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Chapter 31 - Chapter 40

100 Chapters

제31화

“그게 아니라요...”도아영이 어두운 얼굴로 설명하려던 그때 유정연이 다급하게 가로챘다.“수호야, 아영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마음이 변할 리가 있겠어? 무슨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해.”“많이 좋아하긴 하나 봐요.”이수호는 비아냥거리면서 바닥에 널브러진 물건을 주웠다. 사진은 물론이고 이수호에 관한 물건이 가득했다.“우리 아영이도 널 진심으로 좋아하고 어르신도 아영이를 예뻐하는 걸 봐서 파혼은...”“아줌마, 파혼은 이미 결정된 일이에요. 대표님이랑 좋게 끝내기로 했고 대표님도 옛정을 생각해서 우리 도원 그룹을 더는 공격하지 않기로 했어요. 맞죠? 대표님?”도아영은 이수호에게 물러날 기회를 주었다. 이수호가 쿠션을 들고 물었다.“내가 언제 파혼하겠다고 했어?”“대표님...”“그리고 누가 너한테 파혼이 이미 결정된 일이라고 했어?”이수호가 차갑게 웃었다.“도아영, 자극 요법으로 나한테 파혼을 강요한 다음에 구연준이랑 만나려고? 꿈은 참 야무지게 꾼단 말이지.”“대표님, 아까 분명히...”“내가 널 좋아하진 않지만 약혼하지 않겠다고 한 적도 없어. 며칠 후에 기자회견을 열어서 파혼에 관한 걸 전부 해명할 거야.”“대표님...”“사모님, 나머지 준비할 건 사모님께 맡길게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다신 보고 싶지 않습니다.”“걱정 마, 수호야. 파혼 얘기 다신 꺼내지 않게 할게.”도아영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전생에 내가 매달릴 때는 나랑 약혼하기 그렇게 싫어하더니 이번 생에는 왜 약혼하지 못해서 안달인 거지?’이수호가 떠난 후 유정연의 입이 귀에 걸렸다.“잘됐어. 너무 잘됐어. 이씨 일가 사모님 자리 드디어 지켰어.”도아영은 굳은 얼굴로 박스 앞으로 다가가 물건을 전부 정리한 다음 문밖에 던졌다. 그 모습에 유정연이 화들짝 놀랐다.“도아영, 또 왜 이래?”뒷마당에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도아영이 박스 안의 물건을 다 태우는 것이었다.“도아영, 미쳤어?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수호가 따지지 않겠다고 했으면 고마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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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이튿날, 도원 그룹 산하의 모든 기업이 작업을 중지했다. 도원 그룹의 주주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댔다. 작업을 중지했다는 건 도원 그룹의 자금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걸 뜻했다.만약 이대로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계약을 위반하여 부도가 날지도 모른다.회의실 안, 사람들은 유정연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거나 그동안 유정연이 회사를 경영했으니까.잠시 후 안용준과 유정연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두 사람을 보자마자 다급하게 말했다.“사모님, 프로젝트가 모두 멈췄는데 이제 어떡합니까?”“그러게 말이에요. 이대로 갔다간 회사가 부도나게 생겼어요.”조급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유정연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도아영이 장부를 조사할까 봐 겁이 나서 증거들을 없앴을 뿐인데 이튿날에 바로 회사에 일이 터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다 도아영 때문이야. 이수호를 건드린 바람에 도원 그룹의 자금에 문제가 생겼어. 이수호가 투자만 철회하지 않았어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았을 거라고.’그 생각에 유정연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유지하면서 사람들을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세요. 이 집안의 철이 없는 아가씨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된 거예요. 전에 이수호 대표를 건드린 바람에 이 대표가 투자를 철회했거든요. 지금 당장 아영이를 데리고 이 대표한테 가서 사과할게요. 이 대표가 다시 투자한다면 우리 프로젝트도 다시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어요.”“아영 씨가 배운 것도 없고 재주도 없다고 했잖아요. 요 며칠 회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모자라 장부도 볼 줄 모르는 사람한테 어떻게 회사를 맡겨요? 회사를 이끌어갈 수 있는 분은 역시 사모님밖에 없어요.”“사모님, 최대한 빨리 아영 씨를 설득하세요. 이 대표님은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분이 아니란 말입니다.”“맞아요. 자금이 없으면 회사는 무조건 망해요.”...주주들의 원망이 끊이질 않았다. 유정연은 겉으로는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마음속으로는 뾰족한 수가 없어 불안하기만 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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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이수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걔가 저지른 일이니까 알아서 수습해야지, 뭐. 