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0008 화

작가: 달코
송미진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조수아는 그녀의 말을 모두 듣게 되었다. 육문주의 대답은 한순간에 그녀의 7년이나 이어온 감정을 엉망으로 짓밟았다.

“나 이 비서한테 그 영상을 복제해달라고 했지 삭제하라고 한 적 없어.”

육문주는 표정 변화없이 그녀를 바라봤다.

“증언이랑 물증이 완벽한데 그래도 변명할 생각이야?”

변명이라니, 그건 육문주가 자신을 믿어줄 가능성이 있을 때나 의미 있는 단어였다. 그리고 무릇 송미진이 연관되어 있는 일이라면 육문주는 무조건 송미진의 편이었다.

조수아는 입술을 깨물며 침착함을 가장했다.

“그럼 경찰에 신고해서 조사를 맡기든지. 내가 한 적도 없는 일인데 나한테 죄를 뒤집어 씌울 생각하지 마. 조 씨 가문을 다 걸어서라도 난 내 결백을 되찾아야겠으니까!”

언제나 얌전하고 자신의 말이라면 무조건적으로 따르던 그녀였다. 지금처럼 제 주장을 굽히지 않는 조수아의 모습을 육문주는 처음 겪었다.

“입만 살아서는.”

“나 법학과 출신이라는 걸 잊지 마. 애당초 당신의 돈이 탐난 게 아니었으면 지금쯤 난 뛰어난 변호가 되어 있었을 거야.”

조수아는 일부러 ‘돈이 탐났다’는 단어에 힘을 실어 말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웃었다. 남들의 눈에 자신이 그렇게 비춰진다는 걸 이미 습관 됐다는 듯 말이다.

육문주는 작게 이를 바득 갈았다.

“그럼 행운을 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조수아의 집을 나온 육문주는 차가 세워진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에서 대기하고 있던 진영택이 다가오던 육문주를 발견하고 튀어내리며 말했다.

“대표님, 조 비서님한테 주려고 사신 선물 두고 가셨더라고요. 지금 다시 가져다 주실래요, 아니면 제가 가서…”

진영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육문주의 호통이 날아왔다.

“갖다 버려!”

입가에 커다란 멍을 달고온 육문주에 진영택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대충 알겠다는 듯 좋게좋게 그를 타이르기 시작했다.

“대표님, 그래도 대표님께서 직접 신경 써서 고른 선물들인데 버리면 어떡합니까. 조 비서님도 그냥 잠시 삐져서 그런 거지 잘 달래주시면 괜찮을 거예요. 제가 만약 제 여자친구를 데리고 전여자친구한테 헌혈하라고 데리고 갔다가 나중에 챙겨주지도 않고 그러면은 제 가죽을 벗기려고 들걸요? 그거에 비하면 대표님 얼굴에 멍은 별 거 아니에요. 이제 조 비서님 화가 좀 풀리면 제가 나중에 다시 가져다 드릴게요.”

육문주는 생각에 빠진 듯 미동도 없었다. 그의 뇌리에는 지금 온통 방금 전에 봤던 핏기 하나 없어 보이던 조수아의 얼굴로 가득했다.

‘고작 피를 400CC 뽑았다고 비실비실거리다니, 전에 온갖 산해진미를 먹인 게 다 어디로 간 거야.’

미간을 찡그린 육문주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마음대로 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문 후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감시카메라 영상 어떻게 된 건지 가서 조사해 봐.”

“알겠습니다. 대표님도 조 비서님이 그랬을 거라고 안 믿으시는 거죠? 원래 처음부터 일도 잘하고 대표님한테 인정 받는 조 비서님들을 질투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이번 사건도 아마 조 비서님을 쫓아내고 본인이 그 자리를 꿰차려고 꾸민 일일 수도 있어요.”

깊게 담배를 빨아들인 육문주가 천천히 담배를 연기를 뱉었다. 하얀 연기가 그의 잘생긴 얼굴을 흐릿하게 감쌌다.

“그런 사람이 정말 있으면 절대 가만 안 둬.”

담배를 다 태운 뒤 차에 탄 육문주는 회사로 향했다.

사무실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자애로운 목소리가 사무실 안쪽에서 갑자기 들려왔다.

“우리 장손, 갑자기 할머니 보니까 반갑지?”

