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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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호를 3년 동안 쫓아다닌 도아영. 그를 위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 존엄도 전부 내려놓을 만큼 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수호에게 그녀는 단지 플랜 B였고 있어도 없어도 되는 을이다. 강주에 이수호가 사랑하는 여자가 강이나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녀와 비교하면 도아영은 단지 저렴한 대체품이다. 결혼식 날 도아영은 납치범에게 납치당해 3일 동안 갖은 괴롭힘을 당한다. 하지만 이수호는 도아영의 몸값을 요구하는 납치범을 거절하고 첫사랑과 혼인신고 한다. 그제야 모든 걸 깨닫고 정신을 차리게 된다. 다시 눈을 떴을 때 3년 전의 약혼식 날로 돌아온 도아영. 이수호는 그녀를 버리고 손목을 그은 첫사랑을 찾으러 간다. 하객들은 그녀의 처지를 보며 비웃는다. 하지만 도아영은 차분하게 파혼을 발표한다. 파혼 이유는 다름 아닌 이경 그룹 대표의 성 기능 장애. 인터넷이 한순간에 뜨거워졌다. 도아영에 대한 미움이 뼛속까지 박힌 이수호가 그녀를 벽으로 밀어붙인다. “도아영, 밀당하니까 재미있어?” “대표님 참 뻔뻔한 사람이라는 거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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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강주에 도아영이 이수호를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를 위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 존엄도 전부 내려놓을 만큼 사랑하고 있다.도아영과 이수호의 결혼식 날, 강이나의 한마디에 이수호는 그녀를 매정하게 버리고는 홀로 웨딩카를 운전하여 그의 첫사랑을 마중하러 공항으로 갔다.도아영이 3년이나 손꼽아 기다린 결혼식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악몽이 되고 말았다.결혼식 날 그녀는 이수호의 원수에게 납치당했다. 납치범은 이수호를 모욕하려고 그녀를 3일이나 괴롭혔다.그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옷을 홀딱 벗긴 채 갑판 위에 묶은 다음 라이브 방송까지 진행했다. 이 기회에 이수호에게 통쾌한 복수를 날릴 생각인 게 분명했다.짜고 비릿한 바닷바람에 도아영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녀는 납치범에게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자존심은 이미 다 짓밟혀 가루가 돼버렸다. 하지만 그날 이수호는 도아영을 신경 쓰기는커녕 강이나와 혼인신고 했다.“이수호, 우리한테 10억만 주면 약혼녀를 풀어줄게. 안 주면 바다에 확 던져버릴 거야.”납치범은 거의 모욕에 가까운 말투로 이수호를 협박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이수호의 코웃음뿐이었다.“몸이 더러워진 여자가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이수호의 말에 도아영은 충격에 빠졌다.‘몸이 더러워졌다고?’도아영은 이수호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이수호를 위하여 오랫동안 순결을 지킨 그녀였다. 단지 이수호의 결벽증 때문에. 이는 다른 사람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3년 동안 도아영은 이수호의 말이라면 뭐든지 고분고분 따랐다. 이수호가 죽으라고 한다면 기꺼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다.이렇게 하면 이수호가 적어도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수호가 그런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수호가 전화를 끊어버리자 납치범은 화를 내면서 도아영을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했다.도아영은 문득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주에 도아영이 강이나의 대체품이라는 걸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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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챕터
제1화