도원 그룹이 없으면 걔는 아무것도 아니야.”그때 사무실 전화가 울렸다. 이수호가 전화를 받자 프런트 직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도씨 일가에서 어떤 여성분이 찾아왔는데 대표님을 만나겠답니다.”이수호는 도아영이 온 줄 알고 소파에 기대면서 코웃음을 쳤다.“올라오라고 해.”“네, 대표님.”프런트 직원이 전화를 끊었다.임규리는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 오늘 강이나와 비슷한 스타일의 흰 치마를 입었다. 대표이사실의 문을 연 그때 이수호는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었다.이수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그녀를 비웃었다.“왜? 나한테 빌려고 왔어?”“대표님... 저예요, 임규리.”도아영의 목소리가 아닌 걸 알게 된 이수호가 얼굴을 찌푸렸다.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임규리였다.임규리는 살짝 겁을 먹었는지 고개를 숙였다.“대표님, 저...”“여긴 어쩐 일로 왔어?”이수호의 말투가 차갑기 그지없었다. 임규리는 어젯밤과 태도가 완전히 달라진 이수호를 보고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대표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려고 왔어요. 한성대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임규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이수호가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얘기 끝났어?”“네... 끝났어요.”임규리가 강이나와 같은 옷을 입은 걸 본 이수호의 눈빛이 더욱 싸늘해졌다.“끝났으면 그만 꺼져.”아무리 눈치가 없는 임규리라도 지금 이수호의 기분이 매우 좋지 않다는 건 알 수 있었다.옆에 있던 안지원이 말했다.“임규리 씨, 그만 나가주시죠.”임규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도아영의 얼굴이 강이나와 비슷한 덕에 이수호의 관심을 조금이나마 얻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도아영이 할 수 있는 건 나도 할 수 있어.’“대표님, 커피가 다 식은 것 같은데 제가 새로 한잔 내려드릴게요.”그러고는 책상 앞에 놓인 커피를 들고 이수호가 뭐라 얘기하기도 전에 밖으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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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유정연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도씨 일가의 안주인 자리는 그리 쉬운 자리가 아니에요. 자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 하루빨리 도망치는 게 좋을 겁니다. 난 분명 귀띔해줬어요.”유정연은 이젠 억지로 웃지도 못했다.‘내가 도씨 일가에서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 겨우 남편이 죽을 때까지 버텼는데 이익은커녕 나더러 빚을 갚으라고? 절대 안 되지!’“아영아, 넌 사리에 밝은 애라서 절대 아줌마한테 빚을 갚으라고 하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 아줌마가 이렇게 빌게. 수호한테 가서 잘못했다고 빌어. 수호가 용서해 준다면 우리 회사 문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어.”비굴하게 부탁하는 유정연의 모습에 도아영이 피식 웃었다.“아줌마, 내가 가서 사과할 수는 있어요.”“그럴 줄 알았어. 우리 아영이가 얼마나 철이 들었는데. 절대 회사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지.”“말을 끝까지 들으셔야죠. 아직 조건을 얘기하지 않았어요.”유정연은 순간 멍해졌다.“조건? 조건이 있다고?”“그럼 제가 아무 조건 없이 부탁을 들어줄 줄 알았어요?”여유롭게 소파에 기대어 있는 도아영을 보고 있자니 유정연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화를 낼 수가 없었다.“아영아, 수호한테 고개를 숙이고 사과만 하면 되는데 이렇게까지 따져야겠어? 예전에는 이익을 따지는 사람이 아니었잖아.”“아빠는 저한테 여자는 온순하고 현명해야 한다는 것만 가르쳤어요. 이익을 따지는 건 다 아줌마한테서 배운 거예요.”도아영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천천히 말했다.“대표님을 찾아가서 설득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대표님이 도원 그룹을 공격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못 해요.”유정연이 입을 열기 전에 도아영이 계속하여 말했다.“그리고 제가 대표님을 찾아간다면 회사 일은 더는 아줌마와 아무런 연관이 없게 됩니다. 나중에 도원 그룹이 빚을 지든 발전하든 아줌마와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란 말이에요.”“너...”“동의하기 전에는 절대 안 가요.”도아영은 거의 자포자기했다.“대표님이 도원 그룹을 무너뜨리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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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도아영의 환한 웃음을 본 유정연은 소름이 다 끼쳤다.