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상황이지?’성연이 정신을 바짝 차리며 미간을 찌푸렸다.제일 먼저 몸이 반응하며 얼른 룸 반대편으로 피한 성연은 어둠을 빌려 몸을 숨겼다.성연은 룸에 바짝 몸을 붙여 귀를 갖다 대었다. 안쪽의 상황은 매우 혼란스러운지, ‘쿵, 쾅’대는 소리가 함께 울려 나왔다.‘안에 있는 사람들이 분명 싸우는 소리일 거야.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큰 소리를 내지 테니까.’그녀는 사태를 관망하면서 섣불리 안으로 뛰어들지 않았다.한참 지난 후, 인영 하나가 룸 안에서 뛰쳐나왔다. 눈을 가늘게 좁힌 성연이 집중해서 똑똑히 보니 뛰쳐나온 것은 혈귀였다.혈귀의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룸에서 복도까지 핏자국이 이어졌다. 룸에서 뛰쳐나온 그는 손을 가슴에 댄 채 비틀거리며 복도를 뛰어갔다.복도를 빠져나온 그는 주위를 경계하며 둘러보았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다친 몸을 이끌고 클럽의 뒷문으로 달아났다.클럽의 뒤쪽은 빈민가로, 너무 지저분해서 보통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다.오기 전, 이미 클럽과 주변의 지도를 살폈던 성연은 뛰어난 기억력 덕분에 한 번 본 것은 모두 기억해냈다.혈귀와는 반대 방향으로 길을 돌아간 성연이 혈귀가 지나갈 길목에서 기다렸다.클럽에서 점점 멀어지며 드디어 자신이 위기를 넘었다고 생각하는 혈귀였다.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 바로 앞에 선 인영이 눈에 들어왔다.빛을 등지고 선 탓에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한 혈귀는 겨우 붉은 롱 스커트만 눈에 들어올 뿐이었다. 어둠 속에서도 아름다운 몸매와 곧게 뻗은 긴 다리가 어렴풋이 드러났다.몸매에서 엄청난 미녀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러나 혈귀에게는 미녀와 노닥거릴 마음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그는 여전히 알아차리지 못했다. 눈앞의 사람이 바로 조직 내에서 듣기만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마녀라는 걸 말이다.성연의 신분은 아주 특수했다. 그녀에 관한 자료는 모두 극비로 취급되었으며, 일반인은 볼 수 없었다.혈귀조차도 성연과 통화만 한 적 있을 뿐이었다.혈귀는 단
혈귀가 끌려간 후, 송성연은 수정구 양 사이드를 눌러 채찍을 거두어들이고, 재빨리 그곳을 떠났다.긴 채찍이 회수되자, 서릿발 같던 냉혹함도 서서히 그녀에게서 거둬졌다. 점차 나른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모습으로 변모한 그녀는 걸음걸이조차 제멋대로였다.처마 밑에서 졸고 있는 어미 고양이처럼 온몸에서 나른한 기운을 풍겼다.골목을 나선 뒤, 성연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휙 주위를 한 번 훑었다. 의심스러운 인물이 없음을 확인하고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떠났다.앞서 그녀가 섰던 곳, 높이 솟은 신형 하나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방금 골목에서 있었던 일들은 빠짐없이 강무진의 눈에 담겼다.워낙 은신에 탁월한 그인 터라, 보통 사람들은 그의 존재를 깨닫지 못했다.그래서 한참을 구경꾼으로 현장에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알아채지 못했다.눈을 가늘게 좁힌 강무진의 검은 눈동자가 우아한 뒷모습을 주시했다.‘저 여자, 도대체 뭐지?’무척 드물게 한 여자에게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한 강무진이었다.그가 텅 빈 골목을 바라보고 있은 지 얼마 후,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강무진이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을 데리고 쫓아온 손건호가 숨을 헐떡이며 그의 뒤에 섰다.강무진의 모습을 아래위로 세심히 살피던 손건호는 그의 몸에 혈흔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물건은 손에 넣었나?” 강무진이 목소리를 낮추어 물었다.손건호는 손에 들고 있던 은색 슈트케이스를 들어올려 강무진 앞에 흔들어 보였다.“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거래자가 달아나 버렸습니다!”거래자를 언급하며 손건호는 화가 나 이를 갈았다. 그렇게 교활한 놈인지 누가 알았겠는 가. 몇 초 한 눈 파는 동안에 달아나 버렸던 것이다.강무진의 뇌리에는 자연히 붉은 스커트가 떠올랐다. 그의 음성이 왠지 좀 더 낮고 쉬어 있었다.“누군가 이미 끌고 갔어.”“제가 가서 그 놈을 꼭 찾아오겠습니다!”단호한 음성으로 말한 손건호의 몸은 이미 쫓아갈 준비를 끝낸 상태였다.강무진이 손을 들어 손짓을 하
