꽃이 든 차를 몽땅 가져갈 줄은 몰랐다.지금 그는 사람들의 중심에서 손에 꽃 한 송이를 들고 바보같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그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했다, 분노가 가슴을 여미고 한순간 소희를 목졸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한소율이 대체 무슨 이상한 사람을 손에 넣으라는 거야, 그래서 수천억을 포기하겠다며 자신을 놀리는 건가?주위의 사람들의 소리가 들렸왔고 그중에 이목을 끌지 않는 의혹스러운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소희가 어떻게 롤스 로이스 팬덤을 운전할 줄 알지?”숙련되게 운전을 하는 모습이다, 가세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나?이쪽 벤틀리 안에서 항상 큰 표정이 없던 명우가 놀라운 기색을 하고 입을 열었다, “소 아가씨,”한참 있다 뒤에 글자가 나왔다, “대단한데요!”심명은 아마 태어나고 이런 망신을 당한 적 없을 것이다.임구택은 차 문을 여는 손잡이서 손을 내리고 길 맞은켠에 이미 사라진 스포츠카의 행적을 한 눈 보고 웃음을 금치 못했다, 눈 안에는 웃음기가 스쳤다.심명, 심 가네 사람?임구택은 순간 무엇이 떠올라 어두운 눈빛으로 전화를 한 통 걸었다, 두어 번 울리더니 전화가 연결되었다, 맞은켠에서 들려오는 사람의 목소리에 숨기지 않는 흥분이 들린다, “구택 씨!”임구택은 바로 본론으로 향했다, “네가 심명한테 소희를 귀찮게 하라고 한 거야?”한소율이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임구택이 이렇게 빨리 알 줄 모르고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대처 없이 일단 부인했다, “나 아니야.”말을 하고 한 마디 덪붙였다, “심명 같은 사람을 누가 움직일 수 있겠어? 그리고 심명이 누굴 좋아하던 내가 결정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아니어야 할 거야!” 임구
이튿날, 심명은 소희가 골목길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 시간을 계산하고 뒤에 있는 몇 경호원들에게 눈치를 주고 분부했다, “조심스러워하지 말고 진짜로 하시면 됩니다!”사회 청년으로 위장한 몇 경호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이해했다는 것을 표시하고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심명은 벽에 기대고 담배를 몇 입 피고 10분 즈음이 자났을 때 담뱃불을 끄고 느긋하게 안으로 들어갔다.이 시간대에 밥 먹으러 오는 대학생이 많기에 그의 사람들이 소희를 아주 구석진 곳으로 데려갔다, 사이에 벼러장 벽이 있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그는 소희의 옷이 헐렁해진 모습으로 몇 명의 남자에게 바닥에 깔려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그가 신명처럼 나타나는 모습을 상상했다.그러면 그녀는 두 눈에 빛이 반짝이며 감격스럽고 숭배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게 될 것이다.목숨을 구해준 보답으로 그녀와 그는 결혼을 하게 될 것이고 이후로 그에게 온 마음을 다해 받치게 될 것이다!심명은 상상을 하며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다.가까이 가자 싸우는 소리와 남자의 흐느낌 소리가 들렸다.그가 의아하고 있을 때 눈앞의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바닥에 깔려 맞고 있는 사람은 소희가 아니라 경호원들이다, 하나같이 얼굴에 멍이 들고 배를 끌어안고 아우성을 쳤다.소희는 포니 테일을 묶고 하얀색 후드를 입은 모습으로 왼발로 한 사람의 가슴을 밟고 침착하게 있었지만 온몸에 서늘한 기운을 풍겨 주위의 공기마저 냉각시킬 듯했다.바닥에 있는 경호원은 코가 파랗고 얼굴이 붓게 호되게 맞았다, 심명의 모습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구명했다, “심 사장님, 살려주세요!”심명의 가슴이 철렁이다 냅다 도망을 치는데 위에서 바람 소리가 나더니 그의 어깨가 붙잡히고 사람 전체가 허공을 가르며 360도 회전을 하고 묵직하게 바닥으로 떨어졌다!“이런!”심명의 눈앞에 별들이 아른거렸다.그의 상상 속 모습과 마찬가지로 별빛이 반짝였다........한소율에게서 전화가 왔을 때 심 가네 개인 닥터가 심명에게 상처를 처리해 주고 있었다.