한 시간 후, 도아영은 깔끔한 청바지에 흰색 민소매를 입었고 그 위에 청재킷을 매치했다.이경 그룹 문밖에 있던 직원들은 도아영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도아영은 선글라스를 낀 채 프런트로 다가갔다.“이 대표님 만나러 왔어요.”프런트 직원은 예쁜 얼굴에 몸매도 예술인 그녀를 보고는 말했다.“죄송한데 혹시 예약하셨나요?”프런트 직원이 알아보지 못하자 도아영은 선글라스를 벗었다.“도아영입니다.”그러자 프런트 직원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도... 도아영 씨?”“올라가도 될까요?”“그... 그럼요.”프런트 직원은 도아영이 올라갈 수 있게 엘리베이터를 눌러주었다.“봤어요? 아까 그 여자 도아영 씨였어요.”“아영 씨 웬일로 옷을 저렇게 입었대요?”“너무 예뻐요. 전에는 저렇게 예쁜 줄 몰랐었는데.”“이유를 꼭 말해야 알아요? 당연히 대표님께 잘 보이려고 그런 거죠. 도아영 씨가 평소에 강이나 씨의 스타일을 따라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이번에도 또 따라 한 게 분명해요.”...이경 그룹 대표이사실.임규리는 이수호에게 커피도 가져다주고 서류도 옮겨주었다. 안지원은 원망 한마디 없이 바삐 움직이는 임규리를 보면서 존경심이 다 들 정도였다.이 정도까지 할 수 있었던 사람은 도아영 말고 그녀가 두 번째였다.“도아영 씨, 대표님 사무실 바로 앞에 있어요. 따라오세요.”“네.”도아영의 시선이 이수호의 사무실로 향했다. 반투명 유리문이라 사무실 안의 상황이 정확히 보였다.임규리가 조심스럽게 이수호의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는데 두 눈에 그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있었다.너무도 익숙한 장면에 예전의 자신이 떠올랐다. 도아영의 눈빛이 순식간에 서늘해졌다.슬슬 짜증이 난 이수호가 임규리를 내보내려던 그때 사무실 밖에 서 있는 도아영을 발견했다.전과 확연히 다른 도아영의 옷차림에 이수호는 잠깐 넋을 놓았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코웃음을 쳤다.이수호는 임규리의 아래턱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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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언... 언니.”임규리는 도아영을 보자마자 겁에 질려 벌떡 일어났다. 뒤로 물러나려던 그때 이수호가 손목을 덥석 잡더니 느긋하게 말했다.“아직 채 닦지도 못했는데 왜 도망가? 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계속 무릎 꿇고 닦아.”“네... 대표님.”임규리는 다시 무릎을 꿇고 이수호의 신발을 닦아주었다. 이수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도아영에게 말했다.“도아영, 어떤 일은 네가 아니어도 충분히 대신할 사람이 있어. 게다가 너보다 더 잘해.”“대표님, 이런 꼴 보려고 여기 온 게 아닙니다.”도아영이 싸늘하게 말했다. 하지만 이수호는 전혀 개의치 않아 했다.“이나한테 무릎 꿇고 사과만 하면 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거로 해주고 이틀 뒤 약혼식도 원래대로 진행할 거야. 그리고 도원 그룹에 거액의 투자도 할게.”그녀가 아무 말이 없자 이수호가 피식 웃었다.“무릎 꿇고 사과만 하면 되는데 그렇게 어려워? 전에는 잘만 꿇더니 왜? 이젠 못하겠어?”이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아영의 옆으로 다가갔다.“비위를 맞추겠으면 제대로 맞춰야지. 전에는 말 잘 들었잖아.”이수호가 점점 다가오자 도아영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아 뒷걸음질 치며 거리를 멀리했다. 그러다가 손님들이 앉는 소파에 앉아 말했다.“대표님, 오늘 아줌마가 부탁하지 않았더라면 여기 오지도 않았어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예요. 대표님이 투자를 철회하든 일부러 도원 그룹을 무너뜨리든 나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리고 강이나 씨한테 사과하라고 한 건...”도아영은 고개를 들고 이수호를 올려다보면서 웃었다.“내가 강이나 씨 목에 칼을 대고 손목을 그으라고 협박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데요?”그녀의 말에 이수호의 얼굴에 나타났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도아영의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를 보고 있자니 이수호는 가슴속에 분노가 끓어올라 답답하기만 했다. 그가 냉랭하게 말했다.“도아영, 말하기 전에 생각 좀 해.”“제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거예요. 사과는 절대 불가능합니다.”도아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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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도아영의 말을 듣던 이수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가 나간 후 임규리는 대놓고 도아영을 비난했다.“언니는 참 은혜도 모른단 말이죠. 제가 언니 대신 사과할게요...”“꺼져!”이수호의 갑작스러운 호통에 임규리는 겁에 질려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더 있었다간 이수호의 심기만 건드릴 것 같아 울면서 뛰쳐나갔다.