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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ผู้เขียน: 기향난
last update ปรับปรุงล่าสุด: 2024-12-10 14:28:22
이튿날 아침 이수호가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도우미가 짐을 챙기는 걸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지?”

“대표님, 전부 도아영 씨 물건들이에요. 어제 도아영 씨가 전화 와서는 다시는 오지 않겠다면서 물건들을 정리해서 보내 달라고 하더라고요.”

눈앞의 캐리어를 보던 이수호의 머릿속에 도아영의 모습이 스쳤다.

평소 이 시간이면 도아영은 아침상을 차려놓고 기대에 찬 얼굴로 그가 내려오기를 기다렸었다. 그러고는 의자까지 빼주었고 재미도 없는 화제를 꺼내곤 했다.

그런데 오늘 그 모습이 보이질 않으니 어딘가 허전한 것 같았다.

자신이 도아영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문득 알아차린 이수호가 싸늘하게 말했다.

“그럼 얼른 정리해서 치워. 눈에 거슬리니까.”

“네... 대표님.”

이수호는 거실 의자에 앉았다. 텅 빈 테이블을 보고는 불만을 드러냈다.

“아침 아직 안 됐어?”

“죄송합니다, 대표님. 평소에는 도아영 씨가 아침 식사를 준비해서 새로운 도우미가 아직 시간을 잘 몰라요...”

“빨리 준비해. 출근해야 하는데.”

손목시계를 확인하던 이수호는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미가 빵과 계란 후라이, 그리고 소시지를 가져왔다.

이수호는 빈약한 아침상을 보고는 도우미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이게 뭐지?”

“아... 아침 식사입니다.”

겁에 질린 도우미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수호가 차갑게 말했다.

“난 한쪽만 익힌 계란 후라이는 안 먹어. 그리고 아침에 고기도 안 먹어. 내가 이런 아침이나 차리라고 한 달에 그 많은 월급을 주는 줄 알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정말 몰랐습니다...”

“대표님, 새로 온 도우미라서 잘 몰라서 그랬어요. 다시 준비하라고 할게요.”

“됐어.”

이수호가 어두운 얼굴로 일어났다.

그때 남현숙이 안방에서 나왔다.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보자마자 손자가 왜 화가 났는지 바로 알아챘다.

남현숙이 말했다.

“평소에는 항상 아영이가 아침을 차렸었는데...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디저트에 만두에, 적어도 16가지 음식을 차렸어. 게다가 전부 영양이 풍부한 거로. 아영이가 없으니까 정말 살 수가 없어.”

그녀의 말에 이수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먼저 파혼 얘기를 꺼낸 것도 모자라 그냥 이렇게 가버려? 우리 집에 온 지 고작 3개월밖에 안 되는데 걔가 없다고 내가 못 살 것 같아?’

“할머니, 출근할게요.”

“거기 서.”

남현숙이 얼굴을 찌푸렸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나한테 손주며느리는 아영이 하나뿐이야. 그러니까 지금 당장 도씨 일가에 가서 사과해. 아영이가 용서하기 전까지는 이 집에 들어올 생각 하지도 마.”

“할머니...”

“빨리 가!”

남현숙이 무섭게 몰아붙이는 바람에 이수호는 아무리 싫어도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알겠어요.”

그 시각 도씨 저택.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도아영의 방 문이 벌컥 열렸다.

도지호가 화를 내면서 도아영이 덮고 있는 이불을 잡아당기고는 손목을 덥석 잡았다.

“도아영, 너 미쳤어? 이수호랑 파혼을 해? 어떻게 된 건지 제대로 설명해.”

도아영은 도지호에게 잡힌 왼손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도지호가 그녀의 남동생이긴 하지만 아버지의 친아들이 아니었다.

유정연과 아버지가 재혼했을 당시 도지호는 이미 다섯 살이었다. 아버지는 도지호를 친아들처럼 생각했고 유정연은 도씨 일가 도련님이 된 아들을 끔찍이도 아꼈다.