단아한 복장을 갖춰입은 육문주의 할머니 황애자 여사가 천천히 다가오며 웃었다. 70을 넘긴 나이에도 관리를 잘한 황애자 여사는 백발의 파마 머리에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본인의 나이보다 족히 열몇 살은 어려보이는 정정한 모습이었다.

잔뜩 굳어있던 육문주의 표정도 할머니를 본 순간 부드럽게 풀렸다.

“할머니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집에서 편하게 화분이나 가꾸고 계시지.”

“그런걸 가꾸는 것보다 네가 하루빨리 나한테 증손을 안겨주는 게 더 재밌지 않겠니?”

사무실을 둘러보던 황애자가 눈을 휘며 말했다.

“네 수석비서가 얼굴도 예쁘고 일도 잘한다고 그러던데, 왜 안 보여?”

“사직했어요.”

별다른 해명없이 덤덤한 답변이 들려왔다.

황애자가 혀를 끌끌 차며 손주를 나무랐다.

“그렇게 참하고 예쁜 아가씨를 붙잡지 못해 떠나보낸 거야? 으이그, 쯧쯧! 내 손주며느리로 삼으려고 했더니만.”

내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다 굴러들어온 손주며느리도 이대로 도망가겠네?

황애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고 육문주는 쓰게 웃었다.

참한 아가씨라고?

그것도 다 옛말이지, 지금의 조수아는 가시 돋친 장미 그 자체였다.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가시로 사람을 찔러버리는 그런 장미 말이다.

육문주는 또 다시 가슴이 답답해졌다.

한편, 조수아는 자세히 알아본 후에야 이 비서가 중간에서 말을 바꾸는 바람에 상황이 역전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예전에 이 비서가 개인적인 일로 돈이 급하다고 해서 조수아가 2억 가까이 되는 돈을 빌려준 적이 있었다.

남자친구랑 결혼을 준비하는데 집 사고 인테리어 할 돈이 부족하다고 해서 조수아가 흔쾌히 빌려준 돈이었다.

이 비서는 바로 그 계좌이체 내역을 증거로 들며 자신은 조수아의 지시를 받아 감시카메라 영상을 지웠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좋은 마음에 빌려줬던 돈이 그녀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지불한 돈으로 탈바꿈 되었을 줄이야.

조수아는 차디찬 웃음이 비어져 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요즘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 없다더니 정말 말 그대로였다.

죽을 다시 덥혀서 나온 연성빈을 마주하고 조수아가 입을 열었다.

“선배, 도와주겠다고 한 건 고마운데 지금 모든 증거들이 다 나한테 너무 불리해. 괜히 이 사건을 맡았다가 선배 명성에 먹칠하게 될까 봐 걱정이야.”

연성빈은 별일이 아니라는 듯 웃었다.

“증거는 내가 알아서 찾아볼 테니까 걱정 마. 내가 그랬지. 아무도 너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라고. 넌 다른 생각은 말고 당분간은 건강 회복하는 데에만 신경 써. 알겠지?”

“저도 같이 찾을게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 비서가 아무 이유도 없이 말을 바꾸진 않았을 것 같아요. 분명 누군가가 뒤에서 손을 쓴 게 틀림없어요.”

열띤 토론을 이어가고 있는 와중에 조수아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본 그녀의 미간이 작게 찌푸려졌다. 통화버튼을 누르자 곧장 날이 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수아, 너 지금 당장 본가로 들어와!”

전화를 건 사람은 조수아의 할머니 장현숙으로 매번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그녀를 호출하고는 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 본가 저택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조수아의 면전으로 찻잔이 날아들었다.

미처 피하지 못한 그녀의 이마로 찻잔이 정확히 날아와 깨지면서 순식간에 살갗이 찢어져 피가 이마를 타고 흘러내렸다.

찌푸린 얼굴로 이마를 감싼 조수아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

“제가 뭘 잘못했다고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이렇게 맞이하죠?”

“그걸 몰라서 물어? 지금 우리 조한 그룹이랑 육엔 그룹이 추진하고 있던 프로젝트가 스탑이 걸렸는데 그게 네가 저지른 짓이 아냐? 잘 하고 있던 비서직을 대체 왜 그만두는데! 이제 봐봐. 육 대표님이 우리 가문한테 손을 쓰기 시작했어. 이제 조한 그룹이 네 손에서 끝장나는 거라고!”

장현숙이 제 화를 이기지 못하고 탁자를 내리치며 호통쳤다. 손녀를 향한 애틋함이라고는 일말도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마의 상처도 잊은 채 조수아는 방금 들은 말을 천천히 되새김했다.

