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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3화 하윤을 위해

공천하는 덤덤하게 자기를 자극하는 권하윤을 바라봤다.

“결백? 네 아비가 결백하다면 왜 자기 스스로 해명하지 않았을까?”

그날 천지를 뒤덮을 듯 들려왔던 부정적인 기사들을 다시 떠올리자 하윤은 다시 그날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학생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아버지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던 그때, 아버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주림 선배가 나서서 아버지의 결백을 증명하려 했다.

기억을 뒤로한 채 애써 현실로 돌아온 하윤은 공천하를 바라봤다.

“우리 아버지를 고발했던 학생들은 이미 사람의 사주를 받았다는 걸 확인했어요. 그리고 그 사주한 사람이 바로 공씨 집안 사람이라는 것도 확인했고요. 이런 말을 하는 건 남의 이목을 현혹하려는 목적인가요, 아니면 자기가 한 짓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어서 발뺌하는 것인가요?”

몇 초간 침묵이 흐르더니 공천하는 그제야 몸을 돌려 처음으로 하윤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공천하는 이제 더 이상 공씨 집안 가주가 아니지만 타고난 카리스마는 사람을 강하게 압박했다. 심지어 예의 바르고 고귀한 분위기 속에 남보다 뛰어나다는 자신감이 내재되어 있었다.

“네 아비처럼 하등한 인간한테 내가 그렇게 시간 낭비하며 상대할 필요가 있을까?”

사람을 버러지만도 못한 취급을 하는 듯한 한마디는 너무나도 모욕적이었다.

하지만 하윤은 이를 꽉 악문 채 화를 눌러 참았다.

‘화내면 안 돼. 화를 내면 공천하한테 말리는 거야.’

하윤은 심호흡을 하더니 오히려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건 모르죠. 만약 하등한 인간이 고귀한 인간이 꿈에 그리던 걸 가지고 있었다면 시간과 공을 들여 상대할 필요가 있지 않겠어요?”

싸늘한 눈빛이 하윤을 쏘아봤지만 하윤은 조금도 물러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온 이상 하윤은 더 이상 잃을 게 없었다.

그때 하윤과 눈을 마주치고 있던 공천하가 시선을 거두더니 이내 재스민을 바라봤다.

“어쩐지 태준이가 가주 자리도 포기하고 너를 지키려 들더니, 역시나 보통내기가 아니군.”

하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뜻이죠?”

공천하는 손을 들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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