전생에 유정연은 도아영을 이씨 일가에 시집보낸 후 도원 그룹을 도지호에게 맡기라고 했다. 결국 그 큰 회사가 도지호의 손에 망하고 말았다.

18살밖에 안 된 소년을 본 순간 도아영은 화가 치밀어 올라 따귀를 날렸다. 따귀를 맞은 도지호는 그대로 넋이 나갔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아영을 쳐다보았다.

“날... 때렸어?”

예전의 도아영은 나약하기 그지없었고 말투도 항상 다정했었다. 그에게 손을 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도아영이 싸늘하게 호통쳤다.

“그래. 때렸다, 왜? 무슨 배짱으로 감히 내 방에 함부로 들어와?”

“아가씨, 제가 잘못했어요. 제가 도련님을 막지 못했어요.”

도우미가 겁에 질린 얼굴로 문 앞에서 설명했다.

“그 입 다물어. 여긴 내 집이야. 내가 어디 가고 싶으면 어디 가는 거지.”

도지호가 호통치자 도우미는 너무도 놀라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도우미의 손목에 난 상처를 본 순간 도아영은 도지호가 예전에 집안에서 얼마나 형편없는 놈인지 알아챘다. 전에 이수호에게만 신경을 쏟아부은 나머지 유정연 모자가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았다는 걸 알지 못했다.

“너희 집? 이 집은 너희 집이 아니야.”

도아영은 도우미에게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도우미의 팔에 맞은 상처가 가득했지만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우리 집안이 권력 있는 집안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법을 무시해도 되진 않아. 어느 노동법에 도우미를 함부로 때려도 된다고 했어?”

도아영이 편을 들자 도우미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사실 진작 그만두고 싶었지만 도지호가 도씨 일가 도련님의 신분으로 협박했고 나가지도 못하게 했으며 심지어 그만두지도 못하게 했다. 이런 날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아가씨, 제발 저 좀 그만두게 해주세요.”

도우미가 더 세게 울었다.

그 시각 아래층에 있던 유정연이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다급하게 올라왔다. 아들의 얼굴이 벌겋게 부은 걸 보고는 바로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

유정연이 두 눈을 부릅뜨고 도아영에게 삿대질하며 욕했다.

“도아영, 어떻게 네 동생을 때릴 수 있어?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아주. 파혼도 모자라 가족까지 때리다니, 대체 뭐 하자는 거야?”

“동생? 난 저렇게 버르장머리 없는 동생을 둔 적이 없어요.”

도아영이 계속하여 차갑게 말했다.

“아줌마, 솔직히 말해서 지호는 아빠 친아들도 아니잖아요. 다 큰 성인이 내 방에 함부로 들어오는 건 그렇다 쳐도 도우미들까지 때리고 욕했어요. 아줌마가 오냐오냐 키운 아들이 어떤 꼴인지 똑똑히 봐요.”

그녀의 말에 유정연이 코웃음을 쳤다.

“지호는 어릴 적부터 이 집에서 자랐고 네 아빠도 지호를 친아들이라 생각했어. 누나라는 사람이 너무 꺼리는 거 아니야? 그리고 도우미를 때렸는데 뭐? 병원비를 안 줬어? 아니면 월급을 적게 주기라도 했어?”

도아영의 눈빛이 점점 싸늘해졌다.

“아줌마, 오늘 도우미한테 손을 대면 내일은 회사 직원한테도 가혹하게 할 수 있어요. 나중에 도원 그룹이 정말로 지호의 손에 들어간다면 전부 망쳐버릴까 봐 걱정돼요.”

“도아영, 무슨 말을 그렇게 모질게 해? 지호 아직 어려. 태어나자마자 회사를 잘 이끌어가는 대표가 어디 있어? 그리고 이미 회사를 지호한테 주겠다고 약속했잖아. 이수호랑 결혼하지 못했다고 해서 말을 바꾸면 안 되지.”

유정연이 양심 없는 사람이라는 걸 도아영은 진작 알고 있었다.

그녀는 책상 서랍 쪽으로 걸어가 약혼식 전에 사인한 주식 양도 계약서를 꺼냈다.