강무진이 사진 속의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며, 적막한 그의 눈동자에 빛이 서렸다.“최대한 빨리 찾아서 데려와.” 강무진이 재촉의 기운이 다분한 어조로 지시했다.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고 느낀 무진은 이런 소소한 재미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보스, 밤이 너무 늦었습니다. 먼저 모셔다 드리고 돌아가겠습니다. 사람을 찾는 일은 아래 수하들이 바로 시작할 겁니다. 의사 선생님이 이미 댁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가볍게 턱을 끄덕이며 알았다는 표시를 한 강무진.뒤편의 작은 창고에서 휠체어를 밀고 온 손건호가 강무진을 부축해서 앉혔다. 그리고 두꺼운 담요로 무진의 다리를 덮은 후, 휠체어 채로 안아 올려 차에 태웠다.수천 번도 더 해 본 동작들은 모든 진행과정이 일사천리로 매끄러웠다.곧 무진의 거처에 도착했다.거실에는 이미 흰색 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반쯤 기른 머리는 목덜미 쪽에 작은 꽁지머리로 묶여 있었다. 꼬리가 살짝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썹 아래에는 길게 뻗은 도화안이 자리하고 있었다. 살짝 웃는 듯이 꼬리가 내려온 서글서글한 한 쌍의 눈이 자칫 사람을 빠져들게 한다.위로 약간 들려진 적당한 두께의 붉은 입술은 자웅을 겨루기 힘들 정도로 수려했다.금테 안경 아래의 두 눈동자에는 다정한 빛이 서려 있어 온화하고 점잖아 보였다.강무진의 오랜 친구이자, 강무진을 전담하는 정신과 의사, 진우현이었다.사실 그는 전적으로 강무진의 심리 상담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불면증을 앓아온 강무진을 위해 최면을 걸어 수면을 돕고, 또 수면의 질을 높여 주는 게 그가 담당한 역할이었다.인기척 소리에 고개를 돌린 진우현의 눈에 손건호가 강무진의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또 일하고 왔어?” 진우현은 한 차례 기지개를 켠 후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었다.고개를 끄덕인 무진은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휠체어에서 일어나며 진우현에게 말했다.“먼저 목욕부터 하고 올게.”이런 장면 또한 무수히 보았던 터라
“그럴 리가 없어!” 단호히 부정하는 우현의 매혹적인 눈꼬리가 살짝 치켜 올라갔다.“믿을 수 없어.”애초 강씨 집안에서는 무진의 불면증을 치유하려고 전세계의 명의란 명의는 다 찾아서 치료를 받아보았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향낭 하나 때문에 치유가 된단 말인가?마치 그를 놀리는 것 같았다?결국 꿈틀꿈틀 일어나는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 우현이 확인해 볼 생각에 향낭을 가져오라고 손건호를 부추겼다.일년 내내 무진의 곁을 지키는 손건호는 그의 생활 습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한눈에 향낭의 위치를 찾아냈다.하지만 향낭을 손에 넣는 순간, 침대에 누워 있던 무진이 조용히 눈을 떴다.순정한 검은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빛을 발산했다. 왠지 정글에 숨어 있는 맹수를 연상시킨다. 언제든 달려들어 사냥감의 목을 문 채 그 자리에서 숨이 끊어질 때까지 놓지 않는 맹수를.무진의 눈은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손건호와 진우현, 두 사람 모두 얼음 같은 냉기에 온몸이 관통 당하는 듯했다.얼이 빠진 바로 그 순간, 손건호가 손에 쥐었던 향낭이 단숨에 낚아 채여 다시 무진의 손으로 들어갔다.곧이어 정신을 차린 손건호와 진우현은 방금 전 무진의 동작에 대경실색을 했다.우현이 침을 삼키며 즉시 해명했다.“그냥 한 번 살펴만 볼 생각이었어. 넌 방금…… 잠들었잖아?”불면증에 시달리는 무진은 늘 수면 부족으로 머리가 맑지 않을 때가 많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수면부족으로 두통을 달고 사는 그였다.정상적인 수면의 느낌을 경험한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그런데 방금 막 깨어난 이 순간, 아주 드물게도 머리가 상쾌했다.살짝 고개를 끄덕인 무진이 곧 허락의 눈빛으로 우현을 응시했다.“네 의술이 발전한 것 같군.”무진의 말에 답답함을 느낀 우현은 대답하지 않았다.자신의 의술이 무진의 오랜 고질병을 치료했다고 생각하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었다. 그런데 무진이 잠든 게 결코 자신의 공이 아니라는 말을 이미 들은 차였다.우현은 소매를 걷어붙였
다음 날 깨어난 강무진의 안색은 평소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무진의 곁에 선 비서 손건호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해줬다.무진은 길고 늘씬한 몸을 곧게 세우고 뒷짐을 진 채 창 앞에 섰다. 그의 눈동자에 미미한 놀람이 담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향낭이 자신에게 효과 있다는 걸 그 역시 짐작하지 못한 듯했다.보고를 들은 강무진의 입에서 지체없이 담담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렇군.”……지난 밤을 무척 바쁘게 보낸 성연은 호텔의 침대에서 단잠을 자고 있었다.쾅쾅쾅……. 지축을 흔드는 듯한 소리에 성연이 놀라 잠에서 깼다.이를 빠드득 갈며 솟구치는 화를 꾹 누른 채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매섭게 치켜 뜬 성연의 눈에 냉기가 흘렀다. 송씨 집안 세 사람은 자신들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아니, 이게 시골 계집애 기운이야?’