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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작가: 기향난

제1화

작가: 기향난
강주에 도아영이 이수호를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를 위해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 존엄도 전부 내려놓을 만큼 사랑하고 있다.

도아영과 이수호의 결혼식 날, 강이나의 한마디에 이수호는 그녀를 매정하게 버리고는 홀로 웨딩카를 운전하여 그의 첫사랑을 마중하러 공항으로 갔다.

도아영이 3년이나 손꼽아 기다린 결혼식이 평생 잊을 수 없는 악몽이 되고 말았다.

결혼식 날 그녀는 이수호의 원수에게 납치당했다. 납치범은 이수호를 모욕하려고 그녀를 3일이나 괴롭혔다.

그뿐만이 아니라 그녀의 옷을 홀딱 벗긴 채 갑판 위에 묶은 다음 라이브 방송까지 진행했다. 이 기회에 이수호에게 통쾌한 복수를 날릴 생각인 게 분명했다.

짜고 비릿한 바닷바람에 도아영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납치범에게 울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자존심은 이미 다 짓밟혀 가루가 돼버렸다. 하지만 그날 이수호는 도아영을 신경 쓰기는커녕 강이나와 혼인신고 했다.

“이수호, 우리한테 10억만 주면 약혼녀를 풀어줄게. 안 주면 바다에 확 던져버릴 거야.”

납치범은 거의 모욕에 가까운 말투로 이수호를 협박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이수호의 코웃음뿐이었다.

“몸이 더러워진 여자가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이수호의 말에 도아영은 충격에 빠졌다.

‘몸이 더러워졌다고?’

도아영은 이수호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수호를 위하여 오랫동안 순결을 지킨 그녀였다. 단지 이수호의 결벽증 때문에. 이는 다른 사람도 다 아는 사실이었다.

3년 동안 도아영은 이수호의 말이라면 뭐든지 고분고분 따랐다. 이수호가 죽으라고 한다면 기꺼이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면 이수호가 적어도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수호가 그런 생각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수호가 전화를 끊어버리자 납치범은 화를 내면서 도아영을 바다에 던져버리라고 했다.

도아영은 문득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주에 도아영이 강이나의 대체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이수호와 결혼하려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신분까지 버리고 기꺼이 대체품이 되었다. 게다가 남들이 뭐라 수군거리든 아랑곳하지 않고 남현숙을 정성껏 보살폈고 항상 이수호만 생각했다.

3년이나 기다렸으니 이번에는 이수호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남 좋은 노릇만 하고 말았다.

절망에 빠진 도아영은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후회와 원망이 섞인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만약 다시 태어난다면 그땐 이수호를 멀리하고 절대 만나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

“말도 안 돼. 정말 들어갔어? 미친 거 아니야?”

“저렇게까지 할 필요 있나? 아무리 그게 이 대표님 반지라고 해도 그렇지. 주우려고 뛰어내려?”

“도아영이 이 대표님한테 목을 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있어? 이 대표님이 우리 앞에서 홀딱 벗고 춤을 추라고 해도 거절하지 않을걸?”

...

주변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당장이라도 질식할 것만 같았다.

도아영은 머리가 무겁고 윙 했다. 그때 귓가에 몇몇 남자들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콜록콜록.”

도아영이 발버둥 치며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무슨 상황이지?’

옆에서 구경하는 몇몇은 모두 하객이었고 그녀가 입은 드레스는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아주 익숙한 광경이었는데 바로 3년 전 도아영과 이수호의 약혼식이었다.

‘나... 다시 태어난 거야?’

도아영은 바로 기억을 더듬었다. 전생에서 이수호는 그녀가 이씨 일가에 들어오려고 남현숙을 구슬려 약혼식을 빨리 올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여 일부러 약혼식에서 그녀에게 모욕을 주었다.

그녀는 이수호가 약혼반지를 수영장에 던지면서 비웃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반지를 주우면 너랑 약혼할게.”

도아영은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하여 수영할 줄 모르는데도 망설임 없이 수영장에 뛰어 들어갔고 하마터면 빠져 죽을 뻔했다.

결국 그녀는 반지를 주웠고 온몸이 흠뻑 젖은 채 초라한 모습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이수호는 약혼식에서 도아영의 자존심을 완전히 짓밟아버렸다.

