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의 모든 챕터: 챕터 11 - 챕터 20

30 챕터

제11화

유정연은 도아영과 이수호가 화해하기만을 애타게 바랐다.도아영이 이씨 일가에 시집가면 앞으로 유정연 모자에게도 이로울 테니까.초조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도아영은 피식 웃었다.“네.”“진짜? 너무 잘됐다!”유정연이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수호가 너한테 감정이 남아있을 거라고 했잖아. 안 그러면 뭣 하러 데이트 신청을 하겠어?”“아줌마, 오해하셨어요.”도아영이 말했다.“대표님은 파혼 얘기로 저를 불러내신 거예요.”“아니 그럼...”유정연이 불안감에 휩싸여 눈동자가 파르르 떨릴 때 도아영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대답했다.“네, 이미 파혼했어요.”“뭐라고?! 파혼을 해?”그 순간 유정연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옆에 있던 도지호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도아영에게 분노 조로 쏘아붙였다.“야, 도아영! 너무 한 거 아니야? 어떻게 집에 한 마디 상의도 없이 혼자 선뜻 파혼하는 거야? 대체 우리가 안중에 있긴 해?”“내 혼사야. 나 스스로 결정하면 될 일이지 뭣 하러 상의를 해? 오늘부로 회사일 정식으로 이어받을 거야. 아줌마, 이경 그룹에서 투자 철회한 거 더는 신경 쓸 필요 없어요.”도아영이 웃을 듯 말 듯한 표정으로 말을 내뱉자 유정연은 울화가 치밀어 아무런 대답도 못 했다.‘도아영 이년이 진짜 무슨 자극을 받은 거야?’도원 그룹.처음 회사에 나온 도아영은 이미 회사의 초점으로 거듭났다.그녀는 평상시에 거의 회사에 나오지 않는다. 대부분 경우 유정연이 안용준 상무에게 회삿일을 맡겼다.그 시각, 안용준이 헐레벌떡거리며 도아영의 앞으로 달려왔다.“아영 씨가 어쩐 일로 회사까지 나오셨어요? 용건 있으시면 바로 저한테 전화해서 분부하시지 그랬어요.”“안 상무?”“네, 아영 씨, 분부하세요.”도아영은 눈앞의 안용준을 힐끗 살펴보았다. 그나마 반듯한 얼굴에 40대쯤 돼 보이는 나이였는데 평소에 나름 관리를 잘 한 듯싶었다. 다만 웃을 때 살짝 느끼한 모습은 피면할 수가 없었다.전생에 도아영은 도원 그룹을 유정원 모자에게 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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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아영 씨, 이건 딱히 관련 없는 서류들이라 신경 쓰지 않으셔도 돼요. 얼른 가서 커피 한잔하세요.”안용준이 아양을 떨면서 말했다.말인즉슨 회사의 그 어떤 업무도 간섭하지 말라고 도아영에게 으름장을 놓는 식이었다.이에 도아영이 손을 쭉 뻗었다.“이리 줘요.”“아니 그건...”“안 상무, 이제 슬슬 우리 집안 세대주 행세를 하려고 드네요?”강압적인 그녀의 태도에 안용준이 재빨리 대답했다.“제가 어찌 감히요. 아영 씨가 보시겠다면 당연히 드려야죠. 저는 단지 아영 씨가 제대로 보실 줄 모를까 봐 그런 겁니다...”“이렇게 하죠. 라운지에 갈 필요도 없고 우리 그냥 대표이사실로 가요. 이참에 최근 회사에서 서명이 필요한 문서들도 싹 다 가져오세요.”“아영 씨...”도아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안용준의 말을 자르고 주연우에게 시선을 옮겼다.“주연우 씨? 주 비서가 대신 서류들 챙겨오고 안 상무는 번거롭겠지만 저랑 함께 사무실로 가시죠.”“네... 네.”안용준은 대답만 척척 할 뿐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이 여자가 회사엔 대체 뭐 하려고 나온 거야?’만에 하나 회사 장부의 문제점이라도 발각된다면 안용준은 끝장날 것이다.그는 불안한 마음으로 도아영과 함께 대표이사실로 들어왔다. 이곳은 그녀의 아빠 도석진이 생전에 쓰시던 사무실이다. 도아영은 아빠가 생전에 절제되고 심플한 인테리어를 선호하셨던 걸 아직 기억하고 있다.하지만 지금 사무실은 유정연의 손을 거쳐 엉망진창이 돼버렸다.몇백만 원대의 게임 컴퓨터, 담배와 시가, 사치스러운 와인 캐비닛까지...심지어 전시용 신발장까지 만들어서 그 안에 죄다 한정판 축구화를 넣어두고 있었다.유정연과 도지호에게 회사를 맡긴 이후로 사무실마저 이토록 황당한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아영 씨, 사모님과 지호 도련님이 아직이시니 두 분 오시거든...”