송씨 일가 세 사람을 본 성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팔짱을 끼고 섰다. 예의 그 나른한 자세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방금 전의 기세는 순전히 착각라는 듯이.“무슨 일?”문 앞에는 송종철과 임수정이 서 있었고, 두 사람 뒤에 숨듯이 선 송아연이 보였다.“네가 말한 대로 아연일 데려왔어.”송종철은 올라오는 화를 참으며 뒤에 서 있던 송아연을 앞으로 끌어당겼다.시선을 송아연에게 보낸 성연이 나른하게 쳐다보았다.앞으로 떠밀려 나온 송아연은 웃음기가 다분한 성연의 눈을 마주 대하는 순간, 다시 화가 나 노려보았다.송성연이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보였다.자신이 저런 촌뜨기에게 사과해야 하다니, 이런 치욕이 없었다.송아연은 아무 말도 없이 노려보기만 했다. 성연 역시 느긋이 편한 자세로 문 가에 기대어 서서 기다렸다.성질을 참지 못한 송종철이 송아연을 재촉했다.“아연아, 어서.”송아연이 도와 달란 듯이 임수정 쪽을 쳐다보았지만, 역시 못 본 척 슬쩍 고개를 돌리는 임수정이었다.더 이상 기댈 곳이 없어지자, 입술을 깨문 채 내키지 않는 듯 재빨리 말했다.“언니, 그땐 내가 철이 좀 없었어요.
이 가족의 비열한 속내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성연이었다.방에 들어온 그녀는 문을 잠갔다.트렁크를 열고 미니 핀홀 카메라와 소형 녹음펜을 꺼냈다.한쪽 구석 잘 보이지 않는 곳에 미니 웹캠을 설치하고, 또 다른 쪽 구석에 녹음펜을 두었다.아직 이 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다, 문밖에는 호시탐탐 자신을 노리는 두 사람이 있으니 신중을 기해야만 한다.지금은 송씨 가족도 그녀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만반의 준비를 해 두는 게 좋을 것이다.성연이 장비들을 다 설치하고 손에 묻은 먼지를 털었다. 그리고 트렁크 안의 잡다한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물건들을 모두 정리한 후에 보니, 자신의 향낭이 보이지 않았다.전신을 더듬어 보고 가방도 다시 한 번 검사해 보았지만, 향낭을 찾을 수 없었다.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외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직접 만들어 주신 향낭이었다.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그녀를 사랑해 준 분이신 외할머니는, 그녀 마음에 단 하나 남은 순수였다.외할머니와 관련된 물건이니, 절대 버렸을 리가 없었다.‘몸에 차고 다니면서 지금까지 잘 가지고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 잃어버린 거지?’성연은 턱을 괴고 침대에 앉아 곰곰이 생각하며, 머릿속의 기억들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날 밤 마을에서 한 남자를 치료해 주었던 상황을 차례로 떠올려 보았다.‘분명 거기서 떨어트렸을 거야.’성연이 한숨을 내뱉고는 고운 눈썹을 오므렸다.‘어쩌다 떨어졌지?’향낭은 외할머니가 남겨준 유일한 증표 같은 것이라, 그녀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든 찾아야 해.’성연이 휴대전화를 꺼내 서한기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뭇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어투였다.“물건을 잃어버렸어. 애들을 보내 마을의 폐창고를 뒤져봐. 찾거든 연락해.”“보스, 뭔 데 그렇게 급해요?” 성연의 말투에서 조급한 기색을 읽은 서한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말이 많다?” 성연이 무표정하게 말했다.그 즉
탕에는 기름이 둥둥 떠다니고, 접시에는 허연 고기 몇 점 걸려 있을 뿐이었다.성연은 위가 쓰려 왔다.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눈앞에서 능청스럽게 연기하는 세 사람을 바라보았다.“북성의 명월각 요리가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가서 한 상 주문하면 얼마나 할까요?”성연의 수중에 돈이 없다고 믿고 있던 송종철은 성연의 말을 듣자 ‘쿵’하고 심장이 내려앉았다.또 며칠 전 성연이 5성급 호텔에 묵으며 썼던 수백만 원을 그가 계산했던 게 생각났다.명월각 요리는 보통 당일 해외에서 공수해 온 고급 식자재에다 최상품의 술까지 더하면 기본이 수백만 원이었다.‘성연이 쟤가 진짜 가면 결국 또 내가 돈을 내야겠지?’임수정이 몇 백만 원을 써도 두고두고 속이 쓰리고 아팠는데, 하물며 수백만 원이라니!이 놈의 딸 송성연은 도대체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생각하면 할수록 불쑥 화가 치밀어 올라 괜히 애꿎은 집사를 불러 호통을 쳤다.“뭣들 해? 아가씨 먹을 거 준비 안 하고?”괜히 자신에게 화풀이하고 있음을 잘 아는 집사는 목을 움츠린 채 별 다른 대꾸 없이 주방에 일러 음식을 준비하게 했다.지켜보던 성연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냉소를 지었다.그리고 별 말없이 털털하니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로 모바일게임을 했다. 볼륨을 키워 성가시게 하는 세 사람의 음성을 차단시켜 버렸다.성연을 골탕 먹이려다 실패한 임수정과 송아연은 화가나 죽을 지경이었다.저 아래에서 증오심이 끓어오르고 가슴이 답답했다.다리를 꼬고 앉아 게임 삼매경에 빠진 성연을 보며 임수정이 비아냥거렸다.“너는 허구한 날 공부는 안 하니?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어떻게 살려고 그러는 거야? 시간 있을 때, 아연이에게 좀 많이 배워라, 얘. 아연인 일전에 피아노 콩쿠르에서 2등 하고, 또 학교 성적도 학년 전체에서 10위권 밖으로 나간 적이 없어.”“뭐 시골에서 교육받고 자란 너한테 무슨 기대를 하겠니? 그래도 얼굴이 반반해서 다행이네. 아니면 시집도 못 갈 텐데 말이야.”송아연도 가슴을 내밀며 경멸스럽다는 듯