강이나가 손목을 그었다는 소리에 이수호는 무척이나 초조해했고 그녀의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 약혼식 도중에 자리를 비웠다. 그 바람에 도아영은 강주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도아영은 고개를 숙여 손안에 든 반지를 꽉 움켜쥐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도아영, 네가 원하던 게 고작 이거야?’

그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수영장 밖으로 올라왔다.

“이렇게 깊은 수영장에 떨어진 반지까지 준다니. 얼른 대표님한테 가서 칭찬해달라고 해야지.”

“그래. 이 반지가 있어야 대표님이 약혼하겠다고 했잖아.”

...

주변의 여럿이 계속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그들의 눈에 도아영은 그저 우스갯소리에 불과했다.

도아영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이수호의 반지와 끼고 있던 약혼반지도 빼서 수영장에 던져버렸다.

풍덩 하는 소리와 함께 떠들썩하던 소리가 삽시간에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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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8화

    ‘내가 만약 아영이랑 결혼한다면 몇십 년 후에도 과연 이런 모습일까?’이때 포장을 마친 사장님이 그에게 봉투를 건네면서 활짝 웃었다.“여자친구분 쾌유를 바랄게요.”이수호도 흐뭇하게 웃으며 돈을 꺼냈다.백만 원짜리 수표를 본 순간 사장 부부는 입이 쩍 벌어졌다. 이수호를 쫓아서 밖에 나왔을 때 그는 이미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병원 병실.도아영은 어느새 죽을 한 그릇 다 비웠다.방에 들어온 이수호는 불을 켜고 텅 빈 죽그릇을 치우고는 찐빵을 선반에 내려놓았다.한가득 포장해온 찐빵을 보더니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뭐가 이렇게 많아요?”“네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두 개씩 샀어.”이수호는 그녀 대신 재빨리 어수선해진 선반을 치웠다.이때 그녀가 말했다.“너무 늦게 돌아왔잖아요. 나 이미 배부르게 먹었어요.”“그래?”이수호는 별 반응이 없었다.“화 안 나요?”“나 놀리는 거 알아. 네가 지금 환자니까 그냥 참는 거야.”그는 소파에 앉아서 담담하게 말했다.“먹고 싶으면 먹고 못 먹겠으면 다 버려.”“...”너무나도 차분한 이 남자의 모습에 도아영은 포장을 뜯고 찐빵을 한입 물었다.이수호는 침대에 누워서 찐빵을 먹는 그녀에게 물었다.“마지막으로 그 찐빵 가게에 간 게 언제야?”도아영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차갑게 답했다.“기억 안 나요.”“너희 아빠가 입원했을 때 맞지?”순간 그녀의 안색이 확 차가워졌다.“그게 대표님이랑 무슨 상관이죠? 우린 이미 파혼했으니 더는 사적인 일에 대해 묻지 말아 주세요.”입맛이 떨어진 그녀는 찐빵을 내려놨다.문득 아빠가 입원했을 때 그녀 홀로 바삐 돌아쳤던 기억이 났다.유정연도 오긴 했지만 아빠가 하루빨리 죽어서 도지호에게 유산을 물려주기만을 바랐다.전에 도씨 일가와 거래했거나 협력했던 대표들도 하나같이 나쁜 심보를 품고 있었다.도아영은 마치 언제든 잡아먹히게 될 토끼처럼 무기력하게 이 모든 걸 마주해야만 했다.그리고 그때 남현숙은 그녀를 손주며느리로 찜했었다.이수호는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7화