우청아가 떠난 후, 디자인 부서의 직원들은 점점 송미현에게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미현이 내리는 업무 지시에도 반감을 드러내며, 점차 반항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미현은 팀 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애매한 입장이 되어, 제대로 일을 추진할 수 없었다. 매일 같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쏟아졌고, 이에 점점 지쳐갔다....수요일 오후, 배강은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우민율의 전화를 받았다.[장시원 사장님을 찾는데, 왜 제 전화를 안 받는 거죠?]전화가 연결되자마자 민율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따졌고, 배강은 담담하게 답했다.“사장님은 회의 중이세요. 무슨 일이 있으시다면 저에게 말씀하셔도 돼요.”민율은 냉소를 머금고 말했다.[내가 안성으로 발령 난 거, 장시원 사장님이 한 짓 맞죠?]배강은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말했다.“우민율 씨, 사장님께서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고, 설명하지도 않을 거예요. 저는 제삼자의 입장에서 몇 마디 충고해 드리죠.”“사업을 키우고 싶다면 거기에 집중하세요.”“겉으로는 커리어 우먼인 척하면서 뒤에서는 남의 감정을 이간질하는 짓을 한다면, 시야가 너무 좁고 별로잖아요.”“사장님을 오랫동안 좋아하셨고, 그 사이 사장님의 권세를 여러 번 이용하셨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묵인해 주었는데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그런데도 우청아를 건드린 건 가장 어리석은 실수였어요.”“사장님께서 당신을 직접 대면할 필요조차 없어요. 단 한마디로 당신이 몇년간 쌓아온 커리어가 하루아침에 무너졌잖아요?”“결국,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양이 되었는데, 본인 생각에는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나요?”“이제 더 할 말은 없어요. 우민율 씨도 영리한 분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아시겠죠.”민율은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마침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장시원 사장님이 앞으로도 계속 나를 건드릴까요?]배강은 차분하게 답했다.“방금 말씀드렸듯이, 모든 것은 우민율 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죠. 이미 안성으로 돌아가셨으니, 이제
송미현은 즉각 말했다.“제가 책임질게요!”그러나 성우준 사장은 단호히 대답했다.“송미현 팀장님께서 책임질 수 있을지 의문이죠. 저희가 계약한 이유는 바로 우청아 디자이너 때문입니다. 그분이 없다면, 이 계약은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렵고요.”송미현은 억지 미소를 지으며 더욱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제가 약속드리죠. 성우준 사장님께 청아 씨보다 더 유명하고 더 실력 있는 고급 디자이너를 배정할게요. 그리고 협상된 수수료에서 5%를 더 낮출 수도 있고요.”그러나 성우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송미현 팀장님, 값싼 물건은 항상 이유가 있는 법이죠.”미현의 미소는 순간 굳었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성우준 사장님, 저희 회사의 디자이너들은 모두 훌륭한 작품들을 가지고 있어요.”“제가 이렇게까지 양보하는 건, 청아 씨가 갑작스럽게 퇴사하면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일 뿐이고요.”“그렇다고 실력이 부족한 디자이너를 데려오겠다는 뜻은 아니에요.”그러자 성우준은 솔직하게 말했다.“제가 생각하기엔, 한 직원이 얼마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면 설계 도면을 제출한 당일 퇴사를 결정했겠습니까?”“그런데도 끝까지 도면을 완성했고요. 그게 제가 우청아 디자이너를 고집하는 이유예요.”미현의 표정은 점점 더 굳어졌고, 그녀는 직설적으로 물었다.“성우준 사장님께서 청아 씨를 아시나요?”“모르죠.”“그런데 왜 꼭 청아 씨여야 하나요?”성우준은 담담히 말했다.“이 도면은 그분의 작품이기 때문이죠.”미현은 말문이 막혔고, 결국 심하 회사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돌아갔다.미현은 화가 치밀어 올라 설계 도면을 책상에 내던졌다. 그러나 이 한 건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다른 문제들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장추더힐 프로젝트가 갑작스럽게 앞당겨졌다. 동영배는 당황하며 비서를 불러 자료를 요청했고, 비서는 청아가 이전에 넘겨준 자료를 영배에게 전달했다.장추더힐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청아를 찾았지만, 영배가 대신 나섰다. 그러나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와 각종 승인