평소 귀가 밝던 성연은 그날, 임수정과 송종철이 하는 대화를 모두 들었다. 겨우 한두 마디 들었을 뿐인데도 그가 어떤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날 이용하겠단 말이지? 오히려 고마운 일인걸!’성연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북성에 왔으니 전학수속을 빨리 했으면 좋겠어요.”순간 송종철의 안색이 굳어졌다. “알아보는 중이야.”그는 성연이 다시 학교문제로 따지고 들까 봐 재빨리 말했다. “북성에서는 학교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아. 학교에서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사실 그는 성연을 입학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다.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강씨 집안으로 보낸 후 돈을 받게 되면, 그 이후의 일은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었다.‘강씨 집안에서 얼마나 버틸지는 순전히 자기 운이지, 뭐.’지금은 성연에게 돈을 적게 쓰는 것이 곧 돈을 버는 것이었다. 성연은 소파에 기대앉아 실눈을 뜬 채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톡톡 두드렸다.“사립학교 같은 경우에는 그냥 돈 내고 입학시험만 치르면 되는 거 아니에요?”그 말을 들은 임수정은 입에 넣었던 과일을 도로 뱉어내며 그녀를 노려보았다. “넌 사립학교의 일 년 학비가 얼마나 비싼지 알기나 하니?”그녀는 휴지를 꺼내 손을 닦으며 말을 이어갔다.“우리가 그만한 돈이 있다고 해도, 네 성적으로 들어갈 수나 있는 줄 알아?”성연은 손가락을 까딱거리다 멈추며 고개를 들어 그녀를 흘겨보았다.“제 성적은 어떻게 아세요?”임수정은 냉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학년 내내 꼴찌인데 당연한 거 아니니? 어디 가서 절대 말하지 마. 창피하니까.”실은, 성연의 IQ 지수는 상위 1%였다. 하지만 그녀가 성적이 좋지 않은 이유는 시험문제가 너무 쉽고 간단해서 도무지 도전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귀찮아서 시험을 안 친 것뿐인데, 꼴찌는 무슨?’하지만 이런 얘기를 저들에게 할 필요는 없었다.성연은 손뼉을 짝 소리 나게 치며 소파에서 일어났다.“괜찮아요. 저 혼자 가도 돼요. 돈이나 내주세요
목현수는 무진을 데리고 샤넬 가문의 저택으로 갔다.그리고 현재 샤넬 가문의 가주인 미스 샤넬의 오빠도 만났다.미스 샤넬의 오빠는 이목구비가 뚜렷한 전형적인 서양인의 모습이었다.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아주 핸섬한 남자였다.샤넬의 오빠는 무진과 목현수를 계속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두 사람이 밖에서 들어오는 걸 보자, 미스 샤넬의 오빠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섰다.“강 대표, 현수, 마침내 왔군요.”목현수가 다가가자, 미스 샤넬의 오빠가 가볍게 포옹한 뒤 무진에게 손을 내밀었다.무진도 손을 내밀어 미스 샤넬의 오빠와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다.“얼른 와서 앉으세요.” 미스 샤넬의 오빠는 아주 열정적이었다.하인에게 음료수와 신선한 과일을 가져오라고 손짓했다.“괜찮습니다. 우리는 모두 가주님의 친구인데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무진은 목현수와 나란히 앉았다.샤넬 가문은 아주 격식을 잘 갖췄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래요, 모두 제 친구분들이지만, 친구들끼리 처음 만났으니까 당연히 이렇게 해야죠.”미스 샤넬의 오빠가 웃으면서 말했다.“샤넬 가문은 친구를 대할 때는 줄곧 이렇습니다. 습관이 되면 괜찮아요.” 목현수는 무진이 긴장할까 봐 분위기를 풀어주는 말을 했다.처음에 자신이 미스 샤넬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를 떠올렸다.‘샤넬 가문에서는 기본적으로 나를 예비 사위로 점찍고 키웠지.’‘처음 만났을 때의 예절은 지금보다도 더 과했어.’무진은 일찌감치 알 수 있었다.미스 샤넬의 오빠가 A국어를 잘 할 줄 모르는데도 여전히 A국어로 말했기 때문이다.이는 무진에 대해서 가장 기본적인 존중을 보여준 것이다.“무진 씨는 모를 겁니다. 미스 샤넬의 오빠가 무진 씨를 만나기 위해서 일부러 며칠 동안 A국어를 배웠어요. 나는 그 끈기에 탄복했어요.” 그 생각을 떠올린 목현수가 웃으면서 말했다.미스 샤넬의 오빠는 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머리를 긁적거렸고 표정도 좀 안 좋아 보였다.“나는 너무 멍청해요. A국의 문화는 심오해서,
