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5화

Author: 기향난
“아영이가 나 보러 오겠다면 시간 없다고 해.”

“하지만... 대표님은 줄곧 아영 씨가 머리 숙이길 바라셨잖아요?”

“걔가 어디에도 도움을 구할 데가 없고 기댈 곳 없이 외롭게 돼버리는 게 내 소원이거든.”

이수호의 눈가에 싸늘한 빛이 감돌았다.

“아영이는 반드시 이나 앞에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할 거야.”

그 시각 도아영은 어느덧 백화점에서 영양제를 몇 개 골랐고 이제 막 아래층에 내려가 커피를 사려던 틈에 곁눈질로 줄곧 뒤를 따라오는 검은색 옷차림의 경호원을 힐긋 살폈다.

경호원이 워낙 눈에 띄었던지라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다.

이를 본 도아영은 고개를 내저으며 가볍게 웃었다.

이수호도 참 그녀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었다. 경호원까지 불러와서 감시하게 하는 건 도아영이 강이나를 해칠까 봐 두려워서일까 아니면 그녀가 회사 일로 곤경에 처하길 바라서일까?

한편 도아영은 여유가 넘치게 커피를 다 산 후 사람들이 가장 밀집된 구역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이를 본 경호원이 재빨리 따라갔지만 그녀가 워낙 빨리 걷고 또 일부러 인파가 몰리는 곳으로 들어가다 보니 눈 깜짝할 사이에 놓치고 말았다.

“안 비서, 아영 씨를 놓쳤어요!”

경호원은 블루투스 장치로 안지원에게 소식을 전했다. 백화점의 소식을 접한 안지원은 즉시 이수호에게 알렸다.

“놓치다니?”

이수호가 미간을 구겼다.

“멍청한 것! 도씨 저택 문 앞에서 지키라고 해.”

그는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우리도 이만 집에 돌아가야겠어.”

“네, 대표님.”

이씨 저택.

안지원이 운전하여 이수호를 이씨 저택까지 모셨다.

“대표님, 요즘 강이나 씨 일 때문에 어르신께서 줄곧 기분이 안 좋아 보이세요. 이제 그만 어르신께 사과하시는 건 어떨까요?”

“내가 알아서 해. 어쨌거나 우리 할머니시잖아.”

이수호가 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서자 거실 등이 환하게 밝혀지고 안에서 남현숙 어르신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날 즐겁게 하는 건 우리 아영이밖에 없다니까.”

남현숙의 웃음소리를 들은 이수호는 미간을 확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6화

    “아영아, 얘 사과한 거 맞아?”남현숙의 질문에 도아영은 일부러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수호를 힐끔 쳐다봤다.그녀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이수호는 이 여자가 나쁜 마음을 품고 있는 걸 바로 눈치채고는 확 잡아당겼다. 행여나 할머니 앞에서 헛소리를 지껄이면 안 되니까.“할머니, 저 아영이랑 단독으로 할 얘기가 있어서 먼저 올라가 볼게요.”이수호는 말하면서 도아영을 이끌고 위층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이를 본 남현숙은 미처 말리지 못한 채 손자에게 호통을 쳤다.“수호 너 이 자식! 아영이 괴롭히기만 해봐, 할미가 절대 가만 안 둬!”2층에서 이수호는 도아영을 침대에 내던진 후 침실 문을 안으로 잠갔다.“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도아영은 침대 머리맡에 기댄 채 야릇한 눈빛으로 이수호를 쳐다봤다.“대표님 이러시는 거 강이나 씨가 알면 어떡해요? 분명 질투할 텐데.”“도아영!”이수호는 가까이 다가오더니 그녀의 목을 조르고 차갑게 쏘아붙였다.“적당히 해! 대체 무슨 낯짝으로 우리 집까지 찾아와?”“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하셔서 얼른 왔죠. 제가 뭘 잘못했나요?”도아영은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봤다. 한편 이수호도 힘껏 그녀의 목을 조르긴 했지만 진짜 어떻게 할 엄두는 안 났다.간사한 그녀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이수호는 왠지 모를 울화가 치밀었다.“내가 목 졸라서 죽일까 봐 두렵지도 않아?”“대표님은 요 며칠 줄곧 우리 회사를 겨냥하시고 괴롭히셨죠? 내가 직접 찾아와서 용서를 구하길 바라신 거 아니었나요? 목 졸라 죽이면 내가 어떻게 무릎 꿇고 애원하겠어요?”이수호는 피식 웃더니 그제야 그녀를 놓아줬다.“눈치는 있네. 그럼 한번 빌어봐. 어떻게 용서를 구하는지 제대로 지켜볼 거야.”그는 소파에 앉아 와인을 들고 그녀가 애원하기만을 기다렸다.이때 도아영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천천히 말을 이었다.“서문 공장, 주성 프로젝트 개발로 매달 15일에 해외무역을 진행하고 있죠. 이경 그룹에서 아주 큰 경매장이 하나 있는 거로 아는 데 매년 수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7화