“이걸 얘기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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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요,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볼게요.”도아영은 말하면서 꼼꼼하게 장부를 훑어보는 척했다.그녀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면서 첫 페이지에서부터 마지막 페이지로 아주 천천히 펼쳤다.맞은편에 서 있는 안용준은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수십억 원의 회사 공금 횡령이란 게 무엇을 의미할까?남은 생은 줄곧 감방에서 지내야 한다는 뜻이겠지...탁.문득 도아영이 수중의 장부를 책상 위에 내던졌다.화들짝 놀란 안용준은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는데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고 투덜대는 것이었다.“이게 대체 다 뭐야? 숫자만 빽빽이 적혀 있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잖아.”그 순간 안용준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도아영이 장부를 볼 줄 몰라?’옆에 있던 주연우도 미간을 찌푸린 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도석진 회장 따님께서... 회사 장부도 볼 줄 모르다니.안용준은 땀을 쓱 닦고 가까이 다가가 아양을 떨었다.“아영 씨, 제가 말했잖아요. 회사 상황이 궁금하시다면 얼마든지 설명해 드릴 수 있어요. 괜히 회사까지 번거롭게 나오실 필요 없어요.”“하긴. 여기 이 서류들은 전부 서명해야 하는 거죠?”도아영은 주연우를 바라보며 넌지시 말했다.“주 비서, 이따가 서명이 필요한 서류들만 골라내세요. 나도 이참에 회사 경영이나 배워야겠어요.”“네, 알겠습니다.”주연우는 그녀를 향한 실망에 휩싸인 채 침울하게 대답했다.한편 안용준이 줄곧 떠날 기미가 없어 보이자 그녀가 말했다.“안 상무는 언제까지 거기 서 계실 거예요? 이만 나가보시죠.”안용준은 도아영이 아무것도 모르는 걸 확인하고 나니 졸여왔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럼 천천히 보세요, 아영 씨.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네.”도아영은 왠지 회사 잡무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이에 안용준도 시름 놓고 사무실을 나섰다.그는 나갈 때 잊지 않고 주연우에게 경고의 눈빛을 날렸다.회사일을 절대 도아영에게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게 뻔했다.사무실 문이 닫힌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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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0화

    “약혼식에서 일부러 파혼 선언을 하고 주씨 일가에 시켜서 재미도 없는 신문 기사를 내더니 이제 와서 구연준 꼬시면서 경매에서 그렇게 도발을 해? 너 이거 다 내 주의를 끌려고 그런 거잖아. 좋아, 이제 드디어 소원성취했어.”이수호는 그녀의 턱을 잡고 당장이라도 몸을 기울일 것만 같았다.그때 도아영이 뜬금없이 웃음을 터트렸다.“대표님 이러는 거 강이나 씨한테는 떳떳해요?”강이나라는 이름 석 자에 이수호는 순간 온몸이 경직되었다.이때다 싶어 도아영이 재빨리 손을 빼내고 그의 목을 껴안더니 한결 매혹적인 눈길로 넌지시 말을 이었다.“대표님 말이 맞았어요. 내가 이렇게 한 거 대표님께 관심받고 싶어서예요. 그래도 소파는 영 비좁을 것 같은데 우리 이참에... 내 방으로 갈까요?”그녀가 드디어 본모습을 드러내자 이수호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가차 없이 밀쳐내고 차갑게 쏘아붙였다.“이런 저질스러운 수작은 나한테 안 통해. 그러니까 적당히 해, 도아영!”“에이 왜요? 대표님 아주 좋아하시잖아요. 나의 이런 저질스러운 수작...”도아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소파에 등을 기댔다.“내빼는 척하지 말아요. 남자들은 진짜 사랑하는 여자랑 하룻밤 즐기는 여자가 따로 있잖아요. 충분히 이해하고 전혀 충돌될 것 없다고요.”그녀가 몸을 배배 꼬면서 이수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걱정 마세요. 오늘 밤 일은 강이나 씨한테 무조건 비밀로 할게요.”“꺼져!”이수호는 드디어 그녀를 밀쳐내고 혐오에 찬 눈길로 째려보며 경고장을 날렸다.“내 앞에서 이런 수작 그만 부려! 너 같은 여자 수없이 봐왔어. 할머니만 아니었다면 난 절대 너랑 결혼할 일 없다고!”한편 도아영은 증오에 찬 그의 눈빛을 지그시 바라보다가 일부러 홀가분한 척하며 말했다.“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대표님, 이만 가보시죠.”위층에서 줄곧 엿듣던 유정연은 대화가 이렇게 흘러가자 당황하기 시작했다.이수호가 그들의 돈줄인데, 이경 그룹의 뒷받침이 없다면 도원 그룹은 이제 어떡하란 말인가?유정연은 부랴부랴 아래층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9화