사무실 밖에 있던 안지원이 들어와 굳은 얼굴로 말했다.“대표님, 도아영 씨 그냥 갔어요.”이수호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여 안지원도 더는 뭐라 하지 못했다. 사무실에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르고 나서야 이수호가 말했다.“내가 예전에 도아영을 많이 못살게 굴었어?”“사실을 듣고 싶으세요?”이수호의 날카로운 눈빛에 안지원은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누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 자기가 기꺼이 원해서 하고서는.”“네... 대표님 말씀이 다 옳아요.”“자발적으로 그런 거면서 이제 와서 뭐가 억울하다고 저래?”“그러게요... 다 도아영 씨가 원해서 한 건데.”안지원이 맞장구를 치자 이수호도 그제야 기분이 조금 나아진 듯했다.그때 심정우가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방금 누굴 봤는지 알아? 피부도 하얗고 몸매도 죽여주는 선글라스 여인을 봤어.”심정우는 이수호에게 다가가 툭 쳤다.“이수호, 난 널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어쩜 회사에 이렇게 예쁜 여자를 두고도 나한테 얘기하지 않을 수가 있어?”이수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옆에 있던 안지원이 가볍게 기침하며 귀띔했다.“도련님, 그분... 도아영 씨예요.”“뭐? 도아영?”심정우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고 잘못 들은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엄청 얌전하고 조신하던 여자 아니었어? 저런 섹시한 옷을 입은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기분이 좋지 않았던 이수호가 얼굴을 찌푸리고 물었다.“여긴 왜 왔어?”심정우가 의아해하며 말했다.“왜 왔냐고? 오늘 강이나 생일인 거 잊었어? 나인 클럽에서 생일 축하해주겠다고 했잖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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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왜? 도아영한테 관심 있어?”이수호의 질문에 심정우는 다급하게 선을 그었다.“내가 어찌 감히 다른 마음을 품겠어? 도아영 씨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난 자격이 없지. 근데 아영 씨가 요즘 네 라이벌인 구연준이랑 가깝게 지낸다는 소문이 있어. 지난번 경매가 끝난 뒤로 두 사람이 맨날 만난대. 그것도 남들 몰래!”그의 말을 듣던 이수호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코웃음을 쳤다.‘어쩐지 내 앞에서 건방을 떨더라니. 구연준한테 붙은 거였구나. 그러면서 어젯밤에 뻔뻔스럽게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한 거야? 내가 바보인 줄 아나.’“그리고 허재환이라는 애 알지? 걔도 아영 씨를 눈여겨본 지 엄청 오래됐어. 오늘 강이나 생일이라는 소리를 듣고 오겠다고 하더라고. 나더러 너한테 진짜 아영 씨랑 끝낼 생각인지 물어봐달라고 했어. 만약 진짜 끝내면 자기가 대시하겠다고.”심정우는 마른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계속하여 말했다.“내가 끼어들 일이 아닌 건 아는데 너도 알잖아. 허재환 걔 정말 인간쓰레기라는 거. 아영 씨가 강이나 씨를 따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너한테는 진심이었잖아. 너...”“대시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 나한테 물어볼 필요 없어.”이수호는 도아영이 무슨 일을 당하든 전혀 관심이 없다는 듯 냉랭하게 말했다.해 질 무렵 나인 클럽.검은색 마이바흐 한 대가 나인 클럽 문 앞에 멈춰 섰다. 행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마이바흐로 향했다.그 바닥 사람들은 이 마이바흐가 전 세계 한 대뿐이고 이수호의 것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지금까지 이 차에 앉아본 사람은 이수호 말고 강이나밖에 없었다.강이나가 차에서 내리자 안지원은 그녀를 나인 클럽의 룸까지 안내했다. 룸 안에 재벌 집 자제들이 이미 모여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이나가 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선물이 끊이질 않았다.“강이나 씨, 전부 수호가 준비한 건데 어때요? 많이 놀랐죠?”강이나는 쑥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소파에 앉아 있는 이수호를 쳐다보았다.“고마워요, 수호 씨.”“와서 앉아.”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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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주민서의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다.부모님이 생일 파티에 참석하라고 강요하지만 않았어도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꼴불견인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 역겨운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주민서, 네가 도아영의 절친이라는 거 여기 모르는 사람이 없어. 