    “그럼 계속해보시겠다는 거네요?”“아니면?”도아영은 이 남자가 쉽게 협박을 당할 거라곤 기대하지도 않았다. 이번에 이씨 저택으로 찾아온 건 단지 그에게 경고장을 날리기 위해서였다. 무릇 적당한 선에서 멈추라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게다가 그녀는 더 이상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란 걸 보여줘야 했다.“대표님, 나랑 내기 한 판 하실래요?”“무슨 내기?”“계속 나랑 등지면 대표님은 올해 분명 큰코다치실 겁니다.”“...”자리에서 일어난 도아영은 이제 막 나가려다가 문 앞에서 잠깐 머뭇거렸다.“아 참, 나 아직 대표님한테 괴롭힘당한 건 할머니께 말씀드리지 않았어요. 이따가 다 얘기하면 할머니가 과연 내 편을 들어줄까요 대표님 편을 들어줄까요?”“도아영!”“그래 이수호! 네가 도원 그룹 공격하는 일 할머니께 말씀드리지 않은 건 너에 대한 마지막 예의야. 그러니까 유치한 짓 그만 멈춰. 난 절대 너한테 사과할 일 없어. 그리고 이 말만은 꼭 기억해. 넌 올해 반드시 큰코다칠 거야.”“너!”도아영은 그대로 이수호의 침실을 나섰고 심지어 나갈 때 문까지 꼭 잠갔다.이수호는 가슴이 꽉 막힌 듯 숨이 차오르지 않았다.‘이 여자가 날 협박하는 것도 모자라 뭐? 내가 올해에 반드시 큰코다친다고?!’‘이런 식으로 내 주의를 끌려고? 어림도 없어!’저녁 무렵, 도아영이 도씨 저택으로 돌아왔을 때 거실 불이 환히 켜져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유정연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 여길 제집처럼 생각해.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 이모한테 얘기해. 이모가 다 해줄게.”“고마워요, 이모.”소녀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유정연은 안으로 들어오는 도아영을 힐긋 살피더니 웃음기를 싹 거뒀다.“왔어? 또 어디 가서 헤매고 다닌 건데?”도아영은 유정연의 야박한 태도에 진작 적응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는데 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청순한 외모를 지녔다. 눈매가 가늘고 날씬한 몸매까지 더하니 청초하면서도 어여쁜 소녀의 모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8화

    “아줌마가 한 약속이니 스스로 해결하시든가요.”도아영은 옆에 있는 가정부에게 말했다.“하윤아, 임규리 씨한테 호텔 예약해드려. 호텔에서 얼마든지 지낼 순 있지만 주객전도는 하지 말아야지. 안 그래, 규리 씨?”도아영은 방금 임규리가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을 그대로 캐치했다.도아영이 입을 열자 임규리도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며 유정연을 바라봤다. 이에 유정연이 버럭 화냈다.“야, 도아영! 집안 주도권을 거머쥐기 전부터 으스대는 거야? 이 집을 누가 이날 이때까지 이끌어왔는지 잊지 마! 대체 무슨 낯짝으로 그런 말을 내뱉어?!”“아줌마, 우리 집안은 줄곧 내가 이끌어왔어요. 전에는 어른인 걸 봐서 아줌마한테 주도권을 맡겼는데 설마 여주인이라도 됐다고 착각하시는 거예요? 규리 씨가 나가는 게 탐탁지 않으시다면 두 사람 함께 나가세요. 저도 어쩔 수가 없네요.”“너!”“죄송해요! 다 제 잘못이에요.”상황을 지켜보던 임규리가 황급히 입을 열었다.“아영 씨, 제가 섣불리 찾아왔어요. 죄송해요. 지금 바로 갈게요.”“규리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유정연은 도아영을 힐끔 째려보며 말했다.“누구처럼 인정사정없고 야박하게 구는 인간이랑 너무 대비되잖아.”도아영은 그런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하윤에게 분부했다.“규리 씨 호텔로 모셔드려. 거기서 실컷 지내게 하고 집에 돌아가겠다고 하면 언제든 보내드려.”“네, 아가씨.”하윤은 임규리의 옆으로 다가갔다. 한편 임규리는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지만 마지못해 하윤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오늘 이 집을 나서지 않으면 앞으로 더는 이 도시에 남을 기회가 없다는 걸 임규리는 누구보다 잘 안다.그녀가 떠나가려 하자 유정연이 재빨리 쫓아왔다.“걱정 마, 규리야. 이모랑 한 약속은 반드시 이뤄줄 거야. 이틀 뒤에 우리 규리 한성대 들어갈 수 있으니 시름 놓고 기다리기만 해.”임규리는 감격에 겨운 눈빛으로 그녀에게 답했다.“고마워요, 이모.”임규리가 떠난 후에야 유정연은 도씨 저택으로 돌아와 일부러 위층에 있는 도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19화