육엔 그룹에서 프로젝트 종료를 선언해 왔다고? 역시 육문주는 한다면 하는 남자였다.

조수아가 쓰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 할머니 뜻은 저한테 문주 씨 곁에서 명분 따위 신경쓰지 말고 계속 그의 욕구를 풀어주는 섹스파트너로 남아있어야 했다는 말인가요?”

“육 대표님 침대에 올라갔으면 됐지 너 따위가 명분을 요구할 자격이나 돼? 원래 애초부터 내가 널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너한테 이런 좋은 기회가 차려지기나 했을 것 같아?”

조수아는 방금 제가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커다랗게 떠진 눈이 장현숙에게로 고정됐다.

관련 챕터

  • 나쁜 남편   0009 화

    “방금 뭐라고 그러셨어요? 할머니가 저를 문주 씨 옆에 붙여둔 거라고요?”“당연하지. 아니면 육 대표님이 정말 백마 탄 왕자처럼 쨔잔하고 나타나서 널 구해준 줄 알았어? 생각해 봐. 육 대표님 같은 다망하신 분이 어떻게 난데없이 그렇게 구석진 곳에 갔겠어. 나랑 네 오빠가 미리 함정을 파서 육 대표님을 그곳으로 이끌지 않았다면 네가 3년이나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 같아? 그런 것도 모르고 괜히 육 대표님한테 시집가고 싶어서 욕심을 부리는 게 네 주제에 가당키나 해? 너처럼 낯 부끄러운 줄 모르는 엄마를 둔 사람을 B시에

  • 나쁜 남편   0010 화

    조수아는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그거 빼고 다 들어줄 수 있어.”“내가 필요한 건 이거 하나뿐인데?”“문주 씨, 내가 불순한 목적이 있어서 당신한테 접근했다 쳐. 그래도 3년이나 당신 곁에서 그렇게 챙겨줬으면 나는 할 도리는 다 했다고 보는데, 아니야? 날 이렇게 놓아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육문주는 고집스런 눈빛과 계속해서 열었다 닫혔다 하는 입술, 그리고 갸름한 턱라인을 보며 목울대를 꿀떡 움직였다. 단숨에 조수아를 안아 허벅지에 앉힌 그는 턱을 그녀의 어깨에 댄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어떻

  • 나쁜 남편   0011 화

    “그렇다면요? 대표님께서 저를 직접 수술대로 끌고가서 아이를 지워버리게 하려고요?”치켜든 고개에 조금씩 빨개지기 시작한 눈동자가 자리했다.살이 홀쭉하게 빠진 조수아의 얼굴을 한참이나 물끄러미 바라보던 육문주가 물었다.“그렇게 중요한 걸 왜 나한테 안 알려줬어?”“알려주면? 그럼 하루라도 더 빨리 애를 지우려고?”“맘대로 내말 해석하지 말고 제대로 들어.”육문주는 미운 말만 뱉는 얄미운 입을 그러쥐었다.“어차피 다른 사람이랑 결혼하고 애 낳을 거, 굳이 내가 임신했다고 그래서 문주 씨가 관심이나 가질까?”그녀의 고집스런

  • 나쁜 남편   0012 화

    “조수아, 내가 네 투정 안 받아줬다고 내 아이를 지웠다고 말하는 거야, 지금? 너 그렇게 맘이 독한 여자인줄 오늘 처음 알았네?”조수아가 핏발선 눈으로 노려봤다.“내가 안 그랬어! 아이를 죽인 건 당신이야!”“여기에 적힌 거 안 보여? 어디서 궤변이야!”“그거 다른 사람이 기록을 일부러 고쳐놓은 거라면 믿겠어?”육문주는 손에 힘을 풀고 그녀의 새하얀 목을 수놓은 키스마크를 보며 가슴이 찔리는 것 같은 아픔을 느꼈다.조수아는 제가 7년을 사랑하고, 3년을 옆에서 아낌없이 살펴준 남자를 처량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자신의 말