“안 상무, 도원 그룹 상속권은 내 손에 있어요. 전에 아줌마가 회사 운영에 관심이 있다고 하셔서 잠깐 맡겼을 뿐이에요. 당분간 믿고 맡겼는데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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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아니요, 괜찮아요. 제가 알아서 볼게요.”도아영은 말하면서 꼼꼼하게 장부를 훑어보는 척했다.그녀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면서 첫 페이지에서부터 마지막 페이지로 아주 천천히 펼쳤다.맞은편에 서 있는 안용준은 너무 긴장한 탓에 다리에 힘이 풀려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수십억 원의 회사 공금 횡령이란 게 무엇을 의미할까?남은 생은 줄곧 감방에서 지내야 한다는 뜻이겠지...탁.문득 도아영이 수중의 장부를 책상 위에 내던졌다.화들짝 놀란 안용준은 하마터면 무릎을 꿇을 뻔했는데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고 투덜대는 것이었다.“이게 대체 다 뭐야? 숫자만 빽빽이 적혀 있어서 뭐가 뭔지 모르겠잖아.”그 순간 안용준은 멍하니 넋을 놓았다.‘도아영이 장부를 볼 줄 몰라?’옆에 있던 주연우도 미간을 찌푸린 채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도석진 회장 따님께서... 회사 장부도 볼 줄 모르다니.안용준은 땀을 쓱 닦고 가까이 다가가 아양을 떨었다.“아영 씨, 제가 말했잖아요. 회사 상황이 궁금하시다면 얼마든지 설명해 드릴 수 있어요. 괜히 회사까지 번거롭게 나오실 필요 없어요.”“하긴. 여기 이 서류들은 전부 서명해야 하는 거죠?”도아영은 주연우를 바라보며 넌지시 말했다.“주 비서, 이따가 서명이 필요한 서류들만 골라내세요. 나도 이참에 회사 경영이나 배워야겠어요.”“네, 알겠습니다.”주연우는 그녀를 향한 실망에 휩싸인 채 침울하게 대답했다.한편 안용준이 줄곧 떠날 기미가 없어 보이자 그녀가 말했다.“안 상무는 언제까지 거기 서 계실 거예요? 이만 나가보시죠.”안용준은 도아영이 아무것도 모르는 걸 확인하고 나니 졸여왔던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럼 천천히 보세요, 아영 씨.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네.”도아영은 왠지 회사 잡무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이에 안용준도 시름 놓고 사무실을 나섰다.그는 나갈 때 잊지 않고 주연우에게 경고의 눈빛을 날렸다.회사일을 절대 도아영에게 말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게 뻔했다.사무실 문이 닫힌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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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그러니까 아영 씨는 지금 일부러 실력을 감추고 어리석게 보이는 거라고요?”“바로 그거예요.”도아영이 말을 이었다.“섣불리 적들을 놀라게 하면 안 돼요. 증거들은 천천히 수집해야 하거든요. 저 두 사람이 회사 자산을 남용했으니 이미 주주들 이익에 영향을 미치고 있겠죠. 모든 증거를 확보하고 저 두 인간의 회사 인맥을 싹 다 자른 후에 감방으로 보내버리면 돼요.”주연우는 도아영을 빤히 쳐다봤다.“아영 씨... 예전과 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이전의 도아영은 조신하고 온화한 사람이었다. 물론 똑똑하긴 하지만 상업계에서 한 실력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다만 아까 그녀가 했던 말들은 전부 일리 있는 말이었다.주연우는 참지 못하고 감탄을 연발했다.“주 비서도 우리 회사 다닌 지 몇 년은 됐죠? 아빠가 전에 후원해주신 거로 아는데 이번에 나 한번 도와주길 바라요.”“물론입니다. 안 상무랑 사모님이 회장님께서 남겨주신 회사를 망치게 내버려 둘 순 없어요.”“좋아요.”“하지만...”주연우가 잠시 머뭇거렸다.“안 상무가 조금 오버한 건 있지만 요즘 이경 그룹에서 확실히 우리 회사만 공격하고 있어요. 특히 오늘은 더 유별나고요.”“오늘이요?”주연우가 머리를 끄덕였다.“오늘 이경 그룹에서 우리 회사 프로젝트들을 몇 개나 철회했어요. 