“샤넬 가문에서 무진 씨와 동맹을 맺고 싶어해요. 무진 씨도 누군가 도와준다면 유럽 사업이 좀더 쉬워지겠지요. 물론 샤넬 가문 사람들이 국내 시장을 확장하려 한다면 무진 씨도 도와야겠지요.”목현수는 샤넬 가문에서 제시한 조건을 말했다.샤넬 가문에서는 MS 가문과 사이가 틀어지는 것도 감수하면서 정보를 제공한 것이다.무진이 곧바로 대답했다. “그러지요.”외국에서의 영업과 일 처리 방식은 국내와는 좀 다른 부분이 있다.그러나 무진이 승낙한 이상 절대 식언하지는 않을 것이다.무진의 눈빛에 일말의 걱정이 담겨 있는 걸 본 목현수가 말했다.“안심해도 좋아요. 샤넬 가문은 믿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우리 둘이 직접 협력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거예요.”미스 샤넬의 아버지는 목현수에게 샤넬 가문을 계승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가문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미스 샤넬의 배우자인 목현수가 반드시 도와야 했다.그러나 설사 그런 기회가 없더라도 목현수는 그 때문에 다투지는 않을 것이다.예전의 목현수는 생존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지금은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았다.“다행이네요.” 무진이 담담하게 웃었다.“하기야 무진 씨는 무슨 일이든 위험을 안전하게 넘길 수 있는 능력이 있지요. 오히려 내가 걱정이지요.” 목현수의 이 말은 무진이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애초에도 이 점이 마음에 들었어.’‘비로소 안심하고 성연이를 맡길 수 있었지.’“목 선생님 지나친 과찬이십니다. 제 능력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습니다.” 무진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사람마다 모두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지.’‘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나는 줄곧 위를 향해 올라갈 수밖에 없었어.’‘혼자서 제 몫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했지.’‘내 자신이 가문의 후원자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야.’‘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었어.’“강 대표의 이런 탁월한 식견에 내가 탄복했습니다. 차에 탑시다.” 목현수가 직접 무진에게 차문을 열어주었다.이 차는
남은 일은 양대 조직의 사람들한테 맡기면 된다.무진이 굳이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그래서 무진과 목현수는 그 지옥 같은 회의실에서 나왔다.이제 역사적으로 그렇게 강력했던 MS 가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MS 가문의 사람들이 이렇게 한 번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할 줄은 몰랐어요.”목현수가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MS 가문이 정말 대단할 거라고 생각했지.’‘하지만 무진의 실력은 그 자체로 대단해.’“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MS 가문 사람들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요. 비록 남은 사람들의 능력이 보잘것없다 해도 대비해야 합니다.”특히 무진과 성연의 결혼식이 다가오고 있어서 무진은 더욱 조심스러웠다.“조심해야 하는 것도 맞지만 너무 많이 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목현수가 무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인연이라는 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절묘했다.그동안 무진과 목현수는 팽팽히 맞서는 모습이었다.그러나 이제 이 두 사람은 함께 잘 어울릴 수 있게 되었다.그래서 사람은 너무 심하게 대하지 말아야, 나중에도 잘 대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두 사람은 속마음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았고, 지금은 목현수도 자신의 인연을 찾았다.“그래요.”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진은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이었다.아수라문의 사람들도 MS 가문의 위치를 찾을 수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노력이 필요했다.목현수가 없었다면 무진도 MS 가문 장로들이 있는 곳을 그렇게 빨리 찾지 못했을 것이다.A국에 있던 MS 가문의 무역회사가 없어지게 되었을 때 목현수도 소식을 들은 것 같았다.그래서 바로 무진에게 정보를 제공해서, 무진이 바로 사람들을 데리고 올 수 있었다.“내가 아니라 샤넬 가문에 감사해야지요. 샤넬 가문에서 정보를 제공한 겁니다.”목현수가 무진에게 미소를 지었다.목현수가 우연히 미스 샤넬에게 이 일을 말했다.그리고 샤넬 가문에서 MS 가문 장로들이 있는 곳을 아는 사람이 바로