너무 편들지도 마. 아니면 도아영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할래? 오늘 강이나 씨 생일이고 이 대표님과 강이나 씨가 곧 키스한다고 해. 그럼 바로 달려올걸?”주변이 순식간에 웃음바다가 되었다.주민서는 너무도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당... 당신들...”“전화 안 할 거야? 그럼 내가 할게.”그때 한 재벌 도련님이 주민서의 휴대폰을 빼앗았다. 주민서의 표정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휴대폰 돌려줘!”그 모습을 지켜보던 심정우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정창윤, 적당히 해. 얼른 주민서한테 다시 돌려줘.”“연결됐어. 연결됐어.”정창윤은 이미 취기가 올라온 상태였다. 휴대폰 너머로 도아영의 느긋하면서도 도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룸 안이 순식간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정창윤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도아영 씨, 이 대표님이 취했는데 지금 강이나 씨랑 키스하겠대요. 안 올래요?”한동안 침묵이 흘렀다.이수호의 시선이 어느새 주민서의 휴대폰으로 향했다. 멍하니 쳐다보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을 때 이수호는 얼굴을 찌푸렸다.‘젠장. 나 지금 도아영이 뭐라고 대답할지 신경 쓰고 있는 거야?’주민서는 굳은 얼굴로 휴대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아영아, 절대 오지 마. 지금 놀리고 있는 거라고.”“끼어들지 마, 주민서. 우린 지금 도아영 씨한테 묻고 있어.”정창윤이 경멸스러운 태도로 말했다.“어떡할래요? 아영 씨? 안 온다면 대표님 진짜 강이나 씨랑 키스하게 생겼어요.”사람들 모두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수호도 소파에 기댄 채 지켜만 볼 뿐 말리지 않았다.강이나는 그런 이수호를 보면서 미간을 찌푸렸다.술에 취한 재벌 도련님들은 이수호를 이용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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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그들이 도아영을 웃음거리로 만든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도아영은 마구 짓밟아도 되는 존재였다.심정우는 거의 울 것 같은 주민서를 보고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수호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이수호는 소파에 기댄 채 무표정한 얼굴로 위스키를 마시고 있었다.그들의 일에 전혀 끼어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이수호!”심정우는 이수호에게 다가가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적당히 해. 이따가 도아영 씨가 진짜 오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강주의 웃음거리가 되게 내버려 둘 거야?”“굴욕을 자초하겠다는데 내가 왜 말려?”이수호의 차가운 말투에 심정우는 불만을 터트렸다.“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은 강이나 씨야. 일을 크게 벌이면 이나 씨한테도 좋을 게 없어.”강이나는 이수호의 팔을 잡으면서 난감해했다.“맞아요, 수호 씨. 아영 씨한테 전화해서 오지 말라고 하는 건 어때요?”“걔 때문에 네가 할머니 앞에서 굴욕당한 거 잊었어? 네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하게 하겠다고 약속했잖아.”덤덤한 표정과 달리 이수호의 말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강이나는 이수호의 팔을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 심정우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이수호, 너무한 거 아니야? 예전에는 이렇게 지나치게 행동한 적이 없더니 오늘은 왜 이래?”전에도 이수호는 도아영을 싫어하긴 했지만 공공장소에서 모욕을 준 적은 없었다. 가장 도가 지나친 때가 바로 약혼식 날에 기분이 좋지 않아서 반지를 수영장에 던진 그때였다. 그런데 도아영이 진짜로 물에 들어가서 주울 줄은 몰랐다.그날 이후로 심정우는 도아영의 마음이 진심이라고 확신했다. 허영심이 많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면서 이수호에게 접근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수호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도아영을 모욕하려 했다.심정우의 질문에 이수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위스키 반 잔을 단숨에 마셔버렸다.어느덧 30분이 지났다. 다들 벌써 몇 잔이나 마셔 술기운이 꽤 올라왔다.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던 이수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도아영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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