  • 나쁜 남편   0013 화

    손목을 덥석 잡아오는 조수아의 행동에 송미진은 아파서 눈을 찡그렸다.“내 손 아직 다 안 나았어. 감히 내 몸에 손 대기만 해 봐. 배로 돌려줄 테니까!”차가운 조소가 흘러나왔다.“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은 두려울 것도 없다는 거 몰라요? 그렇게 몇 번이고 자꾸 시비를 걸어오는데, 거기에 응해주지 않으면 송미진 씨한테 너무 미안하잖아요. 저 때문에 팔 다친 걸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면서요?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그냥 더 완벽하게 망가지는 게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르죠.”말을 마침과 동시에 우둑, 하는 소리

  • 나쁜 남편   0014 화

    송미진은 다친 손을 들어 육문주에게 보여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방금 전에 조수아에게 당한 뒤로 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가 응급처치를 받고, 한시도 지체없이 다시 이곳으로 달려왔는데 이런 장면을 목격할 줄 송미진은 몰랐다.‘조수아가 아이를 지웠다는데도 왜 그렇게 그녀를 다정하게 대해줘? 내가 겨우 골머리를 앓아 생각해낸 방법이 결국 또 실패인 거야?’송미진은 훌쩍이며 슬금슬금 육문주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그녀가 가까이 붙기도 전에 육문주가 조수아를 뒤로 숨기며 몇 걸음 물러섰다.“그게 무슨 소리야. 조수아 여태까지 계속

  • 나쁜 남편   0015 화

    육문주는 얼굴에 그늘을 드리운 채 우호적이지 못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기회를 준다고 할 땐 싫다더니, 지금은 또 후회되나 봐? 이제는 우리 할머니한테까지 손을 뻗어?”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는 조수아가 할머니를 돌아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할머니께서 말씀하신 손주가 이 사람이에요?”황애자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두 사람 아는 사이였어? 그럼 더 잘 됐네. 서로 감정 기초가 있으면 어색하게 눈치 볼 필요도 없지.”“할머니, 이제 가족분 오셨으니까 전 이만 가볼게요. 저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요.”

  • 나쁜 남편   0016 화

    조병윤은 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그의 조카인 조자현은 잠시 도박을 하다가 빚을 지기는 했어도 돈도 이미 다 갚았기도 했고, 그리고 고작 그런 일로 검찰청 사람들까지 찾아올 정도는 아니었다. 작게 한숨을 내쉰 조병윤은 이 집사를 향해 말했다.“두 사람 들여보내. 어차피 마주할 거 피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야.”잠시 후 거실로 들어선 두 남자는 간단히 찾아온 이유를 설명한 뒤 조수아를 향해 말했다.“이번 사건은 상업적 기밀에 관련되어 있는 사건이기도 하고, 워낙에 엮여있는 금액이 커서 조병윤 씨가

최신 챕터

  • 나쁜 남편   1249 화

    육천우는 큰 손으로 허나연의 머리를 쓰다듬고 부드럽게 말했다.“그래. 오빠 왔어.”육천우의 대답에 코끝이 찡해진 허나연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억울한 듯 말했다.“천우 오빠, 왜 지금까지 나 보러 안 온 거야? 나연이가 싫어진 거야?”허나연의 안쓰러운 모습에 마음이 아파진 육천우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날 싫다고 그랬었잖아. 파혼까지 해달라고 소리 지른 건 너야.”허나연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물을 글썽인 채 육천우를 바라보았다.“천우 오빠, 삼 년 전에 했던 말을 취소할게. 파혼하는 거 싫어. 결혼하고 싶어. 그러

  • 나쁜 남편   1248 화

    육예람은 허나연을 끌고 룸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마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오색 띠가 흩날렸다.친구 중 한 명이 다가오며 말했다.“나연아, 너의 천우 오빠가 돌아온다며? 축하해.”허나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육천우 얘기 꺼내지도 마. 속이 갑갑해지려 하니까.”“갑갑할 게 뭐가 있어? 잘생겼지 능력 좋지. 겨우 26살에 M 국 금융계를 휩쓸었잖아. 개인 재산이 이미 네 아버지를 넘었다고 들었는데? 내가 만약 이렇게 좋은 남편이 있으면 자다가도 웃다가 깰 거야.”“그렇게 부러우면 네가 가질래?”“싫어

  • 나쁜 남편   1247 화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깬 허나연은 눈을 반쯤 감고 통화버튼을 눌렀다. 전화기 너머에서 육예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연아,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어떤 걸 먼저 들을래?”허나연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나쁜 소식.”“너의 약혼자이자 나의 오빠가 곧 돌아온대. 너 앞으로 우리랑 같이 맘 편히 못 놀겠다. 하하하. 어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지 않아?”찬물을 끼얹는듯한 소식에 허나연은 순식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육천우가 돌아온다. 사사건건 간섭하며 아무것도 못 하게 구속하는 그가 돌아온다.‘그럼 앞으로 나이트는

