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편

나쁜 남편

By:  달코Completed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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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능력있고 지고지순한 수석비서로, 저녁에는 부드럽고 요염한 섹스파트너로 변신하는 조수아. 3년간의 동고동락 끝에 남자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을 거라 굳게 믿었던 조수아는 그에게 청혼하게 되는데… “그럼 내가 짜고 치는 게임에서 진심으로 임할 줄 알았어?” 마음이 차게 식은 조수아는 그 자리에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자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때부터 조수아의 인생은 날개 돋친듯 승승장구하게 되면서 단번에 법조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골든 변호사로 성장하고, 주위에 그녀를 흠모하는 남자들 또한 줄을 서게 된다. 그제야 남자는 후회막급이 되어 조수아를 벽에 몰아붙인 뒤 으르렁거린다. “나라는 사람도, 목숨도 다 너한테 줄 수 있어. 나랑 결혼하자, 조수아.” 조수아는 싱긋 웃어 보였다. “미안한데 길 좀 비켜줄래? 내 혼삿길을 당신이 다 막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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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1 화

격렬한 정사가 끝나고, 조수아는 옅게 배어나온 땀을 한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육문주는 그런 조수아를 품에 안은 채 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오관을 덧그렸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깊고 매혹적인 눈매에 전에 없는 다정함을 담고 있었다.

조수아는 몸이 혹사될대로 되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분 때문에 마음만은 충만했다.

그러나 그녀의 정욕이 채 흩어지기도 전에 육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

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본 조수아는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육문주의 팔을 끌어안고 있는 손에 힘이 조금 더 실렸다. 고개를 든 그녀가 작게 물었다.

“안 받으면 안 돼?”

전화를 걸어온 송미진은 육문주가 마음에 품고 있는 여인으로, 귀국한지 한 달도 안 돼 벌써 여러 번이나 자살소동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자살소동들이 사실은 송미진이 일부러 난리를 피운 거라는 걸 조수아는 모르지 않았다.

육문주는 그녀의 기분은 아랑곳 않은 채 제 팔에 감긴 손을 밀어내며 기다렸다는 듯이 통화버튼을 눌렀다. 마치 방금 전 서로 온도를 나눴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송미진이 전화에 대고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육문주의 눈동자 깊은 곳에 밀물이 세차게 밀려들어 오며 창밖의 밤보다 더 어두운 눈빛으로 변해갔다.

전화가 끊긴 후 육문주는 빠르게 옷을 챙겨입으며 입을 열었다.

“미진이가 또 자살하려나 봐. 그쪽에 가봐야겠어.”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조수아는 군데군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키스마크를 달고 뜨거운 눈길로 남자를 바라봤다.

“오늘 내 생일이야. 나랑 같이 있기로 했으면서. 나 당신한테 중요한 얘기 할 거 있어.”

이미 반듯하게 옷을 갖춰입은 육문주가 예리한 눈썹뼈 아래에 위치한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언제부터 그렇게 일의 중요순서를 모르고 이기적이게 된 거야. 송미진이 언제든지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잖아.”

조수아가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방문이 굳게 닫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자동차에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수아는 베개 밑에 감춰둔 정교한 케이스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렸다. 안에 든 두 개의 반지를 고개숙여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차츰 젖어갔다.

3년 전, 조수아가 질 나쁜 사람한테 몰려 골목길에서 오도가도 못할 때 육문주가 갑자기 나타나 그녀를 구해주었고, 이로 인해 허벅지까지 다치는 일이 있었다. 그때 조수아가 먼저 나서서 그의 병간호를 해주겠다 요청했었다.

그렇게 간간이 만남을 이어오다 어느날 술을 마신 뒤로 두 사람은 잠자리를 갖게 되었다. 그때 육문주가 이렇게 제안했었다. 나와 만나보지 않겠냐고. 전제는 자신이 결혼생활을 그녀에게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조수아는 고민할 것도 없이 당연히 오케이했다. 그 시점에서 그녀는 이미 육문주를 4년이나 짝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조수아는 낮에 육문주의 예쁘고 능력있는 여비서로, 저녁에는 그의 말 잘 듣고 착한 잠자리 파트너가 되었다.