    “아니요, 틀리셨어요. 이 돈은 도원 그룹 자금이 아니에요.”구연준이 미간을 살짝 구겼다.“아니라고?”“아빠가 남겨주신 혼수거든요.”전생에 유정연은 그녀의 혼수에 눈독을 들이고 어떻게든 이 집안의 주인 행세를 하려고 했다. 일단 도아영을 이씨 일가에 시집 보내면 천억의 혼수까지 본인이 챙기게 될 테니까.남현숙은 도아영을 며느릿감으로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유정연은 몰래 남현숙을 찾아가 혼수를 없애기로 논의하고 심지어 그 돈으로 회사 위기를 해결하겠다고 사정했다.하지만 정작 회사 위기는 해결하지 못한 채 유정연만 돈을 챙겨서 도망쳤다.이번 생에 유정연이 또다시 이런 반란을 일으킨다면 혼수가 아니라 도씨 일가의 재산을 일 전 한 푼 못 챙길 것이다.“대표님, 요즘은 당분간 투자 안 하시는 게 좋겠어요.”“도원 그룹이 거의 몰락 상태인데 내가 투자까지 안 하면 진짜 부도낼 생각이야?”도아영은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대답이 없었다.유정연이 줄곧 제 아들에게 회사를 맡기고 싶어 했으니 요 며칠 난장판이 된 회사 장부도 전부 도지호 그 멍청이에게 맡기면 그만이다.주주들이 과연 회사가 부도나는 걸 지켜보면서까지 유정연 모자를 용납해줄 수 있을까? 도아영은 문득 궁금해졌다.저녁 무렵, 구연준이 그녀를 도씨 저택으로 데려다줬다.도씨 저택 안.문을 열고 들어서니 거실 불이 환히 비치고 누군가가 불쑥 그녀를 방안으로 끌어들였다. 도아영은 살려달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상대가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 벽에 밀어붙였다.“아영아, 너 한 번 만나기 참 어렵네?”이수호의 나지막한 목소리에 아찔한 기운이 스쳤다.도아영은 질식할 것만 같아 힘껏 몸부림쳤다.“이거, 놔!”이수호도 방금 너무 세게 밀어붙인 걸 알아챘는지 손을 놓아주었다. 도아영은 벽을 짚고 격하게 기침을 해댔다. 이에 이수호가 미간을 찌푸리고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솜씨 좋아 도아영! 한편으론 우리 집안 며느리가 되길 넘보고 또 한 편으론 구연준을 유혹하고 있어? 어느 쪽 이익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8화