    학교 대문 옆에 주차한 후 주민서는 도아영과 함께 부랴부랴 강의1동 7층으로 달려갔다.구연준의 강의가 시작된 지 10분이 넘었고 교실 분위기는 유난히 진중했다.주민서는 문 앞에서 두어 번 쳐다봤을 뿐인데 감탄이 저절로 흘러나왔다.“다들 너무 진지하게 듣고 있어. 우리가 지각했나 보네...”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도아영이 대뜸 문을 열고 들어갔다.이를 본 주민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쓰읍...”교실 안의 모든 이가 도아영에게 시선이 꽂혔고 그중에는 구연준도 있었다.그는 흰색 셔츠에 소매를 살짝 걷고 늘씬한 체구를 뽐내고 있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금테 안경 코디는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때 도아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지각해서 죄송합니다, 선생님!”너무나도 우렁찬 목소리에 뭇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대체 누가 지각하고도 이렇게 당당할 수 있을까?“앉아.”구연준은 담담하게 말하고 그녀한테서 시선을 떼더니 계속 강의를 이어갔다. 마치 좀전의 에피소드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모습이었다.그 시각 문 뒤에서 벌벌 떨기만 하던 주민서는 어느새 넋이 나가버린 상태였다.‘아영이가 대체 언제 이렇게 용감해진 거지?’이전의 그녀는 나긋나긋하고 매사에 조심스러운 아이였는데 왜 갑자기 터프한 여장부로 변한 걸까?그녀는 더 이상 도아영의 수업 중 돌발행동을 감당할 수가 없어 몸을 숙인 채 도망쳐버렸다.한편 도아영은 교실 안으로 들어가 맨 앞줄에 앉았다.40분 동안 진행되는 수업, 그녀는 줄곧 구연준만 빤히 쳐다봤다.중도에 구연준이 두어 번 곁눈질했는데 도아영이 오히려 더욱 단호한 눈길로 그를 쳐다보는 것이었다.결국 구연준이 수중의 책을 내려놓고 손목시계를 들여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상 수업 끝.”그가 떠나려 하자 도아영은 번개 같은 속도로 그의 앞에 달려갔고 다른 학생들은 재미난 구경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구연준은 그런 그녀를 힐긋 살폈다.“왜?”“봐둔 땅이 하나 있는데 경매가가 600억이었어요. 제가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0화

    도아영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애초에 그녀는 이수호를 위해 일부러 이브닝 파티에서 몇몇 사모님들과 함께 구연준을 의논했었다.하지만 이 남자가 이토록 뒤끝이 있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게다가 이런 말들은 대체 어떻게 구연준의 귀에 들어가게 된 걸까?도아영은 마음을 다잡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대표님, 골든하임의 가치는 고작 천억이에요. 이수호가 자료를 조작하여 대표님이 손해를 보도록 미끼를 던진 거라고요.”구연준은 그녀를 놓아주고 소파에 앉아 차를 한 잔 따를 뿐 머리도 들지 않았다.“계속해.”“골든하임 경매가는 분명 600억일 겁니다. 이수호가 사람을 시켜서 8천억까지 올리겠죠. 그럼 대표님은... 6천억이나 손해 볼 테고 구호 그룹도 타격을 받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이수호만 대표님께 복수하는 꼴이 됩니다. 지난번에 대표님이 이수호 건축 프로젝트를 뺏어갔잖아요. 바로 그 일을 겨냥한 복수예요 이건.”구연준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이수호가 너한테 얼마 줬어?”“네?”“무슨 혜택을 줬길래 나한테까지 찾아와서 설득하려는 거야?”“...”“하긴, 이해할 만도 하지. 도씨 일가 따님께서 이수호를 향한 마음이 지극하니 돈 따위 뭐가 필요하겠어. 걔를 위해서라면 선뜻 나를 음해하고도 남을 인간이잖아 넌.”도아영은 그의 말에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트렸다.‘아주 좋아. 선심 써서 미리 알려줬더니 되레 내 정곡만 찌르네?’다만 그녀도 구연준이 믿어줄 거란 희망은 거의 품지 않은 상태였다.도아영은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저 이미 수호 씨랑 파혼했어요. 대표님께서 못 믿으시겠다면 방법 없죠 뭐. 기어코 손해 보시겠다는데 제가 뭘 더 어떻게 도와드리겠어요? 그럼 이만.”“잠깐.”구연준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왜 널 믿어줘야 하는지 이유를 대봐.”“그런 이유 없어요.”도아영이 답했다.“하지만 대표님, 저랑 내기 한판 하실래요?”“무슨 내기?”“만약 진짜 제 말처럼 된다면 제가 이긴 거고 그땐 저희 도원 그룹에서 구호 그룹과 5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1화

    이 돈은 틀림없이 빌릴 수 있다.“헐, 대박! 강사한테 돈을 빌려? 전에는 그렇게 구연준 험담만 해대더니 이제 와서 빌려달라고 하니까 또 바로 빌려주는 거야?”“이수호랑 구연준은 앙숙이야. 내가 구연준 도와주겠다는데 당연히 빌려주지 그럼.”“일리 있는 말이네.”주민서는 뒤늦게 깨달았다.“아니, 잠깐. 그래서 네가 뭘 도와줬는데?”“구연준 도와서 이수호 상대하겠다고 했어.”“뭐? 너 진짜 이수호랑 틀어질 생각이야?”주민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그도 그럴 것이 도아영이 이수호를 얼마나 깊게 사랑했는지 옆에서 줄곧 지켜봐 온 일인이니까.이번에도 단지 투정만 부릴 줄 알았는데 진짜 파혼할 생각이었다니.‘아영아, 너 드디어 쿨해졌네!’주민서가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자 도아영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절친마저 그녀가 이수호를 떠날 수 없다고 여겼으니 다른 사람들은 오죽할까?명색이 도씨 일가 따님이란 자가 이수호 때문에 남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하는 게 말이 되는 일이냐고?그야말로 가소로울 따름이었다.저녁 무렵, 유정연은 풀 세팅한 임규리를 데리고 이경 그룹에 도착했다.대표이사실 안.유정연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있는 이수호를 바라보며 아양을 떨었다.“수호야, 앞서 우리 아영이가 철이 없어서 네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아. 그 아이가 하도 고집이 세서 사과하러 안 오네. 그래서 오늘 이렇게 아영이 사촌 동생을 대신 데려왔어. 얼른 대표님께 사과드려.”그녀의 말을 들은 이수호는 쓴웃음을 지었다.“그래요? 아영이가 사모님을 회사까지 보내시던가요?”“물론이지.”유정연이 재빨리 대답했다.“아영이는 이미 잘못을 뉘우치고 있어. 게다가 파혼할 마음도 없대. 애가 아직 어려서 철없는 행동을 한 거니 수호 네가 한 번만 용서해줘.”도아영이 잘못을 뉘우쳤다는 말에 이수호는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그래도 아직 제 분수를 알긴 아네요.”“당연하지!”유정연은 이때다 싶어 임규리에게 곁눈질했다.그 시각 임규리는 이수호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사무실에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화