    야채죽과 삶은 계란, 그리고 밑반찬들까지 전부 담백한 음식인지라 식욕이 당기지 않았다.“음식이 별로네요.”도아영이 힐긋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럼 뭐 먹고 싶은데?”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설명했다.“이 병원 나가서 좌회전하고 백 미터 걸어가면 찐빵 가게가 하나 있는데 24시 가게거든요. 나 거기 찐빵 엄청 좋아해요. 대신 가서 사주실래요?”이수호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그는 곧장 병실을 나섰다.이수호가 떠난 후 도아영은 야채죽을 맛있게 먹었다.‘꽤 맛있네!’병원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심야인지라 주위가 어두컴컴하고 가로등 불빛만 어렴풋이 비쳤다.그는 도아영의 말대로 병원에서 좌회전해서 백 미터를 걸어갔지만 아무것도 안 보였다.이수호는 마침내 도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가 곧장 전화를 받자 이 남자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찐빵 가게가 대체 어디 있는데?”도아영은 일부러 난감한 척하며 되물었다.“실은 나도 이제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냥 휴대폰으로 한번 위치 찾아보시겠어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전화를 꺼버렸다.‘자식, 너 이번엔 제대로 걸려들었어!’이수호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휴대폰을 꺼내 검색해보았지만 근처 1킬로미터 이내에 찐빵 가게라곤 없었다.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가장 가까운 찐빵 가게로 가려고 해도 택시를 타야만 한다.심야 시간대라 택시를 잡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결국 길거리까지 나가서 힘들게 택시를 잡았다.찐방 가게까지 도착하니 20분이나 소요됐다.한편 가게로 들어갔더니 찐빵 소가 무려 일여덟 가지나 되었다. 이수호는 그녀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다.“손님, 뭐로 해드릴까요?”이때 사장님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새벽이라 가게에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이수호는 또다시 그녀에게 전화해서 어떤 맛으로 사 올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쉬는 데 방해가 될까 봐 휴대폰을 넣어두었다.“종류마다 두 개씩 포장해주세요.”사장은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오밤중에 무슨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6화

    이수호는 본인 잘못인 걸 알기에 딱히 반박할 자격이 없었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욕도 시원하게 했겠다. 무슨 보상을 원하는데? 그냥 얘기해.”“역시 통쾌하네요.”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앞으로 우리 집안을 겨냥하지도 말고 나도 더는 건드리지 말아요. 우리 이미 파혼했으니 각자 갈 길 가요. 내가 다친 건 다 대표님 때문이니 치료비는 전적으로 책임지세요.”“그게 다야?”“네.”도아영이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뭐 대표님께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일종의 경제적인 보상을 하고 싶다면 저도 마다하진 않을게요. 이런 건 이별 비용이라고 하죠 뭐.”이별 비용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이수호의 얼굴이 한없이 차가워졌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 단어가 너무 거슬렸다.“왜요? 돈 아까워요?”“줄게.”이수호가 곧장 대답했다.그녀도 너무 놀란 눈치는 아니었다.이수호에게 차고 넘치는 게 돈이니까 이별 비용으로 몇십억 정도 주는 건 손해라고 할 것도 없었다.“나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 치료받는 동안 전적으로 책임질게.”“오케이.”도아영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양심은 있네, 그래도.’“내일 안 비서 시켜서 퇴원 수속 할 테니 당분간 우리 집에서 병 치료하는 줄 알아.”순간 그녀의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내가 왜요? 왜 그리로 들어가야 하는 건데요?”“이미 함 원장한테 말해서 해외 최고의 의료진을 모셔오기로 했어. 너 그 손 치료하지 못하면 평생 오른손을 못 쓸 거래. 그러니까 내 말 들어.”“대표님...”“이것도 다 널 끝까지 책임지는 거잖아. 5개월 후에 손이 다 낫거든 무조건 보내줄게. 만약 그때까지도 회복하지 못하면 대신 보상금 줄게. 금액은 네가 정해.”여기까지 들은 도아영은 그제야 마음이 진정됐다. 그녀는 반신반의하며 되물었다.“금액을 내가 정하라고요?”“응.”“얼마든지 다 오케이?”은근슬쩍 신난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이수호는 덜컥 겁이 났다. 보상금이랍시고 한도 제한이 없다면 이 여자는 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5화