    “축하해요, 수호 씨. 골든하임을 얻게 됐으니 이경 그룹도 이번엔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거예요.”옆에 있는 강이나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음침하게 변해버린 이수호의 안색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다.맞은 편에서 도아영은 그 누구도 눈치 볼 것 없이 입꼬리를 씩 올리고 구연준과 나란히 샴페인을 들었다.이 광경이 이수호에겐 왜 이토록 눈꼴사납게 느껴지는 걸까?“대표님, 이제 어떡합니까?”안지원은 구연준이 여기서 멈출 줄은 몰랐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땅을 무조건 손에 넣겠다고 큰소리치던 사람인데 왜 갑자기 양보한 걸까?“어떡하긴 뭘 어떡해?”이경 그룹에서 하는 수 없이 손해를 당하는 수밖에.이수호는 웃음기를 거두고 싸늘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번 일은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분명 도아영 저 여자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수호 씨!”강이나가 그를 따라가려고 성급한 마음에 손목을 잡았는데 이수호가 망설임 없이 손을 홱 뿌리치는 것이었다.“먼저 돌아가 있어.”강이나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이수호는 이미 멀리 떠나가 버린 상태였다.그는 단 한 번도 강이나를 내버려 둔 적이 없는데...경매장 밖에서 이수호가 음침한 얼굴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유정연 이 인간 당장 내 앞에 데려와!”“네, 알겠습니다.”1시간 후, 이경 그룹 사무실 안.유정연이 두 명의 경호원에게 끌려서 사무실로 들어왔다. 이수호와 눈이 마주친 순간 그녀는 사색이 되었다.“수... 수호야,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야? 아영이가 또 네 심기를 건드렸니?”“연기 그만 해요!”이수호는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었다.“아영이랑 구연준 대체 무슨 사이에요?”“뭐?”도아영과 구연준이 무슨 사이라니?그 두 사람이 왜 한데 엮인 걸까?유정연은 황급히 대답했다.“수호야, 우리 아영이가 또 사고를 친 모양이네. 내가 돌아가서 따끔하게 혼낼게. 그러니까 얼른 화 풀어. 우리랑 너희 집안에서 협력하기로 한 건 변함없잖아!”“시끄럽고! 골든하임이 함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7화

    “약혼자에 대해 꽤 아는 게 많네?”어디 그뿐일까?전생의 처참했던 3년을 돌이켜보면 그녀는 거의 이수호의 노예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이수호가 힐끔 째려보면 혹여나 자신에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닌지 걱정했고, 그의 말 한마디에 드디어 자신이 이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착각할 지경이었다.외조라면 이수호의 회사를 위해 대폭으로 후원해주고 내조라면 남현숙을 보살펴주는 것, 이수호를 위해 직접 도시락까지 싸주는 것 등등 헤아릴 수가 없다.그의 취미를 장악하고 있는 건 제쳐두고 그가 샤워를 몇 분에 하는지, 하루에 화장실은 몇 번 다녀오는지, 화장실에서 매번 휴지를 몇 칸 쓰는지... 마음 같아선 그의 모든 걸 장악하고 싶었다.“대표님, 두고 보세요. 오늘은 곧 대표님이 완승하는 날일 겁니다.”도아영은 테이블 위의 샴페인을 한 잔 쭉 들이켰다.경매가 곧 시작되었고 마침내 골든하임 순서가 왔다.“이번엔 도시 외곽의 골든하임입니다. 경매가 600억에 시작하겠습니다!”600억이란 경매가에 구연준은 미간을 구겼다.전에 도아영이 했던 말과 똑같았으니까.여기 경매는 전부 현장에서 가격이 공개되는 거라 사전에 비밀이 유출될 일은 없다.하여 도아영은 이 땅의 경매가가 얼마인지 절대 미리 알 수가 없다.그렇다면 골든하임이 진짜 이수호의 트릭이었단 말인가?“천억이요!”“1600억이요.”“2천억 합니다.”경매가 시작되자마자 장내에 뜨거운 열기가 차올랐다. 다들 앞다투어 골든하임을 경쟁하고 있었다.그도 그럴 것이 이 땅은 앞서 상승 가능성이 커서 미래에 분명 1조 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소문이 자자했다.도아영은 줄곧 지켜만 보는 구연준을 흘기더니 곧장 그의 팻말을 들었다.“4천억이요!”구연준은 그런 그녀를 쳐다보며 구시렁댔다.“제 돈이 아니라고 진짜 겁 없이 부르네.”“그럼요.”아니나 다를까 맞은편의 이수호가 팻말을 들었다.“6천억 할게요.”갑자기 2천억이나 뛰어오르자 다른 사람들은 섣불리 나서지 못했다. 이때 이수호가 가까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6화