    똑똑.문밖에서 강이나가 두 번 노크하고 사무실로 들어왔다.그녀는 화이트 이브닝드레스를 입었는데 우아하고 고고한 기품이 차 넘쳤다. 허리까지 드리운 긴 생머리는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를 선사해주었다.“수호 씨, 경매 곧 시작해요. 얼른 가죠 우리.”강이나를 본 유정연은 표정이 살짝 부자연스러워졌다.그녀만 해코지하지 않았다면 도아영이 진작 이수호의 와이프가 됐을 테니까. 이제 와서 경매까지 함께 가다니? 이수호는 도씨 일가의 체면을 아예 무시한 채 강이나와 함께 참석하기로 한 걸까?이건 대놓고 도씨 일가에게 창피함을 안겨주는 일이다.“도 회장님댁 사모님 되시죠? 수호 씨한테 얘기 들었어요. 이분은...”강이나는 자신과 스타일이 너무 비슷한 임규리를 보더니 가볍게 웃기만 할 뿐이었다.도아영만으로 모자라서 또 한 명 더 내세우는 걸까?몇 명이 와도 전혀 문제 될 건 없다. 결국 다 대체품일 테니까.강이나가 임규리를 주의 깊게 살펴보자 유정연은 마음이 찔렸는지 얼른 조카를 잡아당기면서 말했다.“그럼 우린 용건 끝났으니 이만 가볼게!”그녀는 결국 임규리를 이끌고 사무실을 나섰다.한편 이수호는 가까이 다가오는 강이나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상처도 다 낫지 않았을 텐데 뭣 하러 나왔어?”“수호 씨랑 경매장 가려고 나왔죠. 오늘 경매가 수호 씨한테 엄청 중요한 자리란 걸 아는데 내가 어떻게 자리를 비우겠어요?”강이나는 그의 옆으로 다가갔다.“설마... 다른 사람이라도 초대한 거예요?”이수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그는 오늘 확실히 도아영에게 이브닝드레스를 보냈다.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할머니의 뜻일 뿐 절대 그가 원해서 한 일은 아니다.옆에 있던 안지원이 그의 귓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대표님, 아영 씨는 오늘 안 오신답니다...”‘안 오다니? 이 여자 점점 더하네?’평상시에 이런 기회가 생기면 그녀는 참석하지 못해서 안달인데 오늘은 되레 안 온다고 고집을 피우는 걸까?그의 표정을 살펴보던 강이나가 언짢은 듯 되물었다.“아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화

    “그러게. 강주 사람들이라면 다 알다시피 도씨 일가랑 이씨 일가의 혼약은 도아영이 애타게 쟁취한 거잖아. 진짜 본인이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이수호는 파혼해도 곧장 새 여자를 찾을 수 있는데 도아영은 뭐야? 강주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을걸?”...경매장 밖에서 몇몇 부잣집 사모님들이 대놓고 도아영의 흉을 봤다.그 시각 그녀는 이미 경매장에 도착한 지 7, 8분이 넘었다. 이수호와 강이나보다도 좀 더 빨리 온 듯싶었다.지금쯤 경매장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빌어먹을 구연준이 한사코 밖에서 기다리라고 하니 사모님들의 험담까지 들어야만 했다.‘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사서 고생이냐고?’‘구연준도 이수호보다 더 나을 건 없네. 두 인간 피차일반이야.’‘이러니까 전생이나 현생이나 너 죽고 나 죽고 티격태격하는 거지.’“아영 씨, 이 대표님은 이제 그만 미련 접으셔야겠네요. 대표님 곁에 강이나 씨가 있잖아요. 이렇게 쫓아온다고 무슨 소용이겠어요?”“그러게 말이에요. 엊그제까지만 해도 대표님과 파혼하겠다고 호통치더니 왜 또 여기까지 쫓아오는 거예요? 아쉽지만 대체품은 어디까지나 대체품이에요. 대표님은 이제 진짜 운명의 반쪽을 만났으니 아영 씨한테 돌아올 일은 없어요.”“자업자득이죠 뭐. 어떻게 기어오른 대표 사모님 자리인데 막상 내주려 하니까 달갑지 않겠죠. 근데 사람은 제 분수를 알아야 해요. 설마 본인이 강이나 씨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줄곧 이수호 와이프 자리를 탐내던 여자들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도아영을 헐뜯었다.그도 그럴 것이 도아영이 이수호를 위해서 얼마나 비굴해지고 자존심을 다 내려놨는지 모르는 이가 없으니까. 남자들 눈에만 하찮게 보이는 게 아니라 여자들까지 그녀를 경멸하고 무시하는 수준이었다.이때 나서기 좋아하는 한 여자가 도아영에게 다가와 이상야릇하게 말했다.“아영 씨는 예쁘장하게 생겼으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남자 마음을 사로잡는 법이나 배우세요. 안 그러면 강주에서 누가 감히 아영 씨를 만나주