우민율은 등골이 서늘해지며, 입술이 살짝 떨렸다. 그녀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마침내 쉰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알겠어요.”“알면 됐어요.”김화연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차는 마음을 맑게 하고 지혜를 밝히죠. 좋은 차를 주문해 놓았고, 이미 계산했으니 드셔보세요.”“강성의 차와 안성의 차가 어떻게 다른지 느껴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하지만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말아요.”“강성의 차 맛에 길들여지면, 안성으로 돌아가서 본토 차를 못 마실 테니까요.”민율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모님은 참 섬세한 분이시네요.”김화연은 우아한 미소를 띠고 천천히 걸어나갔지만 그녀의 말뜻은 명확했다. 여긴 강성이야, 안성이 아니라고. 시원의 가족을 건드린다면, 안성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는 뜻 말이다.민율은 자리에 앉은 채로 미소를 잃었다. 새로 한 네일이 고급스러운 도자기 찻잔을 스치자, 부드러운 소리가 아니라 귀에 거슬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그녀는 냉랭한 표정을 짓고 찻잔을 밀어냈다....청아의 작업실 준비는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시원이 청아를 위해 공간을 직접 마련해 주었는데, 그것은 장씨그룹 소유의 한 오피스 빌딩이었다. 무려 한 층 전체를 내준 것이다.청아가 작업실을 둘러보러 갔을 때, 이미 사무실의 모든 인테리어와 장비가 완벽히 준비되어 있었다.이에 시원은 청아가 거절할 것을 우려해 웃으며 말했다.“매달 남편한테 임대료만 내면 돼. 간단하지?”청아는 넓은 사무실을 둘러보며 감탄했다.“이 정도면 내가 얼마나 많은 실적을 내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을까?”시원은 청아를 뒤에서 안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밤에 열심히 하면 되지.”그 말에 청아는 입술을 깨물고 돌아서며 그를 흘겨보았지만, 시원은 대담하게 그녀의 입술에 가벼운 키스를 했다.“청아야.”시원은 턱을 청아의 머리 위에 기대며 그녀를 부드럽게 안았다. 그는 거대한 통창 밖으로 보이는 번화한 도시 풍경을
요요는 작고 하얀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그녀는 기대에 찬 눈으로 우청아를 바라보며 물었다.“엄마, 받아줄 거죠?”청아는 깊은 감정이 담긴 시선으로 장시원을 바라보며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받아야지. 정말 기꺼이!”시원의 짙은 눈동자는 점점 더 깊어졌고, 그의 시선에는 따뜻한 애정이 가득했다. 그는 느긋하고도 부드러운 태도로 청아를 바라보며 이마에 키스한 뒤, 요요와 케이크를 내려놓고 반지를 꺼내 들었다.시원은 반지를 청아의 왼손 약지에 천천히 끼웠다. 반지는 그녀의 가늘고 하얀 손가락에 완벽히 맞았고, 그 모습을 보며 장시원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고요히 가라앉았다.“청아야.” 시원은 낮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앞으로 정말 긴 길을 함께 걸어갈 거야. 난 지금 더 확신이 들고, 그 길이 너무 기대돼.”청아는 손에 끼워진 반지를 내려다보았다. 그 순간 그녀의 기분은 마치 눈앞의 이 별장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꿈결 같았다. 청아는 따뜻하고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마워, 장시원 사장님.”시원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나야말로 고마워, 우청아.”그는 다시 한번 청아의 뺨에 키스했다. 이때 요요는 케이크를 들고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물었다.“요요, 이제 케이크 먹어도 돼요?”청아는 케이크를 받아 들었고, 시원은 요요를 번쩍 들어 자기 어깨 위에 앉혔다.“그럼, 당연히 먹어야지.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 같이 먹자. 그리고 조금 있다가 요요를 위한 깜짝선물도 있으니까 기대해 봐!”“진짜요? 보고 싶어요!”요요는 어깨 위에서 더 높아진 시야에 환호하며 더 밝게 웃었다....그 시간, 우민율은 김화연에게 전화를 받고 있었고, 그녀의 목소리에는 놀란 척하는 기색이 묻어났다.[어머, 사모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저도 요즘 찾아뵈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김화연은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그럼 오늘 어때요? 시간 괜찮으면 어디서 만나죠.”민율은 즉각 대답했다.[좋아요! 사모님께서 장소를 정해주세요.