조수아는 순진하게도 육문주가 자신을 사랑하는 줄로만 알았다.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하는 것도 그저 집안 영향을 받아 그런 걸로 알았다.

그래서 조수아는 3년이 지난 지금, 하루를 꼬박 들여 프로포즈를 준비했고 오늘 원래 육문주한테 고백해서 그가 마음속 응어리를 풀 수 있게 도와주려 했다.

그러나 송미진의 전화는 그녀를 완전히 착각속에서 빠져나오게 만들었다.

육문주는 사실 결혼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저 결혼하고 싶은 대상이 자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조수아는 쓰게 웃으며 반지를 다시 케이스에 넣었다. 그리고 손수 꾸민 베란다 장식도 쓸쓸히 다 치운 뒤 혼자 차를 몰고 나갔다.

그런데 차를 타고 나간지 얼마 안 돼 그녀의 아랫배 쪽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뜨거운 온기가 허벅다리를 타고 밑으로 내려온다 싶더니, 고개를 숙이자 하얀색 가죽시트가 시뻘건 피로 잔뜩 물들어 버렸다.

예감이 좋지 못한 조수아는 그 자리에서 당장 육문주에게 전화를 걸엇다.

“문주 씨, 나 지금 배가 너무 아파서 그런데 데리러 와주면 안 돼?”

짜증 섞인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왔다.

“조수아, 떼를 쓰고 싶어도 시간과 때를 가려서 해야지!”

가죽시트에 점점 더 퍼지기 시작하는 피를 보며 조수아는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야, 나 거짓말 안 했어. 나 정말로 배가 지금 너무 아파. 그리고 지금…”

피도 엄청 많이 흘리고 있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남자의 매정한 말이 돌아왔다.

“미진이 지금 목숨이 왔다갔다 한다고, 알아? 그걸 듣고도 투정 부리고 싶어?”

조수아는 넋이 나갔다가 한참만에야 정신을 차렸다. 무력한 웃음이 입가에 지어졌다.

“당신 지금 내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해?”

“그럼 아니야?”

육문주의 싸늘한 반응이 조수아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 입술을 힘껏 깨문 그녀는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을 실으며 온힘을 다해 욕했다.

“육문주, 이 개자식아!”

전화를 끊은 조수아는 식은땀에 흠뻑 젖어 통증을 겨우 감내하고 있었다. 구급전화를 누르려던 손가락에 힘이 풀리며 툭 떨궈졌다. 마지막으로 눈앞이 깜깜해짐과 동시에 조수아는 정신을 잃고말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조수아는 이미 병원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친구 한지혜가 조수아가 깨어난 걸 보고 가슴 아픈 얼굴로 일어나 다가왔다.

“수아야, 괜찮아? 아직도 많이 아파?”

조수아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

“나 어떻게 된 거야?”

잠깐 머뭇거리던 한지혜가 조심스레 말했다.

“너 임신했었어. 의사가 말하길 너 자궁 내벽이 원래도 얇았던 데다가 관계를 가질 때 상대방이 너무 거칠게 해서 충격을 못 이기고 유산이 됐대. 그리고 과다 출혈도 동반 되고.”

조수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임신을 했는데 아이가 없어졌다는 생각만이 뇌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건 그녀와 육문주의 아이였다.

비록 육문주와는 어디까지 함께 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조수아의 첫 아이였다. 손가락을 말아 저도 모르게 주먹을 쥔 그녀는 소리없이 눈물을 떨궜다.

친구가 괴로워하는 모습에 한지혜는 몸을 굽혀 조수아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그녀를 위로했다.

“너 지금 수술한 지 얼마 안 돼서 울면 안 돼. 나중에 네가 다 나으면 내가 젊고 잘생긴 남자들을 소개시켜 줄 테니까 그 개 같은 자식 콧대 단단히 눌러주자. 쓰레기 같은 새끼! 네 목숨을 위험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감히 네 앞에서 바람까지 피워? 아주 그냥 부랄을 터뜨려도 시원찮을 놈이야, 그 새끼는.”

조수아는 심장에 수만 개의 화살이 날아와 박힌 것보다도 더 가슴이 아팠다. 차가운 손이 한지혜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꺽꺽거리는 목구멍에서 한참이나 아무런 소리도 나오지 못했다.