완전한 준비를 갖추고 온 무진이 왜 그들이 두렵겠는가?MS가문이 유럽에서 대단한 것은 사실이다.그러나 지금 무진의 뒤에는 이터너티와 아수라문이라는 두 국제적 조직이 있다.게다가 목현수의 도움까지.이렇게 보면 MS 가문에게는 승산이 전혀 없었다.그러나 장로들은 아직도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무진은 그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외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싶으면 해. 내가 기다려 줄 테니까.”장로들은 서로 마주 보면서 생각했다. ‘강무진이 왜 저렇게 대담하게 말하는 거지?’원래 장로들은 외부에 지원을 요청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무진의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서, 누구도 감히 경거망동하지 못했다.지금 무진이 기회를 주자, 장로들은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았다.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 몇몇 장로들이 분분히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그런데, 전화한 뒤에 도리어 모든 아지트가 파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자신들을 지원하러 올 방법이 없었다.그 말을 들은 장로들의 안색이 창백해졌다.장로들의 표정은 정말 좋지 않았다.강무진이 이번에 정말 자신들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은 것 같았다.“어때? 장로 여러분, MS가문의 주식을 내게 넘기겠어?” 무진이 천천히 말했다.대장로는 여전히 타협하려 하지 않았다.“강무진, 꿈꾸지 마!”그러자 무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상의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이장로가 허리를 똑바로 펴고 말했다.“그래! 네가 우리를 죽인다 해도 절대 타협할 수 없어!”“좋아.” 무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너희들은 줄곧 나를 사지로 몰아넣으려고 했지. 나도 결혼식 전에 너무 많은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그러니 오늘 너희들을 전부 없애 버리겠어!”무진이 손을 흔들자, 뒤에 있던 부하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MS 가문의 장로들도 무술을 좀 할 줄 알았다.그러나 소수인 장로들은 두 조직의 공격을 전혀 감당할 수가 없었다.눈 깜짝할 사이에 장로들이 죽어 나가면서 회의실 전체에는 비명 소리가 가득했다.부상
무진과 목현수는 벽에 기댄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우리가 손을 댈 필요도 없겠어요. 이 MS 가문의 내홍은 꽤 심각하군요.”목현수가 무진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들의 권력 분포가 고르지 못해서 누구도 최고 지도자가 되지 못해요. 그러니 일단 사고가 터지면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지요.” 무진은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MS가문은 한쪽은 대장로파, 다른 한쪽은 삼장로파로 갈라져 있어.’‘서로 다투느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거야.’무진과 목현수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본 MS 가문사람들은 몹시 불만스러웠다.‘강무진이 우리를 뭘로 보는 거야?’‘우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지금은 그나마 이장로만 제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이장로는 바로 무진에게 다가가서 담판을 벌였다.“강무진, 당신은 도대체 뭘 하려는 거요? 우리 MS 가문의 실력은 나쁘지 않아요. 만약 당신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MS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지금 장로들이 열세에 처해 있는데도 이런 태도로 나와 담판을 짓겠다는 거야?”무진은 서두르지 않고 여유 있게 이장로를 바라보았다.“다, 당신 너무 지나쳐!” 몇몇 장로들은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화가 났다.그들은 지금의 높은 지위에 오를 때까지 이런 위협을 받은 적이 없었다.게다가 자신들보다 훨씬 젊은 데다가 줄곧 자신들이 무시했던 A국인이다.그 말을 들은 무진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당초에 MS가문에서 사람들을 파견해서 악랄한 수법으로 나를 괴롭혔지.’‘그래도 다행스럽게도 매번 피할 수 있었어.’‘만약 내가 운이 좋지 않았다면, 지금 여기에 서 있지 못했을 거야.’무진이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MS가문의 사람들이 자신을 상대하는 것도 모자라 성연까지 해치려고 한 것이다.“장로 여러분, 정말 두렵다면 어떤 카드를 내게 제시할 것인지 잘 생각해. 만약 내가 만족한다면 당신들을 놓아줄 수도 있겠지. 가령... MS 가문의 주식을 내게 양도한다든가 말이야.” 장로들이 상황