요요는 우청아의 목을 끌어안고 맑고 순수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맑은 종소리처럼 청아하고 사람의 마음을 밝게 했다....장시원이 차를 운전했고, 뒷좌석에서는 청아와 요요가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시원이 가끔 거울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농담을 건넸고, 요요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청아의 품에 안겨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차 안의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었다.청아는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오자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우리 소희 보러 가는 거예요?”그곳은 청원으로 가는 길이었다. 예전에 청아는 운해거리의 한 디저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자주 했었기에 그 길을 수도 없이 오갔던 터라 너무나 익숙했다.시원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청아는 그의 침묵을 긍정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시원에게 말했다.“그럼 난 예전에 일했던 디저트 가게에 잠깐 들러서 소희가 좋아하는 디저트를 사 갈게.”얼마 지나지 않아 시원은 디저트 가게 앞에 차를 멈췄다. 그러나 청아를 내리지 못하게 하고, 자신이 직접 가게로 들어갔다. 잠시 후, 시원은 커다란 성 모양의 케이크를 들고 나왔다.“예쁘지?” 시원이 요요에게 묻자, 요요는 케이크 위에 반짝이는 장식들을 보고 눈이 반짝이며 말했다.“너무 예뻐요! 요요 언제 먹을 수 있어요?”“곧 먹게 될 거야!” 시원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다시 차를 몰기 시작했고, 청아는 황당한 듯 말했다.“우리 소희 보러 가는 거잖아. 그런데 왜 요요가 좋아하는 것만 샀어?”그 말에 시원은 장난스러운 미소로 대답했다.“너는 안 좋아해?”청아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나야, 좋아하지.”차는 계속해서 달렸고, 유명한 플라타너스 거리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조금 더 가서 청원 맞은편의 한 고급스러운 별장 앞에 도착했다.별장의 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시원은 차를 몰고 안으로 들어가 정원에 차를 세웠다. 그는 거울을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다음 날, 장시원과 우청아는 먼저 본가로 향했다. 청아가 함께 온 것을 본 장모 김화연은 드디어 안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요요는 정원에서 놀고 있었고, 시원은 요요를 보러 정원으로 향했다. 청아는 거실에 남아 김화연과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청아는 약간 미안한 듯 말했다.“요즘 너무 바빠서, 시원 오빠랑 함께 찾아오지도 못했어요. 신경 쓰이게 해서 죄송해요.”그러자 김화연은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로 대답했다.“젊은 사람들이 바쁜 건 당연한 거지. 시원이가 그룹을 막 끌었을 때는 밤새 집에 못 들어오는 날도 많았어. 그런데 여자는 일한다고 미안해야 해?”김화연은 말을 마친 후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그때는 정말 바빠서 그런 거니까 괜히 오해하지 마.”김화연의 말에 청아는 마음이 따뜻해지며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제가 안아드려도 될까요?”김화연은 점점 더 부드러운 눈빛으로 청아를 바라보며 몸을 기울여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러고는 청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힘들 땐 언제든 돌아오렴. 여기도 네 집이야.”청아는 목이 메인 채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해요!”...정원에서는 요요가 작은 삽을 들고 나무 밑에서 개미 굴을 열심히 파고 있었다. 그 옆에는 도우미 홍초연이 앉아 있었고, 그녀는 장미꽃 한 송이를 꺾어 지루한 듯 꽃잎을 뜯고 있었다.요요는 두 손가락으로 커다란 개미 한 마리를 잡아 초연에게 보여주며 귀엽게 말했다.“언니, 이거 진짜 큰 개미예요!”초연은 힐끗 개미를 보고는 대답했다.“이건 개미 엄마야.”“엄마?” 요요는 작은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나도 엄마 보고 싶어요.”그러고는 개미를 조심스럽게 개미 무리에 다시 내려놓았다. 초연은 요요 쪽으로 몸을 숙이며 속삭이듯 말했다.“근데 너 엄마가 널 버렸어.”그 말에 요요는 놀란 눈으로 고개를 돌려 초연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초연은 계속해서 그녀를 부추기듯 말했다.“네 엄마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서 네 아빠랑 어울릴 자격도 없어. 널 여기
장시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고 있어.”청아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그의 뜨거운 키스 때문인지, 그녀의 뽀얀 얼굴에는 연한 붉은빛이 감돌고 있었다. 이윽고, 청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그리고 나, 작업실 열 거야.”시원은 청아를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얼굴을 주의 깊게 살폈다. 청아는 미소를 머금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허성연 선배의 투자는 거절했고, 나 혼자 할 거야. 오빠가 내 뜻을 존중하고 내 일에 간섭하지 않는다고 했으니, 작업실도 네 돈으로 열 거야.”“곧 카드에서 꽤 큰 금액이 빠져나갈 텐데, 그때 놀라지 말라고, 장시원 사장님.”시원의 눈에 은은한 빛이 떠올랐다. 그러고는 따뜻하고도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나 때문이야?”청아는 한쪽 눈썹을 살짝 올리며 말했다.“오빠는 뭐라고 생각하는데?”사랑에 빠지는 건 간단했다. 단 한 번의 눈빛, 미소, 그리고 작은 행동 하나만으로도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사랑한 후의 삶은 간단하지 않았다.전혀 다른 환경과 생활을 살아온 두 사람이 함께하며, 서로의 고집과 다른 점을 부딪치고 맞춰가야 했다.시원은 과거 청아가 가장 경멸하던 유형의 사람이었고, 청아 또한 시원이 과거에 사귀었던 어떤 여자와도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시원은 청아를 사랑했기에 그녀를 존중했고, 청아는 그를 사랑했기에 조금씩 자신을 바꾸려 노력했다.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것은 곧 서로를 포용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사랑이 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청아가 시원에게 의지하지 않았는가? 그건 아니었다. 청아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원에게 의지하기 시작했다.송미현이 그녀를 괴롭히고, 동료들이 청아를 헐뜯으며 불공정한 대우를 했을 때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더군다나 일을 수습하며 퇴사를 준비하고, 작업실 오픈 계획을 차근차근 실행할 수 있었던 건 청아 뒤에 시원이 있었기 때문이다.청아가 어떤 일을 하든, 그녀를 뒤에서 든든히 받쳐주는 시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녀는