이제 우리 회사는 자금이 부족해 더는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든 상황이에요. 재무팀에서 장부를 맞춰보기 시작했는데 현재 남은 자금으론 7일밖에 버티지 못한다네요.”7일이라...도아영은 쓴웃음을 지었다.이수호가 강이나를 위해 이딴 방식으로 그녀가 머리를 숙일 때까지 궁지에 몰아붙이려나 보다.“자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 지금 은행 대출을 고민하고 있어요.”이에 주연우가 미간을 찌푸렸다.“네? 그건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썩 동의하기 어렵네요.”“방법을 생각해서 은행에 천억 정도 대출받고 전에 수호 씨가 철회한 천억짜리 부동산 프로젝트부터 해결해요. 그 뒤에 융자에 관한 일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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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아영이가 나 보러 오겠다면 시간 없다고 해.”“하지만... 대표님은 줄곧 아영 씨가 머리 숙이길 바라셨잖아요?”“걔가 어디에도 도움을 구할 데가 없고 기댈 곳 없이 외롭게 돼버리는 게 내 소원이거든.”이수호의 눈가에 싸늘한 빛이 감돌았다.“아영이는 반드시 이나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거야.”그 시각 도아영은 어느덧 백화점에서 영양제를 몇 개 골랐고 이제 막 아래층에 내려가 커피를 사려던 틈에 곁눈질로 줄곧 뒤를 따라오는 검은색 옷차림의 경호원을 힐긋 살폈다.경호원이 워낙 눈에 띄었던지라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이를 본 도아영은 고개를 내저으며 가볍게 웃었다.이수호도 참 그녀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경호원까지 불러와서 감시하게 하는 건 도아영이 강이나를 해칠까 봐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그녀가 회사 일로 곤경에 처하길 바라서일까?한편 도아영은 여유가 넘치게 커피를 다 산 후 사람들이 가장 밀집된 구역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이를 본 경호원이 재빨리 따라갔지만 그녀가 워낙 빨리 걷고 또 일부러 인파가 몰리는 곳으로 들어가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놓치고 말았다.“안 비서, 아영 씨를 놓쳤어요!”경호원은 블루투스 장치로 안지원에게 소식을 전했다. 백화점의 소식을 접한 안지원은 즉시 이수호에게 알렸다.“놓치다니?”이수호가 미간을 구겼다.“멍청한 것! 도씨 저택 문 앞에서 지키라고 해.”그는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우리도 이만 집에 돌아가야겠어.”“네, 대표님.”이씨 저택.안지원이 운전하여 이수호를 이씨 저택까지 모셨다.“대표님, 요즘 강이나 씨 일 때문에 어르신께서 줄곧 기분이 안 좋아 보이세요. 이제 그만 어르신께 사과하시는 건 어떨까요?”“내가 알아서 해. 어쨌거나 우리 할머니시잖아.”이수호가 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자 거실 등이 환하게 밝혀지고 안에서 남현숙 어르신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역시 날 즐겁게 하는 건 우리 아영이밖에 없다니까.”남현숙의 웃음소리를 들은 이수호는 미간을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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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아영아, 얘 사과한 거 맞아?”남현숙의 질문에 도아영은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수호를 힐끔 쳐다봤다.그녀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이수호는 이 여자가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걸 바로 눈치채고는 확 잡아당겼다. 행여나 할머니 앞에서 헛소리를 지껄이면 안 되니까.“할머니, 저 아영이랑 단독으로 할 얘기가 있어서 먼저 올라가 볼게요.”