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는 도아영을 무섭게 째려보았고 말투마저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였다.“수호 씨, 이러지 말아요. 아영 씨를 오해했어요. 내가 꿇고 싶어서 꿇은 거예요...”“이나야, 넌 너무 착해서 문제야. 이러니까 자꾸 괴롭힘을 당하지. 내가 분명히 말했었지, 이 사람 만나지 말라고.”이수호가 강이나를 감싸고 돌 거라는 걸 도아영은 진작 예상했다.강이나는 항상 이수호가 나타날 때마다 다쳤다. 사실 강이나가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도아영은 이상함을 감지했다. 하지만 알면서도 맞춰줬다. 어쨌거나 이수호가 그녀를 미워하면 더 쉽게 파혼할 수 있으니까.“도아영, 전에는 네가 그냥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악랄하기까지 하구나. 몸이 약한 이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아.”그러고는 강이나와 함께 나가려 했다.그사이 설명할 시간이 충분했지만 강이나는 침묵을 택했고 그저 미안한 눈빛으로 도아영을 쳐다보았다.강이나의 두 눈에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잠깐 스친 우쭐함을 도아영이 포착했다. 그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둘이 약혼하면 뭐? 그래봤자 수호 씨 마음에는 나밖에 없는데.”도아영은 바닥에 떨어진 은행카드를 주워 두 사람을 불렀다.“강이나 씨, 카드 놓고 갔어요.”강이나가 고개를 돌렸다. 이수호도 그제야 도아영이 들고 있는 은행카드를 발견하고는 얼굴을 찌푸렸다.“이나야, 쟤한테 돈을 줬어?”강이나가 입술을 깨물었다.“나 때문에... 파혼하는 걸 가만히 볼 수가 없어서요.”이수호가 대답하기 전에 도아영이 먼저 말했다.“강이나 씨, 난 무조건 파혼할 겁니다. 대표님도 아마 겉과 속이 다르고 마음이 악랄한 여자와 약혼할 생각이 없을 거예요. 그러니까 이 돈도 필요 없어요.”그러고는 강이나에게 은행카드를 돌려주었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도아영이 아니었다.강이나는 일부러 은행카드를 두고 갔다. 만약 도아영이 받아서 나중에 이수호가 알게 된다면 일이 더 커질 게 분명했다.
Last Updated : 2024-12-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