장시원은 말을 마치고 우청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의 깊고도 따뜻한 눈빛 속에는 사랑과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는 청아의 손을 꼭 잡은 채 그녀를 데리고 술집 밖으로 걸어 나갔다.두 사람의 시선은 오직 서로에게만 머물렀고, 시원은 끝내 명신유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신유는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이 시끌벅적한 술집을 가로질러 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에게 더는 기회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방금 전 시원이 청아를 바라보던 그 눈빛은 너무도 깊고 진지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더 이상 다른 누군가가 들어설 틈이 없었다.시원 같은 남자가 이렇게 깊이 한 사람을 사랑할 거라고 믿기 어려웠다. 이 사실은 그녀에게 놀라움과 동시에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실망스러운 것은, 그 사랑을 받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점이었다.그러나 신유는 집착하지 않았다. 그녀는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자신의 화려한 세상으로 다시 걸어 들어갔다.시원은 청아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그의 넓고 듬직한 어깨가 술집의 소란스러움과 소음을 완전히 차단해 주는 듯했다.청아는 손을 살짝 빼며 뒤를 돌아보았다.“소희랑 성연희는 아직 안 갔어. 나를 기다리고 있는데.”“네가 떠나면, 그녀들도 바로 누군가 데리러 올 거야. 이미 얘기해 뒀으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시원은 뒤를 힐끔 돌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청아를 데리고 그대로 술집 밖으로 나왔다.차에 올라타고 나서도, 시원은 바로 시동을 걸지 않았다. 두 사람만 남아 고요해진 차 안은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원은 청아를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아까 내가 임구택이랑 노명성이랑 같이 앉아 있었어. 명신유를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어.”구택은 방금 막 귀국했고, 그의 일정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신유가 그의 동선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오늘 만난 건 정말 우연이었다. 청아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정말 그렇게 우연일까?”시원은 순간
연애에서는 누구나 성장하기 마련이다. 장시원은 잔에 남은 술을 마시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청아 일, 두 사람한테 고마워. 청아는 술을 잘 못 마시니까 제가 먼저 데리고 가볼게. 다음에 내가 한턱낼게.”그렇게 말한 후,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청아 쪽으로 걸어갔다. 그러고는 임구택은 노명성을 바라보며 물었다.“이거, 자기만 다리 건너고는 다리를 부수는 거 아니야?”명성은 얇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그렇죠!”...시원이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봐 카운터로 향하려던 순간, 누군가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시원이 술집에 들어섰을 때부터, 명신유는 눈치채고 있었다. 술을 마신 그녀의 눈에는 약간의 취기가 감돌았고, 그 안에 슬픔이 섞여 있었다.“시원 오빠.” 신유가 조용히 말했다.“사실 외국에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오빠를 잊은 적이 없어요.”신유는 술기운에 목소리가 조금 더 부드러워지며 이어 말했다.“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 그땐 정말 행복했었어요. 그러니까 다시 한번 해보면 어때요?”“만약 오빠도 정말로 내가 지금 당신 여자친구만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땐 내가 바로 떠날게요. 다시는 오빠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요.”신유의 눈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고, 몸은 조금씩 휘청거렸다. 마치 금방이라도 시원에게 기대어 쓰러질 것만 같았다....멀지 않은 곳에서 연희가 그 모습을 가장 먼저 알아챘다. 그녀의 눈에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저 여자가 바로 최근에 돌아왔다는 명씨네 딸이야?”청아는 그 말을 듣고 뒤를 돌아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시원 오빠 왔나?’시원이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돌아왔다는 사실에 그녀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그의 옆에 신유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니, 이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약속된 만남인지 알 수 없었다.소희 역시 그 장면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시원 오빠를 믿어?”청아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지금 바로 가자.” 소희가 단호하게 말했고, 연희는 여유롭게 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