이수호는 말하면서 도아영을 이끌고 위층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이를 본 남현숙은 미처 말리지 못한 채 손자에게 호통을 쳤다.“수호 너 이 자식! 아영이 괴롭히기만 해봐, 할미가 절대 가만 안 둬!”2층에서 이수호는 도아영을 침대에 내던진 후 침실 문을 안으로 잠갔다.“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도아영은 침대 머리맡에 기댄 채 야릇한 눈빛으로 이수호를 쳐다봤다.“대표님 이러시는 거 강이나 씨가 알면 어떡해요? 분명 질투할 텐데.”“도아영!”이수호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그녀의 목을 조르고 차갑게 쏘아붙였다.“적당히 해! 대체 무슨 낯짝으로 우리 집까지 찾아와?”“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얼른 왔죠. 제가 뭘 잘못했나요?”도아영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봤다. 한편 이수호도 힘껏 그녀의 목을 조르긴 했지만 진짜 어떻게 할 엄두는 안 났다.간사한 그녀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이수호는 왠지 모를 울화가 치밀었다.“내가 목 졸라서 죽일까 봐 두렵지도 않아?”“대표님은 요 며칠 줄곧 우리 회사를 겨냥하시고 괴롭히셨죠? 내가 직접 찾아와서 용서를 구하길 바라신 거 아니었나요? 목 졸라 죽이면 내가 어떻게 무릎 꿇고 애원하겠어요?”이수호는 피식 웃더니 그제야 그녀를 놓아줬다.“눈치는 있네. 그럼 한번 빌어봐. 어떻게 용서를 구하는지 제대로 지켜볼 거야.”그는 소파에 앉아 와인을 들고 그녀가 애원하기만을 기다렸다.이때 도아영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천천히 말을 이었다.“서문 공장, 주성 프로젝트 개발로 매달 15일에 해외무역을 진행하고 있죠. 이경 그룹에서 아주 큰 경매장이 하나 있는 거로 아는 데 매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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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럼 계속해보시겠다는 거네요?”“아니면?”도아영은 이 남자가 쉽게 협박을 당할 거라곤 기대하지도 않았다. 이번에 이씨 저택으로 찾아온 건 단지 그에게 경고장을 날리기 위해서였다. 무릇 적당한 선에서 멈추라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게다가 그녀는 더 이상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란 걸 보여줘야 했다.“대표님, 나랑 내기 한 판 하실래요?”“무슨 내기?”“계속 나랑 등지면 대표님은 올해 분명 큰코다치실 겁니다.”“...”자리에서 일어난 도아영은 이제 막 나가려다가 문 앞에서 잠깐 머뭇거렸다.“아 참, 나 아직 대표님한테 괴롭힘당한 건 할머니께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이따가 다 얘기하면 할머니가 과연 내 편을 들어줄까요 대표님 편을 들어줄까요?”“도아영!”“그래 이수호! 네가 도원 그룹 공격하는 일 할머니께 말씀드리지 않은 건 너에 대한 마지막 예의야. 그러니까 유치한 짓 그만 멈춰. 난 절대 너한테 사과할 일 없어. 그리고 이 말만은 꼭 기억해. 넌 올해 반드시 큰코다칠 거야.”“너!”도아영은 그대로 이수호의 침실을 나섰고 심지어 나갈 때 문까지 꼭 잠갔다.이수호는 가슴이 꽉 막힌 듯 숨이 차오르지 않았다.‘이 여자가 날 협박하는 것도 모자라 뭐? 내가 올해에 반드시 큰코다친다고?!’‘이런 식으로 내 주의를 끌려고? 어림도 없어!’저녁 무렵, 도아영이 도씨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거실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정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 여길 제집처럼 생각해.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이모한테 얘기해. 이모가 다 해줄게.”“고마워요, 이모.”소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유정연은 안으로 들어오는 도아영을 힐긋 살피더니 웃음기를 싹 거뒀다.“왔어? 또 어디 가서 헤매고 다닌 건데?”