    같은 시각 안지원은 다음날 회의에 필요한 자료를 이수호에게 전송했다.이수호가 힘겹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 내일 회의자료를 훑고 있는데 도아영이 갑자기 악몽을 꿨는지 울면서 소리쳤다.“때리지 마. 날 때리지 말라고!”이수호는 곧장 침대 옆으로 다가가 어떻게 위로할지 몰라서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괜찮아, 내가 옆에 있으니까 아무도 너 못 건드려.”그제야 도아영은 조금 진정된 모습이었다.이수호는 안쓰러운 눈길로 그런 그녀를 쳐다봤다.이토록 가녀린 여자애가 오늘 같은 끔찍한 일을 겪었으니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그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려고 할 때 도아영이 갑자기 두 팔을 번쩍 들었다.이를 본 이수호도 화들짝 놀랐다.이어서 도아영은 매우 또박또박하게 쏘아붙였다.“X발, 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뒈졌어!”“...”“이수호 이 개자식!”“...”“널 목 졸라 죽일 거야!”“...”“죽어, 이수호!”“...”이수호는 휴대폰으로 내일 회의자료를 확인하려다가 어느덧 저도 몰래 네이버 검색창에 전신마취가 덜 풀렸을 때 왜 잠꼬대를 하는지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다.한편 도아영의 욕설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이수호는 회의자료를 볼 기분이 아닌지라 모두 내려놓았다.‘얘 분명 의도적이야. 틀림없어.’야간 당직을 서는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좀전의 일로 이수호에게 사과하려고 들어왔는데 이 남자가 눈길 한번 안 주고 차갑게 쏘아붙였다.“나가.”“대표님, 이건 방금 안 비서가 보내온 음식입니다.”간호사는 음식을 이수호의 옆에 있는 책상에 올려놓았다.“얘 아까까지 계속 잠꼬대했는데 전신마취 때문이야?”간호사는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전신마취요?”“왜? 아니야?”“이 환자분은 큰 수술이 아니어서 부분 마취만 했는데요?”“...”이수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침대에 누운 도아영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이때 도아영이 기지개를 켜고 비스듬히 눈을 떴다.“어머? 대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4화

    원장은 이수호가 센트럴 병원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서 일부러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후 한달음에 달려왔다.이씨 일가는 의료 분야로 상당한 투자를 했고 또한 이 병원의 최대 투자자이니 섣불리 건드릴 자가 아니다.간호사는 그가 이수호인 걸 알아채고 사색이 되었다.“할 말 있으면 나가서 해. 아영이 쉬는 데 방해하지 말고.”“네, 대표님!”원장 함성민은 얼른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이수호가 나간 후 간호사도 입을 꾹 다물고 감히 더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병실을 나서자 원장이 곧바로 주치의를 소개했다.“대표님, 여기가 바로 오늘 아영 씨 주치의 양정원이에요! 아주 젊고 유능한 인재랍니다...”“중점만 말해!”이수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아영이 상태가 어떤데?”함성민은 곧장 양정원에게 시선을 옮겼다.이에 양정원이 안경을 올리고 이수호에게 설명했다.“도아영 씨는 사실 거의 찰과상이라 그리 심각한 건 아닙니다. 보름 정도 안정을 취하면 금방 나을 거예요. 하지만... 손목과 손등에 난 상처가 매우 심각해요. 손목은 상대가 일부러 부러트렸고 출혈이 있는 흉터도 이미 감염되었어요. 또한 오른손도 심하게 짓눌리다 보니 근골을 다쳐서 5개월 정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사이에 회복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앞으로 오른손으로 글을 쓰거나 힘쓰는 일을 하는 것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이수호는 가슴이 움찔거렸다.“다른 해결책은 없는 거야?”“죄송합니다. 상처가 워낙 심해서요. 해외 전문팀을 찾아서 정기적으로 재활 훈련을 받게 된다면 나아질 확률이 있겠지만 과정이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과정은 중요치 않아. 아영이 손만 회복할 수 있다면 뭐든 다 시도해야지!”“대표님! 저희 병원에서 해외 전문팀과 줄곧 교류하고 있으니 이번 일은 저희한테 믿고 맡기세요.”함성민이 곧장 책임을 떠맡았다. 이수호에게 잘 보일 기회이니 쉽게 놓칠 리가 있을까.“다른 건 다 됐고 오늘 밤은 일단 내가 병실을 지킬 거야. 내일 바로 아영이 데려가야겠어.”“네?”양정원은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3화