Latest chapter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8화

    ‘내가 만약 아영이랑 결혼한다면 몇십 년 후에도 과연 이런 모습일까?’이때 포장을 마친 사장님이 그에게 봉투를 건네면서 활짝 웃었다.“여자친구분 쾌유를 바랄게요.”이수호도 흐뭇하게 웃으며 돈을 꺼냈다.백만 원짜리 수표를 본 순간 사장 부부는 입이 쩍 벌어졌다. 이수호를 쫓아서 밖에 나왔을 때 그는 이미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병원 병실.도아영은 어느새 죽을 한 그릇 다 비웠다.방에 들어온 이수호는 불을 켜고 텅 빈 죽그릇을 치우고는 찐빵을 선반에 내려놓았다.한가득 포장해온 찐빵을 보더니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뭐가 이렇게 많아요?”“네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두 개씩 샀어.”이수호는 그녀 대신 재빨리 어수선해진 선반을 치웠다.이때 그녀가 말했다.“너무 늦게 돌아왔잖아요. 나 이미 배부르게 먹었어요.”“그래?”이수호는 별 반응이 없었다.“화 안 나요?”“나 놀리는 거 알아. 네가 지금 환자니까 그냥 참는 거야.”그는 소파에 앉아서 담담하게 말했다.“먹고 싶으면 먹고 못 먹겠으면 다 버려.”“...”너무나도 차분한 이 남자의 모습에 도아영은 포장을 뜯고 찐빵을 한입 물었다.이수호는 침대에 누워서 찐빵을 먹는 그녀에게 물었다.“마지막으로 그 찐빵 가게에 간 게 언제야?”도아영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차갑게 답했다.“기억 안 나요.”“너희 아빠가 입원했을 때 맞지?”순간 그녀의 안색이 확 차가워졌다.“그게 대표님이랑 무슨 상관이죠? 우린 이미 파혼했으니 더는 사적인 일에 대해 묻지 말아 주세요.”입맛이 떨어진 그녀는 찐빵을 내려놨다.문득 아빠가 입원했을 때 그녀 홀로 바삐 돌아쳤던 기억이 났다.유정연도 오긴 했지만 아빠가 하루빨리 죽어서 도지호에게 유산을 물려주기만을 바랐다.전에 도씨 일가와 거래했거나 협력했던 대표들도 하나같이 나쁜 심보를 품고 있었다.도아영은 마치 언제든 잡아먹히게 될 토끼처럼 무기력하게 이 모든 걸 마주해야만 했다.그리고 그때 남현숙은 그녀를 손주며느리로 찜했었다.이수호는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7화

    야채죽과 삶은 계란, 그리고 밑반찬들까지 전부 담백한 음식인지라 식욕이 당기지 않았다.“음식이 별로네요.”도아영이 힐긋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럼 뭐 먹고 싶은데?”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설명했다.“이 병원 나가서 좌회전하고 백 미터 걸어가면 찐빵 가게가 하나 있는데 24시 가게거든요. 나 거기 찐빵 엄청 좋아해요. 대신 가서 사주실래요?”이수호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그는 곧장 병실을 나섰다.이수호가 떠난 후 도아영은 야채죽을 맛있게 먹었다.‘꽤 맛있네!’병원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심야인지라 주위가 어두컴컴하고 가로등 불빛만 어렴풋이 비쳤다.그는 도아영의 말대로 병원에서 좌회전해서 백 미터를 걸어갔지만 아무것도 안 보였다.이수호는 마침내 도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가 곧장 전화를 받자 이 남자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찐빵 가게가 대체 어디 있는데?”도아영은 일부러 난감한 척하며 되물었다.“실은 나도 이제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냥 휴대폰으로 한번 위치 찾아보시겠어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전화를 꺼버렸다.‘자식, 너 이번엔 제대로 걸려들었어!’이수호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휴대폰을 꺼내 검색해보았지만 근처 1킬로미터 이내에 찐빵 가게라곤 없었다.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가장 가까운 찐빵 가게로 가려고 해도 택시를 타야만 한다.심야 시간대라 택시를 잡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결국 길거리까지 나가서 힘들게 택시를 잡았다.찐방 가게까지 도착하니 20분이나 소요됐다.한편 가게로 들어갔더니 찐빵 소가 무려 일여덟 가지나 되었다. 이수호는 그녀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다.“손님, 뭐로 해드릴까요?”이때 사장님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새벽이라 가게에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이수호는 또다시 그녀에게 전화해서 어떤 맛으로 사 올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쉬는 데 방해가 될까 봐 휴대폰을 넣어두었다.“종류마다 두 개씩 포장해주세요.”사장은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오밤중에 무슨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6화