무진은 자신이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이 사람들은 오웬을 진짜 살해한 자가 누구인지 짐작할 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오웬이 죽어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은 바로 안진검이지. 안진검은 줄곧 가문 사람들이 자신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기를 바랐어. 지난번에 오웬은 적호에게 살해당했어.” 무진은 그래도 호의를 베풀어서 진실을 말했다.“그럴 리가?” 삼장로의 안색이 또 바뀌는 것이 그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내 말은 다 했으니까 삼장로가 잘 생각해 보시길.” 이곳에 오기 전에 무진은 MS 가문에 대한 자료를 얻었다.각 장로들의 배경에 대해서 적혀 있었다.무진은 기억력이 좋은 데다가 지난번 오웬과 충돌했기 때문에, 삼장로에 대해서도 많은 인상을 받았다.풀이 죽은 삼장로가 고개를 숙였다.‘확실히, 오웬의 존재는 안진검에게 방해가 돼.’‘오웬이 있기 때문에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오웬에게 주목했지.’‘게다가 대장로가 두둔하면서 안진검의 존재감은 더욱 없어지게 되었어.’삼장로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오웬은 결국 적의 손에 죽지 않고 자기 편의 손에 죽은 것이다.음험한 표정을 한 삼장로가 곁눈질로 대장로를 보면서 천천히 다가갔다.“당신이지? 당신이 안진검에게 죽이라고 시켰지?”이 일을 들은 대장로도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일이 결국 이렇게 된 걸 전혀 몰랐다.“나는 몰라.” 대장로가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바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간 삼장로가 대장로의 목을 졸랐다.“틀림없이 당신이야. 그렇지? 줄곧 내가 눈에 거슬렸는데 마침 오웬이 안진검의 앞길을 막으니까, 내 유일한 자식을 없애기로 모의한 거야! 당신은 아들이 없어도 되겠지만, 왜 내 아들을 죽인 거야!”격분한 삼장로는 뺨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눈에 핏발이 선 모습이 이미 광기에 사로잡힌 것 같았다.대장로는 필사적으로 삼장로의 손을 떼어 놓으려고 했다.“놔! 내가 말했잖아.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오웬이 죽던 날부터 삼장로는 억지로 버티고 있었다.이제 누군가를 찾
MS 가문의 회의실은 내부의 사람들만 알 수 있다.문이 갑자기 열리자 사람들은 일제히 문을 쳐다보았다.강무진이 직접 올 줄은 몰랐다.MS 가문의 장로들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강무진, 여기가 어딘지 알고 온 거야?” 삼장로는 친아들을 잃었다.지금 바로 자신의 원수인 무진을 만나게 되었다.‘내가 찾아가기도 전에 강무진이 제 발로 걸어 들어왔어.’‘강무진에게 이런 배짱이 있었네.’“당신들이 나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토론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이제 내가 왔으니 당신들이 굳이 나를 찾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어.” 무진의 목소리는 냉담했다.그러나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고 냉정한 모습이었다.그렇다. MS 가문의 회의실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무진이었다.또 다른 한 사람은 목현수였다.두 사람의 뒤에는 아수라문과 이터너티의 부하들이 뒤따랐다.성연은 이미 무진에게 자신의 신분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달리 변명할 말도 없었기에.무진이 MS 가문을 받아 칠 생각임을 알게 된 성연은 특별히 정예 부하들을 골라서 무진을 도와주었다.원래 성연도 직접 오려고 했지만 안전을 염려한 무진이 집에 머무르도록 했다.성연은 어쩔 수 없이 타협할 수밖에 없었지만 최고의 부하들을 보내 무진을 보호하게 했다.“다, 당신이 어떻게 여길 온 거야?” 장로들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여기는 유럽에서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강무진은 또 어떻게 알았을까?’한 장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누가 말했겠어? 안진검이 잡혔는데 걔 말고 또 누가 있겠어?”장로들은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그래, 여기는 아주 외진 곳이야.’‘안진검 말고는 강무진에게 말할 사람이 없어.’아까까지만 해도 넓었던 회의실이 바로 무진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MS 가문의 장로들은 모두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진퇴양난이야.’무진은 허둥대는 사람들의 모습을 한가롭게 바라보았다.“우리 지사의 정보는 바로 안진검이 폭로한 거지?”이때 한 장로가 모두 마음속으로 생각하던 걸 무진에게