    “도아영, 당장 거기 서!”잠깐 휴식 시간을 가질 때 도아영이 화장실에 가려고 몸을 일으켰는데 뜻밖에도 뒤에서 이수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무슨 일이시죠?”그녀는 고개를 돌리며 낯선 이를 대하듯 이수호에게 말했다.“너 진짜 대단해. 우리 이경 그룹에서 봐둔 땅을 두 배로 손해 보더라도 기어코 낙찰받은 거야? 왜? 일부러 날 겨냥하려는 거야 아니면 내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래?”“오해하셨어요, 대표님. 저는 단지 그 땅이 마음에 들어서 낙찰한 거예요. 대표님이랑 전혀 상관없어요.”도아영이 진지하게 말했지만 이수호는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그 시각 강이나가 이수호를 쫓아왔다.“아영 씨, 오늘 경매에서 너무 충동적으로 나오신 거 아니에요? 그 땅은 아영 씨가 엄청 손해 볼 거예요.”강이나는 말하면서 옆에 서 있는 이수호를 힐긋 살펴봤다.“수호 씨가 오늘 나랑 함께 와서 입장이 난감해진 거 알아요. 아무리 수호 씨랑 맞서 싸우려고 해도 막무가내로 나오면 안 되죠. 나중에 손해 보면 또 수호 씨한테 도와달라고 손 벌릴 거잖아요. 내 말 틀렸어요?”이에 이수호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네가 낙찰한 땅이야. 너 스스로 알아서 해.”“대표님은 농담도 참. 당연히 나 스스로 알아서 하죠. 우린 이미 파혼한 거 아닌가요? 내가 왜 대표님께 손 벌리겠어요? 이제 우리 남남이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너...”이수호는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때 구연준이 경매장에서 나왔고 이를 본 도아영이 일부러 목청을 높이며 다정하게 그를 불렀다.“연준 씨!”‘연준 씨’라는 호칭이 입밖에 떨어진 순간 이수호의 표정이 더 심하게 일그러졌다.도아영은 구연준의 옆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팔짱을 꼈다.“이제 곧 2부가 시작할 테니 나랑 연준 씨는 얼른 들어가 봐야겠어요. 골든하임을 오랫동안 눈여겨봐 왔거든요. 그럼 우린 이만.”도아영은 이수호와 강이나에게 예의 바르게 인사하고 자리를 떠났다.그 광경을 바라보는 이수호는 온몸에 음침한 기운을 내뿜었고 옆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5화

    그중에서도 이수호가 가장 한심하다는 듯 피식 웃었다.이런 방식으로 그의 관심을 받으려는 건 너무 저속한 표현이니까.“400억 할게요.”이수호가 천천히 가격을 외쳤다.‘도아영, 내가 널 다스리지 못할까 봐?’“500억이요.”“600억 할게요!”점점 치솟는 가격에 강이나가 미간을 찌푸렸다.“수호 씨, 저 땅은 그 정도 가치가 안 돼요.”이수호도 표정이 일그러지긴 마찬가지였다.옆에 있던 안 비서가 나지막이 말했다.“대표님, 이미 우리의 예산을 초과했습니다.”이수호는 문득 쓴웃음을 지었다.도아영이 돈도 없으면서 이렇게 가격을 부르는 건 그와 맞서려는 게 분명했다.‘좋아, 오늘은 손해 보더라도 반드시 널 따끔하게 혼내줄 거야.”결국 이수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640억 할게요!”그 시각 구연준은 아주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고만장한 이수호의 태도가 제법 마음에 드나 보다.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현재 이수호는 벌써 100억을 손해 본 상태이다.도아영에게 이런 실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이수호를 자극해서 손해를 보게 하다니.예전에는 그녀를 너무 만만하게 본 듯싶었다.구연준이 이쯤에서 멈추라고 말하려 할 때 옆에 있던 도아영이 또다시 팻말을 들었다.“천억이요!”순간 장내가 술렁거렸다.대체 뭐가 그렇게 대단해서 천억이나 부른 걸까?어떻게 천억까지 치솟은 걸까?그녀의 행동에 경매사까지 어안이 벙벙해졌다.경매사는 혹시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제 귀를 의심했다. 남원 외곽의 천 평짜리 땅은 시가가 고작 200억이다.아까 분명 640억까지 올라갔는데 어떻게 천억으로 뛰어오를 수 있단 말인가?“도아영 미친 거 아니야?”이수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도시 외곽의 부질없는 땅을 무려 천억까지 부르다니...그녀가 뭘 믿고 이토록 담대해진 걸까?“대표님, 더는 안 되십니다. 더 부르면 손해가 너무 커요!”안지원도 바짝 긴장했다.도아영은 지금 눈에 뵈는 것 없이 미쳐 날뛰는 중이다.그동안 도시 외곽의 천 평짜리 땅은 단 한 번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4화