도아영은 유정연의 야박한 태도에 진작 적응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는데 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청순한 외모를 지녔다. 눈매가 가늘고 날씬한 몸매까지 더하니 청초하면서도 어여쁜 소녀의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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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아줌마가 한 약속이니 스스로 해결하시든가요.”도아영은 옆에 있는 가정부에게 말했다.“하윤아, 임규리 씨한테 호텔 예약해드려. 호텔에서 얼마든지 지낼 순 있지만 주객전도는 하지 말아야지. 안 그래, 규리 씨?”도아영은 방금 임규리가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을 그대로 캐치했다.도아영이 입을 열자 임규리도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유정연을 바라봤다. 이에 유정연이 버럭 화냈다.“야, 도아영! 집안 주도권을 거머쥐기 전부터 으스대는 거야? 이 집을 누가 이날 이때까지 이끌어왔는지 잊지 마!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내뱉어?!”“아줌마, 우리 집안은 줄곧 내가 이끌어왔어요. 전에는 어른인 걸 봐서 아줌마한테 주도권을 맡겼는데 설마 여주인이라도 됐다고 착각하시는 거예요? 규리 씨가 나가는 게 탐탁지 않으시다면 두 사람 함께 나가세요.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너!”“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상황을 지켜보던 임규리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아영 씨, 제가 섣불리 찾아왔어요. 죄송해요. 지금 바로 갈게요.”“규리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유정연은 도아영을 힐끔 째려보며 말했다.“누구처럼 인정사정없고 야박하게 구는 인간이랑 너무 대비되잖아.”도아영은 그런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하윤에게 분부했다.“규리 씨 호텔로 모셔드려. 거기서 실컷 지내게 하고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면 언제든 보내드려.”“네, 아가씨.”하윤은 임규리의 옆으로 다가갔다. 한편 임규리는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지만 마지못해 하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오늘 이 집을 나서지 않으면 앞으로 더는 이 도시에 남을 기회가 없다는 걸 임규리는 누구보다 잘 안다.그녀가 떠나가려 하자 유정연이 재빨리 쫓아왔다.“걱정 마, 규리야. 이모랑 한 약속은 반드시 이뤄줄 거야. 이틀 뒤에 우리 규리 한성대 들어갈 수 있으니 시름 놓고 기다리기만 해.”임규리는 감격에 겨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답했다.“고마워요, 이모.”임규리가 떠난 후에야 유정연은 도씨 저택으로 돌아와 일부러 위층에 있는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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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학교 대문 옆에 주차한 후 주민서는 도아영과 함께 부랴부랴 강의1동 7층으로 달려갔다.구연준의 강의가 시작된 지 10분이 넘었고 교실 분위기는 유난히 진중했다.주민서는 문 앞에서 두어 번 쳐다봤을 뿐인데 감탄이 저절로 흘러나왔다.“다들 너무 진지하게 듣고 있어. 우리가 지각했나 보네...”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도아영이 대뜸 문을 열고 들어갔다.이를 본 주민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쓰읍...”교실 안의 모든 이가 도아영에게 시선이 꽂혔고 그중에는 구연준도 있었다.