    이수호는 본인 잘못인 걸 알기에 딱히 반박할 자격이 없었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욕도 시원하게 했겠다. 무슨 보상을 원하는데? 그냥 얘기해.”“역시 통쾌하네요.”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앞으로 우리 집안을 겨냥하지도 말고 나도 더는 건드리지 말아요. 우리 이미 파혼했으니 각자 갈 길 가요. 내가 다친 건 다 대표님 때문이니 치료비는 전적으로 책임지세요.”“그게 다야?”“네.”도아영이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뭐 대표님께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일종의 경제적인 보상을 하고 싶다면 저도 마다하진 않을게요. 이런 건 이별 비용이라고 하죠 뭐.”이별 비용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이수호의 얼굴이 한없이 차가워졌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 단어가 너무 거슬렸다.“왜요? 돈 아까워요?”“줄게.”이수호가 곧장 대답했다.그녀도 너무 놀란 눈치는 아니었다.이수호에게 차고 넘치는 게 돈이니까 이별 비용으로 몇십억 정도 주는 건 손해라고 할 것도 없었다.“나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 치료받는 동안 전적으로 책임질게.”“오케이.”도아영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양심은 있네, 그래도.’“내일 안 비서 시켜서 퇴원 수속 할 테니 당분간 우리 집에서 병 치료하는 줄 알아.”순간 그녀의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내가 왜요? 왜 그리로 들어가야 하는 건데요?”“이미 함 원장한테 말해서 해외 최고의 의료진을 모셔오기로 했어. 너 그 손 치료하지 못하면 평생 오른손을 못 쓸 거래. 그러니까 내 말 들어.”“대표님...”“이것도 다 널 끝까지 책임지는 거잖아. 5개월 후에 손이 다 낫거든 무조건 보내줄게. 만약 그때까지도 회복하지 못하면 대신 보상금 줄게. 금액은 네가 정해.”여기까지 들은 도아영은 그제야 마음이 진정됐다. 그녀는 반신반의하며 되물었다.“금액을 내가 정하라고요?”“응.”“얼마든지 다 오케이?”은근슬쩍 신난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이수호는 덜컥 겁이 났다. 보상금이랍시고 한도 제한이 없다면 이 여자는 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5화

    같은 시각 안지원은 다음날 회의에 필요한 자료를 이수호에게 전송했다.이수호가 힘겹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 내일 회의자료를 훑고 있는데 도아영이 갑자기 악몽을 꿨는지 울면서 소리쳤다.“때리지 마. 날 때리지 말라고!”이수호는 곧장 침대 옆으로 다가가 어떻게 위로할지 몰라서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괜찮아, 내가 옆에 있으니까 아무도 너 못 건드려.”그제야 도아영은 조금 진정된 모습이었다.이수호는 안쓰러운 눈길로 그런 그녀를 쳐다봤다.이토록 가녀린 여자애가 오늘 같은 끔찍한 일을 겪었으니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그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려고 할 때 도아영이 갑자기 두 팔을 번쩍 들었다.이를 본 이수호도 화들짝 놀랐다.이어서 도아영은 매우 또박또박하게 쏘아붙였다.“X발, 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뒈졌어!”“...”“이수호 이 개자식!”“...”“널 목 졸라 죽일 거야!”“...”“죽어, 이수호!”“...”이수호는 휴대폰으로 내일 회의자료를 확인하려다가 어느덧 저도 몰래 네이버 검색창에 전신마취가 덜 풀렸을 때 왜 잠꼬대를 하는지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다.한편 도아영의 욕설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이수호는 회의자료를 볼 기분이 아닌지라 모두 내려놓았다.‘얘 분명 의도적이야. 틀림없어.’야간 당직을 서는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좀전의 일로 이수호에게 사과하려고 들어왔는데 이 남자가 눈길 한번 안 주고 차갑게 쏘아붙였다.“나가.”“대표님, 이건 방금 안 비서가 보내온 음식입니다.”간호사는 음식을 이수호의 옆에 있는 책상에 올려놓았다.“얘 아까까지 계속 잠꼬대했는데 전신마취 때문이야?”간호사는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전신마취요?”“왜? 아니야?”“이 환자분은 큰 수술이 아니어서 부분 마취만 했는데요?”“...”이수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침대에 누운 도아영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이때 도아영이 기지개를 켜고 비스듬히 눈을 떴다.“어머? 대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4화