    병원에서 한참 기다린 후에야 수술실 불이 파란색으로 변했다.주치의와 몇몇 간호사가 수술 침대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침대에 누워있는 도아영을 본 순간 이수호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갔지만 간호사가 그를 가로막았다.“죄송합니다. 환자분은 현재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해요. 그리고... 이 대표님을 안 보고 싶다고 하네요.”도아영이 자신을 외면하니 이수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시각 안지원은 경찰서의 전화를 받고 이수호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우리 쪽 사람들이 방금 경찰서로 갔는데 여죄수들이 전부 죽었다고 합니다.”“누가 죽였어?”“서현우 대표님이요.”이수호는 쓴웃음을 지었다.‘누군가 했더니 서현우였어? 아영이랑 서현우 진짜 보통 사이가 아닌가 봐?’그도 그럴 것이 서현우는 불필요한 사람을 위해 직접 나서는 법이 없다.“됐어,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은 아영이 상태가 관건이야.”“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얼른 돌아가셔야 어르신도 의심하지 않으실 겁니다.”그들은 병원에서 도아영의 수술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니 어느덧 자정이 다 되었다. 게다가 내일 아침 매우 중요한 회의가 하나 잡혀있다.어르신은 이수호에게 반드시 일찍 돌아와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특히 오늘 아침에는 할머니와 대판 싸우기까지 했으니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넌 일단 돌아가서 내일 회의 내용을 휴대폰으로 다 보내. 난 여기서 아영이 지킬 거야.”“직접... 말씀입니까?”안지원은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았다.대표님이 언제 누군가의 병간호를 해봤을까?“닥치고, 얼른 돌아가.”“네, 대표님.”안지원이 이제 막 병원을 나서려 할 때 이수호가 갑자기 그를 불러세웠다.“잠깐만.”“네?”“이 근처에 식당이 있는지 알아봐봐.”“배고프십니까?”“...”이수호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안지원이 곧장 알아챘다. 그는 지금 도아영에게 뭐라도 먹이려고 이러는 것이었다.“지금 바로 나가보겠습니다!”안지원이 떠난 후에야 이수호는 도아영의 병실에 들어갔다. 간호사와 의사 모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2화

    강주에서 이수호가 제일 아끼는 여자로 살아가면 아무도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테니까.하지만 강이나가 요즘 한 행동들은 점점 이해하기 어려웠다.손목을 그은 척 연기하지, 한성대에서 도아영을 겨냥하지, 심지어 박태오까지 불러오다니. 전에 몰래 서현우에게 가까이하려던 것까지 이수호는 다 알고 있다.예전의 그녀는 이런 비겁한 수단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체 왜 이렇게 변해간 걸까?“대표님, 지나간 일은 더 생각하지 마세요. 강이나 씨는 대표님이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된 마음에...”“걱정이야 되겠지. 내가 아영이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 걱정됐을 거야.”이수호의 안색이 싸늘해졌다.수술실 문밖의 불은 여전히 빨간색이었고 이수호는 복도의 벤치에 앉아서 도아영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좀 전에 도아영을 안고 경찰서에서 나올 때, 이수호는 문득 깨달았다. 이 여자를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말이다.같은 시각, 경찰서.“계속해!”서현우가 의자에 앉아서 그 여죄수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그는 여자에게 손을 대는 습관이 없지만 그 대신 부하를 시키면 그만이다.장윤기는 바짝 긴장해서 손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20분이나 때리고 있으니 더 하면 죄수들이 숨질 수도 있다.“대표님... 이제 그만하시는 게...”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현우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아참, 아영이 그렇게 만들라고 명령한 사람 누구지?”“네?”장윤기는 말을 더듬거렸다. 이것 참, 이수호라고 말할 수도 없고 본인이라고 말하는 건 더더욱 안 되니까.그는 아예 감방을 가리키며 분부했다.“멈추지 말고 계속해! 더 때리란 말이야!”“네!”여죄수들의 처참한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서현우는 그 비명이 질렸는지 허리춤에서 총을 꺼냈다.“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무기징역이라고?”“네? 네.”장윤기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서현우가 아예 감방 안으로 총을 몇 발 쏘았다.쩌렁쩌렁 울리는 총소리에 장윤기는 식겁하여 머리를 감싸 안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처참하게 울부짖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1화