    강이나는 애써 도아영을 위해 변명하는 것 같지만 정작 듣고 있는 이수호에겐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었다.‘나를 좋아한다고? 걔는 그저 더 높은 자리로 기어오르는 게 목적이야!’이전에는 이수호를 넘봤고 지금은 또 구연준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어쩐지 요즘 그를 향한 태도가 조금 식었더라니...여기까지 생각한 이수호는 두 눈에 싸늘한 한기가 감돌았다.‘도아영, 너 진짜 대단한 여자구나!’“가자 이만.”이수호는 두 사람한테서 시선을 떼고 강이나와 함께 경매장으로 들어섰다.한편 구연준도 자연스럽게 도아영에게 팔짱을 거는 제스처를 취하고 차분하게 말했다.“오늘 밤엔 네가 내 파트너야. 지금부턴 쭉 내 말만 들어야 해. 알겠지?”“대표님, 우리 다 비즈니스 하는 사람들인데 내가 파트너 해주면 오늘 밤 나한테 실컷 돈을 써주시는 거죠?”“넌 내 파트너야, 여자친구가 아니라.”도아영은 일부러 난감한 척했다.“하지만 수호 씨는 전에 선뜻 내게 돈을 써줬어요. 인간적인 매력으로 따져도 대표님 설마 수호 씨한테 밀리고 싶은 건 아니겠죠?”“지금 날 자극해?”“제가 어찌 감히요...”“네가 이겼어.”“...”경매장 안에서 뭇사람들은 이미 자리에 착석했다.오늘 경매는 대부분 비서가 대신 나와 줬고 오직 이수호와 구연준 두 명의 빅 보스만 직접 참석했다. 다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고 있을 때 장내가 전과 달리 싸늘한 정적에 잠겼다.아무도 감히 이 두 명의 빅 보스와 가격을 경쟁할 엄두가 안 났다.“수호 씨, 아영 씨랑 구 대표님 사이가 심상치 않아 보여요...”강이나는 이수호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주최 측에서 일부러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구연준과 도아영이 마침 그들 맞은편에 앉게 되었다.양측은 머리만 들면 눈이 마주칠 지경이었다.이수호는 웃고 떠드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도아영, 아주 좋아...”처음엔 강이나를 따라 하며 그에게 접근했고 뒤이어서 할머니 앞에서 얌전한 이미지를 보여준 그녀였다. 말끝마다 파혼을 언급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화