강주에 도아영이 이수호를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를 위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 존엄도 전부 내려놓을 만큼 사랑하고 있다.도아영과 이수호의 결혼식 날, 강이나의 한마디에 이수호는 그녀를 매정하게 버리고는 홀로 웨딩카를 운전하여 그의 첫사랑을 마중하러 공항으로 갔다.도아영이 3년이나 손꼽아 기다린 결혼식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악몽이 되고 말았다.결혼식 날 그녀는 이수호의 원수에게 납치당했다. 납치범은 이수호를 모욕하려고 그녀를 3일이나 괴롭혔다.그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옷을 홀딱 벗긴 채 갑판 위에 묶은 다음 라이브 방송까지 진행했다. 이 기회에 이수호에게 통쾌한 복수를 날릴 생각인 게 분명했다.짜고 비릿한 바닷바람에 도아영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녀는 납치범에게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자존심은 이미 다 짓밟혀 가루가 돼버렸다. 하지만 그날 이수호는 도아영을 신경 쓰기는커녕 강이나와 혼인신고 했다.“이수호, 우리한테 10억만 주면 약혼녀를 풀어줄게. 안 주면 바다에 확 던져버릴 거야.”납치범은 거의 모욕에 가까운 말투로 이수호를 협박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이수호의 코웃음뿐이었다.“몸이 더러워진 여자가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이수호의 말에 도아영은 충격에 빠졌다.‘몸이 더러워졌다고?’도아영은 이수호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이수호를 위하여 오랫동안 순결을 지킨 그녀였다. 단지 이수호의 결벽증 때문에. 이는 다른 사람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3년 동안 도아영은 이수호의 말이라면 뭐든지 고분고분 따랐다. 이수호가 죽으라고 한다면 기꺼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다.이렇게 하면 이수호가 적어도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수호가 그런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수호가 전화를 끊어버리자 납치범은 화를 내면서 도아영을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했다.도아영은 문득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강주에 도아영이 강이나의 대체품이라는 걸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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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도아영이 자리를 비운 후에야 몇몇이 다시 비웃기 시작했다.“어디서 성질을 부려? 이따가 대표님이 약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또 들어가서 주울 거면서.”“그러게 말이야. 대표님이 사랑하는 여자가 강이나 씨인 걸 모르는 사람이 있어? 쟤랑 결혼해서 득이 될 게 뭐가 있어? 하도 남현숙 어르신이 예뻐해서 저 정도지, 안 그러면 쳐다보지도 않을걸?”...사람들은 너도나도 한마디씩 평가했다.도아영은 홀딱 젖은 채로 연회장으로 돌아왔다.도아영의 새어머니 유정연이 그녀를 보고는 다급하게 따라갔다.“도아영, 어디 갔었어? 꼴이 왜 이래? 오늘 네 약혼식인 거 몰라? 당장 가서 옷 말리고 와. 그리고 이렇게 보수적인 스타일로 입으면 어떡해? 섹시하게 입어야 남자가 좋아한단 말이야.”새어머니 유정연이 그녀의 옷깃을 힘껏 잡아당기더니 가슴골이 보여서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도아영은 유정연을 신경 쓸 새도 없이 연회장을 두리번거렸다. 주변에 하객들로 붐볐고 연회장의 조명이 어두웠으며 사람들이 한 남자에게 아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이수호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있었는데 차가운 얼굴은 마치 얼음 조각처럼 완벽했다. 깊은 두 눈에는 웃음기라곤 전혀 없었고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오뚝한 코와 얇은 입술은 완벽한 걸작 같았다.“남자는 다 본능에 충실한 동물이야. 오늘이 지나면 넌 이 대표님의 약혼녀고 앞으로 네가 할 일은 이 대표님을 기쁘게 해서 하루빨리 아이를 갖는 거야. 그래야 결혼하지. 이씨 일가의 사모님이 되면 엄청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어.”유정연이 점점 흥분하며 말했다. 누가 보면 오늘 이수호와 약혼하는 사람이 그녀인 줄 알겠다.그녀의 말에 도아영이 싸늘하게 웃었다.‘엄청난 부귀영화?’전생에 도아영은 이수호에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정도로 3년이나 헌신했다. 그런데 결국 결혼식 날에 납치당했고 3일 동안 갖은 괴롭힘을 당했다.납치된 첫날 도아영은 이수호에게 제발 구하러 와달라고 애원했었다. 그런데 이수호는 그녀와 결혼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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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도아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밖에 있던 이수호의 비서가 다급하게 달려왔다.이수호는 하늘이 무너지기 전에는 절대 얼굴색 한 번 변할 사람이 아니었다. 조금 전 도아영이 파혼 얘기를 꺼냈을 때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지금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도아영은 강이나가 손목을 그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이수호가 어두운 얼굴로 자리를 비우려 하자 도아영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대표님, 우리 얘기 아직 안 끝났는데요.”