    “수호야,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이나 의심하는 거니?”박태오가 미간을 확 구겼다.“우린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사이잖아. 이나가 어떤 애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얘는 절대 거짓말을 할 애가 아니야.”이수호는 박태오를 흘겨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나 지금 이나한테 묻고 있잖아.”박태오가 계속 반박하려 하자 강이나가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수호 씨, 우리 집에 쳐들어온 사람들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영 씨밖에 없었어요. 낮에 나린이랑 하영이가 아영 씨 심기를 건드렸고, 그리고 또 연준 씨도 아영 씨 편을 들어줬어요. 혹시... 연준 씨가 그런 건 아닐까요?”강이나는 일부러 구연준을 언급했다.이수호와 구연준이 앙숙이란 걸 강주에 모르는 이가 있을까?전에 구연준과 도아영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수호는 이미 기분이 언짢았다.강이나는 이번에도 구연준을 언급하면 이수호가 걸려들 줄 알았는데 그가 오히려 싸늘한 눈길로 쏘아붙였다.“그러니까 상대가 누군지 확실치도 않다는 거네?”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오늘 울면서 이수호에게 전화를 걸 때 도아영과 있은 일을 의도적으로 언급했었다.그래서 이수호도 기세등등하게 도씨 일가로 찾아가 도아영을 끌어낸 것이다.상황을 살피던 박태오가 재빨리 강이나를 보호했다.“이수호, 이나한테 그게 무슨 말투야? 도아영 때문에 이나를 의심해?”“아영이가 저 안에 누워있어. 앞으로 손을 쓸 수 있을지도 미지수야. 어떤 일은 반드시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겠어.”이수호가 차갑게 말했다.“저리 비켜.”“야!”박태오는 계속 강이나를 지켜주고 싶었지만 누군가가 벌써 그를 알아보았다.“저 사람 박태오 아니야?”“잘 모르겠어. 비슷한 것 같아. 옆에 있는 여자는 여자친구인가?”“설마, 박태오 항상 솔로라고 얘기하고 다녔잖아.”...몇몇 여자애들이 박태오가 맞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귓속말을 해댔다.그도 그럴 것이 박태오가 국내 활동을 한다는 소식이 아직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0화

    여죄수가 손을 번쩍 들고 도아영을 따끔하게 혼내려 할 때 이수호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당장 멈춰!”여죄수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더니 정장 차림의 이수호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옆에 있던 장윤기는 황급히 문을 열어주었다.감방 안은 피바다가 되었고 헐뜯겨버린 머리카락이 널브러졌다.도아영은 구석에 축 늘어져서 거의 의식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고 옷도 갈기갈기 찢어졌다. 온몸에 성한 곳 하나 없었고 특히 빨갛게 물든 손목 상태가 충격의 도가니였다.이수호는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고 안색이 창백해졌다.이 광경을 본 장윤기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죄수들을 질책했다.“누가 이렇게 심하게 때리라고 했어?”“죽기 직전까지 때리라면서요?”여죄수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장윤기, 너 이제 이런 개수작까지 부리는 거야?”이수호가 짙은 얼굴로 쏘아붙였다.“아, 아닙니다! 오해예요, 다 오해라고요!”그가 더 해명하려 했지만 이수호는 더 이상 들어줄 겨를이 없었다. 만신창이가 된 도아영을 품에 안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는 이수호였다.“대표님!”안지원도 도아영의 몰골을 보더니 충격에 휩싸였다.단순히 취조하러 왔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당장 병원으로 가!”“네.”안지원은 부랴부랴 차 가지러 갔고 감방 안에서 장윤기는 한심한 눈길로 여죄수들을 바라봤다.“서장님, 우린 다 서장님 분부대로 한 겁니다... 저 여자가 워낙 고집이 세서 끝까지 자백하지 않은 거라고요. 우리도 최선을 다했어요. 형량을 줄이는 건...”“뭐? 형량을 줄여? 이것들 확 사형 판결 내려버릴라!”장윤기는 곧장 감방을 나섰다.이 여자들은 미쳐도 제대로 미쳤다.어떻게 도아영을 죽기 직전까지 쥐어 패버릴 수 있을까?이수호가 끝까지 따져 묻는다면 그들은 전부 끝장날 것이다.센트럴 병원.이수호는 조심스럽게 도아영을 침대에 눕혔다. 의사가 그녀를 수술실로 밀고 가려 할 때 이수호는 문득 가슴이 조여왔다.“대표님, 의사 선생님이 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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