그는 흰색 셔츠에 소매를 살짝 걷고 늘씬한 체구를 뽐내고 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금테 안경 코디는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때 도아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각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너무나도 우렁찬 목소리에 뭇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대체 누가 지각하고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앉아.”구연준은 담담하게 말하고 그녀한테서 시선을 떼더니 계속 강의를 이어갔다. 마치 좀전의 에피소드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그 시각 문 뒤에서 벌벌 떨기만 하던 주민서는 어느새 넋이 나가버린 상태였다.‘아영이가 대체 언제 이렇게 용감해진 거지?’이전의 그녀는 나긋나긋하고 매사에 조심스러운 아이였는데 왜 갑자기 터프한 여장부로 변한 걸까?그녀는 더 이상 도아영의 수업 중 돌발행동을 감당할 수가 없어 몸을 숙인 채 도망쳐버렸다.한편 도아영은 교실 안으로 들어가 맨 앞줄에 앉았다.40분 동안 진행되는 수업, 그녀는 줄곧 구연준만 빤히 쳐다봤다.중도에 구연준이 두어 번 곁눈질했는데 도아영이 오히려 더욱 단호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는 것이었다.결국 구연준이 수중의 책을 내려놓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상 수업 끝.”그가 떠나려 하자 도아영은 번개 같은 속도로 그의 앞에 달려갔고 다른 학생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구연준은 그런 그녀를 힐긋 살폈다.“왜?”“봐둔 땅이 하나 있는데 경매가가 600억이었어요.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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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도아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애초에 그녀는 이수호를 위해 일부러 이브닝 파티에서 몇몇 사모님들과 함께 구연준을 의논했었다.하지만 이 남자가 이토록 뒤끝이 있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게다가 이런 말들은 대체 어떻게 구연준의 귀에 들어가게 된 걸까?도아영은 마음을 다잡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대표님, 골든하임의 가치는 고작 천억이에요. 이수호가 자료를 조작하여 대표님이 손해를 보도록 미끼를 던진 거라고요.”구연준은 그녀를 놓아주고 소파에 앉아 차를 한 잔 따를 뿐 머리도 들지 않았다.“계속해.”“골든하임 경매가는 분명 600억일 겁니다. 이수호가 사람을 시켜서 8천억까지 올리겠죠. 그럼 대표님은... 6천억이나 손해 볼 테고 구호 그룹도 타격을 받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이수호만 대표님께 복수하는 꼴이 됩니다. 지난번에 대표님이 이수호 건축 프로젝트를 뺏어갔잖아요. 바로 그 일을 겨냥한 복수예요 이건.”구연준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이수호가 너한테 얼마 줬어?”“네?”“무슨 혜택을 줬길래 나한테까지 찾아와서 설득하려는 거야?”“...”“하긴, 이해할 만도 하지. 도씨 일가 따님께서 이수호를 향한 마음이 지극하니 돈 따위 뭐가 필요하겠어. 걔를 위해서라면 선뜻 나를 음해하고도 남을 인간이잖아 넌.”도아영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렸다.‘아주 좋아. 선심 써서 미리 알려줬더니 되레 내 정곡만 찌르네?’다만 그녀도 구연준이 믿어줄 거란 희망은 거의 품지 않은 상태였다.도아영은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저 이미 수호 씨랑 파혼했어요. 대표님께서 못 믿으시겠다면 방법 없죠 뭐. 기어코 손해 보시겠다는데 제가 뭘 더 어떻게 도와드리겠어요? 그럼 이만.”“잠깐.”구연준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왜 널 믿어줘야 하는지 이유를 대봐.”“그런 이유 없어요.”도아영이 답했다.“하지만 대표님, 저랑 내기 한판 하실래요?”“무슨 내기?”“만약 진짜 제 말처럼 된다면 제가 이긴 거고 그땐 저희 도원 그룹에서 구호 그룹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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