“비켜.”이수호의 말투가 얼음장처럼 차가웠고 위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눈앞의 도아영은 그에게 있어서 단지 이경 그룹과 할머니를 상대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기에 그녀에게 감정이라곤 전혀 없었다.도아영과 약혼할 수는 있어도 만약 오늘 강이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도아영은 전혀 물러설 기색이 없었다.“조급해하는 걸 보니 강이나 씨한테 가려나 봐요?”이수호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그럼 내가 어디 갈 것 같아? 이나 너 때문에 손목까지 그었어. 경고하는데 이경 그룹 사모님 자리를 너한테 줄 수는 있지만 딱 그것뿐이야. 다른 건 바라지도 마.”이수호의 말투에 도아영은 가소롭기만 했다.그녀는 강이나를 포함한 그 누구에게도 무슨 짓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수호는 강이나와 함께 그녀에게 큰 상처를 주었고 심지어 그들 사랑의 희생양으로 만들었다.도아영이 언성을 높였다.“대표님, 오늘은 대표님과 나의 약혼식 날이에요. 만약 강이나 씨한테 간다면 우리 약혼은 없던 일로 할 겁니다.”도아영의 목소리가 그리 높진 않았지만 주변의 하객들이 다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카메라 플래시가 두 사람을 향해 계속 반짝였다.이수호가 실눈을 뜨고 말했다.“파혼으로 날 협박하려고? 도아영, 네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아?”그러고는 도아영의 옆을 스쳐 자리를 떠났다. 도아영에게 이씨 일가와 파혼할 용기가 절대 없다고 확신했다.도아영은 이수호가 자리를 비우자 거만하지도 비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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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옆 방, 주민서는 맥주 세 병을 마시고는 목청껏 노래를 불렀다.휴대전화로 실검을 보던 도아영은 뭔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주민서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면서 물었다.“내가 언제 이수호한테 성 기능 장애가 있다고 했어?”“내가 그렇게 썼어. 기사는 충격적인 내용이 있어야 사람들이 본다고.”도아영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결과가 어떻게 될지 생각해봤어?”술기운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주민서가 마이크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결과? 무슨 결과가 있겠어? 이수호가 내 목에 칼을 대고 협박이라도 하겠어?”쾅.그때 누군가가 룸 문을 발로 걷어찼다. 룸 안의 노랫소리가 삽시간에 멈췄다.도아영은 문 앞에 서 있는 이수호를 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이수호가 찾아올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빠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기사 내보낸 사람이 너야?”이수호의 목소리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주민서는 겁에 질려 도아영의 뒤에 숨어버렸고 도아영은 일부러 침착한 척했다.“그래요.”“진짜 너라고?”이수호는 코웃음을 치며 앞으로 다가오더니 주민서를 확 밀어버렸다. 그 바람에 주민서는 심정우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다 꺼져!”그를 본 순간 주민서는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다. 원래는 도아영을 지켜주고 싶었지만 심정우가 그녀를 끌고 룸 밖으로 나갔다.“알았어. 당장 꺼질게.”문이 닫혔고 룸 안에 도아영과 이수호만 남게 되었다.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차갑게 말했다.“파혼한 이튿날에 클럽에 와? 도아영, 내가 예전에 널 너무 만만하게 봤어.”눈앞의 남자를 보고 있자니 도아영은 전생에 납치범이 그녀를 괴롭힐 때의 역겹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순간 헛구역질이 나서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대표님, 약혼식 날에 날 버리고 강이나 씨한테 간 건 대표님이에요. 우리 집안은 그리 대단한 집안도 아니고 이씨 일가에 한참 못 미쳐요. 그러니까 여기서 깔끔하게 끝내요, 우리.”‘깔끔하게 끝내자고?’이수호가 코웃음을 쳤다.“깔끔하게 끝낸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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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이튿날 아침 이수호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도우미가 짐을 챙기는 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지금 뭐 하는 거지?”