    “그러게. 강주 사람들이라면 다 알다시피 도씨 일가랑 이씨 일가의 혼약은 도아영이 애타게 쟁취한 거잖아. 진짜 본인이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이수호는 파혼해도 곧장 새 여자를 찾을 수 있는데 도아영은 뭐야? 강주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걸?”...경매장 밖에서 몇몇 부잣집 사모님들이 대놓고 도아영의 흉을 봤다.그 시각 그녀는 이미 경매장에 도착한 지 7, 8분이 넘었다. 이수호와 강이나보다도 좀 더 빨리 온 듯싶었다.지금쯤 경매장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빌어먹을 구연준이 한사코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니 사모님들의 험담까지 들어야만 했다.‘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사서 고생이냐고?’‘구연준도 이수호보다 더 나을 건 없네. 두 인간 피차일반이야.’‘이러니까 전생이나 현생이나 너 죽고 나 죽고 티격태격하는 거지.’“아영 씨, 이 대표님은 이제 그만 미련 접으셔야겠네요. 대표님 곁에 강이나 씨가 있잖아요. 이렇게 쫓아온다고 무슨 소용이겠어요?”“그러게 말이에요. 엊그제까지만 해도 대표님과 파혼하겠다고 호통치더니 왜 또 여기까지 쫓아오는 거예요? 아쉽지만 대체품은 어디까지나 대체품이에요. 대표님은 이제 진짜 운명의 반쪽을 만났으니 아영 씨한테 돌아올 일은 없어요.”“자업자득이죠 뭐. 어떻게 기어오른 대표 사모님 자리인데 막상 내주려 하니까 달갑지 않겠죠. 근데 사람은 제 분수를 알아야 해요. 설마 본인이 강이나 씨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줄곧 이수호 와이프 자리를 탐내던 여자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도아영을 헐뜯었다.그도 그럴 것이 도아영이 이수호를 위해서 얼마나 비굴해지고 자존심을 다 내려놨는지 모르는 이가 없으니까. 남자들 눈에만 하찮게 보이는 게 아니라 여자들까지 그녀를 경멸하고 무시하는 수준이었다.이때 나서기 좋아하는 한 여자가 도아영에게 다가와 이상야릇하게 말했다.“아영 씨는 예쁘장하게 생겼으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남자 마음을 사로잡는 법이나 배우세요. 안 그러면 강주에서 누가 감히 아영 씨를 만나주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화

    똑똑.문밖에서 강이나가 두 번 노크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그녀는 화이트 이브닝드레스를 입었는데 우아하고 고고한 기품이 차 넘쳤다. 허리까지 드리운 긴 생머리는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를 선사해주었다.“수호 씨, 경매 곧 시작해요. 얼른 가죠 우리.”강이나를 본 유정연은 표정이 살짝 부자연스러워졌다.그녀만 해코지하지 않았다면 도아영이 진작 이수호의 와이프가 됐을 테니까. 이제 와서 경매까지 함께 가다니? 이수호는 도씨 일가의 체면을 아예 무시한 채 강이나와 함께 참석하기로 한 걸까?이건 대놓고 도씨 일가에게 창피함을 안겨주는 일이다.“도 회장님댁 사모님 되시죠? 수호 씨한테 얘기 들었어요. 이분은...”강이나는 자신과 스타일이 너무 비슷한 임규리를 보더니 가볍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도아영만으로 모자라서 또 한 명 더 내세우는 걸까?몇 명이 와도 전혀 문제 될 건 없다. 결국 다 대체품일 테니까.강이나가 임규리를 주의 깊게 살펴보자 유정연은 마음이 찔렸는지 얼른 조카를 잡아당기면서 말했다.“그럼 우린 용건 끝났으니 이만 가볼게!”그녀는 결국 임규리를 이끌고 사무실을 나섰다.한편 이수호는 가까이 다가오는 강이나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상처도 다 낫지 않았을 텐데 뭣 하러 나왔어?”“수호 씨랑 경매장 가려고 나왔죠. 오늘 경매가 수호 씨한테 엄청 중요한 자리란 걸 아는데 내가 어떻게 자리를 비우겠어요?”강이나는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설마... 다른 사람이라도 초대한 거예요?”이수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그는 오늘 확실히 도아영에게 이브닝드레스를 보냈다.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할머니의 뜻일 뿐 절대 그가 원해서 한 일은 아니다.옆에 있던 안지원이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대표님, 아영 씨는 오늘 안 오신답니다...”‘안 오다니? 이 여자 점점 더하네?’평상시에 이런 기회가 생기면 그녀는 참석하지 못해서 안달인데 오늘은 되레 안 온다고 고집을 피우는 걸까?그의 표정을 살펴보던 강이나가 언짢은 듯 되물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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