    원장은 이수호가 센트럴 병원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서 일부러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후 한달음에 달려왔다.이씨 일가는 의료 분야로 상당한 투자를 했고 또한 이 병원의 최대 투자자이니 섣불리 건드릴 자가 아니다.간호사는 그가 이수호인 걸 알아채고 사색이 되었다.“할 말 있으면 나가서 해. 아영이 쉬는 데 방해하지 말고.”“네, 대표님!”원장 함성민은 얼른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이수호가 나간 후 간호사도 입을 꾹 다물고 감히 더는 말을 내뱉지 못했다.병실을 나서자 원장이 곧바로 주치의를 소개했다.“대표님, 여기가 바로 오늘 아영 씨 주치의 양정원이에요! 아주 젊고 유능한 인재랍니다...”“중점만 말해!”이수호가 차갑게 쏘아붙였다.“아영이 상태가 어떤데?”함성민은 곧장 양정원에게 시선을 옮겼다.이에 양정원이 안경을 올리고 이수호에게 설명했다.“도아영 씨는 사실 거의 찰과상이라 그리 심각한 건 아닙니다. 보름 정도 안정을 취하면 금방 나을 거예요. 하지만... 손목과 손등에 난 상처가 매우 심각해요. 손목은 상대가 일부러 부러트렸고 출혈이 있는 흉터도 이미 감염되었어요. 또한 오른손도 심하게 짓눌리다 보니 근골을 다쳐서 5개월 정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그사이에 회복하긴 어려울 것 같아요. 앞으로 오른손으로 글을 쓰거나 힘쓰는 일을 하는 것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이수호는 가슴이 움찔거렸다.“다른 해결책은 없는 거야?”“죄송합니다. 상처가 워낙 심해서요. 해외 전문팀을 찾아서 정기적으로 재활 훈련을 받게 된다면 나아질 확률이 있겠지만 과정이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과정은 중요치 않아. 아영이 손만 회복할 수 있다면 뭐든 다 시도해야지!”“대표님! 저희 병원에서 해외 전문팀과 줄곧 교류하고 있으니 이번 일은 저희한테 믿고 맡기세요.”함성민이 곧장 책임을 떠맡았다. 이수호에게 잘 보일 기회이니 쉽게 놓칠 리가 있을까.“다른 건 다 됐고 오늘 밤은 일단 내가 병실을 지킬 거야. 내일 바로 아영이 데려가야겠어.”“네?”양정원은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3화

    병원에서 한참 기다린 후에야 수술실 불이 파란색으로 변했다.주치의와 몇몇 간호사가 수술 침대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침대에 누워있는 도아영을 본 순간 이수호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갔지만 간호사가 그를 가로막았다.“죄송합니다. 환자분은 현재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해요. 그리고... 이 대표님을 안 보고 싶다고 하네요.”도아영이 자신을 외면하니 이수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시각 안지원은 경찰서의 전화를 받고 이수호에게 보고했다.“대표님, 우리 쪽 사람들이 방금 경찰서로 갔는데 여죄수들이 전부 죽었다고 합니다.”“누가 죽였어?”“서현우 대표님이요.”이수호는 쓴웃음을 지었다.‘누군가 했더니 서현우였어? 아영이랑 서현우 진짜 보통 사이가 아닌가 봐?’그도 그럴 것이 서현우는 불필요한 사람을 위해 직접 나서는 법이 없다.“됐어, 그건 나중에 다시 얘기해. 지금은 아영이 상태가 관건이야.”“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얼른 돌아가셔야 어르신도 의심하지 않으실 겁니다.”그들은 병원에서 도아영의 수술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니 어느덧 자정이 다 되었다. 게다가 내일 아침 매우 중요한 회의가 하나 잡혀있다.어르신은 이수호에게 반드시 일찍 돌아와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특히 오늘 아침에는 할머니와 대판 싸우기까지 했으니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넌 일단 돌아가서 내일 회의 내용을 휴대폰으로 다 보내. 난 여기서 아영이 지킬 거야.”“직접... 말씀입니까?”안지원은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았다.대표님이 언제 누군가의 병간호를 해봤을까?“닥치고, 얼른 돌아가.”“네, 대표님.”안지원이 이제 막 병원을 나서려 할 때 이수호가 갑자기 그를 불러세웠다.“잠깐만.”“네?”“이 근처에 식당이 있는지 알아봐봐.”“배고프십니까?”“...”이수호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안지원이 곧장 알아챘다. 그는 지금 도아영에게 뭐라도 먹이려고 이러는 것이었다.“지금 바로 나가보겠습니다!”안지원이 떠난 후에야 이수호는 도아영의 병실에 들어갔다. 간호사와 의사 모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2화

    강주에서 이수호가 제일 아끼는 여자로 살아가면 아무도 그녀를 괴롭히지 못할 테니까.하지만 강이나가 요즘 한 행동들은 점점 이해하기 어려웠다.손목을 그은 척 연기하지, 한성대에서 도아영을 겨냥하지, 심지어 박태오까지 불러오다니. 전에 몰래 서현우에게 가까이하려던 것까지 이수호는 다 알고 있다.예전의 그녀는 이런 비겁한 수단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대체 왜 이렇게 변해간 걸까?“대표님, 지나간 일은 더 생각하지 마세요. 강이나 씨는 대표님이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된 마음에...”“걱정이야 되겠지. 내가 아영이를 얼마나 신경 쓰는지 걱정됐을 거야.”이수호의 안색이 싸늘해졌다.수술실 문밖의 불은 여전히 빨간색이었고 이수호는 복도의 벤치에 앉아서 도아영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좀 전에 도아영을 안고 경찰서에서 나올 때, 이수호는 문득 깨달았다. 이 여자를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 말이다.같은 시각, 경찰서.“계속해!”서현우가 의자에 앉아서 그 여죄수들의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그는 여자에게 손을 대는 습관이 없지만 그 대신 부하를 시키면 그만이다.장윤기는 바짝 긴장해서 손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20분이나 때리고 있으니 더 하면 죄수들이 숨질 수도 있다.“대표님... 이제 그만하시는 게...”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현우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아참, 아영이 그렇게 만들라고 명령한 사람 누구지?”“네?”장윤기는 말을 더듬거렸다. 이것 참, 이수호라고 말할 수도 없고 본인이라고 말하는 건 더더욱 안 되니까.그는 아예 감방을 가리키며 분부했다.“멈추지 말고 계속해! 더 때리란 말이야!”“네!”여죄수들의 처참한 비명이 끊이질 않았다.서현우는 그 비명이 질렸는지 허리춤에서 총을 꺼냈다.“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무기징역이라고?”“네? 네.”장윤기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서현우가 아예 감방 안으로 총을 몇 발 쏘았다.쩌렁쩌렁 울리는 총소리에 장윤기는 식겁하여 머리를 감싸 안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처참하게 울부짖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1화