“대표님, 전부 도아영 씨 물건들이에요. 어제 도아영 씨가 전화 와서는 다시는 오지 않겠다면서 물건들을 정리해서 보내 달라고 하더라고요.”눈앞의 캐리어를 보던 이수호의 머릿속에 도아영의 모습이 스쳤다.평소 이 시간이면 도아영은 아침상을 차려놓고 기대에 찬 얼굴로 그가 내려오기를 기다렸었다. 그러고는 의자까지 빼주었고 재미도 없는 화제를 꺼내곤 했다.그런데 오늘 그 모습이 보이질 않으니 어딘가 허전한 것 같았다.자신이 도아영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문득 알아차린 이수호가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얼른 정리해서 치워. 눈에 거슬리니까.”“네... 대표님.”이수호는 거실 의자에 앉았다. 텅 빈 테이블을 보고는 불만을 드러냈다.“아침 아직 안 됐어?”“죄송합니다, 대표님. 평소에는 도아영 씨가 아침 식사를 준비해서 새로운 도우미가 아직 시간을 잘 몰라요...”“빨리 준비해. 출근해야 하는데.”손목시계를 확인하던 이수호는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미가 빵과 계란 후라이, 그리고 소시지를 가져왔다.이수호는 빈약한 아침상을 보고는 도우미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이게 뭐지?”“아... 아침 식사입니다.”겁에 질린 도우미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이수호가 차갑게 말했다.“난 한쪽만 익힌 계란 후라이는 안 먹어. 그리고 아침에 고기도 안 먹어. 내가 이런 아침이나 차리라고 한 달에 그 많은 월급을 주는 줄 알아?”“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정말 몰랐습니다...”“대표님, 새로 온 도우미라서 잘 몰라서 그랬어요. 다시 준비하라고 할게요.”“됐어.”이수호가 어두운 얼굴로 일어났다.그때 남현숙이 안방에서 나왔다.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보자마자 손자가 왜 화가 났는지 바로 알아챘다.남현숙이 말했다.“평소에는 항상 아영이가 아침을 차렸었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디저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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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양도 계약서를 보자마자 유정연의 눈빛이 바로 바뀌더니 말투도 다정해졌다.“아영아, 뭐라 해도 지호는 네 동생이야. 회사를 물려받는 것도 앞으로 도씨 일가의 대를 이어가기 위해서고 누나인 너의 든든한 백이 되기 위해서야. 그럼 너도 마음 편히 이수호랑 결혼할 수 있고.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어?”유정연은 도지호를 옆으로 잡아당겼다.“빨리 누나한테 사과하지 않고 뭐 해? 누가 아침 댓바람부터 허락도 없이 누나 방에 들어가라고 했어?”도지호가 싫은 티를 팍팍 냈다.“어차피 도원 그룹이 언젠가는 내 손에 들어오잖아요. 파혼해서 내 앞길을 방해했으니 당연히 따져 물어야죠.”도아영은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도지호가 이때부터 도씨 일가의 재산을 욕심내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어린 나이인데도 벌써 자신이 도씨 일가의 미래 주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이게 다 유정연의 치밀한 계획이었다.“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아영아,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 계약서는 나한테 맡겨. 내가 대신 보관해줄게.”유정연의 신경은 온통 계약서에 있었다. 계약서에 도지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회사를 물려받는다는 내용이 정확하게 적혀있었다. 두 모자가 오랜 시간 참고 기다렸는데 절대 계약서가 망가지는 일은 없어야 했다.도아영은 유정연을 보면서 가볍게 웃었다.“이 계약서를 가지고 싶어요?”“응...”그런데 유정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아영은 들고 있던 계약서를 가차 없이 찢어버렸다.유정연의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도지호가 노발대발했다.“도아영, 지금 뭐 하는 거야? 누가 찢으라고 했어?”도지호가 빼앗으려 했지만 도아영은 계약서를 갈기갈기 찢어 두 사람 앞에 던졌다. 도아영이 덤덤하게 말했다.“도원 그룹을 절대 지호한테 넘길 일은 없으니까 두 사람 괜한 욕심 부리지 말아요.”“뭐라고? 회사를 지호한테 안 주면 누구한테 줄 건데? 도씨 일가에 아들이라곤 지호밖에 없잖아. 너...”도아영이 말했다.“지호는 아빠 친아들도 아니잖아요. 이 회사 내가 직접 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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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그날 오후, 남현숙이 도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도아영은 남현숙이 강이나를 싫어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강이나는 강씨 일가의 외동딸이라서 성격이 매우 오만했다. 