자신한테 찾아오자마자 목숨이 꺾여버린 아이와, 그녀가 7년이나 사랑했던 남자를 생각하니 조수아는 도무지 평정을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이 흐른 후에야 조수아가 입을 열었다.

“너 그 사람 봤구나.”

한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 새끼 지금 여기 병원 4층에서 송미진과 함께 있어. 너 수술할 때 네 휴대폰으로 전화 했었거든. 내려와서 수술동의서에 사인하라고. 근데 그 개자식이 전화도 아예 안 받더라.”

조수아는 고통스레 눈을 감았다.

“나 거기에 데려다 줄 수 있어?”

“너 방금 수술해서 흥분하거나 그러면 안 된다니까?”

“어떤 건 직접 봐야지, 아니면 결정을 내리기 힘들어서 그래.”

한지혜는 조수아의 고집을 못 꺾고 휠체어에 그녀를 앉힌 채 4층으로 향했다.

송미진의 병실 밖, 조수아는 열린 문틈으로 마침 부드러운 음성으로 송미진에게 약을 먹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부드럽게 풀린 눈매와 듣기 좋은 목소리, 그 모든 것들이 조수아의 심장을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육문주의 몸에서 시선을 떼어내 송미진의 얼굴로 옮겼을 때, 조수아는 자신과 꽤나 닮아있는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순간 모든 걸 깨달은 것 같았다.

비참한 웃음이 흘렀다.

고개를 돌린 조수아가 한지혜에게 말했다.

“나 병실로 데려다 줘.”

다시 육문주를 보게 된 건 그로부터 이틀이 흐른 뒤였다.

조수아는 침대에 누워 자신이 마음 깊이 사랑했던 남자를 조용히 쳐다봤다. 이젠 정말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왔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죽을 것처럼 마음이 힘들었다.

육문주는 그녀의 안색이 좋지 못하다는 걸 발견했는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틀이나 됐는데 아직도 아파?”

그는 조수아가 생리 때문에 아픈 줄로만 알았다. 예전에는 하루만 아프고 말았던 것이 이번에는 조금 오래가는 정도라고만 그렇게 생각했다.

조수아는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애써 요동치는 정서를 억눌렀다.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자 침대에서 일어나 앉은 남자가 뜨뜻한 손바닥으로 그녀의 이마를 매만져 주었다. 목소리도 살짝 톤다운 되었다.

“너 지난 번에 맘에 든다고 했던 가방, 내가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사왔어. 거실 소파에 지금 있으니까 일어나서 봐봐.”

조수아는 아무런 파문도 없는 눈동자로 육문주를 마주봤다.

“지금은 안 좋아해.”

“그럼 차 바꿔줄까? 페라리? 아니면 포르쉐?”

또 침묵이 이어지자 육문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네가 원하는 게 뭔데?”

그가 생각하기에 돈으로 해결 못할 게 없는가 보다.

조수아는 잠옷 자락을 꽉 쥔 채 맑고 투명한 눈동자로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약간은 핏기가 없어 보이는 입술이 서서히 열렸다.