    “수호야, 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이나 의심하는 거니?”박태오가 미간을 확 구겼다.“우린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사이잖아. 이나가 어떤 애인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얘는 절대 거짓말을 할 애가 아니야.”이수호는 박태오를 흘겨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나 지금 이나한테 묻고 있잖아.”박태오가 계속 반박하려 하자 강이나가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수호 씨, 우리 집에 쳐들어온 사람들 정체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아영 씨밖에 없었어요. 낮에 나린이랑 하영이가 아영 씨 심기를 건드렸고, 그리고 또 연준 씨도 아영 씨 편을 들어줬어요. 혹시... 연준 씨가 그런 건 아닐까요?”강이나는 일부러 구연준을 언급했다.이수호와 구연준이 앙숙이란 걸 강주에 모르는 이가 있을까?전에 구연준과 도아영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이수호는 이미 기분이 언짢았다.강이나는 이번에도 구연준을 언급하면 이수호가 걸려들 줄 알았는데 그가 오히려 싸늘한 눈길로 쏘아붙였다.“그러니까 상대가 누군지 확실치도 않다는 거네?”그녀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오늘 울면서 이수호에게 전화를 걸 때 도아영과 있은 일을 의도적으로 언급했었다.그래서 이수호도 기세등등하게 도씨 일가로 찾아가 도아영을 끌어낸 것이다.상황을 살피던 박태오가 재빨리 강이나를 보호했다.“이수호, 이나한테 그게 무슨 말투야? 도아영 때문에 이나를 의심해?”“아영이가 저 안에 누워있어. 앞으로 손을 쓸 수 있을지도 미지수야. 어떤 일은 반드시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겠어.”이수호가 차갑게 말했다.“저리 비켜.”“야!”박태오는 계속 강이나를 지켜주고 싶었지만 누군가가 벌써 그를 알아보았다.“저 사람 박태오 아니야?”“잘 모르겠어. 비슷한 것 같아. 옆에 있는 여자는 여자친구인가?”“설마, 박태오 항상 솔로라고 얘기하고 다녔잖아.”...몇몇 여자애들이 박태오가 맞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 귓속말을 해댔다.그도 그럴 것이 박태오가 국내 활동을 한다는 소식이 아직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0화

    여죄수가 손을 번쩍 들고 도아영을 따끔하게 혼내려 할 때 이수호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당장 멈춰!”여죄수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더니 정장 차림의 이수호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옆에 있던 장윤기는 황급히 문을 열어주었다.감방 안은 피바다가 되었고 헐뜯겨버린 머리카락이 널브러졌다.도아영은 구석에 축 늘어져서 거의 의식을 잃기 일보 직전이었고 옷도 갈기갈기 찢어졌다. 온몸에 성한 곳 하나 없었고 특히 빨갛게 물든 손목 상태가 충격의 도가니였다.이수호는 눈동자가 파르르 떨리고 안색이 창백해졌다.이 광경을 본 장윤기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는 분노에 찬 표정으로 죄수들을 질책했다.“누가 이렇게 심하게 때리라고 했어?”“죽기 직전까지 때리라면서요?”여죄수는 겁에 질린 목소리로 대답했다.“장윤기, 너 이제 이런 개수작까지 부리는 거야?”이수호가 짙은 얼굴로 쏘아붙였다.“아, 아닙니다! 오해예요, 다 오해라고요!”그가 더 해명하려 했지만 이수호는 더 이상 들어줄 겨를이 없었다. 만신창이가 된 도아영을 품에 안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는 이수호였다.“대표님!”안지원도 도아영의 몰골을 보더니 충격에 휩싸였다.단순히 취조하러 왔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당장 병원으로 가!”“네.”안지원은 부랴부랴 차 가지러 갔고 감방 안에서 장윤기는 한심한 눈길로 여죄수들을 바라봤다.“서장님, 우린 다 서장님 분부대로 한 겁니다... 저 여자가 워낙 고집이 세서 끝까지 자백하지 않은 거라고요. 우리도 최선을 다했어요. 형량을 줄이는 건...”“뭐? 형량을 줄여? 이것들 확 사형 판결 내려버릴라!”장윤기는 곧장 감방을 나섰다.이 여자들은 미쳐도 제대로 미쳤다.어떻게 도아영을 죽기 직전까지 쥐어 패버릴 수 있을까?이수호가 끝까지 따져 묻는다면 그들은 전부 끝장날 것이다.센트럴 병원.이수호는 조심스럽게 도아영을 침대에 눕혔다. 의사가 그녀를 수술실로 밀고 가려 할 때 이수호는 문득 가슴이 조여왔다.“대표님, 의사 선생님이 찰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