그녀가 강씨 일가의 재산을 손에 쥐고 있지만 남현숙은 두 가문의 원한 때문에 강이나를 무척이나 싫어했다.남현숙은 그녀가 고상한 척한다면서 이수호와 만나는 걸 계속 반대했다.그런 그녀와 반대로 도아영은 철이 들었고 집안 배경도 깨끗했다. 분위기, 용모, 학벌 모두 이경 그룹의 사모님이 되기에 아주 적합했다.그리고 남현숙이 도아영에게 잘해주는 것도 이익 때문에 연기하는 것뿐이었다.그 시각 도아영은 이씨 일가의 차를 타고 이씨 저택의 마당에 도착했다.도아영이 거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남현숙이 웃으면서 말했다.“어서 와, 아영아.”남현숙이 소파 옆자리를 툭툭 쳤다. 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남현숙의 옆에 앉았다. 그런데 남현숙의 맞은편에 강이나가 앉아 있었다.강이나는 전생에서처럼 예뻤고 세속에 물들지 않은 듯한 청순한 얼굴이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늘 도도했고 얼굴에 오만함이 가득했다.그녀는 뜨거운 차 한잔을 들고 있었는데 손이 벌겋게 됐는데도 내려놓지 않았다.도아영은 강이나의 손목에 감은 붕대를 발견했다. 그녀가 손목을 그은 일을 남현숙이 알고 있다는 걸 뜻했다.이 일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도아영은 유정연이 일러바쳤을 거라 짐작했다.이수호는 남현숙이 강이나를 귀찮게 굴까 봐 소문이 퍼지지 않게 막았다. 그런데 유정연은 남현숙에게 그대로 일러바쳤다. 사는 게 지겨워서 제 명을 재촉하는 건가?“아영아, 약혼식 날에는 수호가 잘못했어. 내가 따끔하게 혼냈으니까 그만 화 풀어.”남현숙은 자애롭게 쳐다보면서 도아영의 손을 잡았다.“네가 이경 그룹의 미래 안주인이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아.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수호더러 내가 보는 앞에서 사과하라고 할게.”“할머니 호의는 감사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어요.”“약혼식 날에 있었던 일을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거야? 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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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아영아, 수호 저 녀석 지금 강이나한테 홀려서 제정신이 아니야. 근데 걱정하지 마. 너한테 꼭 사과하라고 할 테니까. 내가 찜한 손주며느리는 너라는 걸 아무도 바꿀 수 없어.”남현숙의 자애로운 말투에 도아영이 웃으며 말했다.“할머니, 대표님이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은데 저도 더는 할 얘기가 없어요. 두 사람이 잘되기를 축복할게요.”도아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앞으로 제가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보살펴드리러 오겠습니다. 하지만... 저와 대표님의 혼약은 여기까지 하죠.”“아영아...”남현숙이 뭐라 설득하려 하자 도아영이 고개를 내저었다.“할머니, 집에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 다음 날에 또 뵈러 오겠습니다.”그러고는 이씨 저택을 나섰다.남현숙은 멀어져가는 도아영의 뒷모습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예전에 아영이는 이렇게 분별이 없는 애가 아니었는데.’문밖, 도아영이 이씨 저택의 대문을 열자마자 누군가가 그녀의 코와 입을 막았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옷소매에 숨긴 호신용 칼을 꺼내려 했지만 상대의 몸에 이경 그룹 휘장이 붙어있는 걸 발견했다.이수호의 사람인 걸 알아챈 그녀는 칼을 거두고 납치를 당한 것처럼 했다. 이수호가 아무리 그녀를 싫어한다고 해도 해치지는 않을 테니까.아니나 다를까 상대는 그녀에게 무슨 짓을 하진 않고 이수호의 다른 검은색 자동차에 태웠다.도아영은 정신을 잃은 척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누군가가 그녀를 들고 나가는 게 느껴졌다.딩동.귓가에 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로열 호텔의 엘리베이터 소리와 매우 흡사했다.‘날 호텔로 데려왔나?’똑똑.“대표님, 데려왔습니다.”“들어와.”방 안의 담배 냄새가 코를 찔러 도아영은 숨을 참았다. 상대는 그녀를 푹신한 침대 위에 던져버렸다.도아영의 심장이 쿵쾅거리던 그때 이수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깨워.”“네.”경호원이 차가운 물을 도아영에게 쏟자 도아영이 두 눈을 번쩍 떴다.불빛이 어두워 분위기가 더욱 야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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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도아영은 고개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신문을 확인했다. 