“나 당신이랑 결혼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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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땡
다시보려고하니까 왜 496회 다음에 1287회인가요? 나머지 회차는 왜 다 사라진건가요?
2025-04-10 17: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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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서
완결한건가요?? 왜 업데이트가 안되어있나요?
2025-02-20 18:4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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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서
내용을 너무 돌리지말고 문주랑 수아그리고쌍둥이랑 천우이야기도 가끔 해주세요
2025-01-31 18: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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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서
도대채 얼마나 마니 꼬고 꼬아야 사랑을 이루게 할건가요 나쁜남편에서 쉽게 사랑을 이룬커플은 단 한커플도 없는듯.
2025-01-25 20:2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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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땡
곽서연은 그냥 윤상후랑잘됐으면좋겠다 심은하가있는이상 곽서연이 엄청 힘들어 질꺼같다, 그리고 윤상후가 서연이한테 더 좋은사람일꺼같다 서준이는 그냥 삼촌으로있어주는게좋을꺼같다
2025-01-22 18: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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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서
심은하 같은 여자가 젤무서운 것 같아 정말 짜증나네
2025-01-21 18: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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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땡
뭐 박서준 지팔지꼰이지 그러게 서연이한테 누가 그러래?
2025-01-20 18: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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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서
심은하는 능구렁이 같은데..박서준이 사랑하는 사람은 서연이같은데 아직 마음을 인정하지 못하네..서연이가 마음을 안 다쳤으면 좋겠다
2025-01-19 18: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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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땡
그래 서연아 윤상후랑 잘해봐 서준이는 분명히 후회할꺼야 다만 윤상후가 좋은사람이었으면좋겠다!!!
2025-01-19 18: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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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땡
심은하 어떻게든 기회잡아 서준이 쟁취하려고 별짓다하네ㅋ 서준이 서연이 이어줄꺼면 제발 그만 꼬아라, 오히려 상처받 는건 서연이다ㅋㅋㅋㅋ 서연이 지키려고하는 지금 그 행동이 오히려 애를 힘들게하는거다ㅋ
2025-01-18 18: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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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서
박서준이랑 곽서연이랑 괜찮은듯한데., 둘사이의 사랑이 먼저지 관계에서 서열이 중요한가 어찌됐든 남인데..
2025-01-15 18: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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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
박서준 곽명원 조카랑 엮지말지 이거누좀 아니다
2025-01-14 09: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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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땡
아 제발 이런거 하지마요ㅡㅡ
2025-01-09 18: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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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땡
강한나 저 여우 그냥 조용히 꺼져주길
2025-01-07 18: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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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서
요즘읽는 책들중에 읽으면서 행복하다는 느낌이 드는건 이책 밖에 없네요..
2025-01-04 18:5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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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7 Chapters
1 화
격렬한 정사가 끝나고, 조수아는 옅게 배어나온 땀을 한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육문주는 그런 조수아를 품에 안은 채 마디가 분명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오관을 덧그렸다. 본인은 모르겠지만 깊고 매혹적인 눈매에 전에 없는 다정함을 담고 있었다.조수아는 몸이 혹사될대로 되어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 순간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분 때문에 마음만은 충만했다.그러나 그녀의 정욕이 채 흩어지기도 전에 육문주의 휴대폰이 울렸다.휴대폰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본 조수아는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육문주의 팔을 끌어안고 있는 손에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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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
육문주의 낯빛이 삽시간에 싸늘해졌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검은색 눈동자가 조수아에게 단단히 박혔다.“내가 결혼은 안 된다고 했잖아. 그 정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애초에 내 제안을 거절했어야지.”조수아의 눈가에 옅은 붉은 빛이 떠오르기 시작했다.“그때는 우리 둘만의 감정이었는데 지금은 세 사람이 엮였잖아.”“걔는 너한테 위협이 안 돼.”자조 섞인 웃음이 지어졌다.“그녀의 전화 한 통에 당신이 내 생사는 상관도 안 하고 나를 내팽개치는데. 말해 봐, 문주 씨. 대체 어떻게 해야 그걸 위협이라고 쳐주는지.”육문주의 눈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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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화