  • 나쁜 남편   1246 화

    “건강하고 멋진 남편으로 네 앞에 서겠다고 했잖아. 서연아, 지난번 청혼은 너무 성급했어. 오늘 양가 부모님 앞에서 다시 한번 정중하게 청혼할게.”말을 마친 뒤 박서준은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더니 안에서 청록색 팔찌를 꺼내 쥐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서연아, 이건 외할아버지께서 장가갈 때 아내에게 주라고 남긴 팔찌야. 이걸 착용하면 너는 이제 박씨 집안 며느리가 되는 거고 박서준의 아내뿐만 아니라 육 씨 집안 둘째 며느리가 되는 거야. 이 모든 신분을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됐어?”정상적으로 걷고 있는 박서준 때문에 놀란 마

  • 나쁜 남편   1245 화

    곽서연은 근간에 계속 여러 곳을 다니며 무대를 돌았던 터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박서준의 어깨에 기댄 채 잠들었다.얼마나 잤는지 누군가 귀를 깨물었고 곧이어 낮고 매혹적인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잠꾸러기야, 집에 도착했어.”그제야 천천히 눈을 뜬 곽서연은 뜨거워진 얼굴을 박서준의 어깨에 몇 번 문지르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물었다.“삼촌, 서프라이즈는요?”박서준은 웃으며 곽서연의 이마에 뽀뽀했다.“눈 감아. 같이 어디 가자.”말을 마친 박서준이 넥타이를 풀어 곽서연의 눈을 가리자 그녀의 궁금증

  • 나쁜 남편   1244 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박서준을 밀어낸 곽서연의 눈에는 아직 가시지 않은 욕망으로 일렁였다.“제가 나가서 해장국을 가져다줄게요. 삼촌이 방금 취한 척 했다는 걸 눈치 못 채게 하세요. 안 그러면 정말 오늘 어떻게 될지 몰라요.”박서준은 고분고분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여보 말 들을게.”박서준은 ‘여보’라는 호칭을 전혀 어색함 없이 불렀지만, 곽서연은 듣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 그의 가슴을 때리며 말했다.“함부로 부르지 말아요. 저 아직 아니거든요.”“조만간 될 거잖아. 하루빨리 박서준의 아내로 살면 누릴 수 있는 것도 많

  • 나쁜 남편   1243 화

    입안에 들어온 물건을 알아차린 곽서연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순간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곽서연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입안의 물건을 내뱉자 핑크빛 다이아몬드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곽서연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삼촌, 이거 나한테 주는 거예요?”박서준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때렸다.“당연한 거 아니야? 너 말고 또 누구 줄 사람 있어?”“하지만 우리 이제 겨우 시작한 건데, 이런 선물은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내 모든 재산을 전부 너한테 넘겼는데, 설마 나랑 그만둘 생각을 하는 거야

  • 나쁜 남편   1242 화

    “내 아내를 내가 아껴줘야지 그럼 누가 아껴줘?”“내 아내를 내가 안 보면 누가 봐요?”말을 마친 천우는 조수아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30분 후, 두 사람은 산부인과 병원에 도착했다. 한지혜는 이미 분만실로 옮겨졌고 허연후도 동행했다.두꺼운 문 너머로 한지혜의 외침이 들려왔다. 조수아는 의아한 듯 물었다.“무통 주사를 안 맞은 거예요? 왜 저렇게 아파해요?”옆에 서 있던 윤다혜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무통 주사가 애한테 나쁘다고 우겨서 끝내는 안 맞고 들어갔어. 누가 지혜를 이기겠니.”“고작 그런 거로 애들 영

  • 나쁜 남편   1241 화

    곽서연은 놀라서 순간적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집안 사람들이 전부 다 있는데 테이블 밑에서 몰래 입을 맞추다니.갑작스러운 스킨십에 곽서연은 가슴이 움찔했다. 그녀는 놀라서 즉시 박서준을 밀어내고 눈에 화를 가득 담은 채 그를 노려보았다.그러나 박서준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가족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박주영은 곽서연의 안색을 보고 즉시 물었다.“서연아, 몸이 안 좋아?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 ”곽서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그냥 좀 더워서 그래요. 저 잠깐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