신문에 큼지막한 몇 글자가 적혀있었다.[이경 그룹, 도원 그룹과 계약 해지, 천억 프로젝트 투자 철회 발표.]도아영이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그녀의 기억이 맞다면 천억 프로젝트는 도원 그룹에서 현재 개발 중인 부동산 사업이고 벌써 절반 정도 진행되었다. 이런 때에 이수호가 투자를 철회한다면 집을 지을 수 없게 된다.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려면 다른 투자자를 찾아야만 했다.그런데 이경 그룹이 도원 그룹과 계약을 해지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강주에 도원 그룹과 계약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천억 프로젝트가 어그러질 위기에 놓였고 자칫하다간 도원 그룹도 많은 돈을 잃을 수 있다.도아영이 허리를 숙여 신문을 만져보았다. 아직 따뜻한 걸 봐서는 신문을 찍어내자마자 가져온 게 분명했다. 이수호가 빨리 움직인 걸 보면 그녀에게 호된 맛을 보여주고 강주에서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지 알려주려는 듯싶었다.“도아영, 도씨 일가의 딸로서 이 집안을 위해 공 좀 세우라는데 왜 그래? 남자 마음 하나 잡으라고 한 게 그렇게 억울해? 반반하게 생겨서는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유정연은 자신의 불만을 쏟아냈다.“네 주제에 도원 그룹을 이끌어가겠다고? 충고하는데 하루빨리 도원 그룹을 네 동생한테 줘. 그리고 남현숙의 마음도 잘 구슬려. 네가 해야 하는 일은 이씨 일가에 시집가는 거야.”“얘기 다 했어요?”도아영이 유정연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가만히 있을 건가요? 그렇게 급하면 아줌마가 그 집안에 시집가요, 그냥. 다른 사람의 비위를 맞춰주는 건 아줌마가 나보다 더 잘하잖아요.”“너 이 녀석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유정연은 화가 난 나머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고 도아영은 신문을 챙기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이수호가 투자를 철회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전생에 이 프로젝트가 대박이 났다. 그런데 이수호가 천억을 투자한 대주주이기에 마지막에 도원 그룹이 나눠 가진 돈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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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이수호는 도아영을 무섭게 째려보았고 말투마저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수호 씨, 이러지 말아요. 아영 씨를 오해했어요. 내가 꿇고 싶어서 꿇은 거예요...”“이나야, 넌 너무 착해서 문제야. 이러니까 자꾸 괴롭힘을 당하지. 내가 분명히 말했었지, 이 사람 만나지 말라고.”이수호가 강이나를 감싸고 돌 거라는 걸 도아영은 진작 예상했다.강이나는 항상 이수호가 나타날 때마다 다쳤다. 사실 강이나가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도아영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맞춰줬다. 어쨌거나 이수호가 그녀를 미워하면 더 쉽게 파혼할 수 있으니까.“도아영, 전에는 네가 그냥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악랄하기까지 하구나. 몸이 약한 이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아.”그러고는 강이나와 함께 나가려 했다.그사이 설명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강이나는 침묵을 택했고 그저 미안한 눈빛으로 도아영을 쳐다보았다.강이나의 두 눈에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잠깐 스친 우쭐함을 도아영이 포착했다. 그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둘이 약혼하면 뭐? 그래봤자 수호 씨 마음에는 나밖에 없는데.”도아영은 바닥에 떨어진 은행카드를 주워 두 사람을 불렀다.“강이나 씨, 카드 놓고 갔어요.”강이나가 고개를 돌렸다. 이수호도 그제야 도아영이 들고 있는 은행카드를 발견하고는 얼굴을 찌푸렸다.“이나야, 쟤한테 돈을 줬어?”강이나가 입술을 깨물었다.“나 때문에... 파혼하는 걸 가만히 볼 수가 없어서요.”이수호가 대답하기 전에 도아영이 먼저 말했다.“강이나 씨, 난 무조건 파혼할 겁니다. 대표님도 아마 겉과 속이 다르고 마음이 악랄한 여자와 약혼할 생각이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 돈도 필요 없어요.”그러고는 강이나에게 은행카드를 돌려주었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도아영이 아니었다.강이나는 일부러 은행카드를 두고 갔다. 만약 도아영이 받아서 나중에 이수호가 알게 된다면 일이 더 커질 게 분명했다.
last update최신 업데이트 : 202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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