술잔을 쥔 육문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심장이 그 순간 쿡하고 찔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날 송미진이 자살시도를 했을 때 조수아가 생리통 때문에 여러번이나 전화한 걸 처음에는 받았다가 나중에는 짜증이 나서 그냥 끊어버렸던 게 생각이 났다. 설마 그것 때문에 조수아가 헤어지자고 한 건 아니겠지? 눈매를 드리운 육문주는 송학진과 허연후가 그 쓰레기 남편 흉을 보는 소리를 묵묵히 듣고 있었다. 끝까지 타들어간 담배가 손가락을 뜨겁게 하는데도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온밤을 육문주는 마음이 뒤숭숭했다.보통 이맘때쯤 되면 조수아가 걱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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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화
육문주의 키스는 언제나 뿌리침을 불허할 정도로 강압적이었다. 조수아를 테이블로 밀고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은 그는 다른 한 손으로 허리를 제 쪽으로 바짝 당겼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향긋한 몸이 육문주의 모든 신경줄을 예민하게 자극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갇힌 맹수가 나오고 싶다면서 울타리에 쉴 새없이 몸을 부딪쳤다.조수아와 함께 한 시간 동안 육문주는 잠자리 쪽으로 아주 만족스러웠었다. 그가 얼마나 원하든 조수아는 힘들어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그의 수요에 다 맞춰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조수아는 뻣뻣하다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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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화
조수아는 민첩하게 옆으로 몸을 비켜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피 조금이 그녀의 발등을 덮치고 말았다. 발등이 얼얼해지는 통증에 저도 모르게 헛숨이 들이켜졌다. 고개를 들어 송미진에게 따지려던 조수아는 등 뒤에 있는 유리 선반을 향해 몸이 기우뚱거리고 있는 송미진을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그녀를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러나 송미진은 그것을 뿌리치며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와장창!깨진 유리에 팔뚝이 그인 송미진이 피를 주르륵 흘렸다.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선혈을 뒤로하고 육문주의 싸늘한 음성이 날아왔다. “조수아, 이게 뭐하는 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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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
육문주는 잠시 의문이 담긴 눈빛을 했다가 차갑게 답했다.“목숨 안 아까우면 직접 실험해 보든지.”조수아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왜 못해봤을 거라 생각하는데? 만일 내가 얼마 전에 방금 2000CC의 피를 흘렸다고 하면, 그래도 나더러 헌혈하라고 강요할 거야?”“조수아, 억지부리지 마. 생리를 해봤자 고작 60CC의 피를 잃는 게 다야. 핑계를 대도 말이 되는 핑계를 대야지.”조수아는 쓴웃음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대놓고 힌트를 줬는데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에 한숨만 나왔다. 만약 육문주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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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화
힘겹게 뜬 시야 안으로 익숙한 얼굴이 비쳤다.조수아는 구명줄을 잡은 사람처럼 남자의 옷깃을 꽉 붙잡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선배, 저 여기서 데리고 나가주세요.”그녀는 육문주에게 이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불쌍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싫었다. 다른 건 다 싫고 그저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연성빈이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지금 이 상태로 어떻게 나가겠다는 거야? 안 되겠다. 일단은 의사선생님한테 가자.”“안 돼요, 선배! 저 아까 현혈하고 나와서 잠시 어지럼증 때문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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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화
송미진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조수아는 그녀의 말을 모두 듣게 되었다. 육문주의 대답은 한순간에 그녀의 7년이나 이어온 감정을 엉망으로 짓밟았다. “나 이 비서한테 그 영상을 복제해달라고 했지 삭제하라고 한 적 없어.”육문주는 표정 변화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증언이랑 물증이 완벽한데 그래도 변명할 생각이야?”변명이라니, 그건 육문주가 자신을 믿어줄 가능성이 있을 때나 의미 있는 단어였다. 그리고 무릇 송미진이 연관되어 있는 일이라면 육문주는 무조건 송미진의 편이었다.조수아는 입술을 깨물며 침착함을 가장했다.“그럼 경찰에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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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화
“방금 뭐라고 그러셨어요? 할머니가 저를 문주 씨 옆에 붙여둔 거라고요?”“당연하지. 아니면 육 대표님이 정말 백마 탄 왕자처럼 쨔잔하고 나타나서 널 구해준 줄 알았어? 생각해 봐. 육 대표님 같은 다망하신 분이 어떻게 난데없이 그렇게 구석진 곳에 갔겠어. 나랑 네 오빠가 미리 함정을 파서 육 대표님을 그곳으로 이끌지 않았다면 네가 3년이나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아? 그런 것도 모르고 괜히 육 대표님한테 시집가고 싶어서 욕심을 부리는 게 네 주제에 가당키나 해? 너처럼 낯 부끄러운 줄 모르는 엄마를 둔 사람을 B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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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화
조수아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그거 빼고 다 들어줄 수 있어.”“내가 필요한 건 이거 하나뿐인데?”“문주 씨, 내가 불순한 목적이 있어서 당신한테 접근했다 쳐. 그래도 3년이나 당신 곁에서 그렇게 챙겨줬으면 나는 할 도리는 다 했다고 보는데, 아니야? 날 이렇게 놓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육문주는 고집스런 눈빛과 계속해서 열었다 닫혔다 하는 입술, 그리고 갸름한 턱라인을 보며 목울대를 꿀떡 움직였다. 단숨에 조수아를 안아 허벅지에 앉힌 그는 턱을 그녀의 어깨에 댄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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