“삼장로의 말이 맞아요. 이렇게 앉아서 죽기만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그러면 A국에서만 고개를 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는 더욱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MS 가문 사람들은 체면을 가장 소중하게 여긴다.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용인하겠는가?“나는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동원할 것을 요구합니다! 전력을 다해서 WS그룹과 싸워서 내 아들과 우리 가문이 이전에 받았던 수치를 설욕해야 합니다!”핏발이 선 삼장로의 눈에는 하늘을 찌를 듯한 한으로 뒤덮여 있었다.“그래요, 손해 본 건 손해를 본 겁니다. 이렇게 된 이상 그런 얘기를 해도 소용이 없어요. 강무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 봅시다.” 다른 장로들도 맞장구를 쳤다.‘강무진은 절대 쉽게 놔줄 수 없어.’‘이 분노를 풀지 않으면 안 돼!’“모두들 너무 쉽게 생각하는군요. 강무진에 대처하기 위해서 우리 쪽에선 가장 정예들을 파견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강무진에게 꺾였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지요.”“이는 강무진이 절대 상대하기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같은 늙은이들만 남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여전히 문제입니다.”한 장로가 지금 MS 가문에게 가장 곤란한 부분을 언급했다.그 말을 듣자 장로들은 하나같이 안색이 달라졌다.그렇다. 그들도 지금은 무진이 더없이 강한 상대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게다가 자신들은 유럽에 있기에 A국으로 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A국은 게다가 무진의 홈 그라운드이다.거기서 무진을 상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이전의 휘황찬란했던 MS 가문은 유럽에서는 거의 말만 해도 될 정도였다.그러나 지금 무진과 같은 상대를 만나자 MS 가문 전체가 괴롭게 되었다.회의실 전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대장로는 코웃음을 쳤다.‘이 사람들이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생각해 낼 줄 알았지.’‘결국 여전히 속수무책인 상태잖아?’대장로와 친한 사람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대장로, 어쨌든 좀 신중해
안진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MS 가문의 장로들은 회의에서 분노를 터뜨렸다.회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삼장로가 대장로를 향해 비아냥거렸다.“당신의 수양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 지사들이 문을 닫게 된 건 틀림없이 안진검 때문입니다. 이제 겨우 시작이겠지요. 곧 우리를 모두 팔아 넘길 겁니다.”원래는 삼장로도 안진검에게 희망을 걸었다.오웬의 죽음은 삼장로의 가슴에 맺힌 한이었다.안진검이 그 울분을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안진검이 잡혔을 뿐만 아니라 MS가문에 그렇게 많은 손실을 입힐 줄은 몰랐다.오웬의 원수는 고사하고 MS 가문을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이다.이 사실이 삼장로를 극도로 괴롭게 만들었다.‘안진검을 찢어 죽이지 못해서 원통할 뿐이야!’대장로는 모든 잘못을 안진검에게 떠넘기는 삼장로의 말이 불만스러웠다.‘우리 가문이 지금 손해를 본 건 맞아.’‘하지만 이전에 진검이가 가문에 가져다준 이익이 더 많아.’대장로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삼장로, 진검이 지금 무진의 손에 떨어져서 생사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요? 설사 진검이 그런 정보를 넘겼다 해도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겁니다!”“아마도 강무진의 혹독한 고문을 받았겠지요. 진검이 우리 가문에 그렇게 오래 있었기에 모두 진검을 우리 일원으로 여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대장로도 마음속으로는 안진검을 원망했다.이제 MS 가문의 A국 수출입 무역 활동은 모두 중단되었다.MS 가문이 기본적으로 대단히 수세에 몰리게 된 것이다.그래도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안진검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대장로, 당신의 말은 틀렸어요. 우리 가문의 신조는 적이 어떤 수단을 써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역시나 A국 사람이라 패기가 전혀 없는 거지요.” 장로들 중에서 누군가가 대장로를 힐끗 보면서 조롱했다.“진검이 우리 가문에 가져다준 좋은 것들은 모두